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 권정생

  양철북  2015년 05월 01일

 

 

 

 

 

 

 

 

 

 

 

 

내가 언제부터 쓰는 걸 좋아하게 됐을까. 아니 좋아해서 했다기보다 그냥 썼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글 써서 내는 거 싫어하고 일기 검사 받는 것도 싫었다.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이 짧은 글은 읽어도 일기는 썼는지만 봤을 것 같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일기 검사를 꼬박꼬박하고 선생님이 밑에 글까지 썼다. 내가 다닌 학교에도 그런 선생님 있었을 테지만, 거의 시간이 없어서 하나하나 읽지 않았을 거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할 일이 많은지 몰랐다. 그런 거 안 지도 얼마 안 되었다. 내가 일기를 검사 받은 건 방학숙제로 했을 때뿐이다. 선생님 가운데는 ‘일기를 써라’ 한 분도 있을 테지만.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게 어린이 마음이다. 아니 이건 어린이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내가 일기 쓰고 싶어서 쓴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는지, 중학교 1학년 때쯤이었는지. 검사 받지 않아도 됐을 때 마음대로 쓰다니. 나는 읽기보다 쓰기를 먼저 했구나. 예전에 쓴 일기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나는 물건 잘 버리지 않는데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있었다 해도 안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뜻과 상관없이 잃어서 아쉽다. 일기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몇해 동안 날마다 쓰기도 했는데, 그때 할 말이 많았느냐 하면 아니다. 거의 같은 말을 썼다. 그건 지금도 여전하다. 요새는 어쩌다 한번 쓴다.

 

일기를 쓰다가 편지를 쓰게 된 것 같다. 초등학생일 때는 어버이날에나 편지 쓰고, 중학생이 되고는 친구한테 자주 썼다. 중·고등학생 때는 답장 조금 받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나만 썼다. 아니 가끔 편지 나눈 친구가 한둘 있었다. 오래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말 처음이 아니어서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이오덕과 권정생이 가까운 데서 살지 않아서 오랫동안 편지를 나눈 게 아닐까 했는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 왜냐하면 나는 가까이에 살아도 편지 썼으니까. 나는 말을 잘 못해서 그런 거기는 하다. 편지만 써서 그 사이를 이어가는 건 어려울까. 이오덕과 권정생도 만난 다음에 편지를 쓰고 어쩌다 한번 만나고 전화도 했다. 동화를 쓰고 그 동화를 알리려고 했으니 만나지 않고 하기는 조금 어려웠겠지. 처음 만났을 때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받으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건 처음부터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구나. 편지 자주 쓰는 사람은 그게 별로 어렵지 않지만(나는 어렵지 않다고 하는 것 같은데, 다른 것보다 편하게 쓴다), 잘 안 쓰는 사람은 어렵겠지. 이오덕과 권정생도 편지 쓰는 게 익숙했겠지. 두 사람이 만났을 때는 아직 편지 쓰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란 뭘까, 함께 놀고 오래 마음을 나누는 사이일까. 나이 차이는 나지만 이오덕과 권정생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편하게 말해도 됐을 텐데 싶기도 하다. ‘오덕이 형, 정생아’처럼. 두 사람은 서로한테 선생님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해서 나중에 바꾸기 어려웠겠다. 이오덕은 학교 선생님으로 글도 써서 바빴을 텐데 편지를 썼다. ‘바쁘다’는 말을 가끔 했지만. 차나 기차 때로는 우체국에서 바로 써서 보냈다. 그만큼 권정생을 생각한 거겠지. 권정생은 자주 아팠다는 말을 했다. 아파도 글을 쓰고 편지를 쓰다니. 자기 시간을 상대한테 기꺼이 내주는 게 친구겠지. 만나서 이야기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이 시간을 내주는 건 아니다. 편지를 쓸 때는 편지 받을 사람만 생각하고 쓴다. 그것 또한 자기 시간을 상대한테 내주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건 그리 좋은 게 아닌가. 친구를 생각해도 쉽게 연락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테니까. 나 또한 생각났을 때 바로 편지 쓰는 건 아니다(그럴 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책읽기 싫거나 답장을 더 미루면 안 될 때 쓰기도 한다. 편지 받으면 거의 바로 쓰는데 가끔 미루기도 한다. 한번 미루면 자꾸 미루니 편지는 받았을 때 바로 쓰는 게 낫기는 하다. 이건 내가 그런 거지 모두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다. 서로 편지를 받은 다음 바로 쓰면, 쓴 지 얼마 안 돼서 또 써야 해서 힘들거다. 편지 자주 쓰고 받는 것도 재미있지만, 오래 하기는 어렵다.

