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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면 날 사랑하겠어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웃음은 만국공통의 '보약'이다.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는 수단, 즉 각 나라마다의 '
웃음코드'는 그 나라의 문화와 대중매채의 역활에 의해서, 조금씩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사실
인데, 예를 들면 한국에는 '극장형 코너'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코미디를 펼치는 방식, 일본에
는 상황과 실수를 지적하고 파고드는 つっこみ(츳코미)의 존재, 북미와 유럽에는 이른바 일
인 코미디 '만담가' '재담꾼' 의 존재가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차이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도 과거 김재동씨와 같은 일인 만담가가 대단한 활약을 했고, 또 만에 하나 절대적
인 웃음코드가 존대한다면, 이 책처럼 '독일식 코미디'를 다루는 책이 한글로 번역될 이유가 전
혀 없지 않겠는가? 아마도 이 책을 번역한 출판사의 관계자는 '웃음에는 국경이 없다.'는 믿음
을 그 누구보다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인물일 것이다.
앞서 잠깐 설명하였지만, 웃음을 위해서 사용되는 '방식'은 분명 각 나라의 문화마다 조금씩 차
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독일식 코미디는 어떠한 차이점이 존재할까? (저자 특유의 개
성 일수도 있지만) 이 책에 주를 이루는 코미디는 일종의 만담수준의 '재담꾼'의 매력이 돋보이
는 것이며, 그 소재는 저자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일화를 토대로 이야기를 푸풀리거나,각색한
일상 코미디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외국의 코미디의 본질은 '일상'
이며, 이는 억지로 설정을 만들어 웃기는 동양의 코미디보다는 수수하지만, 일상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와 계기를 마련 한다는 일면에선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
고, 또 자신도 '지하철에서 원고를 들고 낄낄 거리다 사방에서, '정신줄 놓은 것 아니야?' 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는 일종의 체험기도 (후기로)적어 넣었다.
술집에서 주변 사람들과 만담을 나눈 이야기, 자기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이야기, 자신
의 딸과, 주변 아이들을 데리고 도심 수영장에 갔던 이야기, 중고시장에서 쓸데없는 잡동사니
를 샀다고 딸과 아내에게 바가지를 박박 긁힌 이야기 까지... 생각하여 보면, 저자가 나열하는
웃음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생활형 코미디' 로서 수수하기 짝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역자의 주장대로
유럽의 코미디는 순간이 아니라, 일상을 살면서, (사소한 일에
도) 웃음을 발견하게 하는 코미디 이며, 그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결국 일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내공을 길러낸다. (그 증거로 한국에선 길가에서 크게 웃으면 '민패' 라며 따가운
시선을 받지만, 외국에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오히려 같이 따라 웃어주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나는 과거,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을 보면서, '외국인들은 무엇이 재미있어서, 계속 웃
음을 지으면서 다니는 걸까?''과연 무엇이 그들을 웃게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그 해답을 발견했다는 개인적인 성과를 이루어 냈다. '평범
함에 감사하고, 또 재미를 발견하는 독일식의 삶...' 참으로 부러운 삶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