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그 무렵 누군가   あの頃の誰か (2011)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옮김

  재인  2014년 04월 30일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산다. 모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열심히 살아서 꿈을 이루고 자신이 바라는 성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돈이 좀 있는 사람 덕을 보려는 사람도 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남을 속이고 죽이기까지 하면 그 뒤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도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래 성격과 다른 자신을 연기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꾸미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무섭다. 그렇다고 그런 것만 보고 살아가기 어려울 거다. 믿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쪽에 의심이 싹튼다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일까. 보이는 것을 못 본 척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한순간 그렇게 되는 것일지도.

 

아버지 재산이 많으면 자식과 친척은 그 재산에 욕심을 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텐데 이런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자주 나온다. 유언장에 써서 그런 건지도. 아버지가 쓴 다른 유언장이 사라졌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사람 딸이 나타나서 아버지는 유언장을 다시 썼다. 그 유언장을 찾으려는 사람과 찾지 않으려는 사람. 그 안에 자신한테 좋게 적혀 있으면 세상에 알리겠지만 반대로 안 좋으면 없애려고 할 거다.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유언장을 찾아야 한다. 찾은 유언장에는 두 자식한테 줄 돈을 한사람한테 주라고 쓰여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그런 유언장을 남겼을까. 또 다른 수수께끼가 나타났다. 그것은 쉽게 풀린다. 완벽하게 모두를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쁜 것은 들키고 만다. 돈이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듯하다. 나쁜 것은 돈일까. 다른 사람 말에 넘어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평상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못하는구나. 실수였다 해도 깨끗하게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도 한다. 그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오랫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양자를 들이기로 하고 그 아기를 만난 날 남자는 엄청난 일을 알게 된다. 좀더 자기 지위를 높이기 위해 조건이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저지른 죄. 죄를 짓고도 잘 살아가던 날 그게 자신한테 돌아왔다. 아니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그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달아났다. 이것은 죄를 뉘우쳤다기보다 자신이 한 일이 드러날까봐 겁을 먹은 것뿐이다. 오래전에 죄를 짓지 말지 불쌍하구나. 왜 사귀는 사람 결혼하는 사람 따로 생각할까. 두 사람 다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비행기 사고로 아내 영혼이 딸 몸에 들어간다. 이것은 장편 《비밀》이 나오게 한 이야기다. 장편이 아닌 단편이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나오지 않는다. 그랬을 거다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남편은 딸 몸에 아내 영혼이 들어와서 그것을 딸로 봐야 할지 아내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장편에서 그랬다는 거다. 여기에서도 그런 마음이었겠지. 아내는 정말 딸을 위해서 산 걸까. 사람은 영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아내 마음에는 다시 산다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딸 대신 자신이 살아서 마음 아팠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면 딸을 위해 살았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아무리 명탐정이라 해도 나이를 먹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지.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바뀐 게 더 크게 움직였다. 탐정보다 과학이 다 알아내주었다. 그런데 탐정이 쓰려는 수기 때문에 안 좋은 사람이 있었다. 오래전에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힘들었는데 탐정이 수기를 쓰면 그 일이 다시 이야깃거리가 될 게 뻔했다. 탐정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탐정이 푼 사건이 정말 옳았는지. 탐정은 그 일 때문에 수기를 쓰지 못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해결한 일이라 해도 그냥 놔두는 게 나을 듯싶다. 글로 써서 남기는 건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죄를 지었을 때 자신이 형벌을 골라야 했다. 하나는 호랑이, 하나는 여자였다.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죄를 지은 사람이 고른 문 뒤에 있는 것은 여자였다. 그 사람은 여자와 결혼하고 살았다. 그런데 여자는 술꾼이었다. 그런 여자라 해도 헤어질 수 없었다. 그게 바로 벌이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고른 게 여자도 호랑이도 아닌 다른 거였나 했다. 예쁘지 않아도 여자여서 처음에는 좋았겠지만 살아보니 그게 더 끔찍한 일이었다. 죄를 지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다, 일까.

 

자고 싶고 죽고 싶지 않지만, 자면 죽는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사람 죄를 뒤집어쓰고 죽는다면 억울하겠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났다면 좋을 테지만 어쩐지 어려워보인다. 세상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잔인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런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걸려들지 않는 거다. 자신이 정직하게 살아도 안 좋은 일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왜 21세기에 잭인가

 

  살인마 잭의 고백   切り裂きジャックの告白 (2013)

  나카야마 시치리   복창교 옮김

  오후세시  2014년 03월 06일

 

 

 

 

 

 

 

 

 

 

 

1888년 런던에서 8월 31부터 11월 9일까지 두달 동안 ‘적어도’ 매춘부 다섯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장소는 이스트 엔드 화이트 채플 지역. 피해자 모두가 예리한 날붙이로 목을 베인 뒤에 장기를 빼앗김으로 그때 런던 시내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적어도’ 라고 한 것은 그 피해자가 좀 더 많았다는 설이 있기는 하나 수법 차이로 동일범 짓이라고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50쪽)

 

 

