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이탈리아

 

  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김태진, 백승휴

  카시오페아  2015년 05월 25일

 

 

 

 

 

 

 

 

 

 

 

학교 다닐 때 르네상스라는 말 들었지만 이게 뭔지 잘 모른다. 생각나는 건 ‘문예부흥기’라는 말이다. 이건 무슨 과목에서 배웠을까. 역사일까, 미술이까.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일어난 문화운동으로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유럽 여기저기로 퍼져갔다고 한다. 그전에는 고딕 양식이었나. 이건 건축이 그랬다고 해야겠다. 르네상스 좀더 자세하게 봐야 했는데 앞에 것만 조금 보고 말았다. 책 볼 때도 조금 아는 게 있으면 더 나을 텐데. 이런 생각한 게 처음이 아니구나. 우리나라도 여러나라로 나뉜 때가 있었다. 르네상스가 일어난 이탈리아도 한나라가 아니었다. 로마가 무너지고.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는 조선이었을까. 다른 나라를 봐도 우리나라는 그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해도 시대나 조금 알고 다른 건 잘 모른다. 얼마전에 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에도 비슷한 때가 나온다. 거기에서는 한때가 아니고 더 긴 시간을 다뤘다.

 

이 책을 보기 전에 한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제는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다. 아주 예전에도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에 갔다온 적 있겠지만 그때 기록은 별로 없는 듯하다.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뿐 아니라 아주 먼 나라까지 다녀오는 사람 많다. 이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즐거움과 놀라움이 있을 듯하다. 좋아하는 주제를 정해 거기에 집중하는 여행 괜찮을 것 같다. 아는 사람 없고 조용한 곳에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괜찮겠지. 이건 말 그대로 쉼이구나.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 떠났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른 나라에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한번밖에 못 간다면 이것저것 많이 보고 오고 싶겠다. 먼저 공부하고 가면 더 잘 볼 수 있을지도. 이건 주제를 정했을 때겠다. 그저 마음 편하게 보내고 오고 싶을 때는 그냥 가도 괜찮겠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게을러서 이런 말을 하는구나. 알고 가서 잘 볼 수도 있겠지만 모르고 가서 보는 놀라움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러면서 앞에서 르네상스가 뭔지 잘 몰랐다고 했구나. 이 말을 모르는 아쉬움 때문에 한 건지도.

 

여기에서 가는 곳은 이탈리아 피렌체, 밀라노, 로마 그리고 베네치아 네 곳이다. 피렌체에서 브루넬레스키와 보티첼리, 밀라노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에서는 미켈란젤로 부로나오티, 베네치아에서는 티치아노를 만난다. 네 도시 다섯 사람이지만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 이야기도 있다. 브루넬레스키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이 사람은 금은세공과 조각을 했는데 건축을 배우기로 하고 로마로 갔다. 그때는 건축을 배우려면 프랑스로 갔는데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 건축을 혼자 공부했다. 그것도 열일곱 해나.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공부할 곳도 마땅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뛰어들다니 대단하다. 브루넬레스키는 두오모 성당 쿠폴라(돔)를 짓고 두오모 성당을 마무리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은 다 짓기까지 150년이 걸렸다. 지금은 건물 겨우 몇달 만에 뚝딱 지어내는데 예전에는 꽤 오래 걸렸다. 어떤 나라 성당은 아직도 짓고 있던가. 그렇다 해도 일백만년 뒤에는 없을지도(이런 생각을). 브루넬레스키와 관계있는 사람은 조각가 도나텔로, 원근법으로 그림 그린 마사초, 건축가와 예술이론가인 알베르티가 있다. 원근법 이때 처음 쓴 건가보다. 브루넬레스키가 원근법을 마사초한테 가르쳤다고 한다.

 

보티첼리는 종교 그림을 많이 그리던 때 고대 신화를 그렸다. 신화 그림 그린 게 이때가 처음일까. 보티첼리가 여러가지 할 수 있었던 건 메디치 집안이 도와줘서다. 아는 사람은 알지도 모르지만, 나는 ‘메디치’라는 집안 잘 몰랐다. 얼마전에 다른 책에서 <동방박사의 행렬> 봤는데, 거기에 메디치 집안 이야기가 짧게 나왔다. 여기에도 다 알만큼 나온 건 아니다. 메디치 집안은 귀족이 아니어서 시민이 좋아했다고 한다. 코모시 데 메디치와 손자 로렌초는 예술가한테 도움을 주었다. 지금은 그것을 투자라고 하겠지. 예술은 잘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거다. 그래도 메디치 집안은 그것을 믿은 듯하다. 피렌체는 아직도 17세기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지금 21세긴데. 거기에는 건물을 새로 짓지 못한다. 피렌체에 가면 17세기로 시간여행 간 것 같을지도(17세기가 어땠는지 모르는데).

 

밀라노는 지난날과 지금이 함께 있는 도시다. 여기에도 두오모 성당이 있다. 이곳 두오모 성당은 다 짓기까지 오백년이 걸리고 세상에서 세번째로 큰 성당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피렌체 작은 마을에서 서자로 태어났다. 예술가한테 신분이 뭐 중요한가 싶지만 이때는 아주 상관없지 않았다. 다 빈치는 자기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밀라노다. 다 빈치는 그림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했다. ‘빈 틈없이 완벽하게’ 하는 말과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다 빈치가 그림에 담으려고 한 것은 그리려는 대상이 가진 본질인 듯하다. 그림 그리기 전에 적는 게 아주 많았다. 관찰하고 생각한 다음에 그림을 그렸나보다. 천재라고 해도 애쓰지 않은 게 아니다. 이건 로마로 간 미켈란젤로도 마찬가지다. 미켈란젤로는 다 빈치보다 좋은 집안에서 나고 로렌초 눈에 띄어 양자처럼 지내기도 했다. 그 시간이 그렇게 긴 건 아니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뿐 아니라 그림과 건축도 했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는 그리기 싫었지만 결국 그려서 대단한 작품이 되었다. 보티첼리는 아름다운 성모를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아주 젊은 성모를 조각했다.

