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버 뮤직

  제임스 조이스   공진호 옮김

  아티초크(Artichoke Publishing House)  2015년 05월 12일

 

 

 

 

 

 

 

 

 

 

 

 

 

 

얼마전에 정끝별 이름은 알지만 시집은 처음 본다고 했는데 예전에 책 두권 만났다. 그걸 본 지 오래돼서 잊어버린 거다. 그렇게 책을 보고도 봤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일 가끔 있다. 산 것 같은 책이 보이지 않는 건, 내가 사지 않은 건가. 그래도 난 한번 산 책 두번 사는 적은 없는데, 샀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책은 있다. 그런 책은 슬프겠다, 내가 자기를 잊어버려서. 책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책은 누군가 펴보아야 비로소 책이 된다. 지금 책을 펴자.

 

 

 

1

 

이 세상에는 이름은 알지만, 내가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작가 책 많다. 제임스 조이스도 다른 데서 이름은 봤지만 글은 한번도 못 보았다. 소설이 아닌 시를 먼저 보다니(제임스 조이스는 시를 먼저 썼다), 언젠가 소설도 만날 수 있을까. 어쩐지 제임스 조이스 소설은 어려울 것 같다. 정신분석가는 제임스 조이스 책을 보고 여러가지를 알기도 했다던데. 정신분석가만 그런 건 아니고 많은 작가가 제임스 조이스 소설을 만났겠지. 제임스 조이스는 글을 써서 정신의 균형을 지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딸 루치아는 신경쇠약과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받기도 했다.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본 걸 쓰다니. 제임스 조이스 소설에서 제목 아는 건 《더블린 사람들》과 《율리시즈》다. ‘더블린’이라는 곳 들어봤지만 어디에 있는 곳인지 확실하게 몰랐다. 제임스 조이스가 난 곳은 아일랜드고 죽은 곳은 스위스 취리히다. 더블린은 아일랜드에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왜 제임스 조이스 유해를 아일랜드에 묻지 못하게 했을까.

 

위장 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에 빠진 뒤 숨을 거둔 제임스 조이스 이야기를 보니 마왕 신해철이 떠올랐다. 제임스 조이스는 스물다섯에 왼쪽눈에 홍채염이 생겨서 몇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지금은 그거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집 《체임버 뮤직》은 제임스 조이스가 처음으로 낸 책이다. 시에 제목은 따로 없고 번호가 쓰여 있다. 제임스 조이스 식구는 모두 음악을 좋아했다. 여기 실린 시도 여러 사람이 곡을 붙이고, 제임스 조이스가 곡을 붙인 것도 있다. 한때 제임스 조이스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성악을 배웠다. 영어나 다른 나라 말로 쓰인 시를 우리말로 옮기면 느낌이 다르다. 영어 잘 모르는데 이런 말을. 우리말로 쓰인 시를 다른 나라 말로 옮겨도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다. 아주 좋은 시는 어느 나라 말로 옮기든 좋을까. 말장난이 있는 건 그 나라 말과 문화를 모르면 알기 어려울지도.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캐논>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듣기에 연주가 좋았다.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고 했다. 그때 체임버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오케스트라는 거의 바깥보다 안에서 연주하지 않나. 체임버는 실내, 안, 방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오케스트라보다 적은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9

 

 

오월 바람, 바다에서 춤추네,

기쁨에 들떠 고랑에서 고랑으로

둥글게 돌아가며 춤추고

거품은 날아올라 화환 되어

은빛도 둥글게 공중에 걸치는데,

내 애인 어디에 있는지 보셨나요?

아, 슬퍼라! 아, 슬퍼라!

오월 바람이 있어!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  (45쪽)

 

 

 

여기 실린 건 제임스 조이스가 자기 아내 노라 바나클을 만나기 전에 쓴 사랑시다. 사랑시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써야 할 것 같은데.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라고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남도 있지만 헤어짐도 있다. 대상이 없어도 시를 쓰는구나. 그나마 알기 쉬운 게 사랑시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실린 시는 알듯 모를듯하다. 있는 그대로 봐도 될 것 같은데 누군가는 숨은 뜻과 상징을 억지로 갖다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제임스 조이스 소설을 본 다음에 시를 봤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시는 느끼라고 한다. 이런 말 들어도 잘 알기 어렵기도 하다. 시만 느끼는 건 아니다. 음악도 그렇다. 시와 음악은 가까운 사이구나.

