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도래할 모든 시대에 통용될 계획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를 위해 할 일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준엄하게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준엄하다는 것은 우리의 비판으로 야기될 결과나 기존 권력과 빚을 갈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됨을 뜻한다. _카를 마르크스Karl Marx - P7

객관적으로 고립된 사람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21퍼센트도 고독을 느낀다. 이런 슬픈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관계의 질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 P8

미국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새로운 만남 시장에서는 섹스 어필sex-appeal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한 기준이 되었다. 그러니까 성적 매력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적 매력은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30개월밖에 유지되지 않으며, 다른 여러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균 4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결혼한 지 5년이 지나 이혼하는 커플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도 바로 위 사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커플 파트너를 선택핟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우리를 고독이라는 악순환 속으로 은근슬쩍 밀어 넣는 규범을 따르고 있다. 우리를 한데 모아주는 게 아니라 뿔뿔이 갈라놓아 기어이 외톨이로 만들려는 규범을 말이다.
- P11

국가는 사회관계 체제가 지닌 통합력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이 체제에 계속해서 직접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사회관계 체제인 커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켰다. 고독은 이 개입으로 생긴 결과라기보다는 이 개입이 이루어진 방식으로 생긴 결과다. 국가는 관계를 늘리고 강화하는 대신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놓으려 했다. 개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로써 개인을 구원해주는 제삼자인 동시에, 사회관계를 해치거나 분열시키는 매개자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 P15

이를 위해 국가는 개인에게 특별한 성질을 띤 용기 있는 행동을 하라고 요구한다. 즉, 타인과의 유대 관계는 싹 무시한 채 자신이 본 피해를 고발하라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함으로 16 써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관계망의 규칙에 맞서며 국가의 이득이 곧 자신의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흔히 보이지 않던 이런 행동은 이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회적 폭력이 된다. 사회적 폭력이 아무리 합법성으로 치장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폭력은 여전히 폭력이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형사법 위반자로 용감하게 고발하는 것은 영웅적 행동이 되었다. 아니, 더 나아가 이런 행위는 새로운 부류의 국민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되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해방된 존재인 동시에, 이런 용감한 행동을 고마워하는 경찰국가와 한 몸을 이루는 새로운 국민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말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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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그릇된 오해는 단순한 관념의 놀이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의 고문기구가 된다. - P6

우리의 해석은 우리의 지평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순환론을 제시한 것이 바로 철학의 해석학(hermeneutic)이었다. - P23

비판이 불가능한 철학은 신학일지언정 철학은 아니다. 이것이 ‘해석의 철학’이다. - P24

계속된 수입에 철학의 자생력은 없다. - P59

사실상 공자에서 맹자로 정통이 이어진 것은 한유 등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일로, 직하학파의 좨주였던 순자가 당시에는 오히려 권위가 있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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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인류의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생물학적 한계를 가진 인간이 생각을 만드는 방법은 정해져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생각을 만드는지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습 이론이 바로 복제 이론Meme Theory입니다. 정보를 보고 그것을 뇌에 복제해서 생각을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카피가 학습의 기본이라는 거죠. 아기들은 태어나서부터 부모가 하는 모든 것을 보고 따라 하며 학습을 시작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보고 뇌에 복제해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따라서 보는 정보가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사람들이 보는 정보는 달라졌고, 그래서 36억 인구의 생각이 달라져 35 버렸습니다. 이 정보 전달의 변화가 개인과 사회가 바뀐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회의 정보 전달 체계 역시 달라졌습니다. 지난 30년간 현대사회 정보 전달의 중심축을 담당하던 신문과 방송은 이제 그 힘이 현저히 줄어들었죠.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가구 중 유료 종이신문 구독률은 무려 73퍼센트였습니다.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면 73퍼센트의 국민이 같은 시간대에 모두 같은 걸 보고 복제하는 나라, 그래서 매일같이 유사한 생각을 함께 만들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죠. 그래서 언론의 힘도 막강했고 사회 전체가 갖는 대중의식도 매우 견고한 사회였습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방송이 갖고 있는 계몽의 힘도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중의식의 복제는 우리나라 사회 유지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 P34

일단, 매일같이 반복되던 대중의식의 형성 과정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어도 생각의 동시 복제는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대중의식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보를 보는 패턴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인류는 정보의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고, 그에 따라 정보를 보는 방식도 진화한 것입니다. 뇌는 자기에게 즐거움을 주는 정 37 보를 끊임없이 원합니다. 이것이 진화의 방향이죠. 그래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만을 보고 복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생각은 모두 개인화되었습니다.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력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보 선택권을 가진 인류가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한 탓입니다. - P36

기성세대의 정치 성향은 다소 분명하게 대립되는 양측으로 갈려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경영자와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편을 드느냐, 아니면 경영자의 편을 드느냐로 양분화된 정당들이 서로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게 익숙합니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의 문명입니다. 정치, 경제, 산업, 시장, 사회가 전부 이것을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발전 방향이라고 모두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 P48

시장 혁명의 시대에 깊이 벌어진 문명의 틈을 메우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옵니다. 혁명은 급속한 문명 교체를 의미합니다. 그만큼 기성세대에게는 신문명이 어렵습니다.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던 시절에 태어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까지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생은 축적된 시간의 역사입니다. 그 엄청난 격동의 시대를 겪어온 분들을 국민소득 1만 달러, 2만 달러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더 값진 일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기성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청년이라면 세계 어디에 사는 사람들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273

