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걸>에서 댄은 현대 남성의 ‘선택’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끝없이 약해지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여자와 자거나, 세상에는 후자를 여러 번 선택하는 남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남자들 중 일부는 전통적인 마초들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남자들은 상처 입을까봐 두려워하는 남자들입니다. 댄 역시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네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트는 3년 동안이나 그녀를 사랑해왔노라고 세레나에게 고백합니다. 더 근사한 것도 있어요.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할 때도 두 사람은 책에서 권하는 ‘밀당 게임’으로는 연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네이트에게서 질투를 유발하려던 세레나의 시도는 역효과만 내고 맙니다.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숨기겠다는 네이트의 결심은 세레나를 밀어내죠. 결국 오해만 쌓이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게임을 그만두기로 할 때까지 말이에요.
 그러니 어떻게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오늘날의 남성은 한 여자를 갈망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연모의 감정이 불러오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커플들을 생각해보면 이들 중 많은 남자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단테와 베아트리체,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와 롯데만 봐도 알겠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결코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 95 만 자살마저도) 할 남자들이라는 걸요. 아무하고나 자고 다닌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 P94

하지만 왕자는 신데렐라의 화려한 외모가 사라졌을 때도 그녀에게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청혼한 사람은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였습니다. 그녀가 강인하고 재능 있으나 부당하게 혹사당한 아가씨라는 점을 왕자가 어떻게든 직감했겠죠.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백설공주와 달리 신데렐라는 진정한 진취성을 보여줍니다. 왕자가 이런 점을 어떻게 알아챘는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요술봉과 못된 이복언니들이 등장하는 허구의 세계에서 그런 것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신데렐라가 잘됐을 때 우리가 그녀의 성공을 함꼐 기뻐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는 왕자가 올바른 이유로 신데렐라와 결혼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왕자가 자신의 판타지를 깨고 진짜인 그녀를 알아본 거라고요. - P110

관심과 스토킹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남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 119 다. 관심이 스토킹으로 비쳐질까 염려가 되면 즉각 뒤로 물러나겠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용기를 꺾어놓아도 여전히 상대를 쫓아다니는 공격적인 남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남자들은 여러분의 교제 상대가 아니겠죠. 계속 무시하는데도 포기할 줄 모르는 남자를 한번쯤 겪어본 적 있으시죠? 이런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별 수가 없잖아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짜증만 나고요. 그가 보낸 이메일을 향해 눈을 부라려도 봤겠죠? 선량한 남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친 스토커로 치부되느니 차라리 조심하는 편을 택합니다. 어떤 미친놈이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 라는 말을 이성 친구로부터 들을 때마다 이들은 어떤 여자에게도 그런 말을 듣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죠. - P118

하지만 독립적인 여자가 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문화가 싱글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싱글로 사는 것이 최악의 비극인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과학적이라는’ 연구들에서도 싱글인 여자들은 외롭고 우울하고 비참하다고 말합니다. 싱글은 거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습니다. 어딘가 모자라고 미완인 인간인 것처럼 말이죠. 짝을 만난 여성도 정서적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거나, 많은 남녀관계가 답답하고 지루하다거나, 심지어 서로 상처만 주는 관계도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싱글 생활은 어떻게든 청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싱글이 되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그저그런 관계에도 타협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사랑은 싱글이라는 ‘비극’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싱글의 장점이 뭐가 있을까 탐색해보는 대신 우리는 ‘사랑’에 명운을 겁 123 니다. 그 ‘사랑’이 아무리 뜨뜻미지근해도 말이죠. 때로 우리는 이런 타협에 너무 익숙해져서 사어 받는 관계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싱글 생활에도 장점이 있다는 걸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싱글 생활은 우선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는 안 보려 했던 자신의 면면들에 친숙해지게 됩니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창의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탁월함을 보여줬던 많은 이들이 오랜 기간 싱글로 살았습니다. 고독은 종종 성취의 전제조건이 됩니다. 관계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라는 게 아닙니다. 홀로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자서 삶을 꾸려나가려는 의지보다 더 강해지면 자신의 잠재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싱글로 있는 시간이 여러분의 힘을 앗아가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교제를 하면서 너무 많은 요구로 인해 지쳤다면 그 기간은 재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심지어 더 깊은 인간관계를 다루는 능력을 재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필요한 생기를 미리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P122

싱글 기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과 좋은 남녀관계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을 124 내건다는 것은 아무것도 걸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아찔한 낙하 후에는 다시 혼자가 되겠죠. 그러니 존재를 뒤흔드는 정열을 품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 홀로 서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남녀관계를 큐피드의 변덕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건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벌어집니다. 폭풍우가 다가오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죠. 먹구름이 아주 오랫동안 깔리고 나서야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몰아친 폭풍우로부터 몸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분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입니다. 혼자서 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혼자 살아나갈 힘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연인의 존중을 불러올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사랑이라는 높이뛰기의 바를 높이 걸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충 타협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죠. 기준을 높게 잡으면 여러분은 튕기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갖기 어려운 사람이 됩니다. 남자들이 최고의 노력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여러분은 남자들이 갖고 싶은 여자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튕기는 척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러분은 갖고 싶은 사람이 됩니다. 이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보다는 차라리 혼자인 편을 택하겠다는 결단입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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