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우리는 어렸을 때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사회성을 체득합니다.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에 놀이의 역할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그 시기에 제대로 놀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위험성은 17배나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샤이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놀지 않고 일만 하는 건 사람을 바보로, 살인자로 만듭니다. 이제 "나, 왕년에 좀 놀았어!"가 자랑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P117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일은 힘듭니다. 고된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변태입니다. (웃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유가 우리 손에 있는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이 자유를 움켜쥐고 우리를 대하는 사회이지요. 우리는 이런 사회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인간에게는 자유가 별로 없지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성취하면 칭찬받지만, 열심히 일하지 못하는 순간 냉정하게 내쳐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항상 가득 차 있는 시스템, 그들을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신자유주의 사회입니다. 진정한 자유가 없는 곳에는 놀이도, 창의도, 혁신도 없습니다. - P122

나는 어떻게 놀 때 가장 행복한가

 이제 강연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교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놀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답을 드릴 능력과 재간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질문을 여러분께 던진 이유는 ‘나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어서입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변 중 하나가 ‘어린 시절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을 때’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부모님이 흐뭇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있으며, 고개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상황 말이죠. 놀이터의 놀이기구들과 달리, 모래는 내게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모래성과 비교하지도 않고, 혼자 쌓아도 재미있고 친구와 같이 쌓아도 즐겁지요. 완성하지 못해도 즐겁고, 결국 근사한 모래성이 완성되면 부모님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합니다.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쌓는다면 다른 모래성이 나오겠지요. 놀이의 본질을 모두 담고 있는 행위입니다. 노는 동안,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합니다. 창의와 혁신, 행복은 서로 맞물려 있는 듯 보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혼자 노는 사람인가, 아니면 같이 노는 사람인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혼자 노는 게 즐거운지 함께 노는 게 즐거운지, 현실에서 놀 때 즐거운지 온라인상에서 놀 때 즐거운지,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사람인지 두뇌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인지, 이성적인지 감성적인지 말이지요.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알려줍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 즐거움의 원천인 놀이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이 질문에 정말로 답하고 싶다면, 일만 들여다보지 말고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보세요. 일과 놀이를 함께 성찰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123

하지만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예를 들면, 일상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안 좋은 습관, 즉 게임에 빠져 있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못 끊는다든가 하는 일상의 태도를 바꾸어보고 싶을 겁니다. 사랑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거예요.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바꾸고 싶다거나, 애인과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경우가 많이 있죠. "나는 늘 사랑에 빠지면 비슷한 행동들을 한다. 헤어질 땐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또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분도 있을 테고요. 직장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겁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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