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그 무렵 누군가   あの頃の誰か (2011)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옮김

  재인  2014년 04월 30일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산다. 모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열심히 살아서 꿈을 이루고 자신이 바라는 성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돈이 좀 있는 사람 덕을 보려는 사람도 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남을 속이고 죽이기까지 하면 그 뒤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도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래 성격과 다른 자신을 연기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꾸미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무섭다. 그렇다고 그런 것만 보고 살아가기 어려울 거다. 믿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쪽에 의심이 싹튼다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일까. 보이는 것을 못 본 척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한순간 그렇게 되는 것일지도.

 

아버지 재산이 많으면 자식과 친척은 그 재산에 욕심을 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텐데 이런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자주 나온다. 유언장에 써서 그런 건지도. 아버지가 쓴 다른 유언장이 사라졌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사람 딸이 나타나서 아버지는 유언장을 다시 썼다. 그 유언장을 찾으려는 사람과 찾지 않으려는 사람. 그 안에 자신한테 좋게 적혀 있으면 세상에 알리겠지만 반대로 안 좋으면 없애려고 할 거다.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유언장을 찾아야 한다. 찾은 유언장에는 두 자식한테 줄 돈을 한사람한테 주라고 쓰여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그런 유언장을 남겼을까. 또 다른 수수께끼가 나타났다. 그것은 쉽게 풀린다. 완벽하게 모두를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쁜 것은 들키고 만다. 돈이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듯하다. 나쁜 것은 돈일까. 다른 사람 말에 넘어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상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못하는구나. 실수였다 해도 깨끗하게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그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오랫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양자를 들이기로 하고 그 아기를 만난 날 남자는 엄청난 일을 알게 된다. 좀더 자기 지위를 높이기 위해 조건이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저지른 죄. 죄를 짓고도 잘 살아가던 날 그게 자신한테 돌아왔다. 아니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그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달아났다. 이것은 죄를 뉘우쳤다기보다 자신이 한 일이 드러날까봐 겁을 먹은 것뿐이다. 오래전에 죄를 짓지 말지 불쌍하구나. 왜 사귀는 사람 결혼하는 사람 따로 생각할까. 두 사람 다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비행기 사고로 아내 영혼이 딸 몸에 들어간다. 이것은 장편 《비밀》이 나오게 한 이야기다. 장편이 아닌 단편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나오지 않는다. 그랬을 거다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남편은 딸 몸에 아내 영혼이 들어와서 그것을 딸로 봐야 할지 아내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장편에서 그랬다는 거다. 여기에서도 그런 마음이었겠지. 아내는 정말 딸을 위해서 산 걸까. 사람은 영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아내 마음에는 다시 산다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딸 대신 자신이 살아서 마음 아팠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면 딸을 위해 살았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아무리 명탐정이라 해도 나이를 먹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지.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바뀐 게 더 크게 움직였다. 탐정보다 과학이 다 알아내주었다. 그런데 탐정이 쓰려는 수기 때문에 안 좋은 사람이 있었다. 오래전에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힘들었는데 탐정이 수기를 쓰면 그 일이 다시 이야깃거리가 될 게 뻔했다. 탐정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탐정이 푼 사건이 정말 옳았는지. 탐정은 그 일 때문에 수기를 쓰지 못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해결한 일이라 해도 그냥 놔두는 게 나을 듯싶다. 글로 써서 남기는 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죄를 지었을 때 자신이 형벌을 골라야 했다. 하나는 호랑이, 하나는 여자였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죄를 지은 사람이 고른 문 뒤에 있는 것은 여자였다. 그 사람은 여자와 결혼하고 살았다. 그런데 여자는 술꾼이었다. 그런 여자라 해도 헤어질 수 없었다. 그게 바로 벌이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고른 게 여자도 호랑이도 아닌 다른 거였나 했다. 예쁘지 않아도 여자여서 처음에는 좋았겠지만 살아보니 그게 더 끔찍한 일이었다. 죄를 지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다, 일까.

 

자고 싶고 죽고 싶지 않지만, 자면 죽는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사람 죄를 뒤집어쓰고 죽는다면 억울하겠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났다면 좋을 테지만 어쩐지 어려워보인다. 세상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잔인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런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걸려들지 않는 거다. 자신이 정직하게 살아도 안 좋은 일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왜 21세기에 잭인가

 

  살인마 잭의 고백   切り裂きジャックの告白 (2013)

  나카야마 시치리   복창교 옮김

  오후세시  2014년 03월 06일

 

 

 

 

 

 

 

 

 

 

 

1888년 런던에서 8월 31부터 11월 9일까지 두달 동안 ‘적어도’ 매춘부 다섯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장소는 이스트 엔드 화이트 채플 지역. 피해자 모두가 예리한 날붙이로 목을 베인 뒤에 장기를 빼앗김으로 그때 런던 시내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적어도’ 라고 한 것은 그 피해자가 좀 더 많았다는 설이 있기는 하나 수법 차이로 동일범 짓이라고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50쪽)

 

 

잭은 19세기 런던을 두려움에 몰아넣은 살인마다. 끝내 잭은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21세기니 잭은 오래전에 죽었겠지. 이 잭 이야기는 여러가지로 나왔다.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예전에 본 만화속에서 잭을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거기에서는 다 만들었을까(그 만화는 보다 말았다). 잭이 무서운 건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가기 때문일 거다. 오래전에 잭은 그 장기를 먹었다는 말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을까.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니 참모습은 알 수 없겠다. 이 책 제목 ‘살인마 잭의 고백’에 나온 잭은 바로 그 잭이다. 공원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에는 장기가 없었다. 장기를 꺼낸 솜씨가 좋았다. 경찰은 범인이 의료 관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해부학을 잘 아는 사람 현역 의사, 의대생, 정육업자……. 얼마 뒤 방송국과 신문사에 범행 성명이 온다. 그것을 보낸 사람은 자신을 잭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나면 무섭겠다. 책이니까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긴 하다.

