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면서 책 정리하다가 등의 눈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다시 펼쳐들었는데, 아아.

미치오 슈스케님 작품을 내가 안 읽었을리가 없었다.

 

등의 눈은 등 뒤에 사람의 눈이 나타난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과 어느 한 마을에서 카미카쿠시처럼 실종된 남자 아이들의 일을 영 '탐구'(연구가 아닌)가와 그의 조수 그리고 소설가가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내용이다.

 

각자 개인 스토리는 대강 짐작할 정도로만 만화에서는 다루고 있고, 주로 사건 위주로 흘러가 주인공들의 개성이 다소 두드러지지 않았던 점이 아쉽지만 스토리 라인 자체를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어 재미가 있다. 특히 소설가 캐릭터가 인상깊다. 사건을 영 탐구가에게 의뢰하면서 사건의 발단을 제기하고 그가 한 말로 인해 또다른 살인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외에는 딱히 역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을만큼 어쩐지 캐릭터의 힘이 약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교고쿠 나츠히코님의 교고쿠도 시리즈 중에서 소설가가 맡은 역할처럼 작품 내에 존재하면서 별스럽지 않은 사건을 미스터리하고 괴기하게 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의미에서 이것도 그가 맡은 역할이라면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주인공은 이 소설가라기보단 영 탐구가 쪽에 확실히 쏠려있다. 그런데 이 영 탐구가의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또 자세히 다루지 않아, 이것은 원작을 봐야 할듯하다. 물론 원작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아서 만화와 얼만큼 다른지 알 수가 없어 비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심정.

 

이래뵈도 일단은 미스터리이고 살인 사건이 있고 그 범인이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를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제.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아, 이 사람 수상해,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범인이었다는 정도. 대개 범인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 확률은 거의 없지 않았던가.

 

작화면에서는 우수하다. 공포스럽고 스산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보다가 섬뜩할 정도로.

 

여하튼 원작이 하도 안 나와서 본 책인데, 원작도 얼른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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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만나요>가 도착했습니다. 책 정말 마음에 쏙 드네요. 엄청나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장정입니다. 표시도 예쁘고. 크기도 너무 좋아요!

 게다가 껍질(?) 벗기면 새하얀 표지에 빨간색 일본어로 제목이 적혀있는데, 정말 깔끔하고 예쁩니다. 진짜 완전 좋아하는 스타일 ㅠ.ㅠ 책등도 정말 예쁘고. 정말 책 꽂혀 있는 것 같은! 푸힛:-)

 책 디자인 보고 이렇게 맘에 든 건 오랜만이라 좀 격한 감동이....

 

 그나저나 또 무라카미 하루키네요. 아직 잡문집도 다 못 읽었는데.. ;ㅁ; (이를 어째.. 올해 안엔 역시 무리였던가..)

 여튼 이 책은 정말 읽고 싶지만, 조금만 있다가 읽고 리뷰 하겠어요. 요번 주말에 폭풍 리딩 할겁니다!

기대만땅. 도서관에서 만나요,라니! 세상에! 무려 도서관입니다. 아. 좋아하는 소재예요. 책 이야기를 책이 들려주는.. 거기다가 오마주 소설! 완전히 대놓고 오마주 소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안 읽어봤으니, 이 책 재밌게 읽으면 자연히 읽게 되겠지요. 꽤, 얼마 전에 추천받아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랑 <해변의 카프카>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이번에야말로!

 

 

 

 

 

 

 

 

 

 

 얼핏 훑어보니, 이 두 책 모두 일단 나오긴 합니다.

 어떤 책들이 또 잔뜩 나올지. 이 책 읽고나면 분명 여기 나오는 책들 또 읽고 싶어지겠죠.