 

베네치아는 열려 있고 잘 받아들여서 그것을 융합했다. 티치아노는 캔버스에 유화를 그렸다. 그전에는 나무판에 그림을 그렸다. 앞에 그림 가운데는 나무판에 그린 것도 있을까. 티치아노 제자 틴토레토는 데생과 색감을 섞어서 나타냈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잘 그렸다고 가려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잘하는 사람일 때 그렇구나. 책을 보다보니 건축, 조각, 그림은 종교 때문에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동양도 다르지 않다. 절을 짓고 불화를 그리고 불상을 만들었다. 종교와 떨어진 예술이 된 건 좀더 뒤겠지.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여기에서 말한 사람마다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개방에 이른 다시 창조하기라는 말을 했지만, 다들 남을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것을 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거 하나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쿠바, 잘 모르는 나라

 

  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정승구

  아카넷  2015년 06월 15일

 

 

 

 

 

 

 

 

 

 

 

 

제목에 쿠바를 잘 모른다고 했는데, 내가 잘 아는 나라 별로 없다. 다른 나라만 모르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도 잘 모른다. 누군가는 지도를 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곳을 상상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런 거 거의 안 해봤다. 다른 곳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서겠지. 쿠바가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 쿠바가 섬이라는 것을 안 지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에 본 어떤 책에 그런 말이 나와서 알았다. 일본도 섬나란데 어쩐지 쿠바는 일본하고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둘레 나라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쿠바는 스페인 지배를 받다 다음에는 미국에 간섭을 받았다. 그게 200년쯤이라고 한다. 스페인은 여러 나라를 지배하기는 했다. 그것 때문에 지금 스페인말 쓰는 나라가 많은 건지도. 예전에 본 책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는 말이 스페인말이라고 했다. 평면으로 된 지도를 보면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이 아주 멀다고 생각한다. 실제는 바로 옆인데, 그래서 나온 게 지구본이겠지. 늘 그런 건 아닌데 잘 모르는 곳이 있으면 지도가 보고 싶기도 하다. 생각만 하고 찾아보지 않았다.

 

이 책을 보기 전부터 그저 쿠바에 다녀온 이야기가 아니리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쿠바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체 게바라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도.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을 이끈 사람으로만 안다. 어쩌다 보니 체 게바라 평전 보기는 했는데 잘 못 봤다. 천식이 있고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고 남아메리카를 돌아보았다는 것밖에. 평전에서 봤을 텐데 잊어버린 게 있다. 그것은 체 게바라가 태어난 곳은 쿠바가 아닌 아르헨티나라는 거다.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혁명을 일으킨 건 쿠바만 생각한 건 아니었나보다. 체 게바라가 사회주의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공산당 사회주의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닐 텐데,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면서 공산당 사회주의를 나쁘게 말해서 그것을 믿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공산당 사회주의도 완벽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지만. 사람이 하나만 생각하고 그것만 옳다고 여기면 안 되는데.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만나 혁명을 일으켰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체 게바라 때문에 바뀐 건 교육과 의료다. 쿠바에서는 교육과 의료에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나는 병원에 거의 안 가서 잘 모르지만.

 

쿠바에는 체 게바라와 함께 피델 카스트로가 있다. 체 게바라는 죽었지만 피델 카스트로는 아직도 살아있다. 피델 카스트로의 독재가 영조가 왕으로 지낸 시간과 비슷하다고 한다. 피델 카스트로는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다. 이 사람 잘 모르지만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이 말을 여기에서 하다니.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를 다스리면서 굶주리는 사람은 없게 됐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평등주의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일이 별로 없다. 이게 동성애자한테는 좋지 않았다. 혁명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안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피델 카스트로가 오랫동안 독재정치를 하다니 어쩐지 대단하다. 미국한테 지배받지 않기 위해 애썼다. 미국하고 사이가 안 좋았는데 앞으로는 미국하고도 잘 지내려고 한단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거리가 있어서 미국 식민지까지 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세계에는 다른 나라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나라가 많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 이야기는 쿠바에서 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 지배받지 않아 느슨한 듯 보이지만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도 하다. 이 책 한번 보고 이런 말을 하다니. 어쩐지 쿠바가 북한보다 좀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자주 쓸 수 없지만 쿠바에서는 인터넷을 쓰게 했다. 중국은 페이스북 같은 데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이건 북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쿠바에서는 운동선수를 잘 키운다. 예술가도. 전에 EBS에서 그런 다큐멘터리 보려다 말았는데. 발레를 하려는 쿠바 여자자이 이야기였다. 쿠바에는 세계에 이름이 잘 알려진 발레리나가 있다. 그 사람이 있어서 쿠바에는 발레리나 꿈을 가진 아이가 많을지도. 야구도 꽤 잘하는가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한테 졌지만. 그걸 보거나 알았던 것도 아닌데. 쿠바 사람은 다른 남아메리카 사람과는 다르게 여유롭고 평화주의라고 한다. 이건 섬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우리나라 사람은 예전에 속아서 멕시코에 갔다. 멕시코에 간 사람 가운데 그곳을 떠나 쿠바로 간 사람도 있단다. 쿠바에는 조선에서 건너간 사람 후손이 일천명쯤 산다. 쿠바에는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공부를 해도 쿠바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어서다. 사람은 굶지 않는 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게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미국으로 가기도 하지만 돈 없는 사람은 어렵다. 가짜 국제결혼으로 떠나기도 한단다. 이것도 돈이 있어야 하겠구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같기도 하지만 그것을 지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쿠바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쿠바는 헤밍웨이가 가서 살기도 했다. 헤밍웨이한테 알코올 의존증과 망상증이 있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헤밍웨이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렸다.

 

 

 

*더하는 말

 

앞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식민지까지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책을 볼 때는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했다. 나중에 다른 책에서 우리나라가 독립한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보았다. 그것만으로 다 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미국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려고 계획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진정 미국 지배를 받지 않고 산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미국 눈치를 보는 것 같으니 말이다. 쿠바가 앞으로 바뀐다고 한다. 지금까지 미국한테 영향을 덜 받았는데, 쿠바 젊은이는 미국을 좋아한단다. 미국이 아주 나쁘다 말하기 어렵겠다. 미국 사람이 다 나쁜 건 아니니 말이다. 나라보다 사람을 생각해야겠다.