 

첫번째 피해자를 검시한 사람은 범인한테서 아무런 망설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그 말은 맞았다. 그 뒤에 두 사람이 더 잭한테 죽임 당하고 장기까지 빼앗겼다. 잭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반드시 공통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사람은 많지만 자주 보이는 사람은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다. 이누카이는 본부 형사고 고테가와는 관할 경찰서 형사다. 이누카이는 범인을 잘 잡는 형사고 고테가와는 형사가 되고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죽임 당한 사람도 여자였다. 사실 두번째 때 같은 점을 알았다. 무엇이냐 하면 둘 다 이식수술을 받은 거다. 장기는 같은 기증자 거였다. 그렇게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둘이 더 있었다. 둘 가운데서 한사람이 먼저 죽임 당했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가 이식 코디네이터를 찾아가서 장기 기증자와 기증받은 사람을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환자 정보는 본래 가르쳐주는 게 아니기는 하다. 사람 목숨이 걸려있을 때는 가르쳐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식 코디네이터가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가르쳐주지 않은 데는 다른 까닭이 있었다. 이런 일(이식 코디네이터)은 잘못하면 감정에 휩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간 것은 범인이 정신이 이상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것을 즐긴 걸까. 그러고 보니 한사람한테서 장기를 받은 사람이 죽임 당했구나. 고테가와는 이런 말을 했다. 마술사의 속임수를 알려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잘 보아야 한다고. 이 말처럼 잭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거다. 잘못한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하면 그 잘못을 바로잡을지 생각하는 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보다 나을 텐데. 죽임 당한 사람은 장기 이식을 받기 전에 괴롭게 살았다. 장기 이식을 받는다고 해도 건강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이식받기 전과는 달랐겠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었을 텐데 잭은 그것을 빼앗았다. 세 사람 가운데서 한사람은 여러 사람한테서 도움을 받고 신장이식을 했다. 그러나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면역억제제는 평생 맞아야 하고 일도 찾지 못해서 도박에 빠졌다. 그런 것을 도움을 준 사람들이 알고 실망했다.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을 사람이 이식을 받고 목숨을 이으면 처음에는 기쁠 거다. 하지만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준 목숨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좋은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고 해도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할 때는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쁜 짓만은 안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장기도 있지만 죽었을 때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죽었다고 할 수 없다. 뇌사판정을 받은 것뿐이다. 나는 뇌사가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뇌가 죽으면 사람은 더는 생각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냥 두면 결국 장기와 함께 사람은 죽는다. 그렇게 죽게 놔두는 것보다 다른 사람한테 장기를 주고 죽는 게 더 낫다고 여기고, 뇌사판정을 받은 사람한테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한다. 물론 그 사람 식구한테. 전에는 그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뇌가 죽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아주 죽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주 죽으면 장기는 쓸 수 없다. 그랬구나,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그런 거였다. 그런 장기를 받은 사람이 잘 살아가면 좋을 텐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다. 또 이런 말로 흐르다니.

 

 

 

*더하는 말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묻어가서 나쁜 마음을 드러낸다. 잭이 범행 성명을 보내자 그것을 따라한 사람이 많았다. 자신이 잭이라고 하거나 누군가 잭이라 했다. 경찰은 그게 진짜가 아니라 해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진짜가 섞여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익명에 숨는 사람 많겠지.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매스컴도 그것을 이용한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 아니 윤리를 생각하면 모두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윤리를 크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윤리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아주 어두워지지 않을 거다.

 

 

 

 

☆―

 

“다른 사람 장기를 받았으니 살아가는 것에 책임이 생길 거야. 게으름 피우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결단코 용서받지 못할 테니까. 살아가는 것에 속박될 거야. 둘레에서 감시받고. 사야카는 그것이 무서울 뿐이야.”  (289쪽)

 

 

 

 

 

 

 

화가는 어느 때든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エコル·ド·パリ殺人事件 (2011)

  후카미 레이치로   박춘상 옮김

  한스미디어  2014년 01월 29일

 

 

 

 

 

 

 

 

 

 

 

에콜 드 파리는 제1, 2차 세계전쟁 때 활동한 화가를 일컫는 말로 모딜리아니, 수틴, 파스킨, 위트릴로, 후지타 쓰구하루, 사에키 유조가 있다. 화가 이름을 몇 사람 썼는데 그밖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콜 드 파리는 미술에서 무슨 파라고 하는 것 가운데서 ‘파리파’라고 하는 거다. 에콜 드 파리에 들어가는 사람은 같은 시대에 활동한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한사람 한파라고 한다. 파라는 건 왜 나눌까. 그것을 모르면 그림을 설명하기 어려워서일지도. 그림 그리는 사람 생각과 다르게 어떤 파에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콜 드 파리였던 사람은 별로 잘살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화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살지 못한 사람이 다른 파 화가보다 많은 것 같다. 때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딜리아니는 처음에 조각을 하다가 그림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 형편이 안 좋은 걸 파리 화상들이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모딜리아니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를거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때로는 잔인하다. 모딜리아니가 죽고 임신 여덟달인 아내도 뒤따라 죽었다. 그렇게 죽다니.

 

일본에서 손꼽히는 화랑인 아카츠키 화랑은 에콜 드 파리 화가 그림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밤 화랑 주인 아카츠키 히로유키는 자기 집 서재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서재는 밀실이었다. 아카츠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은 누군가 서재 창문으로 나가 발코니에서 뛰어내린 발자국과 가슴에 칼을 망설임없이 찔러서였다. 괴로워보이는 아카츠키 얼굴도. 아카츠키를 가장 처음 본 사람은 집사다. 사람이 죽으면 경찰은 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누군가한테 죽임을 당한 건지 살펴본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닐지도. 처음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네, 하는 생각은 안 하고 조사를 해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건지. 운노는 수사 1과 강력범죄 수사 10반 형사들과 아카츠키 시체를 보러온다. 그날 운노 조카 신센지 슌이치로가 나타난다. 다카츠키 콜렉션을 보러왔다고 했다. 설명하기는 어렵구나. 형사들이 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듯하다.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지만 알 수 없었다. 슌이치로는 운노한테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 《저주받은 화가들》을 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은 운노뿐 아니라 이 책을 보는 사람한테도 한 것 같다.