 

 

 

16

 

 

이제 골짜기 서늘하니

우린 그리로 가요 내 사랑

임이 언젠가 갔던 곳

이제 수많은 새들이 노래하잖아요

개똥지빠귀들이 부르는 소리,

우리더러 오라는 소리가 안 들려요?

오, 골짜기는 서늘하고 쾌적하니,

그대여, 우리 거기에 머물러요.  (65쪽)

 

 

 

2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피아노를 배웠다. 처음에는 친구가 배운다고 해서 나도 같이 배운 것 같다. 피아노 치는 건 즐거웠다. 혼자 연습하는 때가. 난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나 선생님을 아주 어려워했다(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어려울지도). 피아노 연습한 것을 선생님한테 들려주는 시간은 그리 좋지 않았다. 편하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렇다고 그때 잘 못 친 건 아니다. 그때도 피아노 배우는 건 돈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피아노 배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이엘 다음으로 넘어갈 때 그만두어야 했다. 그게 아쉬웠다. 집에 피아노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6학년 때 피아노 잘 치고 피아노 있는 친구가 같은 반에 있어서 몇번 친구 집에 놀러갔다. 그 친구하고 그 뒤에 어떻게 됐던가. 피아노 그만 둘 때 언젠가 피아노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피아노 대신 배운 게 있다. 그건 타자다. 타자 치기도 두 손으로 하는 거니까(피아노 치는 것과는 아주 다르지만). 이젠 수동 타자기 없는데(박물관에 있을지도), 타자기가 거의 사라져갈 때쯤 배운 거다. 그것도 겨우 몇달. 시험도 한번 보라고 했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와 좀 멀어서 그만뒀다. 그때 타자를 배워서 나중에 컴퓨터 자판 외울 필요없었다. 영타는 여전히 천천히 한다.

 

피아노를 생각하고 타자를 배우다니 지금 생각해도 좀 우습다. 피아노 생각은 그 뒤로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집에 일이 있어서 5학년이 되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어릴 때 동네에서 사귄 친구와는 초등학교 두해, 중학교 세해 동안 만나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어릴 때 친구여서 그런지 조금 뒤 괜찮아졌다. 그 친구는 나와 나이는 같지만 한 학년 위였다. 어릴 적에 친구로 만나서 죽 친구로 지냈다. 고등학생 때는 아니고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친구 집에 가서 피아노를 쳤다. 잘 못 치는 피아노 소리는 듣기 싫은가보다. 그런 것에 별로 마음 안 쓰고 자기 집에서 피아노 치게 하다니, 그때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그 친구 집이 멀어서 그것도 오래 하지 못했다. 어쩐지 핑계를 찾고 그만둔 듯한 느낌이다. 내 성격이 살가웠다면 달랐을까, 무뚝뚝해서. 지금 집에 피아노는 없다. 피아노 오래 배우지 못한 일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렇게 쓴 걸로 그만 아쉬워할까 한다. 내가 피아노 오래 배웠다고 해도 잘 쳤을 것 같지 않다. 언젠가 피아노 이야기 써 보고 싶다.

 

 

 

한때는 차갑고 묵직한 건반 위에서 열 손가락이 춤 추려 했지,

지금 내 손은 덜 차갑고 가벼운 컴퓨터 자판 위에서 때때로 춤추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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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는이가

  정끝별

  문학동네  2014년 10월 28일

 

 

 

 

 

 

 

 

 

 

 

 

 

 

 

 

 

시인 이름은 들어봤지만 시를 보기는 처음이다. 그런 사람 한둘이 아니다. 시를 보면 나도 시 말투로 말하고 싶다, 마음은. 글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시를 더 많이 만나야 할까보다. 시를 본다고 그걸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정끝별 시는 더 모르겠다. 어떤 건 자기 이야기인 것도 같은데. 아버지가 여든다섯에 세상을 떠나고, 그전에 병원에 있었나보다. 나이 먹고도 아주 많이 아프지 않고 남의 도움 없이도 사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살다보면 아프고 남의 도움을 받기도 해야겠지. 그나마 식구가 있는 사람은 나을지도 모르겠다. 도움 받는 게 미안할지라도. 혼자 사는 사람은 아주 모르는 사람 도움을 받아야겠다. 그런 일 없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 평소에 덕을 쌓는 게 좋겠다. 착한 일 많이 하지 않았지만,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아도 가끔 안 좋은 일 일어난다. 그걸 생각하니 조금 우울하다. 모든 일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불 들어갑니다!

