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찬 바람이 겨울을 데려오고 있다.
복층 유리는 바람만 막아주니 햇살은 부엌까지 밀고 들어온다.
해가 쉬러 간지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어도 안에서는 추위를 잊는다.
간서치 이덕무처럼 햇볕을 따라 앉은뱅이 책상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루쉰 전집 이후 오랫동안 이어놓지 못한 중국 근현대 소설을 읽는다.
예자오엔 소설집은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두 번째로 내놓은 번역소설이다.
「연가」, 「화장실에 관하여」, 「추월루」, 「대추나무 이야기」를 제목으로 묶었다.
「연가」는 중국 대학생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생활까지의 ‘감정의 변주’(번역자의 표현)를 다룬다. 독자의 학창 시절 연애와 결혼 생활과 닮아있다. 학창 시절 연애해서 결혼한 과커플(80년대엔 이렇게 불렀는데 요즘은 CC라고 한단다)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그저 평범하게 그려서 심장이 벌렁이거나, 야한 장면이라곤 없다.
「화장실에 관하여」는 눈이 크고, 백자터럼 흰 피부에 연지빛 혈색이 도는 양하이링이 주인공이다. 공장 노동자인 그녀가 직장 동료들과 상하이를 방문했다가 화장실은 찾지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내용이 소재다. 시골과 도회의 풍물을 비교하고, 외국의 화장실 사정을 소개하는 구성과 내용에서 김훈의 필법이 보인다.
「연가」와 「화장실에 관하여」는 중국 현대(아마도 문화혁명이후 즈음)가 시대 배경이다.
「추월루」 20세기 초 일제의 핍박을 받던 시기를 배경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추월루」에서 청말, 중화민국, 일제 강점기를 통과하는 선생 가문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떠올리면 읽으면 배경을 가시화하기 쉽다. 일본의 난징 침략 시기에 친일하지 않고 의를 지키려 한다. 자신이 지은 누각에서 내려오지 않고 기거한다. 누각에서 내려옴은 의를 져버리는 것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나라가 망해갈 때 한 사람의 마음과 노력은 힘이 되지 못한다.
「대추나무 이야기」는 1970년대가 시대 배경이다. 얼웅, 바이렌, 슈윈 중 전설적인 투사인 얼웅, 비적이자 항일투사의 몫을 해낸 바이렌, 얼웅의 형수이자 바이렌의 내연녀였던 노파의 회고를 토대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시대를 옮겨가며 모지이크화된 구성이다.
「화장실에 관하여」를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본문 346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네 편 중에서 「추월루」가 제일 읽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