 

 

 <서점 숲의 아카리>란 책도 여러가지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이 책 읽고 있으면 막 두근두근거리면서 책을 읽고 싶어져요. 에피소드들에 나오는 책을 읽고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독서욕, 그 자체를 더 자극하는 면이 저한텐 있어서, 이 책 읽고나면 아무 책이든 좋으니까 펼쳐서 읽고 있습니다. 아마도 분명 그 점장때문이지 않을까, 라고 살며시 추측. :)

 

 

 

 

 

 

 이런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굉장히 좋아요. 사진이 별로 잘 나오지 않아서 전해지지 않는데,

 정말 새하얀 표지에 붉은 글자!

 

 

 

 

 

 두께도 적당해요.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아요.

 

 문득 연초에 읽은 온다리쿠의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너무 얇아서, 사실 처음에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교보에 가서 건내받았을 때, 그 놀라움이란. 직원이 내가 놀라는 걸 눈치챘을까. ()

 

 

 온다리쿠 여사 책은 기본적으로 좀 두둑한 편이어서, 양장이기까지 하니 어찌나 얇던지.

 단편집도 꽤 얇은 책은 얇지만, 걔네는 반양장이라서 얇게 느껴지진 않았건만.

 

 여튼, 설날 때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설날부터 호러소설. 푸핫 :)

 

 

 

 

 

 

 

 

 

 

 

 

 

 

  사진에서 꽤 커보이지만, 실제론 많이 큰 책은 아니예요. 손바닥보다 좀 더 크달까.

  여튼, 띠지 문구가 참 좋네요.

 

"당신이 사랑하는 책이 나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옷. 뒷면 소개 문구까지 좋네요 *_*

 이런 이야기 좋아하는데.! 책으로 만들어진 인연이라니! 로망이네요, 정말 ㅋㅋ

 

 

아무 관계도 없던 네 남녀가 책 한권에 이끌려 한 도서관에 모이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의 인연, 사람과 책의 교감, 과거와 현재의 필연이 만난다.

 

그들의 인연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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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고쿠 나츠히코의 <싫은 소설>은 저번주 토요일에 와서, 지금 조금씩 읽고 있다.(신간 출간 문자 받자마자 샀는데, 주말이 껴있어서 주문하고 나서 오프라인 서점 가서 살걸 그랬나 했지만 주말에도 택배가 와서 깜짝 놀랐다.) 반양장에 판형까지 원래 손안의 책에서 나오는 것과 달라서 당황했지만, 이런 표지라면 딱딱한 양장보다 부드러운 반양장이 더 잘 어울리긴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옛날 서적처럼, 얇은 종이들을 엮은 듯한. 참고로 사진에서 유난히 표지가 반짝이는 건, 아스테이지를 씌웠기 때문이다. 표지 색상도 저런 희끄무리한 황토색이라기 보단 짙은 갈색이라 굉장히 운치있다. 궁서체 글자도 좋다.   

 

 

   
 

"넌 그런 놈이야. 너는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건 믿는다니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고지식하게, 뭐랄까 , 그런 걸 믿을 수가 있지?" 

 "믿을 수 있다니 뭘?" 

 "상식이랄까, 이 현실을 말이야. 너는 상식을 우선하기 때문에 그 눈으로 본 것을 의심하는 거잖아?" 

 "그렇게 되나?" 

 "나는 금방 세상을 의심한다고. 어차피 내가 본 것이 아니면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객관이라는 건 없는 거야. 주관을 의심해 버리면 자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해야 하잖아." 

 p42

 
   

   

