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말걸기 육아의 힘
김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맞벌이 하는 동생내외를 돕는답시고 종종 둘째 조카를 보러 간다. 28개월에 들어서는 둘째 조카는 요즘 말 배우기가 한창이다. 처음 옹알이를 시작하고 엄마 아빠 맘마를 했을때부터 언제쯤 이 녀석이 유창하게 말을 하려나, 제대로 잘 하기는 하려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싶게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아이가 하루 하루 배워가는 것들을 보면 기적이 따로 없다. 걷지도 못하는 것들이 뛰어 다니고,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 되지 않던 외계어만 남발하던 녀석들이 이젠 어눌한 발음이긴 하지만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조카가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인데 나만 보면 눈을 반짝이면서 숨으러 가자 하는데 그 조그만 녀석의 말을 안 들어주기가 불가능하다. 저번에는 옷장속에 둘이 숨어 있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잘 숨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할머니( 조카를 낮에 돌봐주시는 분)보고 우리 찾으라고 말하고 온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조카는 옷장을 나서면서 나에게 고모는 여기 가만 있어 !하면서 당부를 하고 갔는데, 그녀를  놀려 주려는 생각에 나는 당장 옷장속에서 나와서 옷장과 벽 사이의 빈 틈으로 숨어버렸다. 할머니에게 찾아 보라고 한 뒤 종종 거리며 옷장으로 온 조카는 내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조카가 우는 소리에 놀라서 달려온 할머니는 " 내가 고모한테 여기 가만 있으라고 했는데 , 없어졌어! " 라는 조카의 말에 조카를 달래며 못 찾겠다 꾀꼬리 하면 나올 거라고 위로를 해줬다. 조카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쳤고, 내가 바로 옆에서 나오자 무척 신기해하며 - 방금 놀란 것이나 울었던 것은 다 잊어 버리고--우리 또 숨으자! 를 외쳤다.  내가 방금 나왔던 그 장소에 숨고 싶어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말이다.


조카가 당황하고  옷장과 벽 틈에 숨어 있던 사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조런 꼬마가 당황한 순간에서도 내가 고모한테 여기 숨어 있으라고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말이다. 단순한 문장도 아니고 꽤나 복잡해 보이는 말인데도 그걸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내뱉는걸 보면서 감탄하고 말았다. 조금 큰 아이가 저런 말을 한다면 아무런 신기함을 없겠지만서도, 말을 배우는 아가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겐 놀라움이고 신기함 그자체다. 누가 저런 말을 가르쳐 주었는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었던 말들을 활용해서 자신의 말로 내뱉는걸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삼십년 넘게 영어를 배우면서도 문장으로 말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고, 칠년째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간신히 한 살 아기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문장만 구사할 줄 아는 내가 보기엔 아기가 말을 배우는 속도와 활용 능력은 천재급이다. 우리가 왜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쩜 인간에게는 물고기가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비슷한 천부적인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그냥 놔두기만 해도 말을 배우는 것 같은 인간 아가들에게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잘 배우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녀석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던 책이 바로 <0~~5세 말걸기, 육아의 힘>이다.


일단 이 책의 저자 김수연님이 우리나라 최고의 아기발달 전문가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을 엄마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지 않을까 한다. 엄마도 아닌 고모인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니 유명하신 분 맞다. 몇 년 전 <60분 부모>라는 프로를 통해 아기 때문에 고민인 부모들을 많이 상담해 주셨는데, 안 보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보고 나면 왜 그녀가 최고의 전문가라는 것인지 이해가 간다. 친절하시고, 이해심이 깊으신데다가, 아가들의 마음을 읽어주시는데 그렇게 명쾌하실 수가 없기 때문이란 것을 말이다. 말을 못하는 아가들을 대신해서 조목조목 우리들은 지금 심정이 이래요, 우리 발달 상태는 이래요 등등을 그래서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에요 등을 설명해 주시는데, 그녀 덕분에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마음에 안정을 얻었던지 말이다. 아기들과 상관없는 나 마저도 그녀가 고마울 정도였다. 그렇게 아기 마음을 들여다 봐주고, 그들의 어려움을 설명해주는데 최고의 전문가요 권위자인 김연수님이 이번에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아가들에게 말을 어떻게 걸어여 하는가, 아가들은 말을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이 트인다고 하는데,  그것이 왜 중요한 것이고, 아가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기 연령별로 조목조목 가르쳐 주시고 있었다. 아가들을 처음 키우시는 부모님들에게는 특히나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한다. 연령 발달별로 아가들이 어떻게 크는지도 감을 못 잡고 , 말을 못하는 아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는 더군다나 더 깜깜이실테니 말이다.


어떤 부모들은 사랑과 본능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대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듯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모들이 어떤 가르침이 없었음에도 그럭저럭 우리들을 멀쩡한 인간으로 키워낸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이런 책을 안 읽어도 아이들은 언젠가는 말을 배우고, 언젠가는 걸어다니며, 언젠가는 어른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때론 황송하게도 시간이 그 모든걸 대신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배움이 필요하고, 어떤 부모들에겐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하기도 하며, 어떤 부모들에겐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만으로도 어려운 육아가 쉬운 육아로 바뀔 수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생기는 것이 없겠지만서도, 또 그런만큼 이런 저런 미신에 가까운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문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가들에게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줘도 말이 트이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책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인듯 생각하는 것도 그 일례라 할 것이다, 말이란 일방통행이여서는 안 되기에,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이며, 그것은 어른들과의 소통을 통해 배워가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던데, 부모님들은 새겨 들으시길 바란다.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다간 부모가 힘든 것은 물론이요, 아기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해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말을 내뱉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이지...아기가 내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아기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소통은 단지 언어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한마디도 못하는 아프리카에 떨어지면 어떻게 생활할까? 몸짓으로 소통하려 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말을 못하는 아기와 우리가 처음 주고 받는 대화여야 한다고. 아가들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당신이 한마디로 하지 못하는 러시아에 홀로 떨어져 있다고 상상해 보시길. 그럼 아가들의 답답함이 훨씬 더 잘 이해될 것이다. 그런 이해가 아가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과 너그러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무엇보다 모르겠으면 답을 찾아 공부하시길...아가들이 우리들에게 맞출 수 없으니 우리가 아가들에게 맞춰줘야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하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민이신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읽기 어렵지도 않고, 중요한 정보만 핵심적으로 골라 놓은데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혹시나 자신의 아이가 말이 늦되는건 아닐지 걱정이신 분들을 위해 단계별 언어 이해력 평가서도 붙여 놓았다. 아가들을 데리고 놀이삼아 한번 해보는 것도 재밌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