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상사의 인식에서 인물중심적 사고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고대의 전적은 거개가 ‘집체창작’이므로 ‘유일한 작자’라는 판단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체창작도 기술의 한 방법이고 전통이다. 그런데 저작과 작자를 지나치게 동일화(identification)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노자, 문자, 열자도 반드시 인물일 필요는 없다. 만일 여기서 말하지 않은 장자를 논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 P68

다시 말해, 흔히들 철학사에서 상식적으로 말하는 ‘도교는 도가의 종교적 발전’이라는 모식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 P86

한마디로 말해, 임금을 위한 수양론이나 통치론으로서의 『노자』 읽기가 바로 『하상공주』였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상공주』를 단순한 개인의 양생술로 보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그것은 오히려 군주를 위한 교범, 좀 더 정확히 말해, 군주가 인민을 제어하기 위한 통치술이었던 것이다.
- P95

한마디로 말해, 『노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사이다. - P99

분류는 시대구분이나 학파구분을 뜻하고, 범주는 시대와 학파를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개념 또는 관념을 뜻한다. ‘고대’나 ‘중세’라는 말은 분류이고, ‘도’, ‘기’, ‘리’, ‘성’ 등은 범주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시대로 구분되고, 관념은 범주로 나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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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걸>에서 댄은 현대 남성의 ‘선택’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끝없이 약해지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여자와 자거나, 세상에는 후자를 여러 번 선택하는 남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남자들 중 일부는 전통적인 마초들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남자들은 상처 입을까봐 두려워하는 남자들입니다. 댄 역시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네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트는 3년 동안이나 그녀를 사랑해왔노라고 세레나에게 고백합니다. 더 근사한 것도 있어요.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할 때도 두 사람은 책에서 권하는 ‘밀당 게임’으로는 연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네이트에게서 질투를 유발하려던 세레나의 시도는 역효과만 내고 맙니다.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숨기겠다는 네이트의 결심은 세레나를 밀어내죠. 결국 오해만 쌓이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게임을 그만두기로 할 때까지 말이에요.
 그러니 어떻게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오늘날의 남성은 한 여자를 갈망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연모의 감정이 불러오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커플들을 생각해보면 이들 중 많은 남자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단테와 베아트리체,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와 롯데만 봐도 알겠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결코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 95 만 자살마저도) 할 남자들이라는 걸요. 아무하고나 자고 다닌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 P94

하지만 왕자는 신데렐라의 화려한 외모가 사라졌을 때도 그녀에게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청혼한 사람은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였습니다. 그녀가 강인하고 재능 있으나 부당하게 혹사당한 아가씨라는 점을 왕자가 어떻게든 직감했겠죠.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백설공주와 달리 신데렐라는 진정한 진취성을 보여줍니다. 왕자가 이런 점을 어떻게 알아챘는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요술봉과 못된 이복언니들이 등장하는 허구의 세계에서 그런 것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신데렐라가 잘됐을 때 우리가 그녀의 성공을 함꼐 기뻐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는 왕자가 올바른 이유로 신데렐라와 결혼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왕자가 자신의 판타지를 깨고 진짜인 그녀를 알아본 거라고요. - P110

관심과 스토킹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남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 119 다. 관심이 스토킹으로 비쳐질까 염려가 되면 즉각 뒤로 물러나겠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용기를 꺾어놓아도 여전히 상대를 쫓아다니는 공격적인 남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남자들은 여러분의 교제 상대가 아니겠죠. 계속 무시하는데도 포기할 줄 모르는 남자를 한번쯤 겪어본 적 있으시죠? 이런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별 수가 없잖아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짜증만 나고요. 그가 보낸 이메일을 향해 눈을 부라려도 봤겠죠? 선량한 남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친 스토커로 치부되느니 차라리 조심하는 편을 택합니다. 어떤 미친놈이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 라는 말을 이성 친구로부터 들을 때마다 이들은 어떤 여자에게도 그런 말을 듣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죠. - P118