 

이오덕과 권정생 두 사람을 잘 아는 건 아니다. 이름도 모르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어쩌자 한번 마음먹고 동화를 보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자주 보았다. 이오덕이 쓴 건 동화가 아닌 다른 책을 조금 보고, 권정생이 쓴 동화는 조금 봤다. 사람들한테 잘 알려진 건 《강아지 똥》하고 《몽실 언니》려나. 《강아지 똥》은 어딘가에 냈는데 제목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잘 안 읽어봤다는 말이 있고, 《몽실 언니》는 시대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가 보다. 이오덕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위해 애를 많이 쓰고 좋은 책을 내려고 애썼다. 편지를 보고 그런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아이들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 애쓰지 않았을까. 권정생은 건강이 안 좋다는 말 예전에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들은 것하고 이렇게 글을 보는 건 또 다르구나. 사는 게 힘들었겠다. 몸이 안 아파도 사는 건 힘들다. 늘 괜찮다가 잠깐 몸이 아파도 괴로운데, 권정생은 스무살에 걸린 결핵이 평생가다니. 아픔(몸과 마음)과 함께 사는 사람이 세상에 한둘은 아니겠지만. 권정생은 어린이를 생각하고 동화를 썼다. 내가 쓰면 거의 동화 같아서(그것을 아이가 보면 재미있게 여길지) 동화를 쓰자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몇해 전에 나는 혼자고 어린이를 위해 무엇인가 쓰려는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고 동화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쓴 것도 없고, 앞으로도 못 쓸지도 모르는데 그랬다.

 

어렸을 때 나는 동화(책 자체)를 거의 안 봐서 그때 책을 보는 게 어떤지 잘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면 훨씬 좋을 거다. 우리나라 어린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동화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재미있기만 하면 안 되겠구나. 현실도 잘 알게 해야겠지. 권정생은 자신의 책은 소박하게 만들어서 값도 싸기를 바랐다. 요즘은 일부러 비싸게 팔려는 책도 있다. 그런 거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하니 싸게 팔려는 책도 있구나. 그런 게 더 많아지면 좋겠다. 누군가 하는 일은 그때 알기보다 시간이 흘러서 아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 누구한테나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작가나 예술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죽어도 작품이 남으니 알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알기 어렵겠다. 그래도 살아야겠지. 사람은 누구나 나고 살다 간다. 이건 아무도 피할 수 없다. 남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무 가치 없는 건 아닌 거다. 자신이 자기 삶을 사랑하고 산다면 그걸로 괜찮은 거겠지. 이 말은 아무것도 해놓은 거 없는 나한테 하는 거구나. 편지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기보다 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랫동안 쓴 편지를 그 시간보다 적게 걸려서 본 게 미안하다(두 사람은 편지 보이고 싶지 않았을지도). 한통 한통 편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특별한 말이 없다 해도 멀리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편지 나누는 일은 쉽지 않을 거다. 두 사람은 서로한테 좋은 친구였으리라. 두껍지 않은 한권이지만 이 안에 담긴 시간은 길다. 갈수록 줄어드는 편지는 어쩐지 쓸쓸하게 보인다. 여기에 두 사람이 나눈 편지를 다 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우정은 느낄 수 있다. 내가 두 사람처럼 한 사람과 오랫동안 편지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편지 쓸 힘이 있는 한 쓰고 싶다. 나한테 편지는 말이기 때문이지만. 편지로라도 시간을 쌓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

 

 

저와 편지 나누는 분, 제 편지 받는 분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재미없는 편지일지라도 반겨준다면 좋겠습니다(요새 잘 못 쓰면서 이런 말을, 자주 쓰기보다 가끔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예요. 저만 좋자고 쓸 수 없잖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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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휘두르며 23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4년 06월 23일

 

 

 

 

 

 

 

 

 

 

 

 

야구만화 보기는 하지만 잘 몰라서 야구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야구를 가까운 데서 본 적 없다. 텔레비전 방송으로도 못 봤다. 가끔 라디오에서도 중계했는데 그거 지금도 할까. 내가 야구를 본 건 이런 만화나 드라마에서뿐이다. 야구 좋아하는 사람은 응원하는 팀도 있고 야구를 하는 때가 오기를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운동 경기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뿐 아니라 축구도 좋아할까. 그러고 보니 야구 소설에서도 보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마구》라는 소설을 썼다(단편도 있다). 하나밖에 없나 하겠다. 야구 선수가 나오는 하라 료 소설 《안녕, 긴 밤이여》도 생각난다. 추리소설도 꽤 있다. 내가 본 게 얼마 안 될 뿐이다. 중학생 아이가 나오는 《배터리》(아사노 아쓰코)도 재미있게 보았다. 인터넷 책방이 아닌 곳에서 ‘배터리’라는 말로 찾으면 이 책보다 다른 게 나온다. 배터리는 투수와 포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 말은 이 책 보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전에도 들었을 텐데 그때는 대체 뭐야 했을지도. 투수나 포수가 아닌 유격수를 알게 한 책은 《수비의 기술》(채드 하바크)이다. 유격수는 상대편 공격을 막는구나. 야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재미있구나.

 

