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그렇지만 그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그 과거들이 없이는 지금의 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었다. 저녁 여덟시무렵부터 읽기 시작해 새벽 두 시 정도에 모두 다 읽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말하자면 내가 모르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메는 과거에 사로잡혀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현실이라면 저런 남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이해가 간다는 거다.
인간에겐 누구나 그런 면이 있다.
잃어버린 것은 언제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질 수록 인생을 버티게 해 주는 건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다.
사실 미래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확실한 것은 죽음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똑바로 봐야지만 제대로 된 미래가 찾아 온다.
지금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를 살아가게 된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지금 나의 현실을 제대로 만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유키코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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