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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평점 :
원제는 '전기료 500엔, 호화로운 매일'이다. 호화롭달지, 엄청 절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형편에 맞게 즑겁게(중요!) 잘 살고 있어요, 정도.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 저자는 진짜 아껴 쓰는 사람이다. 목욕물 재활용은 두손 두발 다 듬.
나도 집에서 청소기는 안 쓴다. 정전기 청소포랑 물걸레로 해결. 한편 빨래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대야에 해보기로 했다. 소량을 매일매일 손빨래해야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그래도 탈수만큼은 세탁기의 힘을 빌릴 계획이다.
이런 책의 본문 절반은 자기 가치관/생각을 겸손한 문장으로 써 놓은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책의 목차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사진도 흑백이고 수도 적어서 그리 비주얼적으로 도움이 될 내용도 크지 않다.
그리고 이 냉장고도 없는 삶에는 거의 매일, 가까운 곳에 장을 보러 갈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게다가 오골계를 집에서 키워서 계란을 얻기까지! 실상 이런 살림 방식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어울릴 듯하다. 익숙해진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미니멀리스트 열풍이 일본에 부는 건 동일본대지진 탓이 크다고 하는데, 이 책도 그런 것 같다. 2013년 출간되었고, 저자는 지진 이후에 휴대전화를 없애버렸다. 재난이 닥치니 안 터지더라면서. 어떤 면에서 이 책은 기계, 전자제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살림 노하우를 써 놓은 것 같기도 하다. 1950년대에는 다들 이렇게 살았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수사적 표현이라고 보며, 현재의 편리한 기술을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 말에는 동의한다.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사면, 세탁기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수고가 늘어나는 셈이라는.
아무튼 나로서는 생각만 하는 생활을 실제로 꾸려가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썩 나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