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



 프롤로그를 읽는데, 벌써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솔솔~~~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라고 나를 다독이긴 했지만 알고보니 진짜로 거의 그런 셈이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해선 이젠 식상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혹시나 하여 들여다 보긴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루종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뉴스가 사실은 우리 삶에 그다지 필요한건 아니라는 것, 우린 (쓸데 없는, 내진 상관없는 )뉴스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좀 늘여서 한 모양인데, 뭐, 짧게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으로 길게 늘릴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그것만은 인정. 하지만 특별하게 음미하고픈 신선한 문장은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은 실망이었다. 어찌보면 그런 톡쏘는 듯한 냉소적이고 통찰력있는 문장들이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이젠 왠만한 소재는 다 건드려서, 더이상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나올만한 소재를 찾긴 힘든가보다 싶으면서도, 과연 다음에 또 책을 내신다고 하면 들여다 볼지는 의문이다. 어쩜 내가 찾으려 하는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그의 찬란한 시절의 그림자가 아닐런지, 그리고 어찌 보면 당신의 책 역시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와 독자 입장에선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닥터 슬립/ 스티븐 킹/★★★☆☆


초반 읽는데 글이 하도 상스러워서 때려 치려고 했다. 아무리 스티븐 킹이라지만, 끝까지 읽어야 할지 믿음이 없어서...언젠가 스티븐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이웃이 종종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저속한 말들이 나와서 당황한다고, 꼭 그런 말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던데,  나 역시도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 품격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때론 읽기 곤혹스러워서 그렇다. 팬심에 열심히 읽어주고는 싶으나, 망막에 저속한 말과 표현이 걸리는게 그다지 유쾌할 일일리는 없으니까. 아마도 스티븐 킹은 표현의 적확함이 상황을 설명하는데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서도. 하긴 악령이니 좀비니 하는걸 묘사해야 하는 작가가 고상한 말에만 갇혀 있는 다는 것도 문제긴 하겠다 싶다.


하여간 오랫동안 기다려온--내진 절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않고 있던--<샤이닝>의 후속작이다. 전편이 워낙 출중한 작품이라서 과연 그보다 나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전편의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작품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실망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과연 지금 그가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라는 점에서 회의적이긴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샤이닝>을 그가 과거에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더이상 자신의 재능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해서 기대를 내려놓고, 과연 그가 자신의 대표작의 후속작을 얼마나 신명나게 써 내려갔을까 라는 것에 주목하면서 보게 된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그가 걸작을 써야 겠다는 사명감이 아닌, 가족같이 느껴지는 샤이닝의 생존자 대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의 샤이닝 능력은 어떻게 되었을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졌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작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쓰신 것 같더라. 그리하여 이 작품에선 우리의 꼬마 히어로인 대니가 오버룩 호텔에서의 악몽을 이겨내고 어른으로써의 삶을 시작하는걸 보게 된다. 극복이라고 하긴 그런게, 그 역시도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혀서 그다지 썩 잘 살고 있었던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알콜 중독에 빠져서 섬세하고 친절한 마음마저 잃어버린 어른이 되었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서 있어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안정을 찾게 된다. 죽어가는 자의 손을 잡아주는 닥터 슬립이 된 그는 자신과 샤이닝이 통하는 한소녀의 메시지를 받고 당황한다. 자신보다 파워가 강한 그녀와의 소통을 통해 그는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더라...라는걸 생각하게 하던 작품. 처음 읽기를 주저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다 읽은 보람은 있었지 싶다 .왜냐면 내가 궁금해하고 있던 것들을 풀어주셔서 말이다.  대니가 올곧은 품성으로 성장했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사실은 가장 외롭고 두려운 자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쓰고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외톨이로 쓸쓸하게 떠돌던 그에게 가족이 생겨서 좋더라. 뭐랄까. 오버룩 생긴 일 때문에 한없이 미안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하여간 대니의 어른이 된 시절을 보게 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되던 책.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심야 식당/ 아베 야로/ ★★★☆☆



보통 심야 식당을 보고서는 리뷰를 적지 않지만서도, 아니 안 적는게 아니라 적으려 애를 쓰는 사이 잊어 버리는 것이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만은 꼭 리뷰를 남기고 싶어 한 자 적는다.