 

탐정이 나올 때는 형사는 엉뚱한 쪽으로 생각한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걸거다. 운노 조카 슌이치로가 무엇인가를 할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카츠키 아내가 밤마다 밖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서야 슌이치로가 나섰다. 아무도 알지 못한 것을 슌이치로는 알았다.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맞았다. 슌이치로가 살아가려고 하는 것은 에콜 드 파리 사람과 닮았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가기. 좋은 말이 있었는데 정리 못하겠다. 자기 스스로 일을 하게 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은 편할 거다. 여기에 나온 사건 광역 우 34호는 《살인마 잭의 고백》을 생각나게 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를 죽이고 몸 속 한 부분을 가져가서. ‘살인마 잭의 고백’하고는 조금 다른가. 아니 어쩌면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를 죽인 살인마 잭과는 비슷할지도. 이 일은 아카츠키 아내 때문에 해결한다. 그것을 좋게 봐야 하는 건지. 밀실이 어떻게 풀리는지 말 안 해도 괜찮겠지. 밀실은 누구를 위해 만든 걸까.

 

그림은 영감이 뛰어날 때만 그려야 할까. 나이가 적을 때 말이다. 스스로 붓을 꺾고 그림을 그만 그리면 좀 낫겠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게 만들면 괴로울 거다. 아카츠키가 쓴 《저주받은 화가들》에도 나이를 먹어서까지 그림을 그리는 건 안 좋다고 했다. 일찍 죽거나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 그림값은 비싸지니까. 화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화가는 언제나 그림 그리는 것만 생각한다고 한다. 자기가 예전만큼 그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을 거다. 화가한테 그림 그리는 일은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것만 비쌀까. 피카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게 비싸지만, 세잔 그림은 나이 들어서 그린 게 비싸다고 한다. 이 말은 우연히 들었다. 글도 일찍 죽은 사람 글은 지금까지도 읽힌다(글이 좋아야 하지만). 일찍 죽는 사람은 자신이 빨리 죽을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때 잘 그리고 잘 쓰는 건지도.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안 좋은 형편에서 더 좋게 나오기도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기도 할 거다. 좋을 때 기쁠 때도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돈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바란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 사람은 그것을 늦게 깨달았구나. 그림은 잘 봐도 사람 마음은 모르다니. 사람을 좋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곁에 붙잡아두면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늘 보살펴주어야 한다. 거의 그렇게 살아갈거다. 몇몇 사람만이 그냥 내버려둘거다.

 

 

 

희선

 

 

 

 

☆―

 

예술가는 글을 쓸 수 없다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곡을 지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절정에서 죽어야만 한다. 물론 세상을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하겠으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라는 선택받은 아니, 저주받은 인종에게 찍힌 낙인이다.  (169쪽)

 

-별로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츠메 우인장 18   미도리카와 유키 (2014년 09월 05일)

 

 

 

다른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여름(칠월)이 아닌 가을(구월)에 책이 나왔다. 이 책도 오래 나와서 1000만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만큼 팔린 거겠지. 바다 건너에 사는 나도 열여덟권 샀다.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본만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알려져 있으니까. 다른 나라 말로 나온 책까지 합치면 1000만 넘겠다. 18권과 함께 야옹 선생과 관계있는 책도 두권 나왔다. 그것은 나왔구나 할 뿐이다. 일본에서는 책이 어느 정도 나오면 원화 전시회를 하거나 여러 행사를 한다. 나츠메 우인장도 원화 전시회했다. 그런 것도 사람이 많이 와야 할 수 있겠지. 만약에 내가 가까운 곳에 살았다면 그림 보러갔을까. 아주 먼 곳은 어려워도 가까운 곳이라면 갈지도.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이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캐릭터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어떤 만화나 그렇게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고 살 만한 것을 만들 것 같다. 나는 다른 것보다 편지지, 엽서가 있으면 사겠다. 이것은 만들어도 많이 안 팔릴까. 나츠메 우인장 홈페이지를 보면 사람들이 여기 나오는 사람과 요괴로 꾸미고 담은 사진이 있다. 사람이나 요괴는 사람이 했는데 야옹 선생은 인형이다. 그런 것을 만든 것도 대단한가. 본래 모습(마다라)으로는 만들기 어렵겠지. 무엇인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코스프레 사진 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나츠메와 레이코는 좀……, 어쩔 수 없겠다. 만화와 사람이 똑같을 수 없으니까.

 

어딘지 확실히 모르지만 나츠메가 간 곳을 다스리는 요괴를 스승으로 둔 요괴가 나타났다. 나타났다기보다 나츠메와 만났다고 해야겠다. 땅 여기저기가 패이고 요괴는 쓰러져 있었다. 모습은 염소처럼 보인다(앞에 그림에서 나츠메 왼손 밑에 있다). 그 요괴 이름은 시로로, 요새 스승 몸이 안 좋아서 후계자를 정하려고 친구 아케와 힘겨루기를 하려고 하는데 아케가 자꾸 피했다. 시로는 작고 힘이 세지 않다, 아케는 시로보다 크다. 그래도 시로는 지지 않겠다고 했다. 시로가 나츠메한테 부탁한 건 심판이다. 시로가 싸우려고 하는 아케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 나츠메는 정말 아케가 있는 거냐고 했다. 아케는 진짜 있었다. 시로가 없을 때 나츠메 앞에 나타났다. 아케가 나츠메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시로가 나타나서 못했다. 아케는 시로한테 사흘 뒤에 싸우자고 했다. 사흘이 흘러서 시로와 아케는 만나서 힘을 겨루었다. 시로가 이겼다. 둘이 힘을 겨룰 때 아케가 뭔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약초였다. 아케는 스승을 위해 약초를 찾으러 다닌 거였다. 시로는 앞으로 둘이 같이 약초를 찾자고 했다. 그때 둘 스승이 나타나서 단련을 빼먹다니 하면서 데리고 갔다. 야옹 선생은 시로와 아케 스승을 보고 아직은 괜찮겠다고 했다. 요괴한테 스승이 있다니 하겠다. 힘이 세서 어떤 곳(땅, 산)을 지키는 요괴는 나쁜 힘을 몰아내는 듯하다. 나쁜 요괴라고 해도 되겠지. 지금 같은 시대는 요괴 힘이 약해진다. 시로는 힘이 별로 없는 자신이라도 스승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후계자가 꼭 하나여야 할까. 아케하고 같이 그 땅을 지키면 될 텐데. 시로 모습을 보고 나츠메도 토코 아주머니한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나츠메가 고장 난 오르골을 고치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부서진 듯했다. 그것 때문에 나츠메 기분이 안 좋았는데, 집에 가니 토코 아주머니가 오르골 소리가 난다고 했다.