 

하룻밤이든 하룻낮이든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아지랑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정강이뼈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듯한 것

 

지는 벚꽃 아래

목침 삼아 베고 누워

한뎃잠이나 한숨 청해볼까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예쁠 뿐!  (34쪽)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따듯하겠지. 아, 당연한 말을. 아직 봄은 아니지만, 봄이 올 걸 생각하고 <봄>을 앞에 썼다. 입춘 지났으니 봄이 올 날 머지않았다. 마지막 말 봄이 예쁘다는 걸까. 사람도 봄을 맞았을 때 티없이 예쁠까. 아니 어느 철이든 괜찮을 거다. 봄은 꼭 어릴 때만은 아닐지도. 설레는 일이 많이 일어나거나 새로 시작하는 일이 있을 때 봄이라고 하지 않을까. ‘봄은 시작이다.’ 봄 없이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겠다(바로 나, 이런 말은 왜 했지). 마음은 언제나 봄일 수도 있겠다. 그러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투신천국

 

 

 

재벌 3세가 뛰어내렸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출근한 아침

그날 하루 부산에서만 십대 셋이 뛰어내렸다는 인터넷 오후 뉴스를 보다가

이런, 한강에 뛰어내렸다는 제자의 부음 전화를 받고

저녁 강변북로를 타고 순천향병원에 문상 간다

 

동작대교 난간에 안경과 휴대폰을 놓고 뛰어내린 지

나흘이 지나서야 양화대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며

세 달 전 뛰어내린 애인 곁으로 간다는 유서를 남겼다며

내 손을 놓지 못한 채 잘못 키웠다며 면목없다며

그을린 채 상경한 고흥 어미의 흥건했던 손아귀

 

학비 벌랴 군대 마치랴 십 년 동안 대학을 서성였던

동아리방에서 맨발로 먹고 자는 날이 다반사였던

졸업 전날 찹쌀콩떡을 사들고 책거리 인사를 왔던

임시취업비자로 일본 호주 등지를 떠돌다 귀국해

뭐든 해보겠다며 활짝 웃으며 예비 신고식을 했던

 

악 소리도 없이 별똥별처럼 뛰어내린 너는

그날그날을 투신하며 살았던 거지?

발끝에 절벽을 매단 채 살았던 너는

투신할 데가 투신한 애인밖에 없었던 거지?

 

불은 손목을 놓아주지 않던 물먹은 시곗줄과

어둔 강물 어디쯤에서 발을 잃어버린 신발과

새벽 난간 위에 마지막 한숨을 남겼던 너는

 

뛰어내리는 삶이

뛰어내리는 사랑만이 유일했던 거지?  (100~101쪽)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지금이지만, ‘너’는 군대 다녀오고 대학을 마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다. 애인이 죽어서 ‘너’도 죽다니.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자신도 따라죽다니. 그 말만 남겼지만 다른 것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많이 보거나 듣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아주 많다고 한다. 물질은 넘치는 세상인데 마음이 모자란 세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까닭이 있어설지도 모르겠다. 이 시 다음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이야기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알려주는 걸까. 그 사람은 성실하게 일하고 그게 잘되고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는데, IMF를 맞고 일이 잘 안 되자 아내와 딸이 떠났다. 아내와 딸은 떠났지만 형은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조금 나가면 이웃이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이웃과 잘 지내는 건 힘든 일이다. 죽기로 마음먹으면 그런 것도 보이지 않겠지. 죽으려고 했을 때 우연히 음악을 듣고 마음을 접는 사람이 있고, 라디오 방송을 듣고 마음을 접는 사람도 있다. 죽기로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람한테 아주 작은 거라도 나타나면 좋을 텐데.

 

누구나 한번쯤 죽고 싶다 생각할 거다. 그런 순간을 잘 넘기면 괜찮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죽음을 스스로 앞당겨서 좋을 건 없다. 자신이 죽어서 슬퍼하고 괴로워할 사람을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죽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겠지. 살았을 때 느끼는 괴로움이나 슬픔 아픔도 없을 거다. 그런 감정에서 달아나고 싶을 때 많겠지만, 그것도 받아들이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나도 잘 못하는 건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권리다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번밖에 없는 삶 그냥 살다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말도 있다. ‘봄이 온다, 살아야겠다.’ ‘비가 내린다, 살아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살 까닭 많겠다.