11권이나 봤으면 식상해질만도 한데, 물론 간간히 아~~~이젠 좀 식상한데 라고 말한 권도 있긴 했지만서도, 그럼에도 이 책은 다시금 심야 식당에 대한 아스라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밤 12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 별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한 식당 주인이 오너인 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밤마다 모여든다. 천일 야화가 부럽지 않은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곳에서, 이젠 단골 손님들마저 쥔장처럼 낯이 익어 간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아마도 단골들의 자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흥미로우려나, 하~~그들의 엄마 아빠는 그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면서 즐거워 하겠지.  그나저나 11권이나 찍으셨는데도, 단골들이 뱉어내는 이야기가 여전히 새롭다는건 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맛있는 음식을 간만에 먹어도 여전히 맛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나? 11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퇴장한다. 연상녀 연하남의 사랑, 짠돌이 사장의 마지막 로맨스, 레즈비언 커플이 초미역무침을 먹게 된 사연, 닭다리와 닭튤립으로 인해 처음으로 이부 남매란걸 알게 된 두 남녀,  두번씩이나 배신한 남자 친구에게 얼굴에 두부를 메다 꽂아준 여인네 하며, 맹인 검객의 사랑법이나 마마보이가 엄마의 게살 튀김의 향수에서 벗어나게 된 사연등 흥미롭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았다. 사람 냄새 나는 사연들에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런 식당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된다. 왠지 그곳에 가면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아마도 일본에 간다면 어딘가에 있을 듯한 심야 식당을 찾게 될지도...이번 시즌에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 시즌 3가 순조로운 스타트를 했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드라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그들은 또 나를 얼마나 침 흘리게 할지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모든게 달라졌다/앰버 더 시크/★★☆☆☆


