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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의 울음 - 상
손상익 지음 / 박이정 / 2014년 9월
평점 :
현대 민간인들에게 있어서,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한반도의 근대화를 늦춘 실책이자, 조선왕조의
쓸데없은 고집으로 발생하는 모든 전투와 사건의 원인으로서, 그다지 좋게 평가받지 못한다. 때문에 그 도중에 발생한 병인양요나 신미양요등의 사건 또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
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그러나 이 책을 쓴 소설가 손상익은 그러한 잊혀진 근대의
아픔을 일부로 끄집어 내어 독자들에게 내 보임으로서,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조선이라는 나라
와 민족의 '자존감'을 지킨 수 많은 민.군의 가슴아픔과 한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주요한 무대가 된 신미양요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빛나
는 승리나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역사의 긍정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역사가들
이나, 군사학자들은 미군.정부의 한반도 침공을 저지한 결과론적 성과를 들어, '승리'라는 이름
표를 달아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미군 14명의 사상에 비해서 조선군은 300명 이상의
피해를 냈고, 강화도의 초지진과 덕진진 광성보등의 군사시설이 초토화 되었으며, 수많은 조선의
문화재와 자원들이 약탈당한 사실을 들여다 보면, 승리라는 타이틀이 순식간에 그 빛을 잃는 것 같다.
게다가 이 소설에 따르면, 미군의 해병대와 전문군인들을 상대로 가장 치열하고 강하게 저항한 인물들은 조정의 군졸들이 아니라, 범 포수(타이거 헌터) 라 불리우던 화승총 사냥꾼들 이였다. 과거 프랑스와의 전투(병인양요)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낸 범사냥꾼을 최선선에 내보낸
조선의 선택... 그야말로 조선은 500년의 안정에 찌들어, 외부의 적대에 대항할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던 모양이다. 때문에 총의 울음에서는 범 포수인 '복길이'를 통해서 당시 조선이 어
떠한 상태였는지, 그리고 강화도 곳곳의 포대에서, 미군들의 침공을 기다리는 군졸들과 범 포
수들은 과연 어떠한 마음가짐을 지니며, 자신을 위로하고 또 몰아세웠는지 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춘천의 오봉산 산자락에서 범을 잡던 범포수가, 한강의 입구인 강화도에서 생전 처음 접하는
외국인과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프랑스의 군대'를 접한 이후라, 자신들이 아무
리 열심히 싸워도 상대조차 안될 것을 잘 알았다.
오랜기간 정체된 문명과, 전쟁을 통한 번영을 갈구하는 문명
구식 화승총과, 최신식 미니에총
저항과 침략...
이에 개인적으로 '야에의 벗꽃' 이라는 작품이나, 사카모토 료마나, 무츠 무네미츠 같은 일본
의 위인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일본은 그들의 '힘'을 느끼고 곧바로 고대를 숙
였다. 그리고 "비록 오늘은 치욕속에서 살아가지만, 반드시 근대화를 이루어 훗날을 기약한
다는 '와신상담'의 자세로 결국 스스로 대일본제국을 칭하며, 주변국가를 향한 침공의 야욕을
실행 할 만큼 성장했다.
때문에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조선도 일본처럼 문호를 개방하였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
고 값비싼 수업료를 치루더라도 당시 서방의 기술과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흡수해 훗날을 도모
해야 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조상들은 사카모토 료마도, 시라쿠사의 참
주 히에론도 아니였다. 그들은 굴욕보다 자존감을, 조선이 믿는 도리를 우선했고, 자신의 기
준을 들어, 상대의 요구와 횡포에 대항했다. 과연 이것이 조선의 오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역사의 실책일까? 그 속의 범 포수들과 조정의 군사들은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한 것
일까? 이에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조선의 최후'를 떠올리며, 그들의 희생을 쉽게 인정하고
존경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뭐래도 한반도와 조국,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여 저항한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가장이였다. 그렇기에 제발 저항이 헛되었다 말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개죽음이였다 비웃지 말아달라... 그들은 과거의 조상들이 안이하게 처
신했던 많은 잘못과, 모순을 안고 그 의무를 다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