 

 

 

마음 지치고 쓸쓸한 그대

라디오를 들어요

그대만을 위한 말과 음악이 흘러나올 거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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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시를 써야겠다

 

 

 

 

 

 

 

 

밤새 나린 눈은

소리를 덮고

온 세상을 덮어

너에게 가는 길조차 덮었지

 

일찍 일어난

마음 착한 사람들이

작은 길을 만들었어

 

푹푹 나리는 눈에

그 길 묻히지 않기를

 

 

 

(‘나리다’ ‘푹푹’ 백석 시에서)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을 보는 건 좋지만, 날이 풀리고 눈이 녹으면 걷기에 안 좋다. 오랫동안 내린 건 아니지만 눈이 아직도 많이 쌓여있다. 그게 다 녹으려면 시간 걸릴 듯하다. 겨울엔 춥기만 한 것보다 눈이라도 내려야 좋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갑자기 많이 왔지만. 오랜만에 눈 많이 쌓인 풍경 봐서 기분 좋았다.

 

 

 

 

 

 

 

과학도 여러 갈래로 생각해야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식플러스  2015년 07월 01일

 

 

 

 

 

 

 

 

 

 

 

 

과학과 철학 어쩐지 가깝지 않을 것 같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하던 사람이 과학을 했다. 그때 철학자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예전에 어떤 책에서 잠깐 봤을 뿐인데. 철학자는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사람을 시작해서 자연(동·식물)과 우주를.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내가 생각한 건 좀 다른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과학도 철학도 잘 모르는데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것을 말로 나타내기도 어렵다. 어쩌면 나는 철학자 이야기도 나오리라고 생각했는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자세하지 않을 뿐이다. 과학철학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철학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주 상관없다 할 수 없다. 철학이라는 것은 무엇하고든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철학이 필요하니까. 학문이라는 게 따로따로 있는 건 아닐 거다. 그게 어떻게 상관있고 이어져 있는지 나는 말 못하겠다. 그때그때 알았을 뿐이다. 아직 잘 모르는 것도 많다.

 

옛날에는 과학을 보통 사람도 생각하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문가가 더 많이 한다. 그래도 실험이나 어려운 건 못해도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과학을 쉽게 일반 사람한테 알리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많이 관심있다 말하기 어렵다. 책을 봤으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전보다 아주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 봤지만 나는 좀 어려웠다. 과학을 잘 몰라도 알 수 있게 썼다고 하지만, 실험을 설명한 게 어렵게 느껴졌다. 오래전에 나온 이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오랫동안 쌓은 지식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유연해지는 것 같기도 한데, 여러가지를 많이 쌓은 사람은 반대로 그것만 고집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한 것을 지키려는 거겠지. 더 나은 게 나온다고 해서 먼저 한 사람 게 아주 헛된 건 아니다 생각한다. 그게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게 나온 것이기도 하니까.

 

앞부분 쓰면서 하나 생각난 게 있다. 나이를 먹으면 유연해지기도 한다는 말. 유연보다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다 믿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에 속거나 한 건 아니다. 다행하게도 나한테 거짓말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주 없지 않았다는 말 같구나. 무엇은 어떻다 같은 말, 정말 그런 걸까. 보기를 들면 ‘만화는 보면 안 된다’ ‘공산당은 나쁘다’ 같은 말. 책을 보고 생각하게 되어서 다른 생각도 하게 된 걸까.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잘 생각하지 못해서. 이 책을 보면서 책 읽는 게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잘 못 알아들어서 그런 거기도 하고, 내 삶에 지금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책은 앞으로도 볼 생각이다. 책 읽는 이야기로 흐르다니. 여기에도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철학이 무슨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단단해지지 않는다고.

 

지금 바뀐 게 있는데 여기에서는 고치지 않았다. 그건 요새 아들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잊혔다고 한 거다. 우리나라 사람만 아들러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같은 때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아들러 책 만나본 적 없는데(정확하게는 아들러를 이야기하는 책이구나). 프로이트 책도 만나본 적 없다.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데, 과학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장하석은 과학사를 공부하다 거기에서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새로운 것보다 다른 생각이었던가. 옛것을 보고 지금을 생각하는 거 과학도 마찬가지구나. 종교와 과학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오래전 종교인 가운데는 과학자도 많았다. 신이 한 일을 과학으로 증명하려 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시 생각하니 종교와 과학 닮았다. 덮어놓고 믿는다는 거.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것만이 대단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생각도 다 다를 수 있다. 과학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갈래로 나누고 생각하고 교류해야 한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 말하면 싸움만 일어나겠지.