 

우인장 이야기를 나츠메가 한 사람이 있던가. 친구 타키한테 할머니 유품이라고 했구나. 이것은 요괴와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노릴 만한 거다. 요괴보다 사람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나츠메는 나토리와 요괴연구를 하다 죽은 사람 집에 간다. 하코자키가 남긴 요괴연구자료 때문이다. 하코자키 손녀는 요괴를 안 좋게 여겼다. 왜냐하면 볼 수 없으니까.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신은 볼 수 없는 요괴 이야기를 해서 싫었다고(타키와는 다르구나. 타키 할아버지는 요괴를 볼 수 없었는데 요괴는 그 모습을 보고 놀러오기도 했다). 자신한테 필요없는 요괴연구 자료는 빨리 없애고 싶어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숨긴 서재를 찾는 사람한테 그 안에 있는 것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나츠메는 그것을 좀 아쉽게 여겼다. 죽은 사람 때문일까 손녀 때문일까. 둘 다겠지. 하코자키 집에서 나츠메는 우인장을 빼앗으려고 하는 요괴를 만났는데 둘이 하는 이야기를 나토리가 들었다(요새 나토리는 우인장을 알아보고 다녔다. 이번에도 우인장을 떠올렸다). 나토리는 지금 들은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했다. 나츠메는 이번 일이 끝나면 말할 테니 나토리한테 들어달라고 했다. 나츠메가 하코자키 집에 온 것은 우인장이나 할머니 레이코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레이코가 아닌 나츠메와 닮은 남자를 만난 적 있다는 말을 들었다. 레이코 말고 나츠메와 비슷한 사람이 또 있다니, 누굴까. 나츠메는 할아버지인가 했는데, 이렇게 수수께끼를 남기다니 언제쯤 이 이야기 나올까.

 

하코자키가 숨겨둔 서재는 나츠메가 찾았다고 해야 할까. 나츠메는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식)를 찾아냈다. 거기는 문이었다. 요괴는 안에 있는 건 아무한테도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토바 집안 사람들은 억지로 빼앗을 수 있었다. 요괴는 누군가한테 빼앗기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서재는 불에 탔다. 진짜 불은 아니고 자료만 태우고 집은 멀쩡했다. 하코자키를 따르던 요괴가 하코자키 이야기를 했는데 좀 쓸쓸해 보였다. 하코자키는 사람보다 요괴와 더 가까이 지냈다. 요괴들과 즐겁게 지내면서도 누군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손녀를 위해서 단풍나무도 심었는데. 나츠메 우인장에 나오는 요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한다. 하코자키도 비슷했을 거다. 나츠메는 요괴를 볼 수 있고 아는 나토리, 타키, 타누마를 만나서 아주 외롭지 않다. 다른 학교 친구도 있고. 지금은 요괴하고도 거리 조절을 잘 하는 것 같다. 나츠메는 레이코가 요괴와 싸워서 이기면 요괴 이름을 적게 해서 모은 게 우인장이 된 걸 나토리한테 말했다. 우인장은 할머니 유품으로 자신이 할 일은 요괴한테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고. 나토리는 지금 다른 말은 안 하고 듣기만 했다. 서재가 타는 걸 보고 나토리는 그런 위험한 것(우인장)은 태워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했다. 이건 나츠메를 걱정해서 한 생각이겠지. 나토리는 우인장을 왜 찾았을까. 다른 사람은 우인장을 몰라야 할 텐데, 내가 더 걱정한다.

 

요괴를 볼 수 없는 사람이 요괴를 보면 꿈으로 여기게 할 때도 있다. 요괴인지 모르고 하얀 올빼미(요괴가 동물로 모습을 바꾸면 보통 사람도 볼 수 있다)를 도와준 여자아이 꿈에 하얀 올빼미가 나타나서 반지를 갖다달라고 했다. 그것은 하얀 올빼미 발에 걸려있던 거다. 여자아이는 꿈속에서 들은 하얀 올빼미 말대로 숲에 갔다. 그곳에서 나츠메와 야옹 선생을 만났다. 나츠메는 여자아이와 함께 하얀 올빼미를 찾았다. 나츠메가 찾던 숲 주인을 먼저 찾았다. 나츠메가 이름을 돌려주려는 요괴와 하얀 올빼미가 같은 게 아닐까 했는데 맞았다. 하얀 올빼미는 반지를 받으면서 부리로 돌을 조금 깨서 여자아이한테 주었다. 여자아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빨간 돌조각만 여자아이 손안에 남았다. 나츠메는 여자아이 기억을 마음대로 지우는 건 안 좋은 게 아니냐고 했는데……. 요괴한테는 꺾을 수 없는 고집이 있는 거겠지. 이 말은 야옹 선생이 한 거다.

 

하얀 올빼미는 그림에서 나츠메 어깨 위에 있다. 책 안에 나오는 요괴가 책 맨 앞에 나와서 반갑기도 하다. 처음 그림만 봤을 때는 몰랐지만. 두번째에서 나츠메는 하코자키와 손녀가 아기였을 때 담은 사진을 찾았다. 나츠메는 그 사진을 손녀한테 주었다. 손녀는 그것을 보고 할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을까. 세상에는 자기 마음을 제대로 다른 사람한테 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남한테는 잘 나타내지 못하더라도 식구한테는 나타내면 좋을 텐데 쉽지 않겠지. 남 이야기는 이렇게 잘한다. 나도 잘 못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 잔잔하구나. 늘 그랬던가.