만화책까지 본 건 이거 하나뿐이다. 다른 건 거의 만화영화로 보았다.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도 있다. 운동 경기는 움직여서 만화영화가 더 재미있기도 하다. 그것을 보고 만화 보는 것도 괜찮다. 만화를 많이 본 사람은 이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전에 만화 보다보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야구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만화는 움직임뿐 아니라 다른 선수나 경기를 보는 사람이 말해서 어떻게 된 건지 알기도 한다(이건 만화영화도 만찬가지구나). 그냥 볼 게 아니고 그림이라도 그려놓고 보면 좀더 알기 쉬울까. 게을러서 그렇게 안 할 듯하다. 무사시노 제1고교와 니시우라는 동점으로 한회 남았는데 둘 다 연장전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베와 미하시(니시우라 포수와 투수)는 새로운 공을 연습했는가보다. 아주 잘하는 건 아니어도 그게 이번에 도움이 되었다. 9회초 무사시노 제1고교는 점수 내지 못했다. 니시우라가 1점을 넣으면 이긴다. 어떻게 됐을까. 앞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했는데. 1회에서 8회까지는 시간을 많이 쓴 것 같은데, 9회는 빨리 지나간 듯하다. 니시우라 아주 못하는건 아니지만 실력보다 운으로 이겼다. 무사시노 제1고교는 잘못해서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감독은 아이들한테 지금 이대로라면 다음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끝나고 하루나가 미하시한테 9회에서 던진 공이 뭐냐고 물어서 미하시가 말하려고 하니 아베가 막았다. 멀리서 보면 어떤 공 던지는지 잘 모르는가보다. 아베는 하루나한테 오늘 공 잘 던졌다고 했다. 미하시도 하루나한테 같은 말을 했다. 하루나는 미하시한테 백스핀 연습하면 괜찮다고 했다. 백스핀은 뭘까. 하루나가 미하시한테 무슨 말을 해주다니. 처음 미사히 봤을 때는 얕잡아 봤는데. 하루나 말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미하시는 그 말 듣고 아베한테 백스핀 연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도 아베는 감독이 미하시한테 조금 빠른 공 던지게 하는 것을 싫어했다. 잘못하면 미하시 직구를 던지지 못할 수도 있어서. 오랫동안 공 던지는 자세가 아닌 다른 자세를 배우면 좀 안 좋기도 하겠지. 제구를 잘 못하려나. 미하시는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이건 여름대회 끝나고부터구나). 이건 다른 아이도 비슷하겠다. 타지마는 미하시가 하루나가 될 수 없듯 자신도 하나이가 될 수 없다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하나이가 홈런 쳤을 때 감독은 타지마가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은 훈련하기에 따라 실력이 달라지겠지. 아니 운동은 연습 많이 하면 결과가 나오는 건지도. 해도해도 안 되는 것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라는 아이는 좀 다르겠지. 무사시노 제1고교와 경기 끝났을 때 감독은 무사시노 제1고교 포수 아키마루가 다음 여름에는 다를거라 했다. 아키마루는 그동안 야구 연습 별로 안 했다. 한 건 하루나 공 받기뿐이다. 이번 경기에서 야구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 아키마루는 니시우라를 이기고 싶었지만 이기지 못해서 아쉬웠겠다. 백스핀은 직구 던질 때 걸리는 건가(백스핀으로 던지는 게 직구라고 한다). 아베와 미하시가 이야기한 것을 감독한테 말해서, 감독은 미하시한테 공 던지는 법 가르쳐줄 사람을 불렀다. 그 사람은 모모에 감독 아버지다. 이 만화에 나오는 형제는 거의 다 야구한다. 아버지와 딸이 야구를 한다니 재미있구나. 감독 아버지가 다닌 고등학교는 고시엔에 나가기도 했다고. 예전에는 운동 무척 엄하게 가르쳤다. 지금도 그런 곳 없는 건 아니겠지만 거의 자유롭게 해줄 거다. 감독 아버지는 자신이 야구할 때와는 다르다는 거 안다고 말했다. 무섭게 가르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이 만화에 그런 사람 나올 리 없겠다. 야구하는 아이 거의 다 착하고 부모도 그렇다. 다른 데서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 방해하는 거 본 적 있다. 그런 사람 진짜 있을까.

 

다음 경기에서 미하시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니시우라는 2, 3회전에서 이겼다. 바로 경기하지 않고 대전표 또 짰다(제비뽑기로). 니시우라는 센 팀과 만나게 되었다. 전에도 그러고 또 그러다니. 하나이(주장)는 그렇게 돼서 걱정했는데 사카에구치는 괜찮다 생각하고 이즈미는 ARC가 더 나은데 하기도. ARC 학원도 야구 잘하는 학교다. 센 학교하고 경기해서 이기면 더 기쁠 것 같다. 센다하고 어떤 경기를 펼칠까. 이기면 좋지만 져서 얻는 것도 있다. 그래도 니시우라가 이기는 모습 더 많이 보고 싶다. 열심히 하는 거 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다른 학교 아이들도 연습 열심히 하겠다. 경기 재미있게 봐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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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휘두르며 22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3년 11월 22일

 

 

 

 

 

 

 

 

 

 

 

 

 

                 

 

 

 

앞에 21권 보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 2013년부터 만화를 잘 안 봐서 그러기는 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다른 책도 그렇게 많이 못 봤는데. 그때 책 읽고 쓰는 데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그렇구나(지금도 다르지 않다). 왜 2013년이냐 하면 이 책이 2013년 11월에 나왔기 때문이다. 두해가 지났다고 글 쓰는 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만화책은 아직이구나. 오랜만에 이 만화를 봐서 예전에 좋게 생각한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니시우라와 무사시노 제1고교 야구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이번에도 끝나지 않았다. 다음에서 끝나겠다. 앞으로 한회 남았으니까. 무슨 야구 경기인가 할지도. 가을대회다. 고시엔에서 열리는 경기는 봄 여름 가을 세번 하는가보다. 만화 같은 데서 나오는 건 여름대회일 때가 많다. 정확한 것을 알면 좋겠지만 잘 모른다. 그냥 가을대회인가보다 하고 봤다. 니시우라와 무사시노 제1고교가 빨리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도. 이건 21권 아니면 20권 볼 때 했다.

