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투 펀치 라임 청소년 문학 3
에린 제이드 랭 지음, 전지숙 옮김 / 라임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골라온 책들이 몇 장 읽어 보기도 전에 매력 없음으로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하는 수없이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신중을 기하지 않고 골라온 책이 되겠다. 그러니까, 평소의 나라면 별로 건드릴 일이 없는 청소년 문학이다. 이때의 청소년 문학이란, 작가가 청소년이란 뜻은 아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그러니까 내 주장에 의하면 오래전에 나는 졸업했어야 되는 그런 장르 되시겠다. 오죽 읽어볼만한 책이 없으면 이라고 나를 가엾어 하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역시나 때론 그냥 저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려 다른 수가 없는 사람들 특유의 낙천성이 한 몫 한 것일지도...하여간 의외로 괜찮았다고 기분 좋게 리뷰를 시작한 < 내 인생의 원투 펀치> 원제는 Dead Ends 되겠다.


줄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데인으로 그가 그런 처지에 몰린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휘두른 그의 주먹때문이다. 물론 그의 견해에 의하면 다 이유가 있어서 휘두른 것이지만,  어른들이라는게 가해자는 동일한데 피해자만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일단 가해자를 의심하고 보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결국 교장 선생님의 레이다에 걸린 그는 앞으로 두번만 더 걸리면 전학 조치를 당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만다. 사실 그간의 전력을 감안했을때 두 번의 여지를 준 것도 교장이 굉장한 특혜를 베풀어준 것이었는데,  그건 그가 성적면에서는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제발 조용히 학창 생활을 끝내 달라고 어른들이 빌고 있는 마당에 그 앞에 조금은 다른 녀석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빌리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다. 데인의 옆 집에 이사온 빌리는 그의 옆에 있으면 아무도 터치 않는다는 사실을 곧바로 간파하고는 데인을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여자와 장애인은 손대지 않는다는 신념만은 확실히 지키고 있던 데인은 귀찮게 따라다니는 빌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런데 그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을 본 선생님들은 데인이 좋은 일을 한다면서 빌리를 잘 건사하면 그동안 그가 벌인 일들을 눈감아 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해진 데인은 어쩌면 빌리가 그의 구원의 동아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어울리지 않는 전교짱과 다운 증후군 소년의 우정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전교짱이라고는 하지만 폭력적이라는 성향보단 세상의 부조리에 유난히 적응을 못하는 다혈질 소년에 가깝던 데인이 다운 증후군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좀 더 성숙한 소년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소설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점이 읽기 편안했다. 그들이 이런 저런 사고를 치면서도, 늘 주변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해 나가려 하는 점들이 공감이 갔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아빠가 부재한, 개성 넘치는 모자 가정의 아들들인 데인과 빌리가 서로의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그런 공통점이 한눈에 보기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던 둘을 묶어주던 접착제가 되었는데, 각자 아빠로 인한 사연들을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들도 좋았지 싶다. 청소년 소설답게 조금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지만서도--솔직히 이런 학교 짱과 이렇게 영리한 다운 증후군 아이의 조합을 현실에서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하다.--그런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계속 읽어 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흔연스럽게 흘러 갔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이야기로써는 전개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치고는 모나지 않게 잘만든 작품으로, 이런 내용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아마 영화로 나온다면 나는 보러갈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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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5주년을 맞은 닉 던은 집에 들어가보니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당황합니다. 