잭은 19세기 런던을 두려움에 몰아넣은 살인마다. 끝내 잭은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21세기니 잭은 오래전에 죽었겠지. 이 잭 이야기는 여러가지로 나왔다.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예전에 본 만화속에서 잭을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거기에서는 다 만들었을까(그 만화는 보다 말았다). 잭이 무서운 건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가기 때문일 거다. 오래전에 잭은 그 장기를 먹었다는 말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을까.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니 참모습은 알 수 없겠다. 이 책 제목 ‘살인마 잭의 고백’에 나온 잭은 바로 그 잭이다. 공원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에는 장기가 없었다. 장기를 꺼낸 솜씨가 좋았다. 경찰은 범인이 의료 관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해부학을 잘 아는 사람 현역 의사, 의대생, 정육업자……. 얼마 뒤 방송국과 신문사에 범행 성명이 온다. 그것을 보낸 사람은 자신을 잭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나면 무섭겠다. 책이니까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긴 하다.

 

첫번째 피해자를 검시한 사람은 범인한테서 아무런 망설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그 말은 맞았다. 그 뒤에 두 사람이 더 잭한테 죽임 당하고 장기까지 빼앗겼다. 잭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반드시 공통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사람은 많지만 자주 보이는 사람은 이누카이와 고테가와다. 이누카이는 본부 형사고 고테가와는 관할 경찰서 형사다. 이누카이는 범인을 잘 잡는 형사고 고테가와는 형사가 되고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죽임 당한 사람도 여자였다. 사실 두번째 때 같은 점을 알았다. 무엇이냐 하면 둘 다 이식수술을 받은 거다. 장기는 같은 기증자 거였다. 그렇게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둘이 더 있었다. 둘 가운데서 한사람이 먼저 죽임 당했다. 이누카이와 고테가와가 이식 코디네이터를 찾아가서 장기 기증자와 기증받은 사람을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환자 정보는 본래 가르쳐주는 게 아니기는 하다. 사람 목숨이 걸려있을 때는 가르쳐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식 코디네이터가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받은 사람을 가르쳐주지 않은 데는 다른 까닭이 있었다. 이런 일(이식 코디네이터)은 잘못하면 감정에 휩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걸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빼간 것은 범인이 정신이 이상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런 것을 즐긴 걸까. 그러고 보니 한사람한테서 장기를 받은 사람이 죽임 당했구나. 고테가와는 이런 말을 했다. 마술사의 속임수를 알려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잘 보아야 한다고. 이 말처럼 잭은 무엇인가를 숨기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거다. 잘못한 일을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하면 그 잘못을 바로잡을지 생각하는 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보다 나을 텐데. 죽임 당한 사람은 장기 이식을 받기 전에 괴롭게 살았다. 장기 이식을 받는다고 해도 건강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이식받기 전과는 달랐겠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었을 텐데 잭은 그것을 빼앗았다. 세 사람 가운데서 한사람은 여러 사람한테서 도움을 받고 신장이식을 했다. 그러나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면역억제제는 평생 맞아야 하고 일도 찾지 못해서 도박에 빠졌다. 그런 것을 도움을 준 사람들이 알고 실망했다.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을 사람이 이식을 받고 목숨을 이으면 처음에는 기쁠 거다. 하지만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준 목숨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좋은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고 해도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할 때는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쁜 짓만은 안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장기도 있지만 죽었을 때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죽었다고 할 수 없다. 뇌사판정을 받은 것뿐이다. 나는 뇌사가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뇌가 죽으면 사람은 더는 생각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냥 두면 결국 장기와 함께 사람은 죽는다. 그렇게 죽게 놔두는 것보다 다른 사람한테 장기를 주고 죽는 게 더 낫다고 여기고, 뇌사판정을 받은 사람한테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한다. 물론 그 사람 식구한테. 전에는 그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뇌가 죽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아주 죽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주 죽으면 장기는 쓸 수 없다. 그랬구나,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그런 거였다. 그런 장기를 받은 사람이 잘 살아가면 좋을 텐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다. 또 이런 말로 흐르다니.

 

 

 

*더하는 말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묻어가서 나쁜 마음을 드러낸다. 잭이 범행 성명을 보내자 그것을 따라한 사람이 많았다. 자신이 잭이라고 하거나 누군가 잭이라 했다. 경찰은 그게 진짜가 아니라 해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진짜가 섞여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익명에 숨는 사람 많겠지.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매스컴도 그것을 이용한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 아니 윤리를 생각하면 모두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윤리를 크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윤리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아주 어두워지지 않을 거다.

