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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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동안 만들어온 월간『예쁜 기계』와 주간『기계』,격주간『기계인간』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우리의 새로운 잡지 또한 실패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에도 실패했듯이 이번에도
또 실패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파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확실한 것은 우리가 계속 돈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누구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고 우리는 자식에게 부랑자라는 직업을 선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자식을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결국 우리의 자식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정신적/물질적 빈곤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세계를 바꿀 수 없었으므로(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우리는 이제 그만 세계를 끝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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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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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단편집이다

어릴적 아버지는 말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처지고 뒤처지면 끝장이라고 말이다.
난 언제나 그게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결국 그 말대로 살아왔다.
단지 뒤처지지 않는 데 인생을 바쳐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거대한 야망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난 단지 삶을 지속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 와서 이렇게 그 모든 노력을 별것 아이었다는 듯이 말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정말이지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일이 정말로 우스운 일이 되어버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다. 아버지는 그 댓가가 먼 훗날 느끼게 될 엄청난 성취감이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어떤 성취감도 느껴본 적이 없다. 단지 분노뿐이었다.
이런 이상한 결과에 도달할지 몰랐던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의 말을 굳게 믿고 그가 얻어내야 한다고 말한 모든 것
을 얻어냈다. 하지만 난 여전히 화가 날 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난 이 문제에 대해서 아버지와 상의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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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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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문득 든 생각이 길 위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거였다.
그런데 저 몸들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김중혁이 드디어 장편을 냈고 제목이 좀비들이었다.
분명히 내가 기대했던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김중혁 특유의 신선함도 조금 부족한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그만의 세계는 있었다.
나는 허그쇼크를 통해 그걸 느꼈다.
주인공은 형의 죽음 이후 무기력하고 아무 것도 아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야말로 좀비였던 것이다. 
좀비가 죽었지만 살아있는 존재라면 주인공과 나는 살았지만 죽은 존재인 것이다.
살았지만 죽은 존재였던 그는 뚱보 130을 만났고 조금씩 인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인 좀비를 만나게 된다.
과거를 모두 잊은 좀비들, 과거를 언제까지나 되풀이하며 죽어가는 인간들.
죽음과 삶. 그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내겐 아직 욕망이 있다.
마지막, 주인공이 좀비가 된 뚱보 130과 그의 동료들을 데리고 스톤플라워를 들으며 눈처럼 내리는 재들 사이를 달리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싸일런트 힐의 잿빛 풍경에 데드 얼라이브의 좀비들을 더해 팀 버튼의 유령신부가 된 모습이다. 그는 좀비들을 탈출시켜서 어떻게 하려는 걸까?
한 번 죽은 자들을 다시 죽게 할 수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뚱보 130때문일까?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흡족한 결말에 대해 쓴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의 결말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어쨌거나 결말의 문제에 대해서는 김중혁의 다음 장편을 읽고 싶다는 것으로 대체하겠다.
그러니까 누가 뭐래도 난 김중혁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김중혁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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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도
윤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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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무지 살아봤자 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죽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고 살아가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고 그 고통이
바로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다들 저마다의 고통 속에 살고 있으니까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이다.
그냥 그런 것을 느꼈다. 누구도 우리가 같은 꿈 속을 걷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고통을 마음에 새긴다.
그냥 살아간다. 그것밖엔 없다. 아직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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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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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이었다.
그래, 내가 이 책을 산건 제목 때문이었다.
언제나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어째서 변호사들은 살인자를 변호하는 것일까?
그게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난 이 책에 어떤 심오한 답변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주는 법이지.
해답은 없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때도 제목에 대한 답은 없었다.
책을 읽기 전과 똑같았다.
그게 변호사의 일이니까.
이 책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데이 서울 식으로 써내려갔을 뿐이었지만 딱 하나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가시>라는 제목이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행히도 책의 끝무렵에 실려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실망을 다 날려 주었다.
그렇지만 팩 뒷표지에 적혀 있던
`폰 쉬라크의 인간과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 남자가 인간의 심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성찰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따위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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