제목 그대로 아이가 태어난 뒤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그림으로 간략하게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던 작품. 다른 육아서적에 비하면 적어도 나쁜 정보가 없긴 하다. 그냥 아이가 생긴 뒤로 얼마나 본인의 삶이 달라졌는지 푸념겸 한탄겸, 하지만 자랑겸, 놀라움 겸해서 쓰게 된 육아 일지 비스르름한 거라고 보심 된다. 블러그에 형편없지만 그런대로 포인트는 제대로 짚고 있는 그림과 더불어 일지를 썼더니만 단박에 스타가 되서 이 책까지 내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장점이라면 일단 웃긴다. 공감이 가는 대목도 많다. 육아를 적어도 눈살이 찌프려질 정도로 과장을 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편하게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육아일지 정도라고 생각하심 되겠다. 가장 좋은 점은 왜 우리가 그렇게 힘들다고 불평을 해대면서도 아이를 키우는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흘리고 있다는 것때문...그건 바로 아이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우린 오늘도 불평하고 내일 죽을 것 같이 엄살을 떨어대면서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는게 아닐런지...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모두들의 아가들에게 ...우리의 기쁨조는 너희들이라는걸 언제나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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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74남북 공동성명을 계기로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될 무렵,  삼류 배우 지망생 김성근은 모종의 오디션에 합격해 김일성을 연기하게 된다. 무엇을 위한 오디션이었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에 대비해 대통령과 사전 모의 회담을 가져 보자는 중앙정보부의 기획에 의한 것. 보통 오디션에 합격하면 뛸듯이 기뻐하는 것이 보통이겠으나, 성근은 자신 앞에 떨어진 미션과 분위기에 주눅이 든다. 그럼에도 혼신의 연기를 한번 펼쳐 보자 하고 결심을 하는 그를 도와주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연기를 지도하는 대학교 교수와 김일성 주체 사상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중정에 끌려온 대학생이다. 중정의 명령 하에 팀을 이룬 셋은 완벽한 시나리오와 흠잡을데 없는 연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하게 된다. 김일성과 비슷한 체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몸무게를 늘리는 것도 포함해서...결국 메소드에 메자도 모르던 성근은 김일성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 걷고,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게 되기에 이른다. 철저하게 준비한 김일성을 자랑스럽게 연기할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성근은 유신으로 말미암은 정권의 돌변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난생처음 연기다운 연기를 해보고 싶어했던 성근은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되고...그로부터 20년이 지난 난 뒤 성근의 아들 태식은 자신이 김정일인줄 아는 아버지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에게서 멀어지고픈 태식이나, 빚때문에 결국 아버지를 찾아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만다. 과연 이 꼬여도 한참을 꼬여버린 두 부자의 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태식은 이제 자신이 아버지를 버릴 거라고 다짐하지만, 것마저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도무지 이 영화는 어디에 넣어야 하는 것인지 아리송한 작품이었다. 코미디라고 하기엔 몇몇 끔찍한 장면들이 눈에 거슬리고, 진지한 사회 드라마를 표방한건가 싶으면 웃기려고 작정한--하지만 웃음은 거의 나지 않는--장면들이 눈에 밟히고, 그렇다면 블랙 코미디? 라고 보기엔 풍자라고 할만한게 없고, 부자간의 감동 스토리를 보여 주려 한건가? 라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데, 이것마저 사실 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왜 아버지의 정을 그리면서 아버지를 이렇게 학대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으면서, 거기에 정권의 잘못된 강압에 의해 정신이 나가버린, 한마디로 미친 사람을 보면서 웃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이 영화가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한없이 갑갑하고 답답한 설정에 간간히 웃음을 유발할만한 상황을 던져 넣으므로써,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한 것 같은데, 이것이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버렸다고나 할까. 거기에 정신줄 나가버린 사람을 20년이나 돌봐야 했을 처절한 가족들의 심정에 나는 가슴이 서늘하더구만, 감독은 그게 굉장히 신선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것 같아 어이가 없더라. 도무지 얼마나 악취미면 미친 사람을 보면서 웃으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디 그것뿐인가. 미쳐 버릴 정도로 연기에 몰두했으니 예술이라고 해줘야 한단다.  뭐 ,이런...예술은 뭔 개뿔, 인간이 그렇게 하찮다는 것이냐 싶어 욕이 나오는걸 간신히 참았다.

그렇게 내내 감독의 이 놀랍도록 끔찍한 전제를 불편한 심정으로 봐줘야 한다는 것을 눈감아 준다면, 영화는 지루하지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재밌지도 않게 흘러간다. 연출은 잘 했다는 뜻일게다. 이야기 전개는 비교적 무리없이 흘러가니까.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컨데 설경구다. 설경구와 다른 배우들이 살린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기에 이런 시나리오임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좋아했는가라면 그건 아니지만서도...오히려 보면서 얼마나 설경구가 가엾던지 말이다. 왜 그에겐 이런 배역밖엔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시대의 아픈 아버지 상은 다 그가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싶어 안스럽기 짝이 없었다. 왜냐면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역력한데, 그 역이 그다지 매력있는 배역이 아니라서 말이다. 어떤 인상이었는가 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당사자가 그걸 죽도록 열심히 붓고 있는걸 보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미안해 진다는 것이지. 이 영화속에선 가장 매력적이고 그나마 인간적이라고 생각되는 배역이 사채꾼업자랑 밉살맞은 연기학과 교수였으니 말 다한거 아니겠는가. 주연보다 조역들이 매력있으면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답이 없어 보인다.