  이 책에 앞서 <죽지그래>를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뭇 그쪽 라인(?)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교고쿠도 라인은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은근 논리적인 면이 있어서 누군가 떠올랐지만 그건 작가 특유의 무언가랄까. 장광설은 아니지만 말이다. :)  (딴소리지만, 교고쿠도 시리즈는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왔다. 예약주문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려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택배 상자 뜯으니 달력과 함께 랩핑 된 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두꺼웠다. 예상은 했지만, 두꺼우니 왠지 더 좋았다. 하지만 두꺼워서 양장일 줄 알았더니, 반양장이라 놀랐다. 좋다 나쁘다 이전에 그냥 놀랐다. 하지만 역시 예쁘다. 선명한 주황색 표지에(사진보다 더 진하다.), 가운데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하드보일드하고 때론 감상적인 내용 등등 여러가지가 기대된다. 달력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뒷 표지의 일러스트와 문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명백한 결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_포스트코뮤니즘 세계로부터의 질문.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사실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덥석 수필집(잡문집)을 사도 되는가에 대해 처음에 고민했었다. 소설도 아니고 수필집을 말이다. 이상하게 수필집은 잘 안 넘어가거나 다른 책 읽느라 잠깐 둔 사이, 책꽂이행이 되어버린다. 끝까지 읽은 수필책이 지금까지 없다. 뭐, 어쨌든 그런건 다 좋다. 잡문집 읽고 소설도 하나씩 읽어나가면 되니까. 그나저나 이번엔 다 읽을 수 있을까. 이번에 이 책을 산 것도, 예약주문하면(한정판다음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까..'-') 적립금에 달력 준다고 해서 샀다...() 하지만 지금보니 알사탕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알사탕도 탐난다. *_* 문제는 난 지금사면 4천원 간접적 할인 효과(적립금으로 전환되니까.)를 누릴 수 있다는 거. 어쨌거나, 알사탕 500이면 2천원 쿠폰 바꾸고도 100알 남으니까 이쪽이 더 좋은지도. 사실 분들은 오늘 사시길! 아마 내일되면 알사탕 200개 밖에 안 줄지도 모르고.

 

 +추가 

  방금 막 36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붙인 포스트 잇의 숫자는 5-6개다. 세상에. 차라리 펜을 들고 줄을 그으면서 읽을까? 그렇지만 책에 줄을 그을 수는 없다. 어쩐지 내키질 않는다. (올 해 줄을 그으며 여백에 글까지 쓰며 읽는 책은 카뮈의 <<시지프 신화>>로 마무리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 아저씨 대단하다.  

 

   
 

소설가란 이 세상의 굴튀김에 관해 어디까지나 상세하게 써나가는 인간을 가리킨다. 자기란 뭘까? (-) 그리고 그런 사상, 사물과 자기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방향을 데이터로 축적해간다.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린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가설'의 대략적인 의미다. p23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면 가설은 기본적으로 제 역할을 마친다. (-) 독자는 그 기억을 부분적으로만 간직할 뿐 원래 있던 현실로 되돌아간다. 경우에 따라 예전과 얼마간 빛깔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변함없이 낯익은 현실이다. 그 계속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는 열.려.있.다.p26 

 계속성의 단절ㅡ그것이 분명 키포인트다. 계속성을 끊어내는 것으로(혹은 계속성으로 무기한 위장해놓는 것으로) 현실은 언뜻 제대로 정합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27 

 그에 비해 우리 소설가들이 제공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수롭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크기의 신발들을 준비하고, 거기에 실제로 번갈아 발을 넣어보게 할 뿐이다. p29 

 나는 굴튀김이 먹고 싶었고, 그리고 이렇게 여덟개짜리 굴튀김을 음미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짬짬이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 그런 것은 한정된 행복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당신은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최근에 내가 한정되지 않은 행복을 맛본 게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한정되지 않은 것이었을까? p34

 
   

 

 지난 학기 시험에서 '행복'에 관해 논하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그 때 자신이 뭐라고 썼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주제는 너무나 버거웠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행복'에 관해 논하기 전에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아니, 그 문제자체가 행복이 무엇인지 적는 것이지만, 나는 도통 그 행복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어서 논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게 있는 거냐고. 행복이란 건 실재하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실재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또 의문이 생긴다. 실재하는 건 어떤건가. 지각하는 것? 지각은 무엇인가. 인식론으로 이어졌다. 당황스럽다.  