 

이 만화를 알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할까 한다. 지난해에도 했을지 모르는데. 누가 그것까지 찾아볼까, 당연히 안 보겠지. 설명한다고 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크게 휘두르며>는 고교야구 만화다. 여기에서 중심학교는 니시우라다. 이 학교 야구부는 모두 1학년으로 야구부가 연식에서 경식으로 바뀐 첫해라고 해야 할까. 연식과 소프트볼은 다를까. 고시엔에 가려면 경식을 해야 한다.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 야구를 아주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연습하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야구는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정신도 단단해야 한다. 니시우라는 여름대회 때 열심히 했지만 졌다. 포수 아베는 다치기까지 했다. 투수 미하시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자신 없는 아이였다. 니시우라에 다니면서 아베와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조금씩 달라졌다. 여름대회 때까지 미하시는 아베한테 모든 걸 맡겼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자신도 생각하기로 한다. 축구 중계 보면 해설하는 사람이 선수들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야구에서 포수와 투수도 이야기해야 그 경기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 다른 선수들하고도. 야구를 하면서 아이들이 자란다. 미하시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무사시노 제1고교에는 중학생 때 아베와 함께 야구를 한 하루나가 있다. 하루나는 미하시와 다르게 빠른 공을 던진다. 빠르지만 제어는 잘 못한다. 미하시는 아베가 하루나와 야구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그 마음에서 벗어났다(미하시는 그렇게 됐는데 나는 그것을 본받지 못하다니).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잘 던지고 제어 잘하는 투수도 있는 거 아닌가. 미하시는 언젠가 하루나와 경기하면 이기겠다고 생각했다. 하기도 전에 ‘못한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이제는 ‘꼭 이기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니시우라 아이들 야구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닐지도. 거의 다 중학교 때도 야구했다. 4번 타자 타지마는 야구 센스가 좋고, 주장 하나이는 키 크고 홈런 칠 수 있는 체격이다. 타지마는 키가 작다. 타지만 앞으로 키 클까. 더 커야 프로 야구선수도 할 텐데. 타지마는 프로가 될 만한 소질도 있다. 몇몇 아니는 고등학교를 나오고도 야구하고 싶어한다. 프로가 되지 않아도 대학이나 회사 야구부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아직 1학년인데 이런 말까지 하다니. 예전에 아이들이 그런 거 썼다.

 

고교야구를 낮잡아보는 건 아닌데, 아주 뛰어난 선수가 하나라도 있으면 경기에서 이기기도 한다. 무사시노 제1고교가 그렇다. 하루나가 있어서 상대편에 점수를 주지 않고, 같은 편이 점수를 내는 것으로. 언제나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무사시노 제1고교는 여름대회(현) 때 결승전에도 나갔다.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잊어버렸다(고시엔에는 다른 학교가 간 것 같기도). 3학년은 빠지고 하루나 공을 받을 수 있는 아키마루가 포수가 되었다. 아키마루는 그전과 다르게 야구를 할 마음을 가졌다. 니시우라 아이들만 자란 건 아니다. 다른 학교 아이들도 야구를 하면서 자랐다. 하루나는 다치는 것을 마음 써서 언제나 80구만 던졌는데 여름대회 때는 더 던졌다. 니시우라와 할 때는 이기려고 한다. 아니 자신이 미하시한테 이겼다고 생각했다. 투수 실력으로 보면 하루나가 미하시보다 잘한다. 잘한다고 해서 경기에서 꼭 이기는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도 잘 맞아야 이기지. 하루나는 사인 없이 자기 마음대로 던졌는데, 이제는 아키마루가 사인을 보낸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하루나가 던지고 싶은 데 던지지만. 아키마루가 하루나가 던질 수 있는 사인을 보내면 고개 젓지 않고, 못 던지면 고개 젓는다. 혼자보다 둘이 하면 훨씬 낫겠지.

 

지난번에 4회말까지 하고 1대1이었나보다. 5회초에서 아베는 아껴둔 미하시 직구를 던지게 한다. 이것은 토세이와 비죠다이사야마한테도 통했는데, 여러번 던지는 것을 본 아키마루가 미하시 직구가 어떤 건지 알아차린다. 바로 그런 건 아니고 8회초였던가. 5회말에서 니시우라가 1점 넣어서 한점 앞서다 6회말에서 하나이가 홈런을 쳤다(드디어 하나이가 해냈다). 하나이가 하루나 공을 홈런 치고 홈에 들어오자 타지마가 자신이 루에 나갔다면 2점 얻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하나이가 홈런 친 거 대단하다고 말한 게 먼저다. 하나이는 지금까지 타지마보다 자신이 잘 못해서 자신을 잃기도 했는데 홈런 치고 자신이 좀 붙었다. 같은 편이어도 경쟁하기도 한다. 무사시노가 지고만 있지 않았다. 미사히 직구를 버렸다가 아키마루 말을 듣고 다시 치기도 해서 앞섰다. 8회말에서 니시우라가 1점 넣어서 다시 동점이 되었다. 이런 결과를 다 말하다니. 예전에는 더 자세히 말했다. 다음에는 어떻게 쓸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학교 때 미하시는 혼자 공을 던졌다.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야구한 게 아니고 투수만 했다. 그런 미하시가 던지는 공을 본 아베는 미하시 직구가 무기가 되겠다고 알아차렸다. 그냥 직구라고 하지 않고 미하시 직구라고 한 건 아베다. 투수를 잘 살리는 건 포수일지도. 미하시는 중학교 때 아이들이 그것을 잘 쳐서 그 공 던지는 걸 꺼렸다. 아베는 자신을 믿고 던지라고 했다. 그것을 던져서 여름대회 1회전 때는 토세이를 이겼다. 미하시와 아베는 언젠가 그게 잘 안 될 때가 올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게 지금이었다. 남은 한회 어떻게 할까 했는데, 다른 거 연습했나보다. 그게 잘 되면 좋을 텐데. 무사시노가 니시우라를 쉽게 이기는 것은 재미없을 것이고, 그 반대여도 재미없겠지. 엎치락뒤치락하다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게 끌어갈 것 같다. 나는 니시우라가 이기기를 바란다. 다음 권은 좀 빨리 봐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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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자신이 사람과 다르다는 걸 느끼다