하지만 독립적인 여자가 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문화가 싱글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싱글로 사는 것이 최악의 비극인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과학적이라는’ 연구들에서도 싱글인 여자들은 외롭고 우울하고 비참하다고 말합니다. 싱글은 거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습니다. 어딘가 모자라고 미완인 인간인 것처럼 말이죠. 짝을 만난 여성도 정서적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거나, 많은 남녀관계가 답답하고 지루하다거나, 심지어 서로 상처만 주는 관계도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싱글 생활은 어떻게든 청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싱글이 되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그저그런 관계에도 타협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사랑은 싱글이라는 ‘비극’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싱글의 장점이 뭐가 있을까 탐색해보는 대신 우리는 ‘사랑’에 명운을 겁 123 니다. 그 ‘사랑’이 아무리 뜨뜻미지근해도 말이죠. 때로 우리는 이런 타협에 너무 익숙해져서 사어 받는 관계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싱글 생활에도 장점이 있다는 걸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싱글 생활은 우선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는 안 보려 했던 자신의 면면들에 친숙해지게 됩니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창의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탁월함을 보여줬던 많은 이들이 오랜 기간 싱글로 살았습니다. 고독은 종종 성취의 전제조건이 됩니다. 관계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라는 게 아닙니다. 홀로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자서 삶을 꾸려나가려는 의지보다 더 강해지면 자신의 잠재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싱글로 있는 시간이 여러분의 힘을 앗아가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교제를 하면서 너무 많은 요구로 인해 지쳤다면 그 기간은 재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심지어 더 깊은 인간관계를 다루는 능력을 재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필요한 생기를 미리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P122

싱글 기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과 좋은 남녀관계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을 124 내건다는 것은 아무것도 걸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아찔한 낙하 후에는 다시 혼자가 되겠죠. 그러니 존재를 뒤흔드는 정열을 품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 홀로 서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남녀관계를 큐피드의 변덕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건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벌어집니다. 폭풍우가 다가오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죠. 먹구름이 아주 오랫동안 깔리고 나서야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몰아친 폭풍우로부터 몸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분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입니다. 혼자서 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혼자 살아나갈 힘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연인의 존중을 불러올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사랑이라는 높이뛰기의 바를 높이 걸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충 타협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죠. 기준을 높게 잡으면 여러분은 튕기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갖기 어려운 사람이 됩니다. 남자들이 최고의 노력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여러분은 남자들이 갖고 싶은 여자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튕기는 척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러분은 갖고 싶은 사람이 됩니다. 이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보다는 차라리 혼자인 편을 택하겠다는 결단입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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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리는 어렸을 때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사회성을 체득합니다.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에 놀이의 역할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그 시기에 제대로 놀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위험성은 17배나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샤이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놀지 않고 일만 하는 건 사람을 바보로, 살인자로 만듭니다. 이제 "나, 왕년에 좀 놀았어!"가 자랑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P117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일은 힘듭니다. 고된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변태입니다. (웃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유가 우리 손에 있는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이 자유를 움켜쥐고 우리를 대하는 사회이지요. 우리는 이런 사회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인간에게는 자유가 별로 없지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성취하면 칭찬받지만, 열심히 일하지 못하는 순간 냉정하게 내쳐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항상 가득 차 있는 시스템, 그들을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신자유주의 사회입니다. 진정한 자유가 없는 곳에는 놀이도, 창의도, 혁신도 없습니다. - P122

나는 어떻게 놀 때 가장 행복한가

 이제 강연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교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놀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답을 드릴 능력과 재간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질문을 여러분께 던진 이유는 ‘나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어서입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변 중 하나가 ‘어린 시절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을 때’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부모님이 흐뭇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있으며, 고개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상황 말이죠. 놀이터의 놀이기구들과 달리, 모래는 내게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모래성과 비교하지도 않고, 혼자 쌓아도 재미있고 친구와 같이 쌓아도 즐겁지요. 완성하지 못해도 즐겁고, 결국 근사한 모래성이 완성되면 부모님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합니다.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쌓는다면 다른 모래성이 나오겠지요. 놀이의 본질을 모두 담고 있는 행위입니다. 노는 동안,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합니다. 창의와 혁신, 행복은 서로 맞물려 있는 듯 보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혼자 노는 사람인가, 아니면 같이 노는 사람인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혼자 노는 게 즐거운지 함께 노는 게 즐거운지, 현실에서 놀 때 즐거운지 온라인상에서 놀 때 즐거운지,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사람인지 두뇌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인지, 이성적인지 감성적인지 말이지요.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알려줍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 즐거움의 원천인 놀이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이 질문에 정말로 답하고 싶다면, 일만 들여다보지 말고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보세요. 일과 놀이를 함께 성찰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123

하지만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예를 들면, 일상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안 좋은 습관, 즉 게임에 빠져 있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못 끊는다든가 하는 일상의 태도를 바꾸어보고 싶을 겁니다. 사랑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거예요.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바꾸고 싶다거나, 애인과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경우가 많이 있죠. "나는 늘 사랑에 빠지면 비슷한 행동들을 한다. 헤어질 땐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또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분도 있을 테고요. 직장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겁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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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기심, 도전정신 같은 자발적 동기만으로 끝까지 몰두해 해답을 얻거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강력한 특징입니다. 호기심이나 꿈, 재미. 보람 등 다양한 내적 동기. 그리고 명예, 인정, 직위, 인센티브 등 외부에서 부여된 외적 동기. 이런 동기들에 지속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천착하는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데 있어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잘 균형 잡힌 사람들이 세상을 의미 있게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 P9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주제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입니다. 이 책 안에서 여러분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치 ‘오일러수가 담긴 광고판’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 P10