 

 

 

 

☆―

 

“다른 사람 장기를 받았으니 살아가는 것에 책임이 생길 거야. 게으름 피우거나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결단코 용서받지 못할 테니까. 살아가는 것에 속박될 거야. 둘레에서 감시받고. 사야카는 그것이 무서울 뿐이야.”  (289쪽)

 

 

 

 

 

 

 

화가는 어느 때든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エコル·ド·パリ殺人事件 (2011)

  후카미 레이치로   박춘상 옮김

  한스미디어  2014년 01월 29일

 

 

 

 

 

 

 

 

 

 

 

에콜 드 파리는 제1, 2차 세계전쟁 때 활동한 화가를 일컫는 말로 모딜리아니, 수틴, 파스킨, 위트릴로, 후지타 쓰구하루, 사에키 유조가 있다. 화가 이름을 몇 사람 썼는데 그밖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콜 드 파리는 미술에서 무슨 파라고 하는 것 가운데서 ‘파리파’라고 하는 거다. 에콜 드 파리에 들어가는 사람은 같은 시대에 활동한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한사람 한파라고 한다. 파라는 건 왜 나눌까. 그것을 모르면 그림을 설명하기 어려워서일지도. 그림 그리는 사람 생각과 다르게 어떤 파에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콜 드 파리였던 사람은 별로 잘살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화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살지 못한 사람이 다른 파 화가보다 많은 것 같다. 때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딜리아니는 처음에 조각을 하다가 그림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 형편이 안 좋은 걸 파리 화상들이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모딜리아니가 죽으면 그림값이 오를거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때로는 잔인하다. 모딜리아니가 죽고 임신 여덟달인 아내도 뒤따라 죽었다. 그렇게 죽다니.

 

일본에서 손꼽히는 화랑인 아카츠키 화랑은 에콜 드 파리 화가 그림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밤 화랑 주인 아카츠키 히로유키는 자기 집 서재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서재는 밀실이었다. 아카츠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은 누군가 서재 창문으로 나가 발코니에서 뛰어내린 발자국과 가슴에 칼을 망설임없이 찔러서였다. 괴로워보이는 아카츠키 얼굴도. 아카츠키를 가장 처음 본 사람은 집사다. 사람이 죽으면 경찰은 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누군가한테 죽임을 당한 건지 살펴본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닐지도. 처음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네, 하는 생각은 안 하고 조사를 해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건지. 운노는 수사 1과 강력범죄 수사 10반 형사들과 아카츠키 시체를 보러온다. 그날 운노 조카 신센지 슌이치로가 나타난다. 다카츠키 콜렉션을 보러왔다고 했다. 설명하기는 어렵구나. 형사들이 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듯하다.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지만 알 수 없었다. 슌이치로는 운노한테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 《저주받은 화가들》을 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은 운노뿐 아니라 이 책을 보는 사람한테도 한 것 같다.

 

탐정이 나올 때는 형사는 엉뚱한 쪽으로 생각한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탐정을 돋보이게 하는 걸거다. 운노 조카 슌이치로가 무엇인가를 할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카츠키 아내가 밤마다 밖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서야 슌이치로가 나섰다. 아무도 알지 못한 것을 슌이치로는 알았다.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쓴 책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맞았다. 슌이치로가 살아가려고 하는 것은 에콜 드 파리 사람과 닮았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가기. 좋은 말이 있었는데 정리 못하겠다. 자기 스스로 일을 하게 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은 편할 거다. 여기에 나온 사건 광역 우 34호는 《살인마 잭의 고백》을 생각나게 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를 죽이고 몸 속 한 부분을 가져가서. ‘살인마 잭의 고백’하고는 조금 다른가. 아니 어쩌면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를 죽인 살인마 잭과는 비슷할지도. 이 일은 아카츠키 아내 때문에 해결한다. 그것을 좋게 봐야 하는 건지. 밀실이 어떻게 풀리는지 말 안 해도 괜찮겠지. 밀실은 누구를 위해 만든 걸까.

 

그림은 영감이 뛰어날 때만 그려야 할까. 나이가 적을 때 말이다. 스스로 붓을 꺾고 그림을 그만 그리면 좀 낫겠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게 만들면 괴로울 거다. 아카츠키가 쓴 《저주받은 화가들》에도 나이를 먹어서까지 그림을 그리는 건 안 좋다고 했다. 일찍 죽거나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 그림값은 비싸지니까. 화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화가는 언제나 그림 그리는 것만 생각한다고 한다. 자기가 예전만큼 그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을 거다. 화가한테 그림 그리는 일은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것만 비쌀까. 피카소 그림은 젊을 때 그린 게 비싸지만, 세잔 그림은 나이 들어서 그린 게 비싸다고 한다. 이 말은 우연히 들었다. 글도 일찍 죽은 사람 글은 지금까지도 읽힌다(글이 좋아야 하지만). 일찍 죽는 사람은 자신이 빨리 죽을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때 잘 그리고 잘 쓰는 건지도.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안 좋은 형편에서 더 좋게 나오기도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기도 할 거다. 좋을 때 기쁠 때도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돈과 상관없이 그 사람이 바란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 사람은 그것을 늦게 깨달았구나. 그림은 잘 봐도 사람 마음은 모르다니. 사람을 좋아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기 곁에 붙잡아두면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늘 보살펴주어야 한다. 거의 그렇게 살아갈거다. 몇몇 사람만이 그냥 내버려둘거다.

 

 

 

희선

 

 

 

 

☆―

 

예술가는 글을 쓸 수 없다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곡을 지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절정에서 죽어야만 한다. 물론 세상을 떠나는 게 더 바람직하겠으나 그렇게 못하겠다면 예술가로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라는 선택받은 아니, 저주받은 인종에게 찍힌 낙인이다.  (169쪽)

 

-별로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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