 

 

 

희선

 

 

 

 

☆―

 

쿠바는 공산당 사회주의 체제여서 거의 모든 인민이 공무원이고, 그들은 모두 넉넉지 못한 월급으로 살아간다. 의사, 교사, 판사, 경찰, 야구선수 모두 봉급이 비슷비슷하다. 이런 평등 때문에 사회, 경제문제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쿠바에는 적어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교육의 사명감이 없는 사람이 선생이 되는 경우는 없다.  (330~331쪽)

 

 

 

 

 

올해 나온 크리스마스 씰은 이렇습니다 케이 리그 12개 구단 마스코트예요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를 지나오면서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만 늘어난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찾아보면 좋은 것도 있겠네요 그걸 찾아야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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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써야지 생각하고 자꾸 미루다 못 썼습니다.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니군요. 그런 건 써서 뭐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쓰자, 쓰지 말자 하는 생각이 왔다 갔다 했지요. 앞부분 조금 썼다가 지웠습니다. 글이 우울해서. 요새 좀 우울해서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봤거든요. 그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꼭 우울해서 만화영화를 보는 건 아니고 일본말을 듣기 위해서 봅니다. 한때 만화영화만 봐서 그림이 아닌 진짜 사람도 봐야겠다 하고 일본 드라마를 조금씩 보기도 했어요. 저는 드라마보다 만화영화가 더 재미있습니다. 말도 훨씬 잘 들리고 그림이 마음 편하다고 할까. 만화영화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우리말로 들었지요. 어릴 때 왜 밤에는 만화영화 못 볼까 했습니다. 지금은 보려고 하면 볼 수 있군요.

 

새로운 걸 본 건 아니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봤다고 해야겠네요.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여러번 보고 성우를 안 다음에야 잘 듣기도 했습니다. 만화영화를 보면서 성우는 누굴까 하면서 찾아본 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군요. 성우와 그 사람이 어떤 것을 했는지 잘 정리된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그것을 복사라도 해서 다른 곳에 저당해뒀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전에는 성우 이름 많이 외웠는데, 한동안 별로 생각 안 해서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아는 목소린데 하다가 이름 겨우 떠올리기도 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이름은 거의 모릅니다. 얼굴과 목소리로 기억하는군요. 일본 성우는 거의 연예인이더군요. 우리나라 성우도 노래 잘할 테지만, 일본 성우는 거의 노래도 합니다. 만화영화를 만들면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 노래를 하고, 주제곡을 부르는 사람도 있고 라디오 CD(드라마에 가까운)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성우와 가수를 함께 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본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걸 해도 잘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전에 본 만화영화는 <금색 코르다>예요. 이것을 보니 <노다메 칸타빌레>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둘 다 음악과 관계있는 거네요. <금색 코르다>는 히노 카호코라는 여자아이가 학교에서 열리는 음악 콩쿠르에 나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바이올린과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깁니다. 카호코가 다니는 학교는 일반과와 음악과가 있어요. 그곳을 지은 사람은 오래전에 음악의 요정을 구해주었는데, 그 요정이 학교에 음악의 축복을 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은 요정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도 가끔 요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때 음악 콩쿠르가 열린다는 종이 울립니다. 히노 카호코는 일반과 학생인데 요정을 봤습니다. 카호코는 지금까지 악기를 배운 적 없습니다. 요정 리리가 카호코한테 마법의 바이올린을 주고 그걸로 연주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콩쿠르에 나가지만, 자신은 진짜가 아니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카호코가 열심히 연습하고 잘 하려고 하지만, 처음처럼 음악을 즐기는 마음이 없어지고 바이올린 줄은 끊어집니다. 음악 좋아해도 자기 실력이 늘지 않으면 괴로워질지도 모르겠네요. 카호코는 바이올린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자신이 바이올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때는 마법이 사라진 보통 바이올린으로 자기 나름대로 연주합니다. 그렇게 연주하는 음악도 모두 좋아하더군요.

 

카호코만 다른 사람 때문에 음악을 좋아한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카호코 때문에 전과는 달라집니다. 카호코는 아주 잘하지 않지만 카호코만의 음악이었거든요. 그런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카호코 이야기밖에 안 했네요. 콩쿠르에 나오는 사람 가운데는 여자아이도 하나 더 있지만 다른 사람은 다 남자아이예요. 악기도 저마다 다릅니다. 바이올린, 트럼펫, 플루트, 첼로, 오보에, 피아노. 이거 처음 봤을 때 저도 바이올린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어렸을 때 잠깐 배운 건 피아논데 더 배우지 못해서 지금도 아쉽습니다.

 

코르다는 이탈리아 말로 현이라는 뜻이고 인연이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카호코는 음악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서 자기 세계가 넓어졌다고 하더군요.

 

 

 

 

 

클래식이 멋지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은 <노다메 칸타빌레>예요. 칸타빌레는 노래하듯이 라는 뜻으로 노다메가 그런 식으로 피아노를 치는군요. 노다메는 피아노를 잘 치고 재능도 있지만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치기보다 듣고 외워서 쳤습니다(그렇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텐데. 귀가 아주 좋은 거죠. 예전에 본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도 그런 식으로 나온 것 같네요). 그것도 마음가는대로. 그게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노다메는 피아노 치는 걸 그저 좋아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치아키 신이치를 만나고 치아키와 함께 있으려면 지금과 같으면 안 된다 생각합니다. 나중에 치아키와 파리에 가서 공부해서 대학에 다닐 때와는 달라집니다. 그래도 노다메가 가진 개성(대단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들 노다메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생각하더군요. 노다메라고 했는데, 이건 노다 메구미를 줄인 말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노다메뿐 아니라 다들 자랍니다. 노다메한테 영향을 받는 사람도 있고, 치아키한테 영향 받는 사람도 있고 서로가 서로한테 영향을 주고받더군요. 치아키는 지휘자가 꿈인데 피아노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도 아주 잘합니다. 파리에 가서는 지휘자 콩쿠르에 나가서 1등 합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음악 콩쿠르에서는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더군요. 악보대로 연주해야 한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를 듯합니다. 노다메가 치는 피아노는 다들 즐겁게 듣고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나오니까 그런가보다 했네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피아노곡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잠깐 나오지만 좋더군요. 만화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만화영화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못 봤지만 이건 드라마로도 만들었군요.