인간은 과학적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복잡한 존재이지만, 과학 아닌 것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조심스럽게 내딛는 열두 발자국이 누군가에게 삶을 성찰하고 사회를 통찰하는 사유의 증거가 되길 기대합니다. - P13

제가 예전에 ‘나꼼수’의 김어준 씨와 대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가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인간이 하는 것 중에 제일 멍청한 짓이 계획을 세우는 거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계획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이 있다면 그는 아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인간을 골탕먹이는 재미로 살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김어준 씨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은 적이 더 많지만, 이 말만은 진실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웃음)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세상은 인간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물론 계획이 주는 유익함이 있습니다. 우리는 계획을 완수하지 않더라도 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우게 되죠.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일단 간단히 계획을 세우고 한번 실행해보라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뭔가 한번 해본 걸 가지고 좀 더 의미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이른바 ‘실행을 통해 배우기(learning by doing)’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선험적으로 그런 방식을 통해 과제를 수행합니다. 인간은 원래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는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 P26

사람이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고 하죠? 과학자들은 이 오래된 통념이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꾸준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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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관계에 헌신하기를 두려워하는 남자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자신의 모순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자의 잘못을 찾으려듭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사랑하려고 애쓰지만 헤어질 구실을 늘 뒷주머니에 넣어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은 별안간 키가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거나 너무 외향적인 사람이 돼버립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맘에 안 들어하는 면들은 그들이 처음에 여러분에게 이끌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 남자친구는 내가 너무 지적이어서 싫다고 했습니다. 연애 초기에는 나의 그런 지성을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자 그는 내가 자신의 말을 오해한 거라고 우겼습니다. 자신은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요. 지킬 박사의 그림자 하이드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았습니다. - P35

나 역시도 처음부터 같이 자고 싶지 않은 남자와는 연애를 한 적이 없다고 나딘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르쳤던 젊은 여성들의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이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섹스와 여성성은 양립하지 않으며 너무 쉽게 섹스를 허락하는 여자는 문제가 있다는 오랜 사고방식과 줄기차게 싸워왔습니다. 그레이 박사가 어디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는 성적으로 확신에 찬 여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는 우리 어머니나 그 이전 세대의 여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P39

이런 일이 생긴다면 먼저 내가 정말 괜찮은 남자와 함께하고 있는 것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열망을 나도 모르게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줌으로써 좋은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요. 왜 많은 여성들이 오늘날의 여성이 몸담고 있는 현실과 반대되는 이상을 받아들이려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런 이상은 남자들에게서 나오는 걸까요? 아니면 연애지침서의 유혹에 우리가 손 쓸 겨를도 없이 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그 책들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걸까요? 비판적 시각으로 주위를 돌아보면 여러분도 금세 알게 될 것입니다. 여자가 강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 쉽게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개념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급속히 변화해왔습니다.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 구분은 사라졌습니다. 여자는 천성적으로 소방관이 될 수 없다거나 남자는 훌륭한 간호사가 될 43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자들 간의 차이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차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 P42

나는 사회가 ‘자명한’ 것으로 여겨왔던 사실들을 한번쯤 의심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연애처럼 우리에게 가장 뻔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 P44

이런 태도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랑에 뛰어드는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과감하고 애정 표현이 많은 사람이라면 내가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TV 드라마들은 우리를 반대 쪽으로 데려갑니다. 실생활에서는 자신에게 이런 열정을 허락하지 못하기에 드라마 속 판타지로 향하게 됩니다. 직접 열정을 불태우며 사는 대신에 열정을 연기하는 허구의 인물들을 보면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 어쩐지 불편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판타지는 적어도 사랑이 혼돈스럽고 관리가 불가능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또 이런 드라마들은 우리가 사랑을 하다가 상처를 받더라도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내게 상처를 줄 계획을 세웠기 때문도 아니고 내가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이란 본래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온전히 사랑만 할 수 없는 복잡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파에서 애인과 밀어를 나누기 전에 먼저 지구를 구하러 출동해야 할 때도 있고(클라크 켄트의 딜레마), 어떤 여자에게 깊이 빠져 다른 사랑을 할 수 없을 때도 있고(세스 코헨의 딜레마), 내가 가장 원하는 사람이 하필 내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사람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척 베이스의 딜레마).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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