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인류의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생물학적 한계를 가진 인간이 생각을 만드는 방법은 정해져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생각을 만드는지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습 이론이 바로 복제 이론Meme Theory입니다. 정보를 보고 그것을 뇌에 복제해서 생각을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카피가 학습의 기본이라는 거죠. 아기들은 태어나서부터 부모가 하는 모든 것을 보고 따라 하며 학습을 시작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보고 뇌에 복제해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따라서 보는 정보가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사람들이 보는 정보는 달라졌고, 그래서 36억 인구의 생각이 달라져 35 버렸습니다. 이 정보 전달의 변화가 개인과 사회가 바뀐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회의 정보 전달 체계 역시 달라졌습니다. 지난 30년간 현대사회 정보 전달의 중심축을 담당하던 신문과 방송은 이제 그 힘이 현저히 줄어들었죠.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체 가구 중 유료 종이신문 구독률은 무려 73퍼센트였습니다.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면 73퍼센트의 국민이 같은 시간대에 모두 같은 걸 보고 복제하는 나라, 그래서 매일같이 유사한 생각을 함께 만들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죠. 그래서 언론의 힘도 막강했고 사회 전체가 갖는 대중의식도 매우 견고한 사회였습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방송이 갖고 있는 계몽의 힘도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중의식의 복제는 우리나라 사회 유지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 P34

일단, 매일같이 반복되던 대중의식의 형성 과정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신문이 배달되어도 생각의 동시 복제는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대중의식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보를 보는 패턴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인류는 정보의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고, 그에 따라 정보를 보는 방식도 진화한 것입니다. 뇌는 자기에게 즐거움을 주는 정 37 보를 끊임없이 원합니다. 이것이 진화의 방향이죠. 그래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만을 보고 복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생각은 모두 개인화되었습니다.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력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보 선택권을 가진 인류가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한 탓입니다. - P36

기성세대의 정치 성향은 다소 분명하게 대립되는 양측으로 갈려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경영자와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편을 드느냐, 아니면 경영자의 편을 드느냐로 양분화된 정당들이 서로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게 익숙합니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대한민국의 문명입니다. 정치, 경제, 산업, 시장, 사회가 전부 이것을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우리의 발전 방향이라고 모두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 P48

시장 혁명의 시대에 깊이 벌어진 문명의 틈을 메우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옵니다. 혁명은 급속한 문명 교체를 의미합니다. 그만큼 기성세대에게는 신문명이 어렵습니다.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던 시절에 태어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까지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생은 축적된 시간의 역사입니다. 그 엄청난 격동의 시대를 겪어온 분들을 국민소득 1만 달러, 2만 달러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더 값진 일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기성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청년이라면 세계 어디에 사는 사람들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273

새 시대에도 진리는 매한가지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을 키워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론이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걸로 귀결돼버렸네요. 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디지털 문명의 본질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배려할 줄 알고, 세심하고, 무례하지 않으며, 친절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또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가식이 아니라 본성이 그래서 언제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라면 무릇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었을 뿐 사회를 이루는 중추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되는 근본은 275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니,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릴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없는 가식은 언제나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디지털 시대는 그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최근 많은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이런 시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거듭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디지털 문명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입니다. 아직 권력과 자본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구시대적 편견에 갇혀 있는 탓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를 위한 최고의 인재상은 ‘훌륭한 사람’, ‘인의예지’를 체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는 인의예지는 급변하는 디지털 문명사회에 걸맞은 인의예지입니다. 봉건사회부터 디지털 문명 시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한 세대 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인의예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기술에 대한 이해력은 기본이고, 전문적인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인의예지를 체득하고 자기완성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라면 조금 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요? 전문기술도 그렇습니다. 굳이 값비싼 학원에 가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SNS를 통해 할 수 있고, 지식에 대한 접근권이 평등해진다면 더 바람직한 사회 아닐까요? 또한 누구도 불만을 가질 수 없는 공정한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선택입니 276 다. 이것은 달라진 미디어 소비 문명의 기준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는 새로운 사회, 과거보다는 좀 더 나은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문명의 발전은 포노 사피엔스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려면, 그런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개인·기업·사회 모두가 새로운 문명의 기준에 눈을 뜨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달라진 시대로 즐거이 이동해야 합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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