 

 

 

 

 

재미있게 본 만화영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내 이야기>예요. 제목은 내 이야기여도 둘레 사람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래 사귄 친구, 처음 사귄 여자친구. 내 이야기에 나오는 고우다 타케오는 잘생겼다기보다 남자답습니다. 타케오 친구 스나카와 마코토는 잘생겼습니다(그렇게 말해서). 여자아이들은 거의 타케오가 아닌 스나를 좋아합니다. 타케오가 좋아한 여자아이들은 스나한테 고백하는데 다 차입니다. 왜 그랬는지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스나가 타케오한테 알려주더군요. 타케오가 좋아한 여자아이들은 타케오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했습니다. 스나는 그것을 들었던 거죠. 스나 참 좋은 애예요. 잘생긴 아이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자아이는 귀여운데 스나가 아닌 타케오를 좋아하고. 타케오가 여자한테는 인기 없지만 남자아이들한테는 인기 많습니다. 타케오와 스나의 우정도 좋습니다. 그런 친구 사귀기 어렵지 않을까 싶더군요. 말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요. 만화여서 좀 지나친 것도 있지만, 현실과 아주 다른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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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78

오다 에이치로

 

 

 

다음 (79)권 나오기 전에 78권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보고 나니 어쩐지 아쉽다. 루피와 동료 그리고 로가 드레스로자에 왔을 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했는데. 아니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닌, 어떤 일이 있어서 외다리 장난감 병정과 아주 작은 사람 톤타타 족은 도플라밍고와 싸우려 하는지. 루피와 펑크해저드에서 해적동맹을 맺고 사황에서 하나인 카이도를 끌어내리기 전에 어둠의 세계 중계자 조커가 도플라밍고인 것을 밝히고, 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공장을 부수려한 로. 로는 스마일 공장(악마의 열매를 만드는 곳)을 부수어서 악마의 열매를 만들지 못하게 된 도플라밍고가 카이도한테 당하기를 바랐다. 도플라밍고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카이도는 아닌가. 카이도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스릴러바크에서 본 호그백도 카이도를 무서워하는 듯했다). 곧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은 로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드레스로자에는 도플라밍고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 사람이 있고, 루피와 동료는 그 사람들과 만났다. 자신과 상관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루피와 동료와 만나면 친구나 마찬가지다. 친구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로도 마음을 정한다. 아니 본래 로도 그러고 싶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코라손이 도플라밍고한테 열세해 전에 죽임 당해서다(쓰고 보니 앞에 것 보고 쓴 말이다. 정리라고 할까).

 

도플라밍고는 많은 사람한테 원한을 샀구나. 드레스로자 예전 왕을 비롯해 외다리 병정이었던 콜로세움 전설의 검투사 퀴로스(이 사람 동상 봤을 때 언젠가 나올지도 몰라 했는데 정말 나왔다), 톤타타 족 그리고 장난감이 되어 일한 사람들 그 사람들을 잊어버린 사람들. 로는 이런 일은 몰랐겠지. 드레스로자 사람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도플라밍고 때문에 괴롭지 않았을까 싶다. 평화로운 나라에 무기를 주어서 전쟁이 일어나게 했으니까. 갑자기 도플라밍고가 바라는 건 뭔가 싶다. 전에 한번 나왔다. 세상을 부수는 거였다. 그다음에는, 세계 정복 같은 건가. 아니 이건 아닌 듯하다. 도플라밍고 마음 모르겠다. 만화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남을 괴롭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코라손도 이것과 비슷한 말을 했는데). 도플라밍고는 많은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돈키호테 패밀리 최고간부는 도플라밍고가 왕으로 누구한테도 무릎 꿇지 않아야 한다고 여겼다(악의 카리스마). 이것도 좀 이상한 생각이기는 하다. 왕은 힘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도플라밍고와 돈키호테 패밀리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을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패밀리다 하면서 도플라밍고가 자기 좋을대로 이용한 것 같기도 하다. 도플라밍고 나쁘다 하는 것 같다. 나쁘기는 한데 어쩐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도플라밍고를 불쌍하게 여겼다는 것을 알면 기뿐 나빠하겠다.

 

콜로세움에서 싸운 사람들은 장난감이 되었다 본래대로 돌아오게 해준 은혜를 갚는다고 루피와 함께 싸워서 차례차례 돈키호테 패밀리 간부를 쓰러뜨렸다. 스마일 공장에서 프랑키는 세뇨르 핑크를 쓰러뜨렸다. 그 뒤 아주 작은 사람은 공장 안을 부수었다. 왕궁앞 해바라기밭에서는 디아만테(돈키호테 패밀리 최고간부)와 퀴로스가 싸웠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어떻게 싸웠는지 설명하기 어렵구나. 퀴로스는 몸을 사리지 않고 디아만테한테 맞서서 싸운다. 다리 하나밖에 없는데도.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고 한 이순신 말이 생각나는구나. 퀴로스는 자기 아내 스칼렛을 죽인 디아만테를 쓰러뜨렸다. 어쩐지 스칼렛도 도와준 것 같다. 조로와 피카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피카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드레스로자 왕은 도피(도플라밍고)밖에 없다고 하면서 리쿠 왕을 죽이려고 했다. 피카는 바위와 하나가 돼서 바위가 있는 곳을 자유롭게 다녔다. 커다랗게 돼서 리쿠 왕과 우솝과 여러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조로는 어떻게 피카를 쓰러뜨릴지 다섯가지를 생각하고 다섯번째를 하기로 했다. 다섯번째는 하늘을 날아서 피카를 베기다.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피카 쪽으로 날아가서 벴다, 바위를. 그리고 거기에 나온 피카도. 그때 잠깐 매의 눈 미호크가 가르쳐준 것을 생각했다. 전에는 조로가 검을 부러뜨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 없겠다. 검을 패기로 감싸고 싸우기 때문이다.