결국은 성근이 미친 것도 다 아들을 위해서였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던데, 그건 나를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해서 마지막 태식이 오열하는 장면도 난 심드렁했다. 감동은 커녕 머리속에선 이 감독은 미친사람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해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결론적으로, 장르를 확실하게 정했으면 오히려 보기가 낫지 않았으려나 싶다. 호불호가 나뉘기는 했겠지만 적어도 이도저도 아닌 것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욕심이 지나쳐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던데, 물론 설경구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가라는것 하나만큼은 이 영화를 통해서 증명되었지만서도 말이다. 바라건데, 다음에는 그에게 가만 서 있어도 매력이 넘치는 그런 배역이 들어와주길...왠지 설경구란 배우를 혹사한 기분이라서 영 기분이 안 좋더라. 그처럼 연기를 진정성 있게 하시는 분에게 다음번엔 조금은 더 배역 운이 좋기를 바라는게 과한건 아니겠지. 이상 설경구가 살리려 애썼으나 심폐소생엔 실패한 듯 보이는 <나의 독재자>에 대한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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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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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 난 뒤 표지 맨 뒤를 들쳐 봤더니, 잭 리처의 책이 그간 7권이나 나왔더라. 생각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인데, 흥미로운 것은 분명 다 읽었을텐데, 몇 권은 줄거리를 읽어봐도 도무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간 잭이 거쳐간 여인과 사건과 도시가 하도 많다 보니 결론적으로 잭 리처외엔 남는게 없는가 보다. 하여간 기억 나지 않는 몇 권을 다시 읽어야 하는 고민을 잠시 하는 사이, 더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이 책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61시간>이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 분명 그 책 읽었는데, 수잔 터너는 기억에 없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리뷰도 썼더라. 물론 내가 쓴 것임에도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읽었지만서도, 요즘은 정말로 리뷰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책을 읽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리에서 휘발되는 책이 너무나 많아서. 그나마 리뷰를 쓰면 적어도 내가 읽긴 했네 싶지만서도, 리뷰라도 안 남긴 책들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이 새삼 궁금해 그녀의 책을 빌려 왔는데, 문장은 새로운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알겠더란 것이다. 나 드디어 득도한거야? 아니면 책을 너무 많이 읽었더니 작가의 머리속이 들여다 보이는 건가? 내가 추리 소설의 트릭을 풀었다고? 그럼 나도 이제 추리 소설 써도 돼? 라면서 오도방정을 떨었더랬는데, 자세히 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다. 어떻게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도 기시감이 없을 수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급반전되었다는 이야기. 아~~~옛날이여~~다. 


혹시나 나의 리뷰를 많이 읽으신 분들은 짐작이 가실지 모르는데, 내가 책 내용은 쓰지 않고 이렇게 딴 소리만 하는 이유를 말이다. 맞다. 책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글자수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100자 평을 해도 되긴 하는데, 왠지 그건 반칙처럼 느껴져서 말이지. 해서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책이라도 100자평만은 피해자가는 취지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맘에 안 들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리 차이드의 책들 중에선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황당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정말로? 라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라서 사라지지 않았다. 뭐, <61시간>에서 전화상으로 호감을 느낀 자신의 후배를 찾아 110 특수부대를 찾아 왔다는 것까지는 좋다.  잭 리처 다운 발상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부터 무리한 전개에 짜증이 나더라. 무고한 사람에게 폭행 치사에 친부 확인 소송까지 걸면서 그를 올가미에 옭아 놓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부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먹힌다는 설정까지 말이다.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도무지 이 사람은 얼마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양반이냐? 짜증이 났다. 그렇게 그 짜증이 끝까지 쭉 연결된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잭 리처가 그런 몰지각한 분들(?)을 본인만의 능력으로 처단해가는 과정들을 보는건 여전히 통쾌했다. 그런데 이젠 서서히 그가 만나는 사건들이 상당히 억지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잭 리처만을 위한 사건 사고를 일부러 크게 만들어 낸다는 인상인데, 이러면 아무리 잭 리처의 팬이라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리 차일드의 고민은 잭이 악당을 어떻게 무찌르느냐가 아니라, 잭이 상대하는 악당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악당들의 면면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잭 리처라지만, 신빙성이 있었음 한다는 거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몰라라는 신빙성. 조금이라도...내가 바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정교한 시나리오가 아니니 말이다. 어쨌거나 리 차일드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몇 번 실망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애정을 버릴 내가 아니라서 말이다. 잭 리처는 이미 성공한 프랜차이즈 아니겠는가. 그저 다음에는 이보단 무리스럽지 않은 전개이길 바랄 뿐이다.