 

 

 

희선

 

 

 

 

 

 

*사진 가져온 곳 http://www.hakusensha.co.jp/natsume/narikir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종기, 루시드폴(2009, 2014)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편지를 쓴다

‘보내기’만 누르면 되는데,

내게 다시 돌아올까봐

임시보관함으로

보내지 못한 편지가 쌓여간다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조윤석)이 나눈 전자편지가 책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조금 관심을 가졌는데 바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두번째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때 루시드폴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그냥 갑자기 한 거죠. 그런 일 가끔 일어나잖아요. 우연히 생각한 것을 만나는 일. 마종기 시인 이름은 알지만 시는 많이 못 보았습니다. 루시드폴은 2집이 나왔을 때 알았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 이야기를 해서 시인한테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 한권 샀는데 제대로 못보았네요. 루시드폴 알고 나서 ‘미선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음반은 못 샀군요. CD 플레이어가 고장나서 CD 듣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루시드폴이 스위스에서 하던 공부를 끝내고 우리나라에 와서 한 라디오 방송은 들었습니다. 그때 ebs에서 <세계음악기행>이라는 방송을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책 많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바꾼 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음악방송이 하나도 없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ebs인데 음악방송 하기를 바라는 건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ebs를 들은 건 음악방송이 있어서였어요. 교육방송인데 음악방송이 다 있구나 했습니다. 그것은 밤 방송이었습니다. 루시드폴 라디오 방송은 안 해도 음악은 여전히 하고 있엇꾼요. 제가 관심을 덜 가져서 그것을 빨리 몰랐던 거네요. 생명공학 쪽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어쩌면 두번째 책에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전자편지(앞으로는 그냥 편지라고 할게요)라고 해도 오랫동안 주고받기 어렵습니다. 루시드폴이 마종기 시인한테 편지를 썼다 해도 마종기 시인이 답장을 쓰지 않았다면 주고받는 대화가 되지 않았겠지요. 마종기 시인을 시를 쓰고 루시드폴은 음악을 해서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두 사람한테는 공통분모인 과학이 있었습니다. 과학이라 해도 분야는 다르지만(마종기 시인은 의사고, 루시드폴은 공학박사). 시와 음악은 아주 동떨어진 건 아니죠. 시는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니까요. 예전에 친구와 루시드폴이 쓴 노랫말은 시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루시드폴은 시를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벌써 쓰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어쩌면 시인이 인정해주는 시를 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두 사람이 나누는 편지를 보니 저도 편지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건 전자편지가 아니고 그냥 편지예요.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보니, 내 생활은 정말 단순하구나 했습니다. 무엇인가 다른 일이 있어야 그런 일을 말할 텐데, 날마다 거의 비슷한 날이어서 비슷한 말을 합니다. 한사람(마종기 시인)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한사람(루시드폴)은 스위스 로잔에서 할 일을 하면서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더군요. 갔다 와서는 그곳 이야기를 하고, 책과 CD 를 서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그냥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나이 차이를 아버지와 아들에 가깝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들과 루시드폴 아버지는 두 사람 사이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종기시인 아들은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군요. 한글이어서 읽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부러움을 느끼지 않게 마종기 시인은 아들과 루시드폴은 아버지와 잘 지냈을 것 같네요.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서 사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조금 다른 형편이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게 서로 마음을 열게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편지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에 한번 들었을 텐데 잊어버린 것이 생각났습니다. 마종기 시인 아버지가 동화작가 마해송이라는 거예요. 마종기 시인과 마찬가지로 이름은 알지만 만나 본 동화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신기해서. 동화가 시와 닿아있다는 거 아세요. 시·소설 이런 갈래가 있지만 모두 글이라는 것은 같군요. 어떤 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시를 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시를 많이 보고 잘 아는 게 아니어서, 여러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말하기 어렵네요. 루시드폴은 마종기 시인 시를 여러번 보았다고 하더군요. 좋아하는 시, 시인이 있는 것도 좋은 거예요. 저요, 저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쉬워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우연히 괜찮은 시를 보면 그 시인은 어떤 시를 쓸까 조금 알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 한편은 좋아도 시집 안에 있는 시가 다 좋지는 않더군요. 음악은 CD 한장에 들어있는 게 다 좋기도 합니다. 제가 시집 한권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런 거겠지요. 편지보다 시 이야기를 했군요.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저도 아직 시를 좋아합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앞으로는 시를 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사둔 마종기 시인 시집을 먼저 만날까봐요.

 

마종기 시인은 과학을 하는 사람도 문학을 알면 좋다고 했습니다. 꼭 문학만 말한 건 아닙니다. 철학, 음악, 미술……. 마종기 시인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문학과 의학’ 강의를 했습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과학에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겠지요. 마종기 시인처럼 의사면서 시를 쓰는 사람도 있고, 소설을 쓰는 의사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하는 사람 부럽군요. 저는 하나도 못하는데……. 책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저를 생각했습니다. 루시드폴은 공학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말도 하더군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니 그쪽 말을 알아야 했겠지만. 루시드폴 소설도 쓰고 다른 나라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두권 다 아직 못 봤지만.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여러가지를 다 잘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것도 그런가 보다 해야죠.

 

나이 차이가 나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 좋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나온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대 사이에 소통이 없는 게 문제다고(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서로 상대 말을 귀 기울여 듣기보다 자기 말을 더 하려고 하니까요. 어른은 아이 말을 아이는 어른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말로 하기 어려우면 이렇게 편지로 하는 것도 좋겠지요.

 

 

 

임시보관함에 쌓인 편지를 하나씩 지운다

끝내 너에게 건네지 못한 마음

 

 

 

*더하는 말

 

조금 쓸데없는 말인데 짧은 글은 제 이야기 아닙니다. 글은 자신이 아닌 남이 되어보는 것이기도 하죠. 이 말을 듣고 저도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 글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말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말을 조금 바꾸었네요. 글을 쓸 때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저는 편지 쓰면 쌓아두지 않고 다 보냅니다. 저하고는 다르게 쓰고 차마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얼마전에 본 책에도 그런 사람이 나왔습니다. 제가 본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고 예전에 나온 겁니다. ebs 라디오 음악방송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얼마전에 개편을 했습니다. (음악과 책을 함께 들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조금 들어봤는데 다른 라디오 방송과 비슷해졌습니다. 몇번 듣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했네요). 전에 하던 방송이 거의 없어지고 아주 달라졌습니다. ebs는 많은 게 한번에 바뀌더군요. 날마다 들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없어지니 아쉬웠습니다. 좋아하는 걸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어쩌면 이런 생각은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헤어질 텐데 사람(친구)을 왜 사귀나 할 수 있으니까요(친구와 사이가 나빠지거나 어쩌다 연락이 끊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하고 라디오 방송은 좀 다르기도 하죠.