 

남은 건 셋, 셋에서 하나인 베라미는 루피가 마음먹고 쓰러뜨렸다. 베라미 마음을 알고 그렇게 한 거다. 도플라밍고와 싸우던 로가 죽었다고 했는데 죽지 않았다. 루피가 그곳에 나타났을 때 로는 도플라밍고를 공격했다. 내장이 파괴되는 수술을 했다고, 처음에는 도플라밍고가 괴로워했는데 조금 뒤 괜찮아졌다. 스스로 치료를 했다고 했다. 루피와 도플라밍고가 싸우고 로는 트레볼을 쓰러뜨렸다(트레볼이 쓰러지면서 톤타타 족이 지르던 비명 ‘피갸’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 소리를 들은 듯한 톤타타 족 레오 모습도 나왔다). 루피는 드디어 새로운 기술 네번째 기어를 썼다. 도플라밍고가 그 모습을 보고 좀 웃었는데, 루피 공격에 맞고 날아갔다. 이번에 싸우는 모습은 어쩐지 무섭기도 하다. 루피를 말하는 건 아니고 로가, 로는 도플라밍고와 싸우다 팔이 잘리기도 했다. 그것은 톤타타 족인 레오가 꿰맸다. 로가 의사니까 팔도 자신이 붙일 수 있겠지 했는데 그것은 어려운가보다. 레오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힘이 있는 사람이 나오기는 한다. 우솝은 슈가가 먹인 타타바바스코 때문에 엄청난 얼굴이 되어 슈가를 기절시켰다. 슈가가 깨어난 것을 알았을 때 칸주로 힘이 도움이 되었다. 앞뒤를 다 생각하고 만화 그리는 거구나. 이야기는 그렇기는 하다.

 

루피가 새로운 기술을 써서 도플라밍고를 공격할 수 있었지만 도플라밍고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악마의 열매 힘은 더 올라갈 수 있는가보다. 도플라밍고는 지금까지 쓰지 않은 힘을 썼다. 아직 루피는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앞에서 아쉽다고 말한 건 이것 때문이다. 언제나 루피 싸움은 길다. 도플라밍고는 더 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에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지 못해서 아쉽다. 아직 톤타타 족 공주 만셸리한테 도움받지 못했다. 로한테 그 힘 썼을까.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도플라밍고가 드레스로자를 싼 새장은 시간이 흐르니 안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한시간 뒤면 새장은 드레스로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잘라서 없앨 거다. 건물 같은 건 그렇다 해도 사람이 거기에 잘리면 엄청 아프겠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람들은 줄어드는 새장 살을 피해 중심으로 갔다. 리쿠 왕은 루피가 도플라밍고와 싸우는 일을 백성한테 알리고 희망을 갖고 달아나라고 했다. 죽음을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어서 사람들은 힘을 냈다. 힘이 빠져서 걸을 수 없다고 한 할머니는 리쿠 왕 말을 듣고 손자와 뛰었다. 조로와 긴에몬 칸주로는 새장 살이 줄어드는 걸 멈추려 했다. 이건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알겠다. 새장이 줄어드는 걸 늦추기라도 한다면 루피한테 도움이 될 텐데.

 

쓰다보니 도플라밍고 많이 썼다. 77권 보고 하나 생각났다. 그것은 원피스에서는 자유롭게 사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다. 에이스와 루피는 어렸을 때 사보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둘은 바다에 나가 자유롭게 살자고 했다. 사보는 귀족이어서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었다. 지금은 괜찮겠지. 옛날에 코라손은 도플라밍고한테 로는 자유롭다 했다. 수술수술 열매 때문에 로를 얽매는 것은 없으니 내버려두라고. 그런 말을 한 코라손도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았을까. 코라손은 도플라밍고가 나쁜 짓하려는 걸 막기 위한 일을 했는데, 진짜 하고 싶은 것도 있었을 것 같다(전에 코라손은 수술수술 열매를 손에 넣고 로 병이 나으면 여기저기 다니자고 했다). 로는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자신은 자유롭지 못하다 하고,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기 위해 지금까지 살았다 했다. 그런……. 어떤 일은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도 하겠지. 로는 코라손이 다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라손은 로가 도플라밍고와 상관없이 살기를 바랐을 테지만. 한을 풀기 위한 복수와는 좀 달라보이기도 하는데 어쩌면 똑같은 건지도. 그래도 여기에서는 그 일이 덧없지 않겠다.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리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구나. 전에는 그저 재미있겠만 봤는데. 아니 어인섬 때는 차별을 생각했다. 역사도. 펑크해저드 때는 인체실험. 세상에는 밝은 것만 있지 않다. 빛이 밝으면 그만큼 어둠도 깊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도 하구나. 그런 것을 잘 알아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하게 해도 원피스 재미있다. 잠깐 관심을 덜 가진 때도 있지만, 볼 수 있을 때까지 보고 싶다. 이 말이 하고 싶었던가보다(전에도 비슷한 말 했는데). 여전히 꿈을 꾸는 루피와 동료와 여러 사람이 있으니 그것을 보는 사람도 꿈꿀 수 있겠지.

 

 

(이달에 79권 나오고 며칠전에 받았다. 몇해 전에 70권 나왔을 때 펑크해저드 편 끝나겠다고 하고 그때부터 못 봤는데, 이번에는 바로 볼 수 있을까. 드레스로자 편 끝나려나보다. 여기에서 싸우고 쓰러뜨린다고 해도 상대가 죽는 건 아니다. 예전에 죽은 사람은 있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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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허수경 외

  한겨레출판  2015년 05월 15일

 

 

 

 

 

 

 

 

 

 

 

 

책을 보기 전부터 무엇을 쓸지 생각했어. 뚜렷하게 생각한 건 아니고, 이 책을 보고 나면 어떤 사물을 말할 수 있겠지 생각했어. 하지만 책을 다 봐도 달리 떠오르는 건 없었어. 이럴 수가. 평소에 내가 사물을 눈여겨 보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아마 거의 그냥 지나쳤겠지. 무엇이든 잘 관찰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가만히 쓸 때는 그래야겠다 생각하지만 바깥에 나가면 잊어버리고 걷기에 바빠. 꼭 밖에만 사물이 있는 건 아닌데. 여기에 실린 글에도 집에서 보고 쓰는 사물도 있어. 자신이 쓰는 것, 다른 사람이 쓰는 것. 사물을 보고 떠올린 생각을 시로 쓰기도 하는가봐. 여기에 글을 쓴 사람은 다 시인이야. 추억이 많은 듯해. 부모님 이야기도 있고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 이야기도 해. 때론 모르는 사람도 말해. 사물은 그저 사물로만 있는 건 아니군. 사람이 쓰고 보기도 하니 사람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을지도. 사물은 생각할까, 사람이 쓰고 생각하면 마음을 갖게 될까. 별 생각을 다 했군.