새 시대에도 진리는 매한가지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을 키워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론이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걸로 귀결돼버렸네요. 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디지털 문명의 본질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배려할 줄 알고, 세심하고, 무례하지 않으며, 친절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또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가식이 아니라 본성이 그래서 언제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면 무릇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었을 뿐 사회를 이루는 중추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되는 근본은 275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릴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없는 가식은 언제나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디지털 시대는 그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최근 많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이런 시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거듭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디지털 문명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입니다. 아직 권력과 자본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구시대적 편견에 갇혀 있는 탓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를 위한 최고의 인재상은 ‘훌륭한 사람’, ‘인의예지’를 체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는 인의예지는 급변하는 디지털 문명사회에 걸맞은 인의예지입니다. 봉건사회부터 디지털 문명 시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한 세대 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인의예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기술에 대한 이해력은 기본이고, 전문적인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인의예지를 체득하고 자기완성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라면 조금 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요? 전문기술도 그렇습니다. 굳이 값비싼 학원에 가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SNS를 통해 할 수 있고, 지식에 대한 접근권이 평등해진다면 더 바람직한 사회 아닐까요? 또한 누구도 불만을 가질 수 없는 공정한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선택입니 276 다. 이것은 달라진 미디어 소비 문명의 기준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는 새로운 사회, 과거보다는 좀 더 나은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문명의 발전은 포노 사피엔스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려면, 그런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개인·기업·사회 모두가 새로운 문명의 기준에 눈을 뜨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달라진 시대로 즐거이 이동해야 합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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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하지 말아야 한다.
만족할 줄 알고 생활이 간소하며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삼가며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쳐야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어떤 생명이든
강하거나 약하거나,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태어났더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남을 속여도 안 되고
경멸해서도 안 되며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 바쳐 하나뿐인 자식을 지키듯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발하라.

온 세계에 무한한 자비를 행하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장애도 원한도 적의도 없는 무한한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나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져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자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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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 가지 원인 때문에, "사람들이 망령되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망령됨이 없다. 하늘에 본래 망령됨이 있지 않음으로 군자는 하늘에 순종하고 하늘의 시기를 받든다. 망령됨에 있어서는 그 망령됨 없음을 깊이 믿어 그것을 천리에 고유한 것으로 돌리고 시기가 소식함에 따라 나아가거나 물러나 감히 하늘을 희구하여 혹여 망령됨에 기만당하지 않는다." 천지간에 잘못되고 불합리한 일이 한 건도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인격을 갖추려는 군자는 하늘에 "망령됨이 없을" 때에는 천리를 따르고 천시를 받들어 자기의 임무를 완성하고, 망령되이 보이는 경우에는 하늘에 망령됨이 181 없음을 마음속으로 깊이 확신하여 그 시기와 자리에 순종하고 그것을 자기 행위의 준칙으로 삼는다. 감히 자신의 견해를 고집해서 함부로 잘못되고 불합리한 처지에 스스로 빠지지 않는다. - P180

왕부지가 생각하기에, "땅을 벗어나면 곧 하늘이다. 그 사이는 지극히 빽빽하여 틈이 없다." 하늘과 땅은 우주의 전체 범위를 표시한다. 그 사이는 태화인온의 기로 충만해서 절대적인 허공이 없다. 그러므로 우주에서 각종 현상이 발생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전체 내부의 인온변화일 뿐이다. 전체의 양에서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 183 그래서 왕부지는 "하늘만이 크고" "기품은 작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품이란 각각의 사람과 사물을 가리킨다. 하늘(즉 우주)은 전체이기 때문에 크고, 각각의 사람과 사물은 "구분되는 양이 있고 기쁘게 모이기에 작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늘의 리를 리로 삼지만, 하늘은 사람의 리를 리로 삼지 않는다." 하늘은 크고 사람은 작다. 즉, 하늘은 전체이고 사람은 부분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이치는 반드시 하늘의 이치에 복속되지만 하늘의 이치는 사람의 이치 이외에도 또 다른 이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천9도와 인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 P182

우주의 전체대용인 ‘도’는 "건과 곤이 함께 세워짐"을 근본으로 하지만, 그 운용은 "반드시 사람에 의거해야 한다." 208 사람에 의거하지 않은 운용에는 사람이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능력과 그에 따른 효험을 사용할 곳 또한 없어지게 된다. 사람에 의거하지 않은 운용에 대해서도 비록 사람의 지혜로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이미 사람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런 자연현상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성인은 우리 인간을 준거로 해서 표준을 세운 것이다. 성인과 같이 "사람에 의거한다면", 단지 우리의 이상적인 표준을 건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을 분별하고 그 지위를 올바로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 의거한다면 사람의 표준이 세워지고 천지의 지위도 확정된다."
왕부지에 의하면, 사람은 본체의 가장 뛰어난 기를 품수받아 가장 영명한 존재이며 그 능력 또한 가장 뛰어나다. 더욱이 사람만이 천지의 대업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도의 유행도 "사람에 의거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천지의 마음’일 수 있을 것이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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