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말걸기 육아의 힘
김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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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하는 동생내외를 돕는답시고 종종 둘째 조카를 보러 간다. 28개월에 들어서는 둘째 조카는 요즘 말 배우기가 한창이다. 처음 옹알이를 시작하고 엄마 아빠 맘마를 했을때부터 언제쯤 이 녀석이 유창하게 말을 하려나, 제대로 잘 하기는 하려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싶게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아이가 하루 하루 배워가는 것들을 보면 기적이 따로 없다. 걷지도 못하는 것들이 뛰어 다니고,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 되지 않던 외계어만 남발하던 녀석들이 이젠 어눌한 발음이긴 하지만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조카가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인데 나만 보면 눈을 반짝이면서 숨으러 가자 하는데 그 조그만 녀석의 말을 안 들어주기가 불가능하다. 저번에는 옷장속에 둘이 숨어 있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잘 숨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할머니( 조카를 낮에 돌봐주시는 분)보고 우리 찾으라고 말하고 온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조카는 옷장을 나서면서 나에게 고모는 여기 가만 있어 !하면서 당부를 하고 갔는데, 그녀를  놀려 주려는 생각에 나는 당장 옷장속에서 나와서 옷장과 벽 사이의 빈 틈으로 숨어버렸다. 할머니에게 찾아 보라고 한 뒤 종종 거리며 옷장으로 온 조카는 내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조카가 우는 소리에 놀라서 달려온 할머니는 " 내가 고모한테 여기 가만 있으라고 했는데 , 없어졌어! " 라는 조카의 말에 조카를 달래며 못 찾겠다 꾀꼬리 하면 나올 거라고 위로를 해줬다. 조카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쳤고, 내가 바로 옆에서 나오자 무척 신기해하며 - 방금 놀란 것이나 울었던 것은 다 잊어 버리고--우리 또 숨으자! 를 외쳤다.  내가 방금 나왔던 그 장소에 숨고 싶어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말이다.


조카가 당황하고  옷장과 벽 틈에 숨어 있던 사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조런 꼬마가 당황한 순간에서도 내가 고모한테 여기 숨어 있으라고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말이다. 단순한 문장도 아니고 꽤나 복잡해 보이는 말인데도 그걸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내뱉는걸 보면서 감탄하고 말았다. 조금 큰 아이가 저런 말을 한다면 아무런 신기함을 없겠지만서도, 말을 배우는 아가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겐 놀라움이고 신기함 그자체다. 누가 저런 말을 가르쳐 주었는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었던 말들을 활용해서 자신의 말로 내뱉는걸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삼십년 넘게 영어를 배우면서도 문장으로 말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고, 칠년째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간신히 한 살 아기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문장만 구사할 줄 아는 내가 보기엔 아기가 말을 배우는 속도와 활용 능력은 천재급이다. 우리가 왜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쩜 인간에게는 물고기가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비슷한 천부적인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그냥 놔두기만 해도 말을 배우는 것 같은 인간 아가들에게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잘 배우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녀석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던 책이 바로 <0~~5세 말걸기, 육아의 힘>이다.


일단 이 책의 저자 김수연님이 우리나라 최고의 아기발달 전문가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을 엄마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지 않을까 한다. 엄마도 아닌 고모인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니 유명하신 분 맞다. 몇 년 전 <60분 부모>라는 프로를 통해 아기 때문에 고민인 부모들을 많이 상담해 주셨는데, 안 보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보고 나면 왜 그녀가 최고의 전문가라는 것인지 이해가 간다. 친절하시고, 이해심이 깊으신데다가, 아가들의 마음을 읽어주시는데 그렇게 명쾌하실 수가 없기 때문이란 것을 말이다. 말을 못하는 아가들을 대신해서 조목조목 우리들은 지금 심정이 이래요, 우리 발달 상태는 이래요 등등을 그래서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에요 등을 설명해 주시는데, 그녀 덕분에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마음에 안정을 얻었던지 말이다. 아기들과 상관없는 나 마저도 그녀가 고마울 정도였다. 그렇게 아기 마음을 들여다 봐주고, 그들의 어려움을 설명해주는데 최고의 전문가요 권위자인 김연수님이 이번에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아가들에게 말을 어떻게 걸어여 하는가, 아가들은 말을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이 트인다고 하는데,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이고, 아가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기 연령별로 조목조목 가르쳐 주시고 있었다. 아가들을 처음 키우시는 부모님들에게는 특히나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한다. 연령 발달별로 아가들이 어떻게 크는지도 감을 못 잡고 , 말을 못하는 아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는 더군다나 더 깜깜이실테니 말이다.