 

 

 

공중전화

 

 

나는 전화하는 거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말을 잘 못해서 그런 것도 있고, 전화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할 말이 없어서 전화를 안 하는 거군. 내가 전화를 아주 안 한 건 아니야. 먼저 할 말을 생각하고 전화했어. 공중전화를 자주 쓴 건 아니지만. 우리 집에 전화가 생긴 건 언제였을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집에 전화 없었어. 셋방에서 살 때도 있었으니까. 전화가 없어서 공중전화를 썼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야.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길에 공중전화 있어. 예전에는 전화를 쓰고 있으면 뒤에서 다른 사람이 기다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공중전화 쓰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아. 사람이 쓰러 오지 않아서 공중전화가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금은 공중전화보다 휴대전화기를 쓰지. 집 전화도 쓰지 않는 사람 많을 것 같아. 우리 집에는 아직 전화 있어. 내가 누군가한테 공중전화로 연락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군. 멀리 떨어진 사람한테 전화할 때는 동전을 준비해서 했다고도 하더군. 이제는 그런 낭만은 없겠군.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이 가지 않기를 바란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 그런 일도 있고, 할 말만 짧게 하기도 했겠어.

 

공일오비 노래 <텅빈 거리에서>에 나오는 공중전화요금 얼마인지 알아. 이십원이야. 그런 때도 있었다니, 그걸 나도 알다니. 공중전화요금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았어. 아직 칠십원일걸. 시간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모르겠군. 전에는 3분이 기본이었는데. 이것도 바뀌지 않았겠지. 시간이 흐르고 바뀌는 것을 아쉬워할 수만은 없겠지. 아직 길에서 공중전화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거의 보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해. 그렇다고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나처럼 휴대전화기 없는 사람도 있으니 공중전화 조금이라도 있어야 해. 전화할 일은 없지만 갑자기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잖아.

 

며칠 지나고 공중전화가 나오는 꿈 꿨어.

 

 

 

우체통

 

 

지금 많이 보이지 않는 것에는 뭐가 또 있을까. ‘빨간 우체통’이지. 이렇게 말했지만 내 눈에는 우체통 많이 보여. 몇해 만에 우체통 색칠도 새로 했더군. 처음에는 우체국 앞 우체통만 칠했구나 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다른 곳 우체통도 새로 칠했더군. 하루에 다 칠하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서 칠했는가봐. 얼마전에 우체통에 편지가 얼마 없으면 그 우체통 없앤다는 글을 봤어. 지금까지 내가 본 우체통 가운데 없어진 건 아직 없어. 내가 편지 넣는 우체통은 하나지만. 그 우체통은 나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지도. 나만 편지 보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군. 지금은 편지가 줄어서 일자리를 잃은 집배원도 많대. 이건 택배를 보내주는 곳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겠어. 그래도 편지는 우체국에서 보내거나 우체통에 넣어야 제맛이 나. 예전에는 빠른우편도 있었는데. 그게 있었다 해도 나는 거의 보통으로 보냈어. 시간이 걸려서 가는 게 더 좋잖아. 가끔 생각보다 많이 걸릴 때도 있지만. 편지가 가거나 나한테 오기까지 보통 나흘 걸리는데 이것보다 더 걸릴 때도 있더라구. 편지 줄었는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군.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해야겠어.

 

공중전화, 우체통은 다 기다리는 거군. 우체통은 자기 안에 편지가 자주 떨어지지 않아서 쓸쓸해할 것 같아. 그러다 그 자리를 아예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기다리는 마음 내가 잘 알지. 나도 늘 기다리니까. 아니 나만 기다리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우체통 하나라도 더 남게 편지 써서 넣어보는 건 어때. 편지 우체통에 처음 넣어보는 사람은 그것을 정말 가져갈까 할지도. 우체통에는 편지 거두어가는 시간도 적혀있어. 그 시간보다 좀더 빨리 넣으면 편지 가져갈거야. 편지 보내려고 우체통에 자주 넣어도 잘 갈까 하는 걱정 여전히 해. 그저 잘 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고 거의 잘 가.

 

(편지 받는 꿈 꿨어. 나한테는 편지가 한통 오고, 다른 사람한테는 편지가 아주 많이 왔어. 편지함에서 꺼내도 꺼내도 자꾸 나왔어. 나한테 편지 한통이라도 와서 좋았어.)

 

 

 

푸른 곰팡이

──산책시 1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푸른이 맞을까, 파란이라 해야 할 것 같지만 푸를 때도 있고 파랄 때도 있는 듯...)

 

 

 

사물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사물을 말했군. 아니 하나 있어. 공중전화와 우체통은 사람을 기다린다는 거. 사물과 사람한테는 서로가 있어야 해. 이렇게 말하니 앞으로 사물이 하는 말 잘 듣고 싶기도 하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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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10-0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전화와 우체통,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사이에 있는 것이라는 점도 그렇고...이제는 예전보다 찾는 이들이 적어졌다는 점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진짜 저는 공중전화를 사용해 본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아요. 동전을 넣는 전화기이든, 혹은 카드를 넣는 전화기이든 말이죠. 공중전화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공중전화에서 긴줄 서던 기억이 항상 나요. 삐삐 시대에 말이죠. (나이가 나오나요?) 그 때 학교 셔틀버스 타는 데 앞에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줄이 항상 정말 길었어요. 하도 줄이 길어서 줄을 설 때면 으레 책을 한 권 손에 들고 기다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어요. 그 당시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용케 기다렸구나 하고 말이죠. 요즘 같은 시대에 몇 분만 통화 안되도 답답해 하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삐삐 보내고 그렇게 한참 있다가 통화하고 그런게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희선 2015-10-07 02:23   좋아요 0 | URL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잘 했는데... 아직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니까 앞으로도 한동안 그 일을 하겠죠 저는 공중전화 보기는 해도 쓰는 일은 거의 없네요 예전에도 그랬고...