<추신> 그런데 이 리뷰를 쓰는 동안 수잔 터너가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다. 61시간에서 잭을 열심히 도와준 후배였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잭이 이 책에서 그렇게 열심히 수잔을 도우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물론 어떻게 그가 가는 곳엔 늘 이런 사건들이? 내진 그가 만나려 가기만 하면 감옥에? 라는 억지스러운 전개만은 어떻게 해도 설득이 안 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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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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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원서를 읽고 나서 번역한 책을 읽게 된다고 해도 흥미가 반감되지는 않는 편이다. 아마도 그건 내가 그렇게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얼마전에 읽은 책의 세세한 점을 다 기억하진 못해서 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밌는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언어로 읽는다고 해도 새로운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아무리 원서로 읽은 책이라도 역서가 나왔다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읽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만큼은 읽기전부터 약간 부담스러웠다. 다른건 몰라도 꼭 읽어볼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었는데, 왠지 지난한 여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싶었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이상한 것도 아니다. 원서를 읽었을 당시, 난 이 책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Bury Your Dead>를 읽고나서 생각이 바뀐 것일 뿐이다.  이 책과 연작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연결이 되어 있는 두 작품속에서, 이 책의 진가는 Bury Your Dead의 밑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두드러진다. 루이즈 페니의 다른 책들은 순서없이 그냥 낱권으로 읽어도 상관없지만서도, Bury Your Dead만큼은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라 할만한, 그 외에는 다른 범인이 있을 수 없다고 수긍을 하게 되면서도, 어딘지 미심쩍은 인상을 지울길이 없었던 진범이 누구냐에 대한 답을 Bury Your Dead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서 결론은 이 책은 루이즈 페니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도 물론 나쁘지 않다. 어쩜 썩 좋아지지 않더라는 말은 엄살이 불과할지 모른다. 여전히 그녀의 통찰력은 빛이 나는데다, 스리 파인즈 주민들의 매력은 생명력을 얻은 듯 훨훨 날고,  성장을 하는데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의 개성 역시 무시못할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우리는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으니 말이다. 가마슈 경감의 카리스마와 따스한 성품이 굳이 보태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추리 소설이건만, 거기에 그가 중심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결론은 이만한 추리 소설을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내가 좋아하건 말건 간에 스리 파인즈의 살인사건은 굳건히 벌어지고 해결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는데, 이 책을 유난히 지루하게 오래 읽은 것은 사실이나, 아마도 그건 내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어서 일 것이다. 숲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라 조금 다크한 면이 있었다는 점도 신나게 읽어 제끼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고. 지나치게 이야기를 꼬면서 독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는 인상 역시 호감을 살리 만무하다. 그래서, 리뷰에 줄거리는 쓰지 않고 이런 넋두리만 냅다 쓰고 있는 이유는...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싶어서다. 나같은 이유로 중간에 포기하는 독자가 있을까봐서 말이다. 하지만 말하건데, 루이즈 페니의 독자라면, 그래서 다음에 나올 책을 읽으실 의지가 있으신 분이라면, 꿋꿋하게 읽어 내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난 루이즈 페니의 책을 언급할때마다 보상이란 말을 운운하게 되는가 본데, 이 책을 읽은 보상은 다음 편에서 기대해도 좋으니 말이다. 좀 오래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추리 소설 독자라면, 그 정도는 양해해 주시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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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2014-1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을 만나니 반가워 댓글까지 남깁니다^^ 냉혹한 이야기 읽으면서 진도가 참 안 나갔고 사실 다 읽고 나서도 지금까지 시리즈 중에 제일 마음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네 시체를 묻어라를 읽고 전작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그만큼 네 시체를 묻어라가 워낙 인상적이서, 냉혹한 이야기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했답니다.