단지 에밀리가 사라진 것뿐만이 아니라, 집 곳곳에 남아 있는 침입자의 흔적, 닉은 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을 졸이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에밀리가 모종의 범죄에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이런 저런 조사를 시작합니다. 에밀리의 신상 정보를 캐던 형사들은 5주년을 맞이하는 부부임에도 닉이 에밀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수상하게 여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에밀리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경찰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수색을 하기로 하죠. 장인 장모와 함께 에밀리를 돌려 달라는, 혹은 에밀리의 실종에 뭔가 아시는 분들은 정보를 달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포함해서요. 경찰과 에밀리의 부모님들은 아내가 사라졌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전히 친절하고, 더군다나 기자회견장에선 희미하게 웃고 있는 닉을 보고는 의심의 강도를 높이게 됩니다. 실종된 아내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니는 남편에서 결백을 필사적으로 주장해야 하는 남편이 되어버린 닉은 집안에 남겨진 아내의 수수께끼 카드를 보고는 식겁합니다. 해마다 결혼 기념일에 그녀가 선물로 주곤 하던 수수께끼 카드에 이상한 말이 쓰여져 있었거든요. 결정적으로 ' 아무래도 닉이 나를 죽일 것 같다' 고 쓴 에밀리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 경찰은 본격젹으로 닉을 불러다놓고 시체는 어디있냐고 다그치게 되는데요, 자신은 결코 아내 살인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닉, 과연 그의 말을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요? 닉이 아내를 죽인게 아니라면 에밀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아니 그보단 이 완벽의 표상 같던 이 부부에겐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대체로 리뷰를 쓸때 안 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되는대로 떠드는 편이지만, 이번 영화 만큼은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면 나는 이 영화의 원작을 이미 본 상태로 영화를 봐서인가 작품이 조금은 심심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잘 쓴 시나리온데 말이지, 전혀 모른채 봤다면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하면서 흥미진진했을텐데...이미 반전을 알고 보니 그런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내가 사라지는 그날로 돌아가 에밀리가 등장해 사건을 설명하는데 나 역시도 소름이 돋더라. 거기에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내내 지루한 줄은 모르고 봤으니 , 줄거리를 알고 봐도 지루하지 않더라는건 칭찬중의 칭찬이렸다. 오히려 좀더 길게 늘였더라고 상관없었을텐데 싶을 정도로 마지막엔 급작스럽게 끝을 맺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서, 보고 난 결론은 굉장히 잘 만든 스릴러 물이라는 것,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잘 만들었다고 하니 한번 가서 보자는 심정으로 가 보시라는 것. 일단 믿고 말이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모두 흠잡을 일 없이 출중하고, 설득력은 빵빵하데다, 연출 역시 깔끔하게 넘어가고, 간간히 웃기기까지 한다. 스릴러 물을 보면서 웃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싶으실텐데, 정말로 그런다. 특히 닉의 변호사 역을 맡은 테일러 페리가 마지막에 하는 말엔 박장대소 할 수밖엔 없었는데,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하시던 분이 어째 진지한 스릴러 물에 출연하셨는가 했던니만, 결국엔 한 웃음 주시고 가시더라. 그렇다고 연기가 어정쩡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어찌나 변호사 역이 어울리시던지, 연기자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사실이군 했다. 하여간 주연 조연을 포함, 배우들의 연기 능력을 한 수 업그레이드 시켜준 듯했던 영화, 역시나 배우가 성공하려면 시나리오를 잘 만나야 하는가보다.  하니, 그저 믿고 보시라고, 그 말 한마디만 알고 계심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더불어 영화를 보실 분들은 원작을 읽지 말고 가시길...책은 나중에 읽어도 되니 말이다.


<다음에 쓸 추신은 스포일러성 단서가 숨겨져 있으니, 영화를 보실 생각이신 분들은 넘어 가시길...>


하여 추신--어떤 리뷰어가 이 영화를 한마디로 <나쁜 남자와 미친 여자의 만남>이라고 하던데, 일리있지 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분을 사실지 모르는데, 내가 보기엔 어쩌면 모두에게 공평한 결론이 아니었을런지 싶다. 이 작품을 본 분들중 특히나 남성분들이 많이들 경악하시던데, 그 모습이 난 조금 통쾌하더라. 그러니까 ,우리 여자들이 영화속 싸이코패스를 보면서 얼마나 충격을 먹는지 이해가 되시겠지. 그래서 때론 이런 영화도 있어야 겠다 싶기도 하다. 경고용 정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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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2014-10-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읽고 있어요. 아직 몇 장 읽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 책을 놓지는 않을 것 같아요. ㅎㅎ
다 읽은 다음에 영화도 볼 생각이에요.