 여튼,좋다. 이런 답변도 좋다. 수업 중에 누군가 먹는게 행복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다소 공감하기 힘들었다. 먹는 건 물론 좋지만, 그게 행복의 연장선상에 있는가? 행복은 아니더라도 '좋다'정도면 나도 수용가능하다. 좋다와 행복하다는 내게서 다르니까. 서로 융합되지 않는,이질적인 것이다. 단어 자체가 다르듯 그것이 가지는 의미도 달랐다. 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러니까 일단 먹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행복'하다는 거겠지. 음식 등으로 한정된 행복이라 해도 행복은 있는거고, '한정되지 않은'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해도 그게 한정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어쩌면 한정되지 않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행복을 말하기에 앞서 한정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하 아저씨 멋지다! 굴튀김으로 행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지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행복을 말할 수 있는가. 굴튀김을 좋아하는 하 아저씨가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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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1-11-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아서 읽기에 돌입했어요. 이런 책은 마음에 드는 부분 부터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그럴 경우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렛 상자 처럼 나중에 가선 맛없는 부부만 남게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LP와 재즈 이야기... 레이먼드 카버랑 이시구로 이야기 읽는데 요기까지만 하고 한계를 두는데도 자꾸 페이지가 넘어가네요. 그렇게 오랜만에 하루키와 제대로 벗하고 있습니다.^ ^

2011-11-23 17:56   좋아요 0 | URL
음, 전 아직 하루키 팬이다! 너무 좋아!라고 할 정도로 하루키 작품을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분명 굉장히 흡인력있고 또 몇 권 안되지만 다 재밌게 읽어서 이번에 신간 나오자마자 사버렸네요. ㅎㅎ 그것도 무려 예약구매 :)
전 일단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어요. 골라 읽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이런 순서에는 나름의 편집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 게다가 헤르메스님 말처럼 정말 나중엔 맛없는 부분만 잔뜩 남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포레스트 검프> 영화 찾아왔는데, 90'라 오래되긴 했지만 재밌어 보여요. 메세지도 엄청나게 희망적이네요.)
'레이먼드 카버'랑 이시구로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LP랑 재즈 이야기는 조금 읽었어요. 재즈는 잘 몰라서, 그냥 읽고 있지만 뭐랄까, 재즈 굉장히 좋아하는구나라는게 느껴져서, 그런 느낌에 대해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장르는 달라도 저 역시 음악 좋아하니까. 그래도 그런 걸 잘 표현해내다니, 역시 작가다 싶기도 하고. :)
저도 얼른 읽어야될텐데, 요즘 시간이 안나네요. 헝헝 ㅠㅠ 기시 유스케 <천사의 속삭임>도 손 대서, 그것부터 얼른 읽고 다시 읽어야겠어요.
 

 "당신은 야쿠자에 어울리지 않아. 빠져나가고 싶은데 빠져나갈 수 없다, 이 세계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다, 그런 건 전부 핑계야. 목숨을 맡겨놓고 있다고? 그렇다면 그렇게 불평하지마. 투?덜 불평할 거라면 그냥 죽지그래. 목숨 맡기는 곳을 바꾸는 것뿐이잖아? 간단하네."

 목숨 맡기는 곳 .....

 "대장인지 선배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 싫어하지? 당신, 싫어하는 사람한테 목숨 맡겨놓고 좋아하는 여자를 허무하게 죽게 했잖아? 그래서 그게 지금 미치도록 싫은 거 아냐? 슬픈 거 아냐? 보통은 그런 데다 목숨 같은 거 맡기지 않는다고. 죽네 사네 말하는 것도 한심하지만, 어차피 맡겨놓은 목숨이라면 간단하잖아."

 죽어?