예전에 공중전화카드 돈 조금 든 게 있었는데 그것도 다 못 썼어요 돈 조금 남았는데 예전에 넣어보니 안 나오더군요 남은 거 다 쓸걸 하는 생각이... 그곳에는 공중전화가 하나밖에 없었나보네요 그렇게 길게 줄을 섰다니... 그런 모습 아주 못 본 건 아니군요 기다렸다가 쓰기도 하다니, 예전에는 잘 기다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듯하네요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군요 은행에서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 많아요 저는 일부러 기다리기도 하는데, 기다리지 말고 기계로 하라고 하거나 다른 창구에서 받기도 합니다(공과금, 거의 제가 우체국에 내러 갑니다) 사람 대하는 거 안 좋아해도 우체국에서 기계로 하는 것은 별로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도 그랬는데, 이제는 기계로 빌리고 돌려줍니다 사람보다 기계를 상대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은행 통장 없어진다는 말도 있던데... 좀 빠른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은행 이야기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네요


희선
 

 

 

헤세 좋아하세요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이승원 사진

  arte(아르테)  2015년 05월 10일

 

 

 

 

 

 

 

 

 

 

 

 

 

부디 헤세를 ‘허세’로 잘못 보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헤세는 소설, 시, 동화 거기에 수채화를 그린 헤르만 헤세예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도 헤르만 헤세 이름 알고 소설 몇권 봤지만 다른 건 잘 모릅니다. 시와 동화도 쓴 건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고, 그림(수채화)까지 그렸다는 건 한두해 전에 안 듯합니다. 그러고서 헤세가 그림도 그렸구나 했습니다. 헤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벌써 알고 있었을 텐데. 헤세가 그림을 그린 건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림 그리는 게 우울증인 사람한테 다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그리는 일에만 집중하겠지요. 저는 그림은 안 될 듯합니다. 우을증이 더 심해질지도. 왜냐하면 그림 잘 못 그리니까요. 헤세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와 상관없이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저도 아주 어렸을 때는 아무렇게나 그림 그렸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부터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제가 그린 그림 남한테 보이기 싫었고 글짓기 시간에 쓴 글도 남한테 보이기 싫었습니다. 지금은 글 못 써도 여러 사람이 보게 하는군요. 글이라고 말하기 조금 어렵지만. 제가 그림보다 글로 나타내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네요. 그래도 그림, 글 다 잘하는 사람 보면 부럽습니다. 헤세도 그렇군요.

 

저는 아주 좋아하는 작가도 책도 없습니다. 좋게 여겨서 그때그때 보는 건 있지만. 글에는 관심 가져도 작가한테는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군요. 정여울은 헤세를 좋아해서 책을 여러 번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도 썼군요. 정여울은 헤세가 나고 자란 독일 남부 칼프와 헤세가 40년 동안 살다 죽은 스위스 몬타뇰라에 갔습니다. 두 곳 다 조용한 곳입니다. 칼프와 몬타뇰라에는 헤세의 흔적이 남아있군요. 나치 시절에는 독일에서 헤세 책을 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독일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사람이라 합니다. 헤세는 자신이 정확하게 어느 나라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더군요. 누군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살면 자신의 나라를 그리워하고 힘들어하는데, 헤세는 민족과 나라에서 자유로웠군요. 그래도 독일에 서운함을 느꼈겠지요. 헤세는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이것을 안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군요. 《싯다르타》가 그냥 쓰인 소설이 아니군요. 몬타뇰라에서 세번째 아내 니논과 살 때는 헤세보다 니논이 여기저기 다녔다고 하네요. 그때 헤세는 첫번째 아내 마음을 조금 알았을 것 같습니다.

 

헤세는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편지를 썼습니다. 그런 편지를 쓰면서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큰돈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는군요. 헤세 소설을 읽고 헤세한테 편지를 쓰면 답장을 썼다고 합니다. 지금 작가 가운데 헤세처럼 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지금은 보통 사람도 편지 잘 쓰지 않는군요. 저는 아직 씁니다(이 말을 또 하다니,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헤세는 식구들한테도 편지를 썼다고 하네요. 헤세가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좋아한 것은 뜰 가꾸기예요. 자연과 함께 하는 게 마음을 좋게 해주었겠지요. 넓은 뜰을 가꾸고 동화책 그림 그린 타샤 튜더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우리나라 사람은 뜰을 가꾸고 텃밭을 일굴 듯합니다. 어쩌면 헤세가 가꾼 뜰에도 열매 맺는 나무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헤세가 뜰에 씨 뿌리고 과일과 채소를 거두어들이기도 했군요. 헤세는 한때 포도 농사로 먹고 살기도 했습니다. 제가 뜰 가꾸기라고 했는데 헤세가 한 건 농사였네요. 땅에 마음을 쓰고 채소와 과일을 거두어들이는 일은 또 다른 기쁨이었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군요.

 

앞에서 헤세가 쓴 소설 몇권 봤다고 했는데 오래전에 봐서 거의 다 잊어버렸습니다. 무엇무엇을 봤는지도.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저는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봤네요) 《싯다르타》는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헤세가 쓴 동화도 봤네요. 전에는 몰랐는데 정여울이 쓴 글을 보니 헤세가 쓴 소설 공통점이 있더군요(어쩌면 이건 예전에 알았을지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이 만나서 친구가 되는. 두 사람이지만 그건 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한테는 여러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세가 만들어낸 인물은 한쪽으로 치우친 듯합니다. 의식과 무의식이라고 하더군요. 두 사람 관계는 영혼의 동반자예요. 한쪽으로 치우친 게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 균형을 잡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것을 이룬 적도 있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헤세는 융이 말한 것을 소설에 나타내려 했답니다. 융을 알면 헤세가 쓴 글 좀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소설 이야기를 보면서 소설에 나온 것 같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는 일이 실제 있을까 했습니다. 한 사람을 둘로 나눈 것 같지만 있겠지요, 지음이라는 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혼의 동반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헤세는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파고든 듯합니다. 저도 저를 알기 위해 애써야겠습니다.