 

 

 

희선

 

 

 

 

☆―

 

서둘러 윤석 군의 《국경의 밤》 앨범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첫 결과는 ‘어리둥절함’이었습니다. 내가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아니면 이게 세대 차이라는 것일까.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아주 좋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던 생각이 나서 다시 듣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아, 이 노래들은 혹 대화를 나누려는 외로운 영혼의 숨소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흐처럼 나를 맑게 정돈시키는 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베토벤처럼 나를 압도하고 소름 끼치게 진리를 설파하는 것도 아니고, 모차르트처럼 천상의 황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바로 이 음악이 외롭고 고달픈 또래 영혼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같은 세대가 느끼는 동류의 슬픔을 같이 흐느끼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서로가 동료 의식으로 힘이 되는 그런 부드러움. 부드러움이 결국 힘이 되고 열기가 되어 불꽃으로 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노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84쪽)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9-0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4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게 휘두르며 21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3년 04월 23일

 

 

 

 

 

 

 

 

 

 

 

 

일본 고교야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그것을 조금 말할 텐데 잘 모른다. 전에 한번 나온 적 있기는 한데. 일본 고등학교 야구부가 늘 가고 싶어하는 곳은 고시엔이다. 고교야구 전국대회와 비슷하다. 먼저 현에서 1등 해야 고시엔에 갈 수 있다. 여름이 가장 큰 듯하고 봄, 가을에도 가는 건지 이것은 잘 모르겠다. 여름대회는 끝나고 니시우라 고등학교는 졌다. 한번 지면 끝이다. 사이타마 현에서 고시엔에 간 학교는 ARC 학원으로 2회전에서 졌다고 한다. 사이타마 현에서 신인전이 열렸다. 니시우라는 세 경기를 모두 이겨서 시드가 되었다. 시드가 되는 게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가을대회 때 센 학교하고 바로 경기하지 않는 건지도. 니시우라가 그렇게 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한다. 신인전에서 모두 이긴 걸 보면 합숙훈련한 게 좋게 나왔나보다. 20권 보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때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말 또 하다니. 가을대회 추첨(경기하는 상대)은 고문 선생님과 하나이, 사카에구치가 갔다. 여름대회하고는 뭐가 다를까. 그때는 추첨 넓은 곳에서 하고 야구부원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니시우라 첫상대는 무사시노 제1고교가 되었다. 언젠가 싸우게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이렇게 빨리 오다니. 전에 책 사고 그걸 알았을 때는 그냥 기대했는데, 이번에 보면서는 ‘그렇구나’ 했다.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학교에 돌아온 하나이를 보고 타지마는 배팅센터에 가서 연습하고 싶다고 한다(타지마가 말한 바센バッセン이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 배팅센터라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말하는 걸 잘 봐야겠다. 말투라고 해야 할까). 하루나가 던지는 빠른 공을 칠 수 있도록. 무사시노와 경기 하게 돼서 좋아한 사람은 또 있다. 투수 미하시다. 그냥 미하시가 아니고 투수 미하시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다. 미하시가 기뻐한 것은 아베가 경기에 나가서다(여름대회 때 다쳐서 한동안 쉬었다). 미하시는 아베한테 ‘이길거야’ 했다. 미하시 바로는 아니더라도 예전보다 말 잘하게 되었다. 아베한테 의지하지 않고 자기도 생각하고 공 던지기로 했으니까. 니시우라 고등학교는 문화제 하는 때였다. 야구부 아이들은 자기반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도 했다. 하나이와 몇몇 아이들은 반 아이들을 도와주러 갔다. 이런 것도 잠깐 넣다니(전에는 체육대회가 잠깐 나오기도 했구나).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잠깐 쉬어가는 시간. 하나이와 사카에구치는 추첨할 때 예전에 모모 감독과 한사람뿐인 야구부원 이야기를 하다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사람이 죽은 것보다 모모 감독이 왜 고시엔에 가려고 하는지가 중요한가. 야구를 좋아해서). 그것을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다. 다음날 모모 감독이 하나이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아이들한테 말해주라고 했다. 야구를 하다가 죽은 건 아니고 산에서 어떤 일이 있어서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야구부 선배가 하나 있었는데 죽었다고 하면. 하나이는 지금 함께 야구하는 아이 가운데서 누군가 죽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만화를 모르는 사람이 이것을 본다면 무슨 이야기인가 하겠다. 책을 안 본 사람도 알 수 있게 써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잘 쓰는 게 아니어서. 여기에서 잠깐 무사시노 제1고교와 하루나 이야기를 할까 한다. 하루나는 니시우라 고교 야구부에서 포수인 아베와 같은 중학교에서 야구를 했다(학교가 아니고 야구팀이었던가). 아베는 하루나가 팔을 다치고 나은 다음에 만났다. 하루나는 빠른 공을 던졌다. 중학교 때는 성격이 별로였다. 그것보다 팔을 다친 일 때문에 몸을 사렸다. 나중에 프로가 되기 위해 하루나는 한 경기에서 80구만 던졌다. 아베가 처음부터 하루나 공을 잘 받은 건 아니다. 많이 받다가 겨우 받게 되었다. 그때 아베는 하루나와 배터리인 게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떤 경기에서 하루나는 80구를 다 던졌다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아베는 단 한구라도 좋으니 빠른 공을 던져달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아베는 하루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아베는 고개 젓는 투수를 싫어했다. 미하시한테도 고개를 젓지 못하게 했다. 미하시는 중학교 때 포수가 사인을 보내준 적이 없어서 아베가 사인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여름대회 때 상대팀이 그것을 알고 이용했다. 아베는 다리는 다치고 그 경기는 졌다. 아베는 다리를 다쳐보고 중학교 때 하루나 마음을 알게 되었다(하루나는 또 다치지 않으려고 공을 적게 던졌다). 여름대회가 끝나고 미하시는 미하시대로 아베한테만 생각하게 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자신도 생각하기로 했다. 여름대회 때까지 미하시는 아베가 보내는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한번은 고개 젓는 사인도 만들었다). 하루나는 아베와 인연이 있다. 미하시는 잠깐 아베가 하루나와 야구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우울해한 적도 있다. 지금은 그런 마음에서 벗어났다.