 "못 죽겠다면, 당신 인생이란 거 애초에 거짓말 아냐?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놈들이야 얼마든지 있고 나도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죽으니 사느니 목숨을 맡겨놓았느니 하는 건 웃기잖아. 야쿠자라는 것도 그저 좋지 않은 짓을 해서 돈 버는 사람일 뿐이잖아? (중략)" - p159

 


 사람은 좋다. 아니,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남 도와주는 걸 좋아하게 생겨서 남의 생활에 거침없이 들어온다. 친절을 베풀 셈인 거다. 친절하기는 하지만 징그럽게 싫다. 말을 걸어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평생 상관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거슬린다. 언제나 뻔뻔하게 유치한 정론을 떠드는데, 세간에서 옳다고 하는 건 의심할 바 없이 옳다고, 만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전제로 얘기한다. 하지만 누구나 옳고 바르게만 살아가는 건 아니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때란게 있다. 얼마든지 있다.-p168

 


 나는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 화장도 하지 않았다. 막 일어난 참은 아니지만 겨우 잠을 깬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거의 자고 바로 일어난 차림에 가까웠다. 택배인 줄 알고 나갔던 것이다. 택배였으면 좋았을걸. 그럼 짐을 들일 정도의 공간만 만들면 됐을 테니까. 물건만 건네고 바로 돌아갔을 테니까. 그걸로 충분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따위. 그 이상이 되면 관계는 썩는다.-p174



 


 "(-) 당신은 아마시 안에 없어."

 "아사미 안에 .... 내가 없다고?"

 "없어. 아사미는 당신을 핏줄이 통하는 은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생명의 은인이랄까, 그런 느낌? 키워줬다, 고생시켰다, 그런 얘기를 곧잘 했거든.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킹는 건 당연하잖아. 키우느라 고생하는 것도 당연하고."

 "당연하다니...."

 "당연한 일을 해놓고 힘들었네, 괴로웠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당신이 한 일은 별로 특별한 것도 아냐. 당신 안에 아사미가 없었으니까 아사미 안에도 없었던 거야. 이제야 잘 알겠네."-p206

 

 

 


 "아사미하고는 관계없었잖아. 당신, 나오코 씨도 혼자 살아가는 게 두려웠던 거 아냐? 누군가한테 기대고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그건 그냥 게으름뱅이 아닌가? 부모나 남편이나 자식한테 기대서 모든걸 남한테 뒤집어씌우기나 하고. 그래놓고 자기는 암것도 하지 않았으니 나쁘지 않다는 거야? 아니면..."

 "그래, 그랬어. 그게 뭐가 나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일하고 싶지 않아, 귀찮아, 잠만 퍼질러 자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잘못이야? 다들 그러잖아. 입으로는 잘난 척 떠들지만 누구라도 그런다고!"

 "그래서 당신도 그런 식으로 살 수 있다는 건가?"

 "살 수 없지.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어. 그렇게 되고 싶어. 그렇게 되지 못한 건 운이 나빴기 때문이야. 바보 같은 부모와 거치적거리는 딸과 찌질한 남편들 탓이었을 뿐이야."

 그럼, 그럼, 그렇지.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단 말이야!"

 "그럼 죽.지.그.래."

 겐야는 그렇게 말했다.

(중략)

 "(-) 하지만 그런 거 반복해봤자 일걸. 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는 건 어려울 테니까. 불만이라는 건 없어지지 않아."

 "없어지지 않을 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니까. 죽는 수 밖에 없어."

-p211-~212

 

 

 


 "그럼 죽.지.그.래."

 "뭐?"

 "그렇잖아. 어떻게도 할 수 없다면 참든가, 못 참겠으면 죽어버리면 되지."

 "뭐라고?"

 "그러니까 당신.... 뭐, 당신만은 아니지만, 어째서 그렇게 간단한 걸 몰라?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는데 말이야. 그런 일 별로 없다고. 반드시 어떻게든 될 텐데 어떻게도 '하지 않는' 것 뿐이지."

 하지 않는다고?