저 네이버이웃이에요. 호호

이네사 2014-10-16 19: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한번 잡기 시작하셨음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진 내려놓기 어려울 거여요.
궁금하잖아요? 그죠? 이 여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진짜 남편은 결백한거야? 라면서 계속 보게 되니 말여요.
안타깝구만요.ㅋㅋㅋ 지금 읽고 계심 영화 보실때 정도되도 기억이 생생하실텐데...
전 작년엔가 읽어서 대충 반전만 알고 봤는데도,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더라구요.
하~~몰랐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면서 아쉬워 했네요.
영화 책보다 재밌습니다. 물론 책도 재밌었지만서도, 잘 만든 영화이니 나중에 꼭 보셔요.

참, 지우님이라고 말씀 안 하셨음 누군가 한참 머릴 굴리고 있었을 거여요.
덧글 다시는 이웃님들은 이름을 말하지 않으셔도 알아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하여간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

헐리웃에서 성공적인 일가를 이뤄낸 바이스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상한 나라의 헐리웃을 들여다 보고 있던 영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심리 상담사이자 성공 카운셀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버지 샌포드, 출연한 시트콤의 성공으로 국민 남동생으로 불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벤지,  아홉살때부터 약물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아들을 건사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엄마 크리스틴, 그들의 성공은 일면 난공불락으로 보인다. 샌포드의 고객으로 어릴적 의부에게 당한 성추행을 상담받고 있는 여배우 하바나는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유명했던 죽은 엄마의 환영에 남모르게 시달린다. 거기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그녀를 찾는 감독이 줄어들자 그녀의 불안은 극에 달해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다들 확실하게 정상은 아니지만, 헐리웃이기 때문에, 헐리웃이라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 곳에 <나는 나쁜 베이비 시터였다.> 는 후드 티를 입는 여자가 찾아온다.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되었냐는 말에 가족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름은 아가사,  예쁘장한 얼굴에 군데 군데 얽은 화상 자국으로 호기심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그녀는 어쩌다 화상을 입었으며, 그녀가 찾아 간다는 가족은 어디 있는 것일까? 그들이 진짜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작품답게 초반부터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당해낼 장사가 없어 보이던 영화다. 분명 칼이나 총이 메인으로 등장하지 않는 영화임에도, 그런 것들이 실제로 날라다니는 영화보다 살벌하다. 선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말들이 어찌나 과격하던지 공포물도 아니고 스릴러물도 아니며 피가 난자한 영화도 아닌데 보는 내내 쫄아서 봤다니까. (엄마야, 나 이사람들 무서워 하면서 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이 등장했을때가 떠오르면서, 어떻게 블랙 코미디를 보면서 관객을 벌벌 떨게 하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배우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총알처럼 날라다니고, 칼날처럼 허공을 가르는데,  저리도 끔찍한 말을 눈썹 까딱하지 않고 흔연스럽게 해댈까 가히 궁금해지더라. 아름답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 입에서 우리 주변에서는 흔하게 보기 힘든 , 아니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속에서도 목격하기 힘든,  격이 다른 대화를 보게 해준다는 것이 이 영화만의 강점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이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가를 검색한 것이었으니, 그 파괴력과 통찰력에 대해선 짐작이 되실 것이라 본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뭐라 해야 할까? 이상한 나라의 헐리웃을 고발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니면 광기와 약물과 가식과 불안에 절을대로 절은 헐리웃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떤 것이든 헐리웃의 진면목이 이런 것이었나 라면서 눈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인기 스타라는 가면 뒤에 감추어진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의 모습을 통렬하게 보여주던데, 어찌나 기괴하던지 추악하다는 단어는 애교겠다 싶더라. 전작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던 감독은 과거의 작품은 이걸 찍기 위한 연습이었어! 라는 듯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고,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인데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 역시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나 불안에 떠는 한물간 스타를 연기하던 줄리엣 무어는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탔다고 하던데, 당연하다 했다. 연기력이야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배우라, 연기를 떠나 말해 보자면, 이런 역을 해보겠다고 나섰다는 자체로 상을 주어야 한다. 역 자체가 어려운 역이라서 말이다.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데다 , 유아적이고 얄팍한 자아를 가진 여배우 하바나라는 역을 연기하면서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하도 자연스러워서 그녀의 실제 성격을 의심하고플 정도였다. 그외 주목해야 할 배우는 미스테리한 소녀 역을 연기한 아가사 역의 미아 와시코브스카인데, 정말 헉소리 난다. 어쩜 그렇게 천진스런 얼굴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맛이 간 여자 역을 똑소리나게 하던지 말이다. 경악할만한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와 늘 떠들어 대는 수다와 다를바 없다는 듯 뱉어 내는데, 연기를 참 잘하지 싶더라. 영화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고르라면, 여배우 하바나가 드디어 바라던 배역을 따내고 노래를 부르던 장면과 아가사가 샌포드의 성공학 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장면을 들 수 있는데,  두번째 경우는 그저 아가사가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을 뿐인데 어찌나 기괴하고 섬뜩하던지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었다.  존재만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 배우는 그 점에서는 전매특허를 따놓은 듯 싶다.