 

 

치즈 스위트 홈 10

코나미 카나타

講談社  2013년 04월 23일

 

 

 

언젠가 동물을 기른다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건 귀여워도 실제 기르면 이것저것 마음 써야 해서 힘들지도. 동물과 함께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아예 기르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좀 안 좋을까. 가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보기도 한다. 그때는 함께 살다보니 좋아하게 되는 거다. 동물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살아도 달라지기도 한다. 동물과 아이는 마음을 닫은 사람이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게 하는지도.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기 때문일까. 동물뿐 아니라 아이도 이것저것 챙겨줘야 한다. 마음을 쓰면 그것을 되돌려주기도 한다. 비슷한 점이 있구나. 제멋대로인 아이도 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런 말을 했다. 동물은 사람한테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기는 하다. 고양이보다 개가 사람 마음을 더 잘 알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는 가끔만 놀아줘도 괜찮을 것 같지만 개는 마음을 많이 써야 할 듯하다. 이것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사람이 동물 마음을 다 알 수 없겠지만, 마음을 쓰면 동물도 그것을 알 거다.

 

앞에서 동물을 기른다면 고양이가 좋겠다고 했는데 마음뿐이다. 그것은 내가 쓸쓸할까봐서일지도. 그냥 앞으로도 책만 봐야겠다. 책만 봐도 괜찮다. 따스함이나 무게는 느낄 수 없지만. 어쩌면 동물은 언젠가 죽기 때문일지도. 만화속에 나오는 치(고양이)는 여전히 새끼고 죽지 않는다. 죽음을 가르치는 만화도 있지만. 책임보다 먼저 동물이 죽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겠다(나도). 동물을 한번 길러본 사람은 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 같은 아픔을 다시 느끼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고, 다른 동물로 아픈 마음을 낫게 하기도 한다. 사랑으로 다친 마음을 다음 사랑으로 낫게 하는 것과 같구나. 먼저 아플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잘 안 될 것을 생각해도. 이런 말을 하다보니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가 싶기도 하다. 그럴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지금 마음을 따를 때가 더 많다. 그러고 나중에 아쉬워하기도. 몰랐다면 더 나았을지도 한다. 이것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일어났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귀여운 치를 만나고 이런 말이라니.

 

앞에 것 9권을 보고 10권을 넘겨보고 아빠가 치를 찾는다는 벽보 보는 게 뒤인지 알았다. 앞부분을 제대로 안 보고 뒤를 봐서 그렇다. 이거 보기 전에도 한번 넘겨봤다. 무슨 이야기일까 하면서. 그렇게 봐도 잘 몰랐다. 치나 다른 고양이 보고 귀엽구나 했다. 처음부터 천천히 보고서야 어떤 내용인지 알았다. 갑자기 사람도 대충 보면 잘 모르고 차근차근 보면 조금이라도 알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치가 치와 집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코치도 치와 요헤이네 집에서 함께 살까 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코치는 길고양이여서 사람 집에서 사는 게 답답할지도. 그래도 치와 친구다. 치는 코치가 가는 것을 보고 여기에서 살면 좋을 텐데 하기도. 코치는 자기 잠자리로 돌아가고는 거기가 편하다 느끼고 치는 집이 편하다 느꼈다. 바깥에서 살다 사람과 사는 고양이도 본 적 있는데, 그 고양이는 마음대로 밖에 나다니기는 했다. 치도 그러기는 하는데 돌아다니는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은 듯하다. 치는 다른 고양이보다 어리게 보이기도 한다. 코치나 치 형제인 새끼 고양이와 말투가 좀 다르다. 그게 귀엽기는 하다.

