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없는 불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5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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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추운 겨울날 날카로운 바람이 살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과 같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주 깊숙한 곳의 아픔을 들추어내게 만드는 것 같다. 
이것은 어머니의 이야기이지만 또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읽으면서 나는 아주 많은 곳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2년전에 한 번 읽은 후 작년에 다시 한 번 읽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세월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 예전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 말이다. 
나는 그 세월만큼의 새로운 무언가를 가지게 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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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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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주 오래 전 -사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지만-K와 나는 500cc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는 점점 깊어 가고 있었고 K는 분노하고 있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눈이 멀어버리면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K는 생각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불쑥 그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고 이 책은 나에게 다른 답을 주고 있었다.
눈이 멀었거나 눈이 멀지 않았거나 우리는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그때 이 책을 이미 읽었다면 K에게 이렇게 대답해주었을 텐데.
˝눈이 멀었다고 해도 인간들은 진실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몰라,
 혹은 그 진실이 너무나 더러울지도 모르지.
 눈이 멀고 멀지 않았고는 중요하지 않아.
 눈이 있건 없건 어차피 우리는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니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해설 페이지가 나왔을때 나는 잠시 생각했다.
˝과연 이 후 인간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은 여전히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로서 살아갈까.
며칠전 보았던 K-PAX가 떠올랐다.
잠시 마크와 프롯의 대화를 옮겨 보고자 한다.

˝케이팩스에는 당신네같은 가족은 없소.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존재하는 거죠.
부모가 아닌 모든 어른이 함께 양육하죠.아이들은 공존하면서 필요한 걸 배웁니다.˝

-아내는 있소?

˝마크, 당신은 아직도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군요. 결혼이 없으니 아내도 남편도 없습니다.
가족도 없구요.˝

-그렇다면, 사회구조는 어떻소? 정부라든지..

˝필요 없어요.˝

-법도 없소?

˝법도 없고, 변호사도 없죠˝

-옳고 그름은 어떻게 따지죠?

˝우주의 모든 존재는 옳고 그름을 알죠.

 -만약에 누군가가 죄를 짓는다면..살인, 강간이 일어나면 어떻게 응징하나요?

˝잘들어요,당신네 인간들이 말하는 `눈에는 눈`이란 원칙은 온 우주가 비웃는 어리석은 논리죠.
부처와 예수는 훌륭했지만 그 신도들은 여전히 한심한 짓을 하고 있지.
어리석은 인간들. 이나마 존재하는게 신기할 뿐이오˝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백색질병에서 벗어난 그 이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인간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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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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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번에 구입한 밤의 거미 원숭이를 보고 완전히 대실망을 했었는데(밤의 거미 원숭이에 대해 잠깐 말하자면, 그 책은 하루키나 되니까 낼 수 있는 책이고  하루키나 되니까 나 처럼 그런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거다.로 말할 수 있다.) 
TV피플은 그래도 정식으로 쓰여진 단편이었다.
장편<태엽감는 새>를 쓰기 전의 작품이라더니 과연 그렇다 싶다. 
가노 크레타는 <태엽감는 새>의 등장인물이고, TV피플은 여러모로 태엽감는 새와 내용이 비슷하다. 
특히 마지막 전화선이 나오는 부분에서 완벽하게 그런것을 느꼈다. 여하튼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잠>이다.
<잠>을 읽으며 하루키는 어쩌면 조금 과소평가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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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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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오래전에 이즈미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넌 틀림없이 멋진 사람이 될 거야. 네 안에는 아주 훌륭한 것이 있으니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는 멋있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 이즈미.
지금쯤은 너도 그 사실을 잘 알게 됐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누구든 실수는 하게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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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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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그렇지만 그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그 과거들이 없이는 지금의 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었다. 저녁 여덟시무렵부터 읽기 시작해 새벽 두 시 정도에 모두 다 읽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말하자면 내가 모르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메는 과거에 사로잡혀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현실이라면 저런 남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이해가 간다는 거다.
인간에겐 누구나 그런 면이 있다.
잃어버린 것은 언제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질 수록 인생을 버티게 해 주는 건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다.
사실 미래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확실한 것은 죽음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똑바로 봐야지만 제대로 된 미래가 찾아 온다.
지금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를 살아가게 된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지금 나의 현실을 제대로 만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유키코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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