 

고교야구는 잘하는 사람 한사람이 있어도 잘되기도 한다. 한사람은 투수다. 포수도 있으면 더 좋을까. 프로는 좀 다르겠지만. 무사시노 제1고교는 하루나가 들어가고 야구부 성적이 좋아졌다. 하루나는 중학교 때와 달라지기도 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것을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 무사시노 제1고교에는 하루나가 던지는 빠른 공을 받을 수 있는 포수가 없었다. 정포수가 아닌 포수는 하나 있었지만. 아키마루는 어렸을 때부터 하루나가 던지는 공을 받았다. 여름대회 결승전에서도 아키마루가 받았다. 아키마루는 하나만 잘했다. 하루나가 던지는 공을 받는 것. 아키마루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다른 아이들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하루나는 아베가 자기 공을 받아주던 때를 그리워하는지도. 아베는 미하시한테 사인대로 던지라고 했는데, 아키마루는 하루나한테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 사인을 보내도 그렇게 던지기 어려워서. 하루나는 사인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니시우라 고교 아이들도 그 점을 알았다. 배터리는 두 사람이 하나다. 서로 이야기를 해서 공을 던져야 더 잘되는데 하루나와 아키마루는 그걸 안 하는 거다. 둘이 경기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다. 그런 거 고교야구에서는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고교야구를 얕보는 건 아니다.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한 건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해서 그런지 연습하는 건 잘 안 보여준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걸 하면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가을대회 1회전이 시작됐다. 이번에 4회말까지 했다. 반은 아니지만 많이 흘러갔다. 무사시노 제1고교 2회초는 4번 타자 하루나부터 시작해서 1점 얻었다. 니시우라가 2회말 때 1점 얻는 것은 조금 웃긴다. 전에 봤는데도 아키마루가 어땠는지 몰랐다. 이번에 조금 알았다. 아키마루는 하루나가 던지는 공은 잘 받지만 다른 데 던지는 것은 잘 못했다(앞에서도 한 말). 마음먹고 던지면 잘 갔지만. 아키마루가 공을 잘 못 던지는 걸 이용해서 니시우라는 4번 타자 타지마가 들어와서 1점 얻었다. 무사시노 제1고교 타자가 한바퀴 돌고 다시 하루나 차례가 왔을 때, 아베는 미하시한테 ‘미하시 직구’를 던지게 했다. 그렇게 해서 하루나를 삼진시켰지만 나중에 감독한테 혼났다. 미하시가 던진 공이 하루나한테 맞을 뻔했다. 미하시가 이상해진 걸까 했는데, 그게 아니고 하루나가 ‘미하시 직구’를 잘 못 보게 하려고 아베가 미하시한테 그런 공을 던지게 했다. ‘미하시 직구’는 잘 쓰면 무기지만 많이 보여주면 누구나 칠 수 있다. 4회말 때 무사시노 제1고교 포수 아키마루는 하루나한테 사인을 보냈다. 그것을 어떻게 보낸 거냐면, 하루나가 다음에 던질 공을 아키마루가 먼저 알고 한 거다. 아키마루는 하루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다 알다니, 이것도 오래 해야 그렇게 되겠지. 이게 다음에 어떤 도움이 될지. 하루나는 아키마루가 사인을 보내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볼넷을 던지기도 했는데 점수는 내주지 않았다.

 

나는 니시우라가 이겼으면 좋겠다. 미하시가 자신을 더 가졌으면 해서. 다음권 예고에 아키마루가 ‘미하시 직구’를 보는 게 나온다. 그 공 비밀을 알게 될지도. 그렇다 해도 아베와 미하시가 함께 생각해서 잘 해내기를 바란다. 다른 아이들은 점수를 넣어줄거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08-12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3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츠메 우인장 17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4년 01월 04일

 

 

 

 

 

 

 

 

 

 

 

 

 

여름에는 나츠메(夏目)를 만나야 한다. 별로 재미없는 말을. 겨울(2014, 1)에 나온 책을 이제야 보았다. 책을 보고 시간이 흘러도 얼마 본 게 얼마 안 되어서 예전보다 느려졌나 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그렇게 느려진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전에 ‘나츠메 우인장’에 나왔던 것을 찾아보려고 예전에 보고 쓴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왜냐하면 너무 못 써서다. 그때 왜 그렇게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고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만화를 본 다음에는 어떻게 쓰면 좋을까. 다른 책 보고 쓰는 것도 어렵고 만화 보고 쓰기도 어렵고. 나도 이것을 보고 나츠메가 어떤가를 말하는 게 좋을까. 나는 처음부터 봐왔으니 나츠메가 어떤지 알지만 나츠메가 대체 뭐하는 애야, 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처음 빼고) 말 안 했으니 잠깐 말해도 괜찮겠지. 나츠메는 고등학생이다. 맨 처음에 이런 말을, 2학년 된 거 아닌가 했는데 아직 1학년이다. 아니 이상하다, 전에 2학년 된 것 같은데 이건 언제 이야기일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겠다. 나츠메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요괴를 볼 수 있다.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서 나츠메는 여러 친척집을 옮겨다녔다. 그러다 아버지쪽 먼 친척인 후지와라 부부 집에서 살게 되었다. 할머니 레이코가 남긴 요괴 이름이 쓰여 있는 ‘우인장’ 때문에 야옹 선생과 이런저런 요괴를 만났다. 그전까지는 나츠메가 요괴를 안 좋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다. 나츠메는 우인장에 있는 이름을 요괴한테 돌려준다. 이름을 돌려받기 위해 나츠메를 찾아오는 요괴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요괴도 있다(우인장을 노리고 찾아오는 요괴도 있다. 우인장이 있으면 요괴를 부릴 수 있다. 요괴 이름이 적힌 종이는 요괴 목숨이기도 하다. 종이를 찢거나 태우면 요괴가 죽을 수 있다. 곧 우인장은 요괴 목숨 다발이다. 나쁜 뜻을 가진 사람이나 요괴가 그것을 가지면 안 되겠지). 나츠메는 요괴가 보이고 말을 나누게 되어서 우는 요괴를 보면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도 하다보니 길어졌다(별로 길지 않은가). 이번에는 우인장과 관계있는 일은 나오지 않는다.

