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공주님은 밤에도 공사가 다망하여 꾸준히 절규하며 자신의 존재를 토해낸다. 

그 절규는 엄마인 나의 신경도 긁는 것으로, 육아에 있어 가장 난제는 거의 몇 년을 토막잠을 자며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다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잠들 만하면 그 통로를 지키고 서서 나를 괴롭히는 그녀의 습관은 나를 충분히 지치게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결심했다. 아예 통잠을 잘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 기대도 없으면 차라리 받아들이기 좀 낫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어젯밤 공주님은 통잠을 주무셨다. 

그 러 나 나는 더 못잤다. 이런 기념비적인 밤 하필 세상은 나를 긁었다.  

새벽에 가열차게 울리는 화재경보! 

" 빨리 대피하십시오! 비상구를 통해~ 삐이익, 삐이익!" 

바깥을 내다보니 아파트들 불이 하나씩 다 켜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고민하는데 경보가 꺼진다. 

나는 완전히 깼다.  

그리고 강풀의 "아파트"가 갑자기 생각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불이 켜지는 아파트...불이 꺼지는 아파트... 

바깥은 내다보니 아까 불켜진 아파트들 불이 다 꺼졌다. 

그리고 나의 잠도 완전히 깼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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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아킬레스 건은 한자이다. 오죽하면 예전 과장님이 한자 명함 이름을 못읽어서 버벅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고등학교 때 한자는 배웠냐며 비아냥거렸을까... 

당근 고등학교 때 한자는 배웠고 셤점수도 벼락치기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하도 벼락을 자주 치다 보니 그 벼락이 가고 나니 머리 속이 완전 깨끗해져 백지 상태가 된 것... 

까막눈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작년 한자셤 3급을 쳐 보려고 두꺼운 책 구입해서 연습장에 열심히 써댔으나 며칠 하고 책을 치워 버렸다. 적당히 좀 알아야 진도가 나가는데 전체를 다 외워야 하니 의욕이 상실되고 신경질이 바락바락 났다.  

역사서에 관심 가다 보니 한자 실력의 소루함이 또 나를 발목잡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검색해 보다 하도 후기가 좋아 또 책부터 사고 보는 나의 의욕에 발동 걸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아...정확히 한 1주일 봤나 보다. 좋다. 저자가 대대로 한학자 집안 출신이라더니 재미있게 의미 위주로 암기하기 쉽게 참 잘도 추려 놓았다. 

요즘 이 책에 홀릭되어 허공에 한자까지 써대며 열심히 한자공부중이다. 적어도 교육용 1,800자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단어들이 워낙 한자기원이 많다 보니 한자를 모르면서 "국어를 잘하네" 하고 다니는 것은 사기이다. 공부하다 보면 너무 부끄러워 숨어 버리고 싶다. 일단 끝까지 보는 것이 목표이다. 정말 박사되는 것 아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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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의심이 많고 '음모'를 좋아한다는 평을 들어왔던 내가 따악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다들 어울린다고......  사실 제목은 선정적이지만 내용은 지극히 역사적인 것들이라 어줍잖게 사화니 붕당 관련 책이라고 괜히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하고 있는 구차함이란... 누구나 자기가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싶은지도...

이제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이덕일 역사서는 그만 읽어야 겠다. 한 사람의 역사관에 함몰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저자에게 너무 빠져서 그의 저작을 모조리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세종대왕에 대한 조금 삐딱한 자세는 괜히 부담스럽다. 물론 다 칭찬하는 와중에 비판적인 1인이 가지는 의미는 크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의견이고 감정의 중심에 있는 독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할 재량권은 있기에... 

이 책 전체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한 대목을 꼭 기록해 두고 싶었기에 이 글을 적는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그 광경 상상만으로도 귤과육의 상큼한 아련함이 절로 가슴을 시큰하게 한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 이광수의 '단종애사'를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베시시 웃으며 "재밌더라..근데 문종 넘 멋있지 않냐?" 해서 그 가슴떨림을 공유했던 경험이 있는데 역시나 여기에서 또 병약하지만 문사에 능하고 신하들을 사랑하는 그의 성군으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갑고 유쾌하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상당 공과가 사실은 세자 섭정에 의한 문종과 대신들의 것이었다는 것도 놀랍다. 단 그는 몸이 심히 병약하여 재위 2년 만에 병사한다. 
  멋지면서 약간은 유약해 뵈는 왕... 겁나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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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중고책 도착하여 꺼내는 순간 시큼한 식초냄새와 찍찍 붙는 표지에 경악하다...  

먼젓번 중고책은 아주 접은 자국이 군데군데라서 가슴 쓰렸고... 읽고 싶은 모든 책, 특히나 소설을 새 책으로 구입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적당히 절충하여 사는 중고책들이 연타로 불쾌감을 유발하였다. 책이라는 것이 돌려 읽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서관의 존재 의의), 아니면 사서 나만 부둥켜 안고 읽는 것이 책에게 친절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 달 전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하도 좋다길래 예약 신청까지 하여 몇 주를 기다려 도서관에 가지러 갔다 뒷목 잡고 쓰러질 일이 있었다. 책이 촘촘히 분책 그것도 아주 도입부는 친절하게 바깥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독서가 아니라 페이지 정리하여 손질하다 보면 며칠 갈 공산이 클 정도로 경악스러운 풍경이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사서에게 " 이 책좀 보세요..''라고 했음에도 시큰둥... 껄쩍찌근함에도 애업고 간 고생이 애통해 집에 들고 왔으나 전혀 읽고자 하는 욕구가 안생겨 책상 위에 두었다 반납하면서 다시금 " 이 책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지적하며 반납하였는데 결말은 모른다. 

사실은 새 책이 갖고 싶은 거다. 모조리... 그 표지의 청명함,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 깔깔한 책넘김... 그것이 그립다고 거품물고 항변하는 것이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의 타협점을 찾으러 떠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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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거 사실 몇 년 전에 사서 쓰지도 못하고 버림. 그닥 좋았던 기억이 없고 잘 휘고 잘 빠져서 분실하다 끝내버렸는데 후기는 빠방하다. 극찬 일색... 참으로 요상한 취향이 후기 탐독이 취미인지라 읽다보니 갑자기 북다트가 고파서 당장 지르고 싶어지니 내 귀의 팔랑성은 대적할 자가 없을 듯...그러나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 같고..사실 요새 북마크는 볼 때마다 지르고 후회하는 중이다. 클립형은 모조리 잘 빠진다. 예외가 없다. 그렇다고 원형적 북마크는 심심하고 구겨지고... 

  .  

 

 

 그런 와중에 발견한 요 아이!  이거 지대로인데...그림이 조금... 그러나 역시 책과 함께 구입하여야 배송료가 무료인지라 지름신의 강림을 저어하고 있다

 나는 읽는 책 표시를 접는 것으로 하는 것을 증오하는 터라 최근 구입한 중고서적의 접힌 자욱마다 심정적 눈물을 흘리고 중고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북마크는 충동구매의 온상이자 영원한 이쁜 딸이다. 보면 볼수록 좋으나 그 완벽하지 못한 작은 그 무엇으로 가슴 한곳이 뻥 뚫린듯... 

                                                이런 나에게 궁극의 북마크는 언제나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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