어떤 부모들은 사랑과 본능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대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모들이 어떤 가르침이 없었음에도 그럭저럭 우리들을 멀쩡한 인간으로 키워낸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이런 책을 안 읽어도 아이들은 언젠가는 말을 배우고, 언젠가는 걸어다니며, 언젠가는 어른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때론 황송하게도 시간이 그 모든걸 대신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배움이 필요하고, 어떤 부모들에겐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하기도 하며, 어떤 부모들에겐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만으로도 어려운 육아가 쉬운 육아로 바뀔 수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생기는 것이 없겠지만서도, 또 그런만큼 이런 저런 미신에 가까운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문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가들에게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줘도 말이 트이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책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인듯 생각하는 것도 그 일례라 할 것이다, 말이란 일방통행이여서는 안 되기에,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이며, 그것은 어른들과의 소통을 통해 배워가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던데, 부모님들은 새겨 들으시길 바란다.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다간 부모가 힘든 것은 물론이요, 아기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해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을 내뱉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이지...아기가 내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아기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소통은 단지 언어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한마디도 못하는 아프리카에 떨어지면 어떻게 생활할까? 몸짓으로 소통하려 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말을 못하는 아기와 우리가 처음 주고 받는 대화여야 한다고. 아가들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당신이 한마디로 하지 못하는 러시아에 홀로 떨어져 있다고 상상해 보시길. 그럼 아가들의 답답함이 훨씬 더 잘 이해될 것이다. 그런 이해가 아가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과 너그러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무엇보다 모르겠으면 답을 찾아 공부하시길...아가들이 우리들에게 맞출 수 없으니 우리가 아가들에게 맞춰줘야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하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민이신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읽기 어렵지도 않고, 중요한 정보만 핵심적으로 골라 놓은데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혹시나 자신의 아이가 말이 늦되는건 아닐지 걱정이신 분들을 위해 단계별 언어 이해력 평가서도 붙여 놓았다. 아가들을 데리고 놀이삼아 한번 해보는 것도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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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부모와 다른 아이들 - 전2권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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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이자 동성애자인 저자는 자신이 살아 온 경험을 통해 이 책의 소재를 얻는다. 그의 부모 역시 그가 게이라는 정체성을 오래도록 받아 들이기 힘들어 했고, 그것이 젊은 시절의 앤드루에겐 상처와 고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과 다른 아이를 가진 부모는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일까? 내진 어떻게 처신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10년간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 내어놓게 된 것이 이 책이다. 나와 다른 아이들, 예를 들자면 청각 장애인, 다운 증후군, 정신 분열증, 범죄자, 천재, 트랜스잰더등등, 이 태어났을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내진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런 경험이 우리를 어떻게 달라지게 하는 것이고, 달라 져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저자는 심도 있는 고찰과 통찰력 있는 설명, 그리고 사려깊은 조언으로 이 책을 완벽한 보고서로 만들고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완벽한 책을 내어놓을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나로써는 굉장히 놀란 작품이 되겠다.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10년간의 작업이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게 모든 것을 두루두루 통찰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들을 편견없이 들어주며, 거기에 그들이 미쳐 하지 못한 이야기나 설명을 통찰력 있는 본인만의 시선으로 통역해 주는데 읽으면서 정말로 이 저자, 대단하다 싶더라. 한 인간의 시야가 이렇게 넓을 수도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다. 나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주제에 관한 완벽한 보고서,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것때문에 혹시나 편견 있는 시각으로 책을 쓰진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런 경험이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시선이나 따뜻한 애정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열심히 반성하고 배웠다. 1편보다 2편이 훨씬 더 낫기에 혹시나 1편에서 실망하신 분이라도 2편은 꼭 보시길 바라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책 한 권 쯤을 읽어두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것이 보다 열린 세상,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가 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부모가 아니라면 이런 주제에 관해 관심을 갖기나 호감을 느끼기는 무척 어렵겠지. 그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다만 혹시나 감상적인 이야기만 나열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하자면, 그건 아니라고, 과거에도 앞으로도 이 책보다 완벽하게 모두를 조망한 책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시간의 압박과 이 모든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 거기에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재능 없이는 이런 책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 앤드루 솔로몬" 이라는 작가만이 써 낼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작품이라고 보심 된다. 그의 고집과 열정에 박수를...이 책이 그가 바란대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열린 창이 되기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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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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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에 관해 이보다 더 처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만나기란 과거에도 미래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캐롤라인 냅,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최고의 수작. 그녀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최고란 말을 함부로 붙일 수 없었겠지만서도,  캐롤라인 냅이 2003년 44이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 책에 그런 수식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몹내 안타깝다. 통렬한 내면의 고백을 섬뜩하리만치 거침없는 솔직한 입담으로, 마치 아무 일도 아닌양 조곤조곤 털어놓는 그녀의 탁월함을 아는 독자라면 아마 누구라도 내 말에 수긍할 것이다. 명망높은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아이비그 출신의 유명 저널리스트였던 아름다운 그녀가 어쩌다 강박적인 거식증과 알콜중독에 빠져서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왜 그다지도 어려웠는지를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말하지만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마지막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분명 글은 머리가 읽는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가슴이다. 뇌가 아니라 마음에 와서 박히는 그런 글이라는 의미다. 얼핏 성공해 보이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저자가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게 된 계기는 친구의 6살배기 딸을 다치게 할뻔한 일을 겪으면서라고 한다. 고도 적응형 중독자로 자신이 알콜중독자라는 것이 밖으로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훈장처럼 생각하던 그녀는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이 달라져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해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른 이를 해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서 중독에서 저절로 벗어나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저자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실연만큼이나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원제가 " 드링킹, 사랑이야기, 그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 " 인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알콜중독자들이 왜 그렇게 술을 끊기 어려워 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더라. 누가 이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사랑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하겠는가 말이다. 그것이 자신을 파괴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중독이 없는 세상이 죽음보다 견디기 힘든 허무라면 그 세상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나 제정신인 채로 살아보기 위해 하나도 재미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마지못해 돌아오기까지의 지난하고 험난한 여정, 난 성공했다라는 성공담이 아니라 그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하는 한 패잔병의 생존기라고 보심 될 듯하다. 자서전으로 보기에도,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는 에세이로 보기에도, 아님 그냥 수작인 작품으로도 어딜 내놔도 버릴 것이 없는 대단한 작품이다. 정신이 번쩍 들만큼 화끈하고 통렬한 문장이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당신이 알콜중독이 아닐지라도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왜냐면 이 책이 근본적으로는 인생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사는 것임에도 제대로 산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그런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 치명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번이라도 저항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그녀의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로 들려오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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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9-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네요