해서 결론은 수작이란 것. <아메리칸 뷰티> 정도의 급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두 작품 중 어느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작품성에서보면 아메리칸 뷰티가 완벽하지만,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가 한 수위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도 아카데미상에 작품상이나 각색상 정도는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던데, 그건 일단 지켜 봐야 겠지.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하여간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장담하건데 지루하지 않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실거다. 막장도 정도를 넘어가면 예술일 수도 있고, 블랙 코미디도 도를 넘어가면 공포물보다 무섭다는걸 가르쳐 드리리니,  여러모로 정신 확 깨는 듯한 기분이 필요하신 분들에겐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추신> 비슷한 영화로는 <트윈 픽스>+<아메리칸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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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10-0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부산영화제 다녀오셨나요? 이거 정말 보고싶었는데 못봐서 정말 아쉬웠거든요. 이거 대신 본 영화가 너무 구려서 더욱 후회스러운 ㅠㅠ 리뷰 보니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 할 것 같네요 ㅎㅎ

이네사 2014-10-09 07:14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별로 기대 안 했었거든요. 그냥 줄리언 무어가 나온다길래 , 상을 받았다길래 ...해서 보게 된 영화인데,보니 알겠더라구요. 상받을만한 영화였다는 것을. 저도 다른 영화들 면면을 살펴 봤는데 제가 보기엔 이만한 영화는 없었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다른 영화를 본게 아니라서 자신할 순 없지만서도요.

그런데 전 아주 흥미롭게, 그리고 신선하게 봤는데,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요.
다른 분들은 안 그러신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원래 다른 사람들하고 취향이 같지 않아 평이 다른 것에 익숙하긴 한데,
그래도 이번에는 당혹스럽네요. 제 눈에는 분명 수작인데, 아니라는 분들이 더 많아서요. 그것도 자신있게...
하니 뽀님도 넘 기대하진 마시고 영화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요. 나중에 실망하시면 어쩌나 싶어서요.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 삶의 본연을 일깨워주는 고요한 울림
세스 지음, 최세희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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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서 난 아마도 인생 찬가를 기대하고 있었는가 보다. 인생에 뭔가 긍정적인 기를 넣어줄만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라는...너를 죽이지 않는 것은 강하게 해줄 것이라는 모토 속에 살아온 나로써는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인생이라고 말하는 자세가 맘에 들었다. 그래, 살아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건데, 사는게 꼭 강해져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니, 무엇보다 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도대체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어떻게 강해질 수가 있다는 것인지, 지금 되돌이켜보면 그런 모토를 생각해낸 사람은 멍청이가 틀림없다 싶다 .아니면 지독한 거짓말 장이거나....하여간 이젠 거짓말에 진저리를 내는 한 사람으로써, 난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맘에 들었다. 적어도 이 양반 거짓말은 안 하겠구나 싶어서...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실은 이 작가는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기 싫어하는 분이더라. 혹시나 나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쓴 글이라면 일단은 믿어도 좋지 싶었다. 물론 그의 말을 내가 좋아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서도, 허영끼나 자만, 과시가 섞이지 않은 자기 고백이라면 일단 들어줄만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 세상엔 위에 언급한 그런 것들로 첨철된 말들이 넘쳐나니 말이다. 사실은 어디를 둘러봐도 그런 고백들이 자기를 봐달라면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서도...