 

엄마나 마마나 같은 말인데 코치는 마가가 뭔가 한다. 치는 엄마는 알아도 마마는 모르다니. 우리나라에는 마마가 아닌 엄마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 일본에는 엄마보다 마마라고 하는 아이가 더 많은 듯하다. 치가 생각하는 마마는 좀 이상하다. 삼색털 고양이가 치 마마가 있다고 해서 치와 코치가 보러가지만 못 만났다. 치와 닮은 새끼 고양이 둘을 만나고 함께 논다. 그렇게 놀다 집으로 간 치는 요헤이한테 다른 고양이와 꼬리잡기를 하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요헤이한테도 같이 놀자고 하지만 요헤리한테는 꼬리가 없었다. 엄마 아빠도. 밥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은 엄마 아빠 요헤이를 보고 치는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꼬리, 손, 말이. 밖에서 치는 검정고양이를 만나고 그런 말을 한다. 검정고양이는 사람과 고양이는 다른 종이라 말한다. 손이 아니고 앞발이라는 말도. 고양이는 사람과 살면 자신도 사람으로 느낀다는데 치는 자신과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치가 조금 우울해했는데, 검정고양이와 같이 있어서선지 치 기분이 좀 나아졌다. 까마귀한테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코치는 그거 알고 있었다.

 

치를 찾는다는 벽보를 보는 건 아빠가 휴대전화기로 치 사진을 찍고, 바깥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을 때다. 아빠는 엄마와 요헤이한테 말을 하려다 요헤이와 치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보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엄마가 치를 찾는다는 벽보 사진을 보고 어떻게 할지 아빠한테 묻는다. 요헤이와 치가 형제 같다면서 둘을 떨어뜨릴 수 있느냐고. 엄마는 연락 안 하는 게 낫겠다 생각하는 거겠지. 연락해도 치를 데려가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언제까지나 어미와 함께 사는 건 아니니까. 치 어미와 다른 새끼가 지금은 함께 살아도 언젠가 두 마리도 누군한테 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을 먼저 하다니. 다음에 연락하고 치가 요헤이 식구와 함께 살아도 괜찮다는 말 들으면 좋겠다. 치 소식을 몰랐던 주인은 치가 잘 산다는 것을 알면 마음 놓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기보다 다음 권을 보는 게 낫겠다.

 

 

 

 

            

 

 

 

 

 

 

 

치는 세라

 

 

치즈 스위트 홈 11

코나미 카나타

講談社  2014년 04월 23일

 

 

 

드디어 지난해 나온 11권을 보았다. 10권 본 지 얼마 안 돼서 무슨 말로 시작하면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한권씩 보면서 치가 조금 자랐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많이 자란 건 아닌 듯하다. 11권에 나온 치는 다른 때보다 더 귀여워보인다. 뭐든 어릴 때는 귀엽다. 이건 아이도 다르지 않다. 아니 아주 가끔 귀엽지 않은 아이도 나타난다. 아이라고 이것저것 알고 싶어하고 순수한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무엇에든 쉽게 물들기 때문에 아이는 순수한 건지도 모르겠다. 가까이에서 아이를 본 적 없다. 책이나 만화에서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아이 같지 않기도). 어린이는 힘이 없으니 어른이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부모도 있다.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보다 힘없는 아이나 동물을 괴롭히기도 한다. 심해지면 죽이기까지 한다.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인 사람 있을까. 그런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해서다. 거의 어릴 때 부모한테 맞고 자라면 안 좋아진다. 어릴 때 겪은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어린이 이야기하다 이런 말로 흐르다니. 아이도 동물도 어릴 때 마음을 많이 쓰면 좋겠지.

 

동물도 그렇고 아이도 자라면 어쩐지 아쉽다. 그건 왜일까. 자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일지도. 그런 것도 있지만 부모를 떠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를 찾지만, 좀 자라면 자기 혼자 다 자란 듯이 군다. 나도 그랬겠지. 나이를 먹고도 부모한테 잘하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나를 생각하면 아이를 바라는 사람 마음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어릴 때는 괜찮아도 자라면 멀어지니까.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동물은 자라도 그 집에서 살고 아이도 나이를 먹으면 어릴 때와는 다르게 부모한테 잘하겠지. 사람이 동물이나 아이한테 무언가를 바라는 건 아닐 거다. 마음을 주는 것만으로도 기쁠 테지. 무언가 바랄 때 괴로운 거다.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참사랑이구나. 사람은 그런 것을 저도 모르게 배우고 자기 아이나 동물한테 주는 건지도. 아이를 바라는 사람 마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어렸을 때 부모한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었겠지. 지금도 그런 아이가 많겠다. 동물도.

 

지난번에 치는 자신과 요헤이네 식구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요헤이네 집에 다른 아이가 찾아와서 요헤이와 둘이 놀았다. 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자기하고 왜 놀지 않을까 한다. 그것보다 둘이서 뭐하는 건가 했다. 요헤이와 엄마가 외가에 가서 밤에 돌아오지 않았다. 치가 그 말을 코치한테 하니 요헤이와 엄마가 다른 집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코치 형제도 다른 사람이 데리고 가고는 그 뒤로 만나지 못했다고. 동물은 다른 집으로 가도 사람은 쉽게 그렇게 되지 않는데. 코치도 사람이 어떤지 잘 모른다. 새끼고양이여서 그런 거구나. 코치가 치한테 기대하지 마라 하지만, 치는 요헤이와 엄마가 돌아왔으리라 생각하고 집으로 간다. 집에 갈 때 치는 어미고양이를 만난다. 치를 보고 ‘세라’라고 했다. 치 이름이 본래 세라였구나. 이 이름은 그 집 사람이 지은 걸까. 어미고양이가 지은 걸까. 요헤이와 엄마는 집으로 돌아왔다. 둘을 본 치는 기뻐했다. 사람이 잠깐 밖에 나갔다 올 때와 하룻밤 자고 올 때는 고양이도 다르게 느낄까.