이네사 2014-11-21 09:36   좋아요 0 | URL
오, 다행이네요. 전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거라고 하면서
썼었는데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니 왠지 뿌듯한데요?
 





                                                                                     ★☆☆☆☆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이지만, 오래도록 볼까 말까를 망서리면서 간만 보고 말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됐다. 2001년에 나왔다고 하니, 거반 13년 동안이나 망서리다 보게 된 영화지 싶다. 내용은 빚에 몰려 인생이 파탄나기 일보직전인 12명의 사람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모여 자살 관광 여행을 떠나는데, 마지막에 그 사연을 전혀 모르는 아가씨가 버스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 그렇게 오랫동안 망설이다 이제서야 보게 된 이유는 그동안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꽤나 많이 본 탓에, 일본 문화와 배우들에게 낯이 익었다고나 할까? 맨처음 일본 영화를 봤을때는( 제목을 말해보자면 <안경>) 어디서 아마추어 배우들을 참 잘 썼네, 일반인이 연기를 하는데도 어쩜 저리도 연기를 잘 한다냐? 물론 약간은 어색한 점이 있긴 하지만서도, 것도 귀엽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대부분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연기자들인 것이렸다. 얼마나 무안하던지 말이야. 난 정말로 일부러 섬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모양인데 했더니만, 알고보니 그게 일본풍의 연기 방식었던 모양이더라. 하여간 그런 저런 시행착오들을 몇 년 거치다 보니, 이젠 일본 배우들에게도 낯이 익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이 배우 저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이유로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기억하고 있던 일본 영화를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엔 내가 아는 어떤 배우가 나오려나 싶은 호기심과 어떤 재미가 숨어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거기에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어떤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게 가장 궁금했다. 그래서 보게 된 결과는...

첫번째로는, 그간 왠만한 배우들은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이 낯설었다. 여기 나오는 배우들은 이 한편만 찍고 마신 건지, 아니면 10여년의 세월동안 10여명의 배우들이 다 은퇴를 하신건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아는 배우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실망이었다. 두번째로는 내 생각이 맞았더라. 정말로 자살을 단호하게 결정한 사람들을 모아 놓아보니 더이상 뻗어나갈 이야기가 없다는 것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들이 조금이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자살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가씨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자살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너무도 절망적이었기 다른 수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힘에 밀려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를 줄곧 외치던 아가씨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담 이제 남은 것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11명과 그들때문에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한 처자의 죽음뿐인데...이건 살해가 아닌가. 자살까지는 그럭저럭 봐준다고 해도, 살해는 아니다. 그건 타인의 생명권을 짓밟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거북한 상황에 처해지다보니, 빠져 나갈 구멍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감독이 이걸 어떻게 설득해 나가시려나 저의기 걱정이 되더니만, 알고보니 내가 걱정할 것이 아니더라. 결말에 대해 감독은 그닥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간 것 뿐...해서 이야기 자체로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얻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세번째로는, 이 작품 정말로 지루하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은 작품인가 보네 하면서 별 셋 정도를 헤아리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별점이 깍여져 내려간다. 13년간의 기다림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반드시! 결말을 알아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나 이 영화 끝까지 보지 못했다. 심각할 정도로 재미없어서. DVD표지를 보니, 부산 영화제에서 평론가 상인가 뭔가를 받았다고 하던데, 실소하고 말았다. 줄 영화가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싶고, 다시 말하자면 부산 영화제가 그 당시론 그렇게 절박했었는가 싶어서 말이다. 지금은 그나마 명망있는 영화제로 거듭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더이상은 이런 영화에 상을 줘야 할 필요가 없을테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해서 결론은 이 영화 재미 없어요. 삶이나 죽음에 대해 별다르게 알려 주는 것도 없답니다. 그저 조금은 고약한 취향의 시나리오 작가가 기발한 생각 하나를 가지로 이야기를 꾸며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남은 것은 고약하단 인상 뿐이네요. 더 좋은 영화를 발견하기를 기다려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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