 "싫으면 그만두면 되잖아. 그만ㄷ고 싶지 않으면 바꾸면 되잖아. 바꾸고 싶지 않으면 타협하라고. 타협하고 싶지 않으면 싸워! 뭐든 할 수 있잖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히키코모리로 살든가. 히키코모리도 될 수 없는 등신이란 거야? 무시당하는 게 싫다, 출세하고 싶다, 돈 벌고 싶다, 그런 식으로 투덜거리는 건 응석일 뿐이지. 차라리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녀석들이 훨씬 낫다고. 그 사람들은 그런 것 전부 버리고 방구석에 틀어박힌 거잖아. 두 다리로 돌아다니고 잘 살고 있으면서 투덜거리지 말라는 얘기야."

 와타라이는 내 손을 뿌리쳤다.

 "정말로 도저히 어떻게도 할 수 없으면, 그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면 죽는 수밖에 없잖아? 죽고 싶지 않다면 참아. 둘 중 하나야." -p266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그게 정상이죠. 죽음을 갈망한다는 건 일종의 병이니까요. 그 경우 치료가 필요하겠죠. 또 한가지는 병에 가까운 지경까지 몰린 경우예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데까지 몰렸을 때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죠. 이것 역시 정상은 아니에요. 정상적인 판단력이 있다면 죽음이 반드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 테니까요. 사람도 생물이에요.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살죠. 스스로 죽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경우가 있는 거예요. 목숨을 끊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른 해결법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 세상에는 절망의 씨앗이 얼마든지 있어요. 하지만 벗어날 길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에요. 구원의 여지가 없는 일은 절대 없어요. 벗어날 길이 없다고 믿는, 그게 문제죠. 죽으면 편해질 거다, 죽으면 끝이다, 그렇지 않아요. 죽어서 호전될 상황은 절대 없어요. (중략)"

 

-p309

 

 

 세포자살(apoptosis)라는 것이 있다. 생물은 스스로 죽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지만,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나 뉴런 단위에서는 스스로 자살하는 기제도 있다. 그러니까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사는 것도, 죽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살인도, 자살도, 어느 쪽이든 어찌할 수 없는데까지 몰렸다면, 그렇게 몰아간 원인을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마지막에 선택하게 되는 건 죽음뿐이지 않을까. 몰아가서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도 정상적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원인을 만들어내는 이 세계 자체도 정상은 아니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 누가 학대받는다고? 범죄자는 범죄자야. 그 외의 아무것도 아니지. 범죄자가 아닌 사람은 범죄자가 아닌 거고. 아니, 그러니까 더 간단하네.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사람들을 나무라고 바로잡고 하는 건 당신 할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 놈들이 설치면 화가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자의 죄를 가볍게 해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걸로 균형을 맞춰봐야 소용없다고."

 "균형?"

 "균형이지. 이봐, 그 당신이 얘기한 사건의 범인, 정말로 불쌍하네. 게다가 그 피해자의 부모나 회사, 친척, 모두 몹쓸 사람들이고. 심하긴 해. 하지만 가장 불쌍한 건 죽인 사람이 아니라 죽은 아이들이잖아?"

 그렇다. 죽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아니야. 그 범인이 가엾다 해도 역시 벌은 받아야지. 오 년이건 십 년이건 종신형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마찬가지야.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 아니니까. 당신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재판을 하는 거야. 하지만 부모, 회사, 친척, 그런 사람들까지 간섭하는 건 당신들 일이 아니잖아?"

 

 "세상이고 개뿔이고, 그러는 게 아니지. 이봐, 법에 저촉되지 않는 짓을 하는 놈들은 재판할 수 없잖아. 그렇다면 이러니저러니 떠들지 말고 그런 점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게 당신들 할 일 아냐? 재판을 제대로 하면 그런 것도 알게 될 거 아냐."

 

 "봐, 뭐든지 자기 영역에서 정리하려고 하잖아. 범죄자가 아닌 놈들이 설친다고 범죄자의 죄를 가볍게 하는 건 이상하다고."