 

과학철학보다 어떤 세상이어야 하는지만 말한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책을 보고 안 것을 말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거 알지만, 다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다. 남을 바꾸기보다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이 바뀌면 다른 것을 좋게 볼 수 있겠다. 다른 사람 모습에서 자신을 봐서 싫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겠다. 갈수록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구나. 물 어는 점이 0도고 끓는 점이 100도라는 것만 외우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가’보다 ‘그렇게 되었다’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과학을 어렵고 재미없다 느끼는 건지도. 일상과 가까운 과학을 배우면 훨씬 재미있을 텐데. 거기에서 창의성이 나오지 않을까. 과학도 하나로 굳게 하지 않고 여러가지로 생각하면 훨씬 좋겠다.

 

 

 

 

 

 

 

알 수 없는 것, 사랑

 

  사랑이 다예요

  김용택   김선형 그림

  마음산책  2015년 08월 15일

 

 

 

 

 

 

 

 

 

 

 

몇달 전에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책값이 싸구나 했다. 싸다고 해도 책은 책이다. 그것도 시집, 더 말하면 사랑 시집이다. 이 말 썼지만 평소에는 거의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가끔 듣는다. 그러면서 노래가 다 왜 이래 한다. 우연히 일본 노래를 좀 들었던 적 있는데, 일본 사람도 사랑 노래 많이 한다. 나는 바로 말하는 것보다 돌려서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바로 알아듣기 어렵겠지만, 내가 쓸 때는 그러지 않는구나. 그러고 싶은데 잘 못하는 거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이 있기에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해가 뜨고 진다는. 더 있을 텐데 지금 생각나는 건 이만큼이다. 꽃을 피우고 꽃이 되었다는 말 시 안에도 있다. 사랑하면 어느 때보다 빛난다는 말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나아지려 하고 자신한테 마음 써서 전보다 좋아 보일 거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익숙해져서 자신한테 마음을 덜 쓸지도 모르겠지만. 꼭 설레는 것만 사랑은 아니다 생각한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이 편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나 들떠 있으면 심장에 안 좋으니 말이다. 이건 내가 모르고 하는 말일까.

 

김용택 시인 하면 ‘섬진강’이 생각난다. 그리고 ‘시가 내게로 왔다‘도(이 말 처음 한 사람은 시인 네루다일지도). 이게 다섯권이나 나왔다니, 나는 첫번째 것밖에 없다. 김용택 시인 시집이나 산문은 다른 사람 것보다 많이 보았다. 시집 몇권 있고 김용택 시인이 엮은 사랑 시집 《사랑》도 있다. 이 책 《사랑이 다예요》는 파랑이 많이 들어갔는데, 《사랑》은 빨강이다. 책 좀 봤다고 해서 아는 게 많은 건 아니구나. 김용택 시인은 책으로 시를 배웠다. 이것만은 기억한다. 오래전에는 책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용택 시인은 그런 사람한테서 전집을 사서 보고 또 보다 그걸로 모자라서 시를 썼다. 보는 것만으로 모자랄 때 글을 쓰는 건가 보다(작가 가운데는 그런 사람 많겠다). 예전에 그 말 보고 나도 책을 많이 봐야지 생각했다.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기도 해야 하는데. 잘 봐야겠다 생각한 건 몇해 전부터다. 그동안 뭐한 거지 싶다.

 

섬진강, 한번도 가 본 적 없다. 안 가 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용택 시인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끝까지 아이들 가르친 걸로 안다. 선생님도 오래 하다보면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김용택 시인은 그러지 않아서 아이 마음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순박하지 않다 하지만, 섬진강에서 사는 아이들은 순하고 착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니.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어른 탓일지도 모를 텐데. 사랑이라는 것도 많이 바뀌고 말았다. 마음보다 조건을 더 앞세우기도 하니까. 그것도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 상대를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사랑은 자신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거구나. 알 수 없다 했는데, 진짜 잘 모르기도 한다. 세상에 사랑이 없으면 안 되다는 건 알고, 느낌은 안다.

 

 

 

그때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56쪽)

 

 

 

이 책을 볼까 말까 하다 보았다(살까 말까 하다 샀다). 읽는 것보다 이런 쓸데없는 말 쓰는 시간이 더 걸렸다. 사랑에는 기쁨, 즐거움 이런 좋은 것만 있을까. 헤어짐도 사랑 안에 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겪는다. 사랑이라고 다를 건 없겠지. 안 좋은 일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세상에 사랑이 넘쳐나면 지금보다 평화로울 텐데. 그런 세상은 멀고 멀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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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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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0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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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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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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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돌아가는 히나   遠まわりする雛 (2007)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4년 09월 19일

 

 

 

 

 

 

 

 

 

 

 

 