해서, 제목에 혹해서 보게 된 책,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실망할 정도도 아니었다는 것이 중평.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작가가 그다지 재능 넘치는 부류는 아니라서, 이야기를 맛깔나게 버무릴 줄 아는 재주는 없어 그런 것이었고,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단 것은 그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늘어놓았다는 점에서 만큼은 괜찮았다는 뜻이다.


만화가 좋아 만화가가 되었다는 작가는 만화에 관한 것이라면 약간 오타쿠(일본 말을 써서 죄송, 적절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같았다. 그러니까, 만화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건 알아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라고나 할까? 열성적인 그의 만화에 대한 관심이 결국 오래전 잠시 반짝했다 기억속에 완전히 사라진 한 만화가를 조명하게 되기에 이른다. 이유는 무엇때문인지 그가 끌려서고, 왜 그가 만화를 그만 그리게 되었는지 기타등등이 알고 싶어서...한 중고 서점에서 발견한 한 만화책 덕분에 10여년에 걸친 그의 선배 만화 작가를 뒤좇는 일에 착수하게 되는데, 과연 그가 알게 된 것들은 무엇일까?


이미 고인이 된 선배 만화가를 찾아가는 일과 자신의 내면의 일상을 교차하면서 보여주고 있던 만화책이다. 제목과 그다지 연관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지만--정확히 선배 만화가의 인생과 그의 인생에서 약해지지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라고 해야 할만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그럼에도 만화가 좋아서, 잊혀진 만화가를 찾아다닌다는 다소 추리 소설다운 전개가 흥미롭긴 했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된 것일까 라는 저자의 의구심에 같이 동참하게 되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저자의 만화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던 작품이었지 않는가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해박한 만화 지식을 어떻게 더 재밌는 이야기로 승화시킬 수는 없었을까 라는 점. 책 맨 뒤를 보니 이 책 속에 언급된 만화가들에 대한 짧막한 프로필을 언급해 놓았던데, 그걸 보고 알았다. 그는 정말로 만화에 미친 사람이로구나 하는 것을. 남들은 알지 못하는 그런 정보들을 알차게 모아서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굉장히 재밌을텐데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하지만 어쩌면 우울하고 비관적인, 물론 종종 공감할만한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긴 했지만서도, 시각을 갖고 있는 작가에겐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세상의 모든 열성 독자가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작가기도 하고 말이다. 하여간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하지만 감동 같은건 보장 못한다는걸 알려 드립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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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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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인지 영 감을 못 잡겠더니, 책을 읽어보니 단박에 알겠다. 사랑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로구나 라는...줄리언 반스. 그가 아내를 잃고 처음 쓴 소설이라는 말에 과연 무슨 말을 하시려나 했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과거 그가 쓴 책들을 되짚어보면 도대체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실지 짐작할 수 없어서 말이다. 사랑에 냉소적이고 --아니 인간에 냉소적인 것이던가, 아니면 통찰력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삐딱하게 보실라치면 한도 끝도 없는 분이라는걸 알기에 어쩌면 저의기 곤혹스러울 수 있을 지 모른다고 지레 짐작을 했었다. 과연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시려나? 아니면 평소의 그답게 냉소적으로 죽음을 고찰하시려나? 관계의 허망함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성토하시던 분이란걸 생각하면 과연 그의 사생활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 앞에 떨어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과연 얼마나 초연할 수 있을까? 혹여 초연을 넘어 냉소로 넘어가면 어쩔까나 싶은...과연 내가 보고 싶어하는건 무엇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한없이 궁금해졌다. 그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말을 이 책 안에 써 놓을 것인가 라는...



