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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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고독하며 누구나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그것이 비록 활자로 나타나지 않는다해도, 누구나 무언가를 쓰고 있다.
인생은 고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임머신을 탄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나 자신이 유일한 독자인 책을 만든다.
그 속엔 수많은 나가 있다.
과거 완료 시제의 나-
현재 완료 시제의 나-
가정법 속의 나-
때때로 타임루프에 갇히기도 한다.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의 방처럼 우리는 실수를 하고 다시 그 실수를 한 지점에 돌아가
다시 또 실수를 하고 다시 그 실수를 한 지점으로 돌아가 또 실수를 하고 실수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로 갈 수는 없다.

우리의 타임머신은 후회를 연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일들, 내가 하지 않았던 일들, 내가 이미 해버린 일들,
내가 하지 않았지만 했었을지도 모르는 일들,
나였던 나, 내가 아니었던 나, 나인 나, 내가 되었을지도 모를 나.
이 모든 나들, 수천이 될 수도 수억이 될 수도 있는 `나`들 중에 진짜 나는
누구일까.
그 수많은 나 중 가장 완벽하게 나인 나, 그 모든 나들을 전부 종합해서 판단할 수
있는 나는 그냥 나다. 그냥 `나`
그러니까 후회를 연료로 하는 타임머신이나 타고 있지 말고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그게 어렵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후회를 연료로 하는 타임머신을 탄 채 타임루프에 갇혀 나 자신이
유일한 독자가 될 책을 쓰고 있지만 완전한 그 책의 독자가 될지도 의심스럽다.
언제나 똑같은 부분만 쓰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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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시 민음 경장편 5
김사과 지음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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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차라리 이 책이 새로운 시대의 도시괴담이라면 좋을 것이다.
거대한 돈의 무덤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있었어.
돈의 무덤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그 무덤의 어디에도 돈은 없었어.
그 무덤에는 십자가가 꽂혀 있는데 그게 한 천 개쯤 되.
사람들은 그 무덤을 기어올라. 왜 기어오르는지 몰라. 
그건 아무도 모르지.
어쨌건 그 사람들은 거길 막 기어오른대.
다 돈 없는 사람들이었어.
돈 없는 사람들이 거길 기어오르는 거야.
그 사람들은 거길 기어오르는 것만으로 지쳐서 죽어버리고 싶은데
누군가는 맞고 있고 누군가는 손톱이 다 빠져있고 누군가는 목을 매달고
누군가는 뛰어내리고 그랬어.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걸까?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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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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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균열은 어느날 문득 시작된다


내가 알고 믿었던 단단한 세상이 어느날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균열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혼란에 머리가 아프다. 
결국 나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잃게 된다. 
나는 끝까지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며 어린 아이처럼 두려워 하며 나에게 아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던 
나의 아버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래, 아버지. 
나에게 세상을 가르쳐 준 사람. 나를 만든 사람. 
이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고 이로써 나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누구의 나레이션일까? 안의 것일까? 선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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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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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기영은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가지 심리적 축을 두려움과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세기말은 단연 두려움이 욕망을 압도했던 시기였다. 전쟁도, 전염병도, 폭동도 아닌, 난생처음 맞닥뜨린 기호에 대한 두려움.
2로 시작하는 네 자리의 숫자가 우리가 미처 짐작하지 못한 그 어떤 추상의 메커니즘을 통해 세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리라는,
한편 과학적으로 들리지만 그 본질은 샤머니즘에 가까운 기이한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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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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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는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울었던 것은 그래서 3부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춘희때문이다. 고래는 어딘가 영험해 보인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어느 영화에서 고래는 지구의 종말을 느끼고 인간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래와 함께 헤엄을 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거대한 포유류, 육지로 진출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간 포유류, 자살을 하는 동물. 
거대한 몸통 속에 아름답고 섬세한 영혼을 가진 춘희는 그래서 고래다. 
춘희의 아버지는 유령이었고 그래서 춘희는 설화 속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령을 외면하듯 춘희를 외면 했고 춘희의 곁에 언제까지고 있어줄 것 같았던 이들도 사라졌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춘희의 어머니가 평생동안 두려워 했던 것. 춘희는 죽음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없어졌다. 
코끼리 점보도,쌍둥이도,문도 모두 어느날 사라졌다. 
어느 순간까지 춘희는 그들을 꺼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서서히 사라진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었다. . 내 영혼도 조금씩 지워지는 것. 
춘희는 그래서 벽돌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불러모으기 위해서였지만 나중에는 행위 그 자체가 춘희가 되었다. 
평생을 작은 세계속에 갇혀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이런 것일까 이해하지 못해 두려움에 떨었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다 잊고 
벽돌을 만들었을 것이다. 
자기가 태어난 마구간도, 그 때의 냄새도,육중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도,자신을 바크셔라고 불렀던 교도관도, 
왁자지껄하게 벽돌을 구워냈던 한 때의 공장과 자신에게 벽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던 문도,
자신에게 노란 원피스를 사주었던 세상에서 약속 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던 사내도,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도, 
그러니까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모두 잊은 채 그렇게 벽돌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벽돌을 구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걸 알 수 없다. 
어쨌거나 한 삶이 끝났고 그녀는 훌륭한 벽돌을 남겼다. 
모든 영화가 사라지듯 언젠가는 춘희가 만든 벽돌들도 없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흔적만 남거나 그 흔적조차 사라지겠지.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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