 

 "그 공정이란 게 어느새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지 않았어? 당신 말이야, 그 재판에 져서 억울할 뿐인 거 아냐? 판사란 게 그렇게 언론이나 바보 부부의 연기에 좌우되는 얼간이가 아니잖아? 엄격하지? 훌륭하잖아? 판결이란 게 그렇게 여론이고 뭐고 하는 것 때문에 휙휙 바뀌는거야? 그렇게 한심한 것들한테 재판받고 있는 건가, 우리?"

 

 "재판에 진 건 당신의 주장이 잘못됐거나 당신의 변호 방법이 나빴거나 둘 중 하나 아냐? 판사가 훌륭하긴 해도 완벽하진 않을 테고 잘못도 할 수 있겠지만, 당신이 정말 옳았다면 당신의 변호가 잘못 된 거야. 그런 걸로 화내면 안 되지. 민폐라고, 그런 걸 강요당하는 건 이봐, 당신은 쓰레기라고 불렀지만 아사미의 어머니는 아사미를 싫어하지도 학대하지도 않았어.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지. 사쿠마 씨도 야쿠자 졸때기지만 아사미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지만 나름대로 사정도 있었고 다들 아사미를 싫어하지 않았어. 가오리 씨고 그런 짓은 했지만 나름대로 괴로워하고 슬퍼했어. 사람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라고. 사람은 바보니까, 실수도 하고 엎어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거야. 스스로도 혐오스러울 만큼 찌질하지. 나는 말이야, 아사미를 알고 싶어서 얘기를 들으러 돌아다녔지만 모두들 자기들 얘기밖에 하지 않았어. 그래서 잘 알게 됐지. 다.들. 그.렇.게. 다.르.지. 않.아."

-p319~321

 

  그런 걸 정상참작이라 하던가. 범죄자의 사정을 헤아려 형벌을 좀 덜 받게 하는 거. 물론 그런 건 어느 정도 괜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 등의 법을 어긴 죄 자체는 용서 할 수 없는 것이다.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있었고, 범죄는 안 질렀지만 범죄보다 더 악질인 사람들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서 범법자를 용서해서 세상의 악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건 정말 오만이다. 애초에 당신은 누구길래 마음대로 잣대를 들이대고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거지? 법의 수호자라 그래서 그런 게 합리화되는 건가? 그러니까 간단하다. 법을 어긴 사람은 처벌. 법을 어긴 사람보다 더 고약하고 악하지만 벌을 어기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정 분이 안 풀리면 그 사람이 법을 어기길 기다렸다가 사형이든 뭐든 시키던지. 하지만 지금은 전부 법 너머의 일이니까. 그렇다고 법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그런 물렁한 잣대로 처벌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법도 정의도, 공정도 다 소용없는 거잖아.

 


 "(-) 내가 얘기 들으러 돌아다녔던 사람들은 모두 '죽지그래'라고 하면 싫다 그랬어. 그게 보통이지. 당연히 모두 살고 싶어 해. 미련이 많지. 미련이 뚝뚝 떨어져. 모두들 만족하지 못하니까. 이러니저리니 핑계만 대고 나는 불행하다, 나는 불행하다, 말하잖아. 그게 당연해. 사람이란 모두 찌질이고 쓰레기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당신이 말한 대로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으니까, 죽고 싶지 않겠지. 그런데 아사미는 달랐어. 그런 게 있을 수 있어? 나는 .... 무서워졌어." -p232 

 

 

 

 

  대화로만 계속 되는 이야기가 이렇게 흡인력있고 헐렁한 느낌(?)도 없고 철학적일 수 있단 말인가.