결론은 그랬다. 는 것이다. 앞의 두 장, < 비상의 죄>와 <평지에서 >는 두서없이 횡설 수설 하시는 것 같길래--다른 말로 하면 어쩌구 저쩌구--그냥 대충 휙휙 넘겨 버리고, 내가 집중해서 본 장은 마지막 <깊이의 상실>이었다. 왜냐면 그 장이야말로 그가 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올곧이 자신의 이야기. 믿을 수 있었다. 문학이니 예술이니 뭐, 그딴 것을 위한 헛소리가 아니라, 그가 아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밖엔 없기에 쓴 것이라는 것이 분명했기에.


애도에 관한 심정 역시 그는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글을 쓰고 있더라. 아내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낸 뒤 자신이 느꼈던 심정들 그대로를...난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가 쓴 글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 그리고 그가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 역시.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통의 시간을 겪어냈어야 했을지 안 봐도 뻔했다. 그렇다고 이 글을 씀으로써 거기서 벗어났다는 뜻은 아니고.


사별의 고통은 바로 그게 문제다. 언제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지 기약이 없다. 내가 죽지 않고서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라는 깨달음조차 별 위로가 되지 못하니 거의 어떤 것에서도 위로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가 어쩜 그리도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별의 고통에 대처하던지 실소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알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과 절연을 한 것은 유난한게 아니라니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 어느 지점에선가 그렇게 유난을 떨게 되는 시기를 맞게 되는 것인가 보다.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이성적으로 굴어야 속이 시원할 때가...



이 책을 보면서 난 그의 애도에 공감하는 것과는 다른 감흥에 잠겼었다. 이젠 내가 꽤나 사별의 고통에서 멀어졌구나라는 생각 말이다. 이 책을 읽어 내려 가면서 어찌나 초연하던지(맞아, 그땐 그렇지 정도.), 감정적으로 이제는 거기서 졸업했구나 했다. 하긴 20년 넘게 끙끙 앓았으면 이젠 졸업할때도 됐지.  줄리언 반스는 이 책에서, 과연 그런 날이 올까, 라고 의문을 품으시는 것 같던데, 내진 절대 그런 날을 오지 않을 거라 단정하시는 것 같던데,  조심스럽지만 그런 날이 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물론, 그것이 그에게 먹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때 내게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줬다 해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네가 뭘 아느냐고 , 절대 이런 느낌이 가라앉을리도, 나아질 리도 없을 거라고, 그것이야말로 나의 절망의 근원이라고 오히려 화를 냈겠지. 지나고보니 원래 그런 법이란걸 알겠다. 그래서 위로가 쉽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그런 날이 온다. 평온해지는 날이.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도 이해되지도 않은 채 남아 있는데도, 공허마저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런 고통을 주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고도 한참이 지난 뒤...그렇게 오래도록 살아남으면, 알게 된다. 더이상 죽음이 나를 그렇게 할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세상엔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많다는 것 역시 알게 된다. 그 사랑마저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어떤 사랑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죽음이 오기전에 끝나기도 한다. 가끔은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것이 나을까? 하는.


그나마 죽음으로도 끝나지 못하는 사랑을 해봤다는 것이 인간인 우리로썬 더 나은게 아닐까? 아마도 내가 줄리언 반스의 책을 냉정하게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 없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인간이다보니, 우리가 사랑했다는 것보다 더 귀한 축복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러니 사랑했다는 기억만으로도 우리는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그 시간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비명을 지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시간이라도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날이 온다고 말이다.


결국에는 사랑만이 우리에게 남는 것일 것이므로...줄리언 반스의 앞 날에 더 많은 사랑이 깃드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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