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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평점 :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로서 주목받기도 하는 작가이기에... 이에 우연치 않게 책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각설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정약전은 무척 생소한 이름일 수 있으나 영화 자산어보(2021)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위인 정약용의 형제로서 신유박해(1801년)를 겪은 이루 유배생활을 하게 된 인물이다.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 대부분이 유배지에서 사망하기까지 주인공의 내면에 피어나는 감정 등에 주목되어 있느나, 때때로 그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인하여 과거와 오늘날 '인간의 사회'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이해나 교류에 있어서 적어도 사랑과 정직함 또는 사랑이 대상(정약전)에게 현실의 불행을 떨칠 수 있게 한 가치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소설을 마주하다보면 정약전의 유배생활은 적어도 조선시대의 유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느 최악의 조건과는 다른 형태의 것이였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이유에는 자식의 공부길을 열어주기 위한 섬마을 사람들의 열망이 우선되었기 때문이겠지만, 반대로 조정에서 벼슬까지 지낸 양반이 오래지 않아 유배에서 풀려날 경우를 생각한 타산적인 이유 또한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패쇄적이지만 그만큼 순진할 것이라는 인상과는 다르게 정약전이 겪은 섬의 사람들은 저마다 이익과 필요성 또는 가치관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이를 감추는 것 또한 능숙했다.
물론 섬마을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서당을 열고, 유배지 내에선 이동이 자유로웠으며, 심지어 양반이자 인격자로서 사람을의 공경을 받으며 교류하는 등의 유배지의 생활이 서서히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가 진정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에는 단순히 죄를 물어 빼앗기고 내몰린 현실에 대한 분노나 원한 만이 아닌 진정 마음으로 교류 할 수 있었던 가족과 형제와의 재외라는 미래의 가능성을 스스로 개척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의 감정이 제일 컸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만들어 가는 행동과 목표의식 등이 단순히 유배지에서의 환경과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행동이 아니라 '삶의 연명에' 가까운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이처럼 정약용은 대부분 술로 방황하는 형에게 당장의 목표를 제시하고 용기를 가져다주려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안타깝게도 정약전은 결국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앞서 언급한 어보를 남기며 스스로 실학자의 길을 걸었던 사람답게 해양생물의 특징과 맛 내부기관의 관찰 등에 대한 자연과학의 가치를 담아낸 책을 펴내는데 성공한다.
생각해보면 그는 분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나라 뿐만이 아니라, 천주교를 믿으며 순교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음에도 구원의 길을 비추어주지 않은 '신'에게도 적어도 원망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스스로 생을 마칠때까지 본래 정약전의 삶의 가치를 지닌 인물로 살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한다. 세상에 분노와 원망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술과 약물, 또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상대에게 빌붙어 신세 한탄을 쏟아내는 여느 삶의 형태와 비교하여 (주인공) 그의 삶은 분명 굳세고 남다르다.
비록 유배 이후 목표로 했던 진정한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생전 그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있어 '존중받은 것' 특히 그 존중의 단어 속에 녹아있는 정약전의 삶의 모습은 적어도 이 소설의 뼈대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삶의 모습은 앞서 서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해와 사랑'의 형태를 지닌다. 비록 천주를 믿는다 하여 과거와 오늘날의 대부분을 빼앗겼으나, 이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에도 여전히 스스로가 믿어 온 가치를 따르며 살아갔다는 것은... 어쩌면 이를 마주하는 독자 중 되도록 '유리하고 가까운 길을 번갈아 쫓으며 살아가고 있는 (여느)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신념과 우직함이 주는 '아름다움' 을 발견하게 하는 좋은 이야기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감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