  '죽음'. 이건 도대체 뭘까. 그렇게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아도 죽지 않는 인간들은 뭐지?  그렇게 불행하다고 느끼면 저절로 죽어지지 않아? 불행하다고 말하면서 왜 죽을 생각은 들지 않는 거지? 나같으면 그렇게 불행하다, 난 불행하다 떠들정도면 죽는 것도 생각해볼텐데. 왜 이 사람들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말하는 거지? 사실은 정말, 그 정도로, 불행하지 않은 거잖아? 그냥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싫다. 그런 거. 차라리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하거나 난 행복하다고 거짓말이라도 하지 그래? 부끄럽잖아. 자기가 불행하다는 걸 그렇게 밝히는 거 부끄럽지 않아? 나 같으면 부끄러울텐데. 위선자보다, 또는 만큼이나 싫다. 뭐야, 정말. 좀 더 겸손할 순 없는건가? 삶에 대해서 좀 더 겸손해지면 안 되는 거지? 역시 이상해. 겸손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조금 만족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불만불평에, 그렇게 짜증만 내면 사는게 재미도 없겠다. 그러니까 다들 '죽지그래'라는 말이나 듣는거지, 안 그래?  백치미의 불행한 삶의 대표자 격인 아사미가 죽고 싶다고 했을 때, 그녀가 했을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보면, 당신네들이 잘 하는 그 '비교'라는 걸 자기 삶이랑 해보면서 조금 반성하지 그래? 그래도 불만불평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말 다 해봤는데도 더 이상 수가 없다면 그냥 죽고. 하지만 죽을 생각이 없다면 그건 정말 다 안 해본 건 아닌지 의심도 해 보고. 그렇게라도 살아가야지, 뭐.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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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모르는군. 그러니까 아는 척하지 말라는 거야. 난 바보라서, 그래서 죽은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 좀처럼 알 수가 없네." -p58

  
 어쨌든. 별로 의심할 줄 모르고 자신은 무조건 옳다고 믿거나, 옳으니 그르니 하는 판단조차 포기한 듯한 사람이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얘기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분명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렇게 배워서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느냐 보지 않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승부와 관련된 얘기이기도 하니까. -72


 


 "당신처럼. 실제로 가오리 씨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지 모르지만, 아까부터 듣자니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걸 전부 남 탓만 하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재능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걸 누군가 부여하는 거야? 인정받지 못하면 똑똑하지 않은 게 되나?" -p107~108

 


"나도 세상이 바보들 천지라고 생각은 해. 뭐, 당신은 바보가 아닌지도 몰라. 그래서 바보들을 업신여기지. 업신여기는 건 상관없는데, 그렇게 자신까지 옴짝달싹 못하고 있잖아. 전부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 아니야? 좋아서 그러헤 살면서 불평하면 안 되지. 일도 사는 곳도, 먹고살 수 있으면 그걸로 됐잖아. 그릇이라면 지금의 생활이 자신의 그릇에 안 맞는 거 아냐?" -p111

 


"그러니까 뭐냐, 서로 거리를 둔다고 할까, 타인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아요. 사람은 영리한 놈만 있는 게 아니라 위험한 놈도 있으니까요. 모두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만 하는 거니까.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분명 옥신각신하겠죠. 화내게 하는 것도 싫지만 화내는 것도 귀찮고 짜증 나고 지칠 뿐이에요."

 

"별로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람과 거리를 둔다는 건, 배려라든가 방어라든가 그런 것에 가까지 않을까 생각해요. 능숙하게 거리를 두지 못하는 놈은 그래서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거나 사람이 모인 곳에 가지 않는다거나, 그러겠죠. 등교 거부라든가 은둔형 외톨이라든가, 그런 형태로 절충하는 것뿐이랄까요. 나는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아주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런게 아니고 승부라든가 하는 골치 아픈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거랄까."

 

"골치 아프죠. 내 쪽이 훌륭하다, 빠르다, 강하다, 그런 건 바보 같아요. 느려서 안 돼, 약해서 안 돼,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시한 걸로 등급을 매기고는 거기에 굴복하지 않으면 시합 포기라잖아요. 애초에 싸울 마음도 없었는데 링에 올려놓고 파이팅이니 기합을 넣으라느니 시끄럽게 잔소리나 하고. 솔직히 '적당히 하시지.'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고요. 착각도 유분수지, 그냥 보통으로 있으면 안 된다는 거 도대체가 이상하지 않아요?"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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