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생각만해도 좋은 한가지로 피아노를 테마로 글을 쓴 아무튼 피아노!
사실 저자처럼 생각만해도 좋은 한가지는 아니지만 피아노는 내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나마 한가지 재주가 있다면 악보보며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 진짜 단순히 악보를 볼 수 있다는 거지 유창하게 치지는 못한다.
지금은 피아노가 기본이라고들 하지만 70년대 내가 피아노를 배웠던 그때는 아주 드문일이었다. 어릴적 운좋게도 신문물에 밝으신 아빠 덕분에 어떻게든 억지로 배웠던 피아노.
막 피아노를 처음 배우러 다니던 때는 선생님 얼굴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늘 시장통을 가로질러 선생님 집으로 찾아가는 길이 아직 호기심 많은 7살 내게는 좀 힘들었던것 같다. 시장엔 온갖 흥미로운 것들이 많으니까!
무얼 구경하느라 발길이 방황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에 없지만 딱 한가지 티비앞에 멈춰섰던 기억은 있다. 그 어린 나이에도 어느날은 티비에서 하는 인형극을 보다가 그만 때를 놓쳐 그냥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엄마아빠에게 그것때문에 막 혼난 기억도 없다.
사실 그 시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는건 나중에야 알았다. 피아노 학원도 없는 그 시골에서 아빠는 어떻게 피아노 선생님을 찾았는지도 의문이고 또 그 피아노 선생님이 얼마나 피아노를 잘 치셨는지도 기억에 없이 그저 바이엘 상권을 들고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시장통을 가로질러 배우러 다녔던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내게 피아노의 시작은 늘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할적마다 등장하는 단골 에피소드! 또 한가지 피아노에 관한 더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관한 이야기다. 내게는 피아노를 연주하는게 아니라 즐겁게 치는 거라는걸 알게 해준 계기이기도 하다.
사실 집이 여러번 이사를 하고 피아노 학원도 옮기고 하다보니 자꾸만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했던 덕분에(재능이 없었던지도) 초등학교 5학년에 결국 그만두게 된 그때의 내 피아노 실력이란 체르니 30번을 겨우 치던 수준!
늘 바이엘과 체르니에 얽매어 배우고 치던 내게 자유롭게 연주를 한다는건 언감생심!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가 들려주던 피아노는 내가 알던 그런 피아노가 아니었다.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노래하면서 피아노를 치던 친구가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피아노로 체르니나 소나티네 피아노 명곡이 아닌 그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신세계를 처음 경험한 나! (나도 피아노 칠 줄 안다는 말은 차마 할수가 없었던) 그당시 친구는 부활의 노래를 넘나 좋아해 그걸 반주로 치면서 노래로 들려주었었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피아노를 배웠던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알려준 코드 보고 피아노를 치는 반주법!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이 가진 피아노 책중에 코드를 익힐 수 있는 피아노재즈곡집을 내게 선물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일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
세상 누구나 일주일이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고 어떤 책에도 나올정도로 쉽게 배우고 칠 수 있는 코드반주법이라는 걸 알고부터 나 또한 친구처럼 그렇게 쳐보려 했지만 그것도 역시 쉬운건 아니라는걸 결국 깨딷고 말지만 어쨌거나 피아노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가진건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생각만해도 이야기거리가 술술 튀어나오는게 있다면 바로 이 피아노가 내게 그렇다!
해서 아무튼 피아노라는 책에 더 관심이 가는지도!
책소개>
“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의 정체성 일부분은 피아노와 피아노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저자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