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 그러니까 가장 처음 나온 《눈 먼 자들의 국가》는 여전히 못 보았습니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것도.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하네요. “엄마, 나야” 하는 말은 더 가슴 아픈 제목이군요. 이 말 아직도 저는 듣기보다 하는 쪽입니다. 엄마 아빠, 부모 마음 잘 모릅니다. 부모라고 해서 다 좋은 부모만 있는 건 아니지만(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시집이고 시인들이 아이들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고 형제자매와 잘 지낸 아이들이더군요. 가끔 싸울 때도 있었겠지만. 글 보면서 부모 형제한테 사랑받지 못한 아이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아이도 기억해야 할 텐데.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설레고 기뻤을 텐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탄 아이들은 다 마음 착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자신보다 남을 생각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만화 <표류교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을 보았습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 “지금을 살아라(今を生きろ)” 하는 말이 나와요. 이 드라마 보기 전 새벽에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곳보다 덜 했을지 모르겠지만, 땅이 울리고 창이 흔들렸습니다. 그때 죽는 게 무서웠다기보다, 아무 말 못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잘 살자 생각했는데.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고등학교가 사라집니다. 원작은 초등학교라는데 드라마는 고등학교고 나오는 사람도 적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라진 고등학교에는 선생님 몇 사람과 학생 스물둘이 있었습니다. 그 학교가 간 곳은 인류가 거의 사라지고 지구는 사막이 된 그다지 멀지 않은 앞날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지금은 2002년이에요(만화는 더 옛날에 나왔군요). 이 드라마 한 지 오래됐군요. 저는 지진이 일어난 뒤에 이걸 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간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곳에서 살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일을 겪습니다. 만화는 더 무서울 것 같더군요. 드라마에도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인류가 나타납니다. 제대로 보여주지 않지만 무서운 듯하더군요.

 

지금 2002년을 사는 사람과 지구가 사막이 된 곳으로 간 사람들을 보여줘요. 지금이 더 조금 나옵니다. 학교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사라진 아이들 부모와 친구는 무척 슬퍼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은 자기 딸(학생은 아닌 일반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고 목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도움도 주어요. 사막이 된 지구(일본)에 간 아이들은 그날 말하지 못한 것과 그동안 멍하게 산 것을 아쉬워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가 사라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 때문에 지구는 사막이 된 것일지도. 앞날에 간 사람도 생각합니다. 자기 둘레만 괜찮으면 상관없다고 한 건 아니냐고. 한 사람이 ‘나 하나쯤 어때’ 하는 생각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지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 하나라도 잘 하자’ 하면 좋을 텐데요. 선생님과 아이들은 2002년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냅니다. 그 편지 잘 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마지막에 학교 둘레가 바뀌었어요. 어떤 마음은 전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낸 건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삼켰던 두려움이 바다의 포말이 되었어요

내 친구들이 흘렸던 눈물이 한 잎 한 잎 낙엽이 되었어요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이 송이송이 눈발이 되었어요

우리 모두가 이루고 싶었던 꿈들이 봄별이 되었어요
이 모든 것들 빛깔과 이름을 잊지 마세요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면

그건 여기 하늘나라에서 누군가 그리운 마음으로

세상으로 손짓하고 있다는 것, 나처럼요

그러니 귀 기울여주세요

가만히 가만히 닻처럼 잠긴 4월 산사꽃 비명을!

이제라도 환하게 밝혀주세요

기다리며 기다리며 벼렸던 4월 새파란 별빛을!

 

지난해 흘렸던 눈물은 여전하네요

오는 봄볕과 빛을 가리지 않게 해주세요  (54쪽)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을게요.  (189쪽)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만질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모두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하늘 높이 올라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흙이 되어

여러분 곁에 있을게요.

늘 다니던 동네 슈퍼, 운동장, 학원 근처에서

생생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할게요.  (253~254쪽)

 

 

 

드라마에서 아이들은 비록 사막이 된 지구에 갔지만 살아있었습니다(나무나 물도 없고 살기 힘든 곳이지만). 세월호를 탄 아이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네요. 두번 다시 못 본다 해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게 나을지도 모를 텐데요. 시 속에서 아이들은 말합니다. 자신은 그곳에서 잘 지내니 엄마 아빠 언니 누나 오빠 형 동생도 잘 지내라고. 아이들 이제 차갑지 않은 곳에 있겠지요. 밤하늘 별이 되어 이 땅을 내려다 보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건 산 사람이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들도 부모 형제자매 친구한테 그런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자신이 맡은 일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좀 넓게 생각하고 양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나, 여기 있어’ 하고 별들이 인사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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