시리즈로 나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봐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보니 한번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요네자와 호노부가 쓰는 고전부 시리즈 네번째야. 고전부는 확실하게 뭐하는 덴지 잘 모르겠어. 달리 하는 건 없어 보여. 첫번째에는 고전부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왔을지 모르겠어. 고전부에는 네 사람만 있는데, 일본 만화 같은 걸 보면 학교에서 부로 인정해 줄 때는 사람이 다섯은 있어야 하는데. 가미야마 고등학교는 사람수 별로 마음 안 쓰는가봐. 우리나라는 특별활동이라고 해도 몇몇부만 빼고는 한주에 한두 시간만 활동하지. 일본은 공부 시간 다 끝나고 활동해(이건 대학도 그렇겠군). 그래서 모두가 무슨 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듯해. 하나는 꼭 들어가야 한다는 학교도 있지만(이건 언젠가도 했던 말이네). 특별활동 좋아하는 게 아니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 이제는 그런 거 할 일도 없을 텐데 이런 말을 했군.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뭣모르고 하고 싶은 부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안 좋았어. 그 뒤로는 내가 진짜 들어가고 싶은 데 못 들어갔어. 일본 만화 보면 동아리(부)활동 즐겁게 하던데. 우리나라는 사람도 많고 억지로 해서 재미없는 게 아닌가 싶어. 자신이 하고 싶은 부에 들어간 사람은 다르겠군.

 

맨 처음 이야기에서 오레키 호타로가 고등학생이 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해서, 네번짼데 왜 그럴까 했어. 앞에 나온 세권에서도 시간이 흘렀을 거야. 여기에서 흐르는 시간은 첫번째 것의 다음, 두번째 것에서 다음, 세번째 것에서 다음이야. 봄 여름 가을 겨울. 앞에 나온 게 세권이니 가을까지 나왔을까. 여기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를 풀어. 학교에서, 온천에서, 새해 첫 참배간 신사에서, 히나 축제에서. 이렇게 쓰고 보니 보통 일상은 아니군. 학교는 보통이지만. 아니 일본에서는 다 보통 일이겠어. 고전부는 오레키 호타로 후쿠베 사토시 지탄타 에루와 이바라 마야카 이렇게 넷이야. 오레키 호타로는 누나가 고전부에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간 듯해. 후쿠베 사토시는 호타로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어. 이바라 마야카는 호타로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늘 같은 반이었지만 거의 말을 안 해서 친구는 아니었다고 말해. 지탄다 에루는 고등학생이 되고 고전부에서 처음 만났어. 호타로와 지탄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호타로는 지탄다가 알고 싶어한 것을 해결했나봐. 생각하는 탐정이 바로 오레키 호타로야. 호타로는 안락의자 탐정이고 싶은 것 같기도 해. 호타로 신조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하고 해야 하는 일은 짧게 한다’야. 좀 게으르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지탄다가 호타로를 보고 ‘마음 쓰여요’ 하면 그걸 풀어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여. 맨 처음에는 지탄다가 말하려는 것을 막고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지만. 그때는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해.

 

네 사람으로 여자 둘 남자 둘 짝을 맞추다니. 이바라는 사토시를 좋아해. 사토시도 그것을 알지만 아직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사토시는 이바라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쪽에 가까워. 왜 사토시가 이바라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는 <수제 초콜릿 사건>에서 말해. 이바라는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 집착했다고 해. 지금은 집착하지 않고 살기로 했대. 그랬더니 아주 편해졌다고 해. 이제 고등학생인데. 사토시가 이바라와 사귀면 이바라한테 집착할까봐 싫대. 모르겠어. 집착 안 하고 지금까지처럼 지내면 문제없지 않을까 싶은데. 친구가 아닌 사귀는 사이가 되면 달라져야 할까. 사토시는 자신이 욕심을 가질까봐 겁내는 거군. 욕심을 내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다는 말도 있는데. 이런 생각 호타로도 해. 호타로 상대는 지탄다지. 호타로는 게으르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누군가를 사귀면 그러지 못하겠구나 해. 정말 그럴까. 상대한테 잘하기 위해 조금 바뀔지 몰라도 오랫동안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이 달라지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잖아. 호타로와 사토시는 자신이 달라지는 게 싫은 건가.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하는데.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지도. 좀더 시간이 지나면 둘도 알겠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면서 오레키 호타로는 조금씩 달라져. 호타로와 지탄다 거리라고 해야 할까. 친구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잖아. 친구는 가까워지는 데 시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까. 호타로와 지탄다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잘 몰랐던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건지도. 호타로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지탄다가 ‘마음 쓰여요’ 하는 거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잠깐 이런 생각했어. 마음 쓰이면 자신이 알아보면 될 텐데 하는. 다시 생각하니 그건 재미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한테 말한 다음, 함께 생각하고 알아보는 게 더 재미있겠어. 지탄다가 그런 생각을 하고 ‘마음 쓰여요’ 하는 건 아니지만.