 

 

 

 

☆―

 

살아있다는 것은 쓸쓸하다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모두 다 혼자다.  <안개 속에서> (33쪽)

 

 

진정한 나다움의 실체를 깨닫는 것, 그것이 개성화라면, 개성화의 절정은 자기 안에 잠자는 알 수 없는 힘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엄청난 힘을 깨닫는 일. 그리하여 아무도 함부로 자신을 상처주거나 자신의 영혼을 부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는 일. 그 깨달음의 순간 개성화는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자기 안의 엄청난 힘을 깨달으면 어떻게, 어디에, 무엇을 위해 써야 할지 생각한다. 힘을 깨닫는 것만으로 개성화가 완성될 수 있다.  (178쪽)

 

 

“나도 누구 도움을 받은 적 없어.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내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만일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찾을 수 없다면 어떤 것도 네 진짜 모습을 찾아낼 수 없어.”  (《데미안》에 나오는 말, 231쪽)

 

 

 

 

 

 

 

오래전 글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辺境・近境 (1998)

  무라카미 하루키   김진욱 옮김

  문학사상  2015년 03월 26일

 

 

 

 

 

 

 

 

 

 

 

 

이 책은 1999년에 나온 것을 다시 낸 것이다. 그때는 책이 어땠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1999년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잘 알았을까. 나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1999년에는 모르고 2000년이 지나고 알았을 것 같다. 알고 나서 이런저런 책을 보았다. 그렇게 본 건 무라카미 하루키 글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니었을지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아서 책을 여러 권 사기도 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는 책 오면 빌려보았다. 잘 보고 다 본 건 아니다. 모르는데도 그냥 본 것 같다. 어느 때부턴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잘 안 보게 되고 몇해가 지난 뒤 산문으로 다시 만났다. 어쩌면 소설 《1Q84》가 먼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설 나온 것을 알았을 때 여전히 소설을 쓰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인터넷을 써서 많은 사람이 《1Q84》 이야기하는 걸 알았다. 오랜만에 한번 볼까 했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무라카미 안 지 오래되었구나. 우리나라 소설가 가운데서 오래 안 사람은 누굴까. 오래 알았다고 해도 지금까지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없어서일까.

 

산문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 좀 재미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한 듯하다. 글을 재미있게 쓴다고 그 사람도 재미있는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열심히라고 할 수 없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산문을 조금 찾아보기도 했다. 그건 또 느낌이 달랐다. 달리기 하는 이야기와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니 이 책 분위기와 비슷했다. 재미있게 본 건 ‘무라카미 라디오’다. 그건 여성잡지에 실린 글이어서였을까(여성잡지에 실린 글 맞던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와 어딘가에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안 건 언제일까. 소설 보고 안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에서 본 적 있을 테니까. 그런 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꼭 기억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좋아하지 않아도 조금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책(소설)을 봐도 작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도 생각해야겠다 생각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글속에 작가가 있는지 없는지. 아니 소설에서 작가를 보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많이 드러난 게 있어도 내가 그것을 모르는 것일지도.

 

책이 나온 때(일본에서는 1998년에 나왔다)도 사람들이 쉽게 여기저기 다녔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일을 하다 갑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고 그것을 글로 써서 책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여행작가라는 것도 있던가. 이렇게 말하는 나는 여행기 잘 안 본다. 그것도 관심이 있어야 보는 거지. 어렸을 때 소풍가기 전날 들뜨기도 한 걸 보면 어딘가에 가는 거 아주 싫어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먼 곳에 가는 거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힘드니까. 벗어나고 싶은 일상도 없다. 좋아서 그런 건가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지 않다. 책을 보는 게 어디론가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떠나고 싶은 일상이 있는 사람이 더 나은 건지도. 어딘가에 가려면 힘도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힘도 없구나.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많은 사람이 떠나는 걸 좋아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여행기 보고 이런 말을 하다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는 여행은 소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소설에 쓴 곳에 가기도 했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도 다른 곳에 다니면서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기 쓰는 게 소설 쓰기에 도움 된다고 한다.

 

하루키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안에 여행기가 많았다. 그 말 보고 그걸 봐서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하나 했다. 책을 보고 그곳에 간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제 그곳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작가가 많이 사는 이스트햄프턴은 글쓰는 사람한테 성지라고 한다. 그곳에는 작가만 사는 게 아니다. 돈 많이 번 사람이 집을 사두고 쉬러 다녔다. 땅값이 비싸단다. 하루키는 사람이 없는 까마귀 섬에서 보내기도 했다(여기는 일본이다). 처음에는 며칠 지낼 생각이었는데 낚시도 헤엄도 칠 수 없고 밤에는 벌레가 엄청나게 나왔다. 겨우 하룻밤만 지냈다. 사람 없는 섬은 조용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은 그저 사람이 바라는 것일 뿐이구나. 사람이 없는 곳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 주인이다. 아니 사람이 주인인 곳은 어디에도 없겠다. 사람은 그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하루키가 멕시코는 한달 동안이나 다녔는데 버스에서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둬서 본래 들으려 한 음악은 듣지 못했다. 멕시코에서는 물건이 자꾸 없어졌다. 일본 시코쿠의 가가와 현에서는 우동을 먹는 여행을 하고, 노몬한 전투가 있었던 곳에 가서는 일본을 생각했다. 그곳에는 전쟁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아메리카 땅은 차를 타고 가로질렀다. 그런 것도 다 하다니. 마지막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걷고 쓴 글이다. 니시노미야에서 고베 산노미야까지. 큰지진이 일어나고 두해가 지나 때였다. 자신이 살던 때와 바뀐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다.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하지만 그곳은 지진 때문에 바뀐 것이었다.

 

떠나는 건 돌아오기 위해서다.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길 위에서 사는 사람.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한테 돌아오는 게 더 좋을 텐데. 책을 볼 때도 거기에 푹 빠져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다른 것보다 책속으로 떠났다 잘 돌아오고 싶다.

 

 

 

희선

 

 

 

 

☆―

 

그때그때 눈앞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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