 

다음날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홋카이도에서 온 생선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마당에서 먹는다. 치도 함께. 거기에 코치가 찾아오고, 얼마 뒤 치 어미고양이도 나타난다. 치 어미고양이는 치가 들어가는 집을 봐두었다 찾아온 거였다. 고양이가 새끼를 잃어버리면 찾으려 하고 만나면 기뻐하기도 할까. 치는 어미고양이가 ‘세라지’하니 요헤이 뒤에 숨었다. 그때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는 일 때문에 프랑스에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치를 찾는다는 벽보가 나오고 아빠 일이 나오다니. 외국에 가도 동물 데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치와 함께 살기 위해 지금 집으로 이사했는데, 치와 요헤이는 헤어질까. 요헤이도 밖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벽보를 보았다. 요헤이는 거기에 쓰인 글자를 읽지 못했다.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물어보고 치를 찾는다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것을 알기 전에 치가 요헤이가 만든 종이 장식을 찢어서 요헤이는 치한테 화냈다. 고양이가 뭘 알겠나 싶은데. 치는 뭐든 노는 걸로 아는데(아기도 그럴 테지). 치는 요헤이가 화내서 밖으로 나가서 풀을 뜯었다. 검정고양이가 그 모습을 보았다. 치가 검정고양이한테 요헤이와 있었던 일을 말하니 검정고양이가 풀을 하나 뜯어서 날렸다. 치는 그것을 잡고는 즐거워했다. 단순한 놀이를 좋아하다니. 치가 검정고양이를 따라 공원에 가니 고양이가 여럿 있었다. 거기에서 삼색털고양이가 치한테 진정하고 들어 한다. 삼색털고양이가 치한테 한 말은 치가 지금 사는 집은 진짜 집이 아니고, 진짜 엄마(마마)에 형제가 있다는 거였다.

 

고양이인데 어쩐지 사람 같구나. 앞에서 코치가 치한테 치도 다른 데서 데리고 왔다는 말을 했을 때 치는 아니다 했다. 그 말을 듣고 치는 요헤이와 만난 일을 기억해내고 자신은 어디에서 온 걸까 한다. 치와 닮은 새끼고양이 둘을 만나고 어미고양이도 만난다. 어미고양이는 치한테 자신이 ‘마마야’ 한다. 다른 집에서 사는 아이 앞에 진짜 엄마가 나타나는 것 같다. 이 만화는 사람 이야기도 하지만, 고양이 처지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 말할 수 있어도 고양이는 말 못한다. 말 못해도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는구나. 그런 것도 사람이 쓴 거지만. 이런 이야기 나오는 건 끝날 때가 다가왔다는 건가. 요헤이네 식구와 치가 사는 이야기였으니까. 치가 요헤이와 함께 살기를 바랐는데 이제 어떻게 될지. 좋은 쪽으로 흐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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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랑기   放浪記 (1930)

  하야시 후미코   이애숙 옮김

  2015년 03월 23일

 

 

 

 

 

 

 

 

 

 

 

 

(2015년 6월 X일)

 

며칠 동안 소설이 아닌 책을 봤더니 소설이 보고 싶었다. 소설 안 봤다고 해도 이 책 보기 전에 본 소설이 아닌 책은 두권이다. 두권보다 앞에 본 책은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사람 이야기고, 그 앞에는 전기를 보았다. 소설도 사람 이야긴데 안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다니.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보면 좋을 텐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는 책도 나는 잘 못 본다. 그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기는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울하다. 나는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싶어서.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건 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잘 읽지 않았기 때문일까다. 잘 모를 때는 여러번 보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번 봐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바에는 시간 많이 들여서 두번이나 봐야 할까 한다. 잘 모를 때 두번 본 일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바로 책을 두번 보는 것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보는 게 나을 거다. 시간이 흐른다고 내가 많이 달라질 것 같지 않지만 아주 조금은 달라지겠지. 책 잘 못 읽어도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아야 할 텐데.

 

소설이 보고 싶다 생각하고 이 책을 보았는데 이것을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 소설보다 일기에 가깝다(제목도 ‘방랑기’구나). 날짜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고, 줄거리를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말 맞지 않다. 소설에는 줄거리 알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별로. 읽으면서 ‘이게 대체 뭐야’ 한다. 나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해서. 앞에서는 이해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구나. 이 책은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는데 시간이 흐르는 대로 정리하지 않은 것 같다. 이 글을 쓴 건 다섯해쯤이라고 한다. 일기라고 해도 그것을 그대로 책으로 내지 않겠지. 나는 일기를 잘 못 써서 그런 일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많이 보았다고 한다. 어떤 것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1920년대 모습이 나와서일까.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이 좋아했을지도. 이 책이 나왔을 때라고 해도 잘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겠다. 연재를 했을 때도 그리 좋지 않았을 때고 책은 전쟁 때 나왔다.