 

앞에 세권을 보고 이것을 보면 좋겠지만, 이 책 한권으로 네 사람이 지내는 한해를 보는 것도 괜찮아.

 

 

 

 

 

 

 

현실의 공주

 

  무서운 공주들 : 동화책에는 없는 진짜 공주들 이야기

  Princesses Behaving Badly (2013)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노지양 옮김

  이봄  2015년 07월 10일

 

 

 

 

 

 

 

 

 

 

 

공주가 나오는 동화를 많이 봤는지, 그런 걸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 방송에서 만화영화나 인형극으로 공주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공주를 좋아했다기보다 그저 이야기를 좋아한 것 같다. 그래서 공주 옷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았다.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이런 말을. 예쁜 걸 아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는 다 예쁘고 잘 살았던가. 어렸을 때 동화 안 보고 나중에 본 동화에는 공주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금 여자아이들은 좋아할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좋아한다고 여긴 듯하다. 인형이나 디즈니 만화영화 이야기를 했다. 디즈니에서는 그런 만화영화를 많이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는 그것을 보고 좋아할지도 모르겠구나. 제약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동화에 나오는 공주는 좀더 자유로워 보이고 자유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진짜 공주는 어땠을까. 여기 나온 사람이 모두 공주인 건 아니다. 공주, 왕비, 공비, 여왕 이런 사람을 모두 공주로 말했다.

 

역사를 쓰는 사람은 거의 남자다. 여성 사관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역사에 여성 이름은 자주 나오지 않을 거다. 여왕은 나오겠지만. 또 하나 나쁜 여자는 더 심하게 적지 않았을까. 사람을 엄청나게 죽이고 자기 멋대로인 성생활 젊은 여자 피로 목욕한 사람 이야기도 있다. 이집트를 다스린 여자 이야기는 다음 왕이 여자가 한 일을 많이 없애서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도 정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 많았겠지. 여왕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다. 내가 잘 몰라서 신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여왕이나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해도 정치에 영향을 미친 사람도 많을 텐데. 그것도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역사에서 찾아내면 재미있을 거 많겠다. 누군가 그 일을 하고 책으로 나오면 그런 사람과 일이 있었구나 할 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울까. 조선시대에 과서시험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거기에 여성은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여성도 관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건 소설이어서 그렇고 실제 그런 일 없었겠다. 오래전 중국은 어땠을까.

 

앞에서 여성이 정치를 했을까 했는데, 이 책에서 조금 벗어난 거구나. 공주 이야긴데. 왕도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게 왕이다. 형제나 아들은 왕 자리를 노리고 한시도 편한 날이 없을 거다. 공주는 어떨까. 평범한 여자로 태어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좀더 나을 텐데, 공주는 정치에 이용 당한다. 나라와 나라가 동맹을 맺을 때 결혼시키기도 한다. 일본 무사가 나라를 다스릴 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거의 인질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자로 태어나 왕위를 바로 물려받지 못하고 마녀 재판으로 죽임 당한 공주도 있다. 옛날 왕족은 친척과 결혼해서 안 좋았다. 실제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많고, 어떤 사람(후아나 라 로카)은 남편과 아버지 다음에는 아들이 왕 자리를 지키려고 미친 사람으로 몰았다. 오래전에는 여성이 중심인 사회였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 무슨 일 때문에 그게 남성한테 넘어갔을까. 농업을 시작한 뒤부터였을지도.

 