이네사 2015-09-08 07:07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셔요. 정말 잘 쓴 책이랍니다.
 
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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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사랑에 대해서도 이다지도 정통한 분이실 줄은...추리 소설이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장르라는 것을 몰랐을리 없다고 해도, 사랑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해왔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놀랐는지...정말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거 맞나요?라고 묻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사랑에 대해 남녀의 관점과 해석이 달라서 생긴 오해와 비극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던 책, 내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한다.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가 모순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사랑에 관해 이렇게 설득력있는 드라마는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라니...놀랄 노자다. 추리 소설 작가의 통찰력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 로맨스 소설 같아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말로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낭만적이고, 통찰력 있으며 정직한...사랑에 관해 뭔가 아시는 아가사의 통찰력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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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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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마존 올해의 책, 2014년 세뮤얼존슨 논픽션상, 코스타 문학상 ,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다(타임즈)....


인정한다. 이런 말에 내가 현혹되었다는 것을. 물론 이런 말에 내가 무심히 저항 했다고 한들 다음과 같은 말들에는 필연적으로 무너졌을 것이다. " 야생 참매를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가는 과정을 솔직한 언어로 그려낸 화제작 " 이며 "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애도와 치유가 어루어진 현재 진행형의 고전" 이라는 것 말이다. 오오오~어디 그것뿐이랴? 이것도 있다. " 이 책은 분명 자연을 이야기하는 책들의 절대 고전이 될 것이다." 라던지 " 자연에 대한 글쓰기와 개인적인 회상, 문학적 초상, 그리고 상실의 아픔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 모든 부분이 탁월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라고...