 

사람은 언제부터 한 곳에서 살게 됐을까. 한 곳에서 살게 되고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되었다. 농경사회가 되고는 사람은 한 곳에서 살고 글을 쓰게 되었다(기록이라고 해야겠다). 그전에는 다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돌지 않았을까(먹을 것 때문에 돌아다기도 했겠다). 떠돌아 다닐 때도 살던 곳에 남고 싶은 사람 있었을지도. 책 제목에 ‘방랑’이라는 말이 있어서.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향이다. 고향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인데, 난 곳과 상관없이 자란 곳이 고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 않나 싶다. 그때는 제2의 고향이라고 하는구나. 하야시 후미코도 난 곳이 있지만, 자신한테는 고향이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한 곳에서 살지 않고 부모와 함께 여기저기 다닌다. 친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게 되고는 후미코와 엄마를 내쫓았다. 후미코 엄마는 다른 사람과 살게 되는데, 새아버지도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했다. 그런 것을 보고, 그냥 딸하고만 살지 왜 다른 사람을 만났을까 했다. 일본도 가부장제 사회여서 여자 혼자 아이와 사는 게 쉽지 않아서 그랬을 테지.

 

책을 볼 때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한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이 ‘나와 비슷하구나, 아니면 나와 다르구나’ 한다. 언젠가도 말했을 테지만 책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 거의 못 봤다. 내가 그렇게 달라서는 아니고 이상해서일지도. 생각은 보통으로 하지만. 가난이라는 것을 말할 때 앞에 ‘찢어지게’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무엇이 찢어진다는 걸까. 후미코는 아주 가난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기 때문일지도. 어렸을 때부터 후미코는 장사를 했다. 부채와 화장품을 짊어지고 팔러 다녔다. 물건보다 먹을 것이 잘 팔렸다. 탄광촌에는 조선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돈을 벌면 책을 빌려다 보았다. 후미코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었다. 가난해도 책을 읽었다니. 나는 어렸을 때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옛날에는 책도 그렇게 많지 않았을 텐데 거기에 관심을 갖다니. 어떤 기회로 책을 보게 됐는지도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가 가난하게 살고 지금도 가난하다 생각하는데 찢어지게 가난했던 적은 없다. 먹을 게 없어서 굶은 적 있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 가난하다 해도 어릴 때부터 일도 하지 않았다(집에서는 했구나). 후미코가 어렸을 때는 일본이나 우리나라 살기 어려워서 어린이도 일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쯤부터 일하는 아이 많았을지도.

 

여기 나오는 이야기는 후미코가 어렸을 때보다 스무살 넘었을 때 일이다.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가난한 사람은 누군가를 꼭 사귄다. 가난해서 처음 사귄 사람과 헤어질 때가 많고 나중에 부자를 만나기도 한다. 이건 신데렐라 이야기잖아. 후미코는 신데렐라가 아니다. 그런 것을 바란 것 같기도 하다.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도쿄에 갈 때는 애인과 함께 갔는데, 애인은 자기 누나가 가난한 후미코와 결혼하는 거 반대한다면서 떠난다. 부모도 아니고 누나가 반대한다고 떠나다니. 후미코를 그렇게 좋아한 건 아니었을지도. 스무살이 넘었을 때 후미코는 공장에서 일하고 카페에서 일하고 길에서 장사를 하고, 사무원도 한다. 여급으로 일할 때 일이 많이 나온다. 이름을 ‘유미’라고 했다. 자신한테 30엔이 있다면 글을 쓸 텐데 하기도.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도 후미코는 책을 보고 시를 쓰고 동화를 썼다. 어떤 동화였을까. 후미코는 왜 한가지 일을 오래 하지 않았을까. 월급이 아닌 그날 일한 돈을 받아서였을지도. 1920년대는 여자가 혼자 살아가기 힘든 때다. 지금하고는 아주 달랐다. 지금은 여성이 여러가지 일을 하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도 그때는 그리 쉽지 않았겠지.

 

중요한 건 아닌데 후미코가 자주 헤어진 남자를 생각해서 대체 이 사람이 앞에 나온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했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그 사람을 자꾸 생각하기도 하겠지. 그러고 보니 한번은 아내가 있는 사람을 만난 것도 같다. 내가 가장 알기 어려운 건 이 점이다(이것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은 거의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지는가. 한때는 시인과 함께 살았는데 후미코를 때렸다. 엄마가 후미코한테 후미코도 자신처럼 남자 복이 없다고 했다. 결혼까지 한 사람은 괜찮았나보다. 동화를 써서 잡지사에 가지고 가니, 후미코가 쓴 동화를 고쳐서 다른 사람 이름(편집자)으로 잡지에 싣기도 했다. 후미코는 그 일을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후미코는 동화보다 시를 쓰고 싶어했다. 여기에도 시가 실렸다. 시 잘 모르지만 후미코가 쓴 시 괜찮게 보인다.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시가 아닌 글이라고 하다니.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누군가한테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중요할지도.

 

한 곳에서 살지 않고 여기저기 떠도는 삶은 힘들다. 내가 그렇게 살아본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후미코가 쌀밥이 먹고 싶다 생각한 시간이 길었지만, 그런 시간이 나쁜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내 일이면 힘들어하고 다른 사람 일이면 나쁘지 않다고 하다니). 좀 길었지만 그때가 있어서 글을 썼다. 아니 후미코는 힘들 때도 책을 읽고 글 쓰는 걸 그만두지 않았구나(가끔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글이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잠시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사람들이 자기 글을 본다는 것을 알면 기쁘겠지. 저세상에서는 모를까. 아니 알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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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7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3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