유럽 왕족과 귀족이 무너져 갈 때는 미국 부자가 유럽 사람과 결혼하고 공주가 되었다. 그런 사람을 달러 공주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사는 게 즐거웠을까. 공주기 때문에 마음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버리지 못했다. 공주 자리를 버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많은 걸 가져서 애써서 얻어야 하는 것을 몰랐을 것 같기도 하다. 거의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자기 아이도 사랑하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을지도. 공주가 아닌데 공주 흉내를 낸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처럼 자랐다.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처럼 기르는 사람도 있던데, 그 반대도 있었다니(만화에도 있구나). 공주로 사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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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그러니까 가장 처음 나온 《눈 먼 자들의 국가》는 여전히 못 보았습니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것도.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하네요. “엄마, 나야” 하는 말은 더 가슴 아픈 제목이군요. 이 말 아직도 저는 듣기보다 하는 쪽입니다. 엄마 아빠, 부모 마음 잘 모릅니다. 부모라고 해서 다 좋은 부모만 있는 건 아니지만(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시집이고 시인들이 아이들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고 형제자매와 잘 지낸 아이들이더군요. 가끔 싸울 때도 있었겠지만. 글 보면서 부모 형제한테 사랑받지 못한 아이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아이도 기억해야 할 텐데.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설레고 기뻤을 텐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탄 아이들은 다 마음 착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자신보다 남을 생각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만화 <표류교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을 보았습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 “지금을 살아라(今を生きろ)” 하는 말이 나와요. 이 드라마 보기 전 새벽에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곳보다 덜 했을지 모르겠지만, 땅이 울리고 창이 흔들렸습니다. 그때 죽는 게 무서웠다기보다, 아무 말 못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잘 살자 생각했는데.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고등학교가 사라집니다. 원작은 초등학교라는데 드라마는 고등학교고 나오는 사람도 적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라진 고등학교에는 선생님 몇 사람과 학생 스물둘이 있었습니다. 그 학교가 간 곳은 인류가 거의 사라지고 지구는 사막이 된 그다지 멀지 않은 앞날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지금은 2002년이에요(만화는 더 옛날에 나왔군요). 이 드라마 한 지 오래됐군요. 저는 지진이 일어난 뒤에 이걸 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간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곳에서 살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일을 겪습니다. 만화는 더 무서울 것 같더군요. 드라마에도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인류가 나타납니다. 제대로 보여주지 않지만 무서운 듯하더군요.

 

지금 2002년을 사는 사람과 지구가 사막이 된 곳으로 간 사람들을 보여줘요. 지금이 더 조금 나옵니다. 학교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사라진 아이들 부모와 친구는 무척 슬퍼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은 자기 딸(학생은 아닌 일반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고 목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도움도 주어요. 사막이 된 지구(일본)에 간 아이들은 그날 말하지 못한 것과 그동안 멍하게 산 것을 아쉬워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가 사라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 때문에 지구는 사막이 된 것일지도. 앞날에 간 사람도 생각합니다. 자기 둘레만 괜찮으면 상관없다고 한 건 아니냐고. 한 사람이 ‘나 하나쯤 어때’ 하는 생각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지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 하나라도 잘 하자’ 하면 좋을 텐데요. 선생님과 아이들은 2002년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냅니다. 그 편지 잘 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마지막에 학교 둘레가 바뀌었어요. 어떤 마음은 전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낸 건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삼켰던 두려움이 바다의 포말이 되었어요

내 친구들이 흘렸던 눈물이 한 잎 한 잎 낙엽이 되었어요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이 송이송이 눈발이 되었어요

우리 모두가 이루고 싶었던 꿈들이 봄별이 되었어요
이 모든 것들 빛깔과 이름을 잊지 마세요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면

그건 여기 하늘나라에서 누군가 그리운 마음으로

세상으로 손짓하고 있다는 것, 나처럼요

그러니 귀 기울여주세요

가만히 가만히 닻처럼 잠긴 4월 산사꽃 비명을!

이제라도 환하게 밝혀주세요

기다리며 기다리며 벼렸던 4월 새파란 별빛을!

 

지난해 흘렸던 눈물은 여전하네요

오는 봄볕과 빛을 가리지 않게 해주세요  (54쪽)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을게요.  (189쪽)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만질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모두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하늘 높이 올라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흙이 되어

여러분 곁에 있을게요.

늘 다니던 동네 슈퍼, 운동장, 학원 근처에서

생생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할게요.  (253~254쪽)

 

 

 

드라마에서 아이들은 비록 사막이 된 지구에 갔지만 살아있었습니다(나무나 물도 없고 살기 힘든 곳이지만). 세월호를 탄 아이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네요. 두번 다시 못 본다 해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게 나을지도 모를 텐데요. 시 속에서 아이들은 말합니다. 자신은 그곳에서 잘 지내니 엄마 아빠 언니 누나 오빠 형 동생도 잘 지내라고. 아이들 이제 차갑지 않은 곳에 있겠지요. 밤하늘 별이 되어 이 땅을 내려다 보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건 산 사람이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들도 부모 형제자매 친구한테 그런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자신이 맡은 일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좀 넓게 생각하고 양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나, 여기 있어’ 하고 별들이 인사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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