그러니까 , 종합해 보자면,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동물과 함께 살면서 치유한다는 줄거리라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내가 딱 좋아할 수밖엔 없는 이야기일거라는 감이 왔다. 죽음에 동물에 치유라니...내가 선호하는 소재가 아닌가? 그것이 한 작품안에 줄줄이 담겨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거기에 표지는 또 얼마나 근사해 보이던지...책이 오기까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해대면서 과연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인가 설레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좋은 책이라고 하면 분명 그에 합당한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흐미... 그런데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가지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으니...책이 너무 재미없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겠는 것이다. 정말로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기에...이벤트 도서로 받은 책이기에 리뷰를 쓰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사명감이 아니라도, 잡기만 하면 어찌나 졸던지 나중에는 오기가 생길 정도였다. 내 반드시 읽고 말리라 하는... 결국 오기에 반발심에 혹시나 하는 기대에--나중에는 감동 비스드르함 것을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내지는 끝에 가서는 기적처럼 재밌어질지도 모른다는-- 내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끌어모아다 읽어내긴 했는데, 읽는 내내 끔찍했다. 법서를 읽을때도 이보다는 재밌었다. 이보다는 덜 끔찍했고. 그리고 내 기억에 의하면 이보다는 더 , 훨씬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뭔가 알찬 것을 얻었다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보람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아마도 이 책은 내 취향의 책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이렇게 감상에 절은 , 별 줄거리 없이 하염없이 묘사만 해대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것도 우울하기 짝이 없는 톤으로 읆어대는데 두서너 문장만 읽어도 졸음이 오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하던 저자가 어렸을적부터 관심을 가져오던 참매를 구해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간다는, 취지는 알겠다. 작가도 그것만으로는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자신과 같은 처지의 과거의 작가를 찾아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풀어내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매력이 없는지...나 잠이라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자는데도 졸음이 왔다. 무언가 관심이 생길만한 문장이 나오면 내가 번쩍하고 눈을 떴으련만, 도무지 감겨진 눈이 떠질 생각을 않더라. 하여 필사적인 의지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 뻔한 이 책, 왜 이다지도 평이 좋은지 나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내가 보통 사람들과 취향이나 안목이 달라서 그런 것이겠지...라고 자조하면서도 씁쓸하다. 나도 이 책 좋다고 같이 거품을 물고 싶었었는데, 어떻게 그거 하나 딱딱 맞추지 못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참 나...동물을 다룬 책인데도 내가 호감을 표할 길이 없다니. 내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최고의 명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저자의 표현력이 좋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서도, 그것이 심금을 울리냐는 문제라면 전혀 아니올시다여서 도대체 뭐가 명문장이라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아버지를 잃은 애도 부분에 관해서는, 이 정도 가지고 뭘...나는 더한 것도 겪었고 봤고 들었다. 길들이기 힘들다는 참매는, 뭐, 책 하나를 다 읽고 났는데도 참매에 대한 매력을 알지 못하겠으니,  동물 하나하나를 개인적으로 들여다 봤을때 매력을 못찾을만한 개체는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의 잘못이 크지 싶다. 거기에 저자 본인이 자신은 비주류라고 한탄하던데, 그것만큼 나와 닮은 부분도 없는데도 결국 그녀에게 공감이나 연대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석하는 것들에서도 참신함이나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덮고나니 놀라움만 남았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 어디가 재밌다는 것인데요? 진짜로 재밌다고 느끼셨나요? 라고 하나하나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졸지 않고 완독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하겠구만, 앞에 나온 찬사들은 과연 뭐란 말인가 싶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확실히 난 어딘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저의기 걱정스럽다. 중간은 아니라도 평균치 근처 어디쯤이라고 내내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제보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아마도 내가 어디쯤 있는지는 난 평생 알길이 없겠지? 이래저래 심난한 독서였다.


추신--맘 같아서 비추천작으로 넣고 싶지만, 애매작으로 넣습니다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 외엔 문장이나 표현력이 엉망이라고 할만한 책은 아니었거든요. 저와 취향이 다르신 분들은 어쩜 굉장히 좋아하실지도. 하니 평소 저와 취향이 다르셨던 분들은 기뻐해 주시길. 당신에게 딱 맞는 책이 나왔답니다. 다만, 불면증에 매우 효과가 좋을지도 모른다는 건 제가 드린 팁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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