 

요괴가 사람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사람과 같은 모습일 때도 있다. 나츠메는 우연히 남자가 떨어뜨린 봉투를 주워주고 자기 학교에 같이 간다. 남자 이름은 아오이다. 아오이는 어릴 때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서 나오는 친구 니시무라가 나츠메한테 ‘혼자서 뭐해’ 하는 말을 듣고, 나츠메는 자기와 함께 있는 게 요괴라는 걸 알았다. 결국 이렇게 쓰는구나. 아오이는 예전에 여자아이를 숲에서 만났다. 이런 이야기 전에도 있었다. 이 작가(미도리카와 유키)가 그린 《반딧불이 숲으로》다. 그냥 생각나서. 아오이가 만난 여자아이 이름은 소노카와 가오루다. 가오루는 숲에서 나무 위에 혼자 있는 아오이를 만나고 오랫동안 숲에 다녔다. 중학생이 되고도. 아오이는 가오루와 자신이 다른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걸 알고 가오루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왜 지금 만나러 온 거냐면, 가오루가 결혼한다고 초대장을 보내서다. 아오이는 가오루를 잊으려고 했지만 아주 잊지 못했다. 둘은 만나고 어떻게 됐을까. 바로 이 말로 넘어갔다. 말하면 안 되는 건 아니겠지(전에는 더 자세하게 말해놓고 이제와서 이런 말을). 가오루가 결혼한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가오루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아오이가 가오루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했을 때 정말 그럴까 했다. 어떤 때는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사람이 죽었을 때도 있었다). 결혼한다고 한 것은 아오이를 잡기 위한 덫이었다. 아오이와 함께 있고 싶어서. 아오이는 가오루를 다시 만나고 가오루 곁에 있기로 한다. 사람과 요괴 사는 세계가 다르지만 만나버리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나츠메는 둘이 만나고 그렇게 돼서 기뻐했다.

 

야옹 선생이 늘 하던 것과는 다른 연회(술 마시러 간다)에 간다면서 나츠메한테 함께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나츠메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에서 그 생각을 하다가 다른 연회는 어떨까 하다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야옹 선생을 보고 따라갔다. 그런데 야옹 선생은 안 보이고 야옹 선생 닮은 돌이 있어서 나츠메는 그것을 주웠다. 그곳에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 있었다. 야옹 선생이 그 집으로 들어간 건가 하고 나츠메도 들어간다. 집 안에 들어가니 상처가 많은 요괴가 있었다. 나츠메는 그 요괴한테 괜찮으냐고 했다. 나츠메가 자기한테 손을 대자 그 요괴는 ‘이제 내가 술래다. 숨어’ 했다. 술래가 어쩌고 해서 나쁜 요괴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요괴들이 놀이(숨바꼭질)를 하는 곳에 나츠메가 끼어들고 만 거다. 야옹 선생이 집에 오지 않아서 나츠메는 히노에, 미스즈, 중급한테 도움을 받았다. 나츠메가 잠을 자면 그 집에 가 있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요괴가 하는 놀이는 며칠 동안 이어지는 거였다. 놀이에서 빠지려면 나츠메가 처음 만난 요괴(유즈루)를 찾아야 했다. 나츠메는 술래가 되어서 유즈루를 찾아서 자신이 숨바꼭질에서 빠지는 걸 허락해달라고 했다. 큰일은 일어나지 않고 그렇게 해결됐다. 야옹 선생은 나중에 집에 돌아왔다. 나츠메는 잠깐 야옹 선생 닮은 돌이 야옹 선생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은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사람들은 배우로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 모르게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나토리 슈이치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생인 나토리를 보니 나토리를 만났을 때 나츠메가 생각났다. 나토리가 그때 나츠메와 비슷해 보였다. 아주 똑같지 않지만. 나토리 집안은 본래 요괴를 쫓는 일을 했다. 그런데 요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태어나지 않아서 그 일을 그만두었다. 그만둔 건 그렇다 치고 요괴가 복수하러 올까봐 무서워했다. 요괴를 볼 수 있는 나토리가 태어난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토리 때문에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기도.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나토리는 친구가 없었다.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사람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토리는 그곳에 찾아간다. 나토리는 자기와 같은 사람과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다. 이건 나츠메도 비슷했다. 나츠메는 야옹 선생을 먼저 만나서 요괴를 좀더 알게 되었다. 나토리가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마토바 세이지다. 마토바 집안은 요괴를 물리치는 집안에서 첫번째였다. 마토바는 요력도 셌다. 나토리는 그럭저럭이었다, 보통인가. 나토리는 마토바와 있는 게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함께 큰 요괴를 잡았다. 이렇게밖에 말을 못하다니. 마토바는 힘을 길러서 요괴를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토리는 모임에서 만난 다쿠마 말을 듣고,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서 요괴를 물리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토리가 만난 건 마토바만이 아니었다. 좀더 쉽게 생각하면 마토바는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요괴를 잡아서 없애려 하고, 나토리는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기 위해 요괴를 물리치려고 하는 거다. 나츠메는 사람도 요괴도 같다고 생각하고 둘 다 똑같이 대한다. 나츠메는 마토바하고도 나토리하고도 같지 않다. 마토바는 나츠메를 만나도 그대로지만, 나토리는 조금 달라졌다. 그것보다는 나츠메는 나츠메로 있어도 된다고 했구나. 고등학생 때 나토리는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다보면 무언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나츠메가 아닐까.

 

어쩐지 이번에는 나츠메를 조금밖에 못 본 것 같다. 나토리 이야기가 있어서구나. 지금까지 요괴와 사람이 만난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헤어졌다. 사람이 죽거나, 요괴를 볼 수 없게 돼서. 요괴가 힘이 다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이런 이야기가 한번 나와서 좋구나. 그 둘도 언젠가 헤어지는 때가 찾아오겠지만 지금이 중요하다. 나츠메는 그때 우는 건 누굴까 했다. 남는 쪽이겠지. 아니, 꼭 운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