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나츠히코의 <싫은 소설>은 저번주 토요일에 와서, 지금 조금씩 읽고 있다.(신간 출간 문자 받자마자 샀는데, 주말이 껴있어서 주문하고 나서 오프라인 서점 가서 살걸 그랬나 했지만 주말에도 택배가 와서 깜짝 놀랐다.) 반양장에 판형까지 원래 손안의 책에서 나오는 것과 달라서 당황했지만, 이런 표지라면 딱딱한 양장보다 부드러운 반양장이 더 잘 어울리긴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옛날 서적처럼, 얇은 종이들을 엮은 듯한. 참고로 사진에서 유난히 표지가 반짝이는 건, 아스테이지를 씌웠기 때문이다. 표지 색상도 저런 희끄무리한 황토색이라기 보단 짙은 갈색이라 굉장히 운치있다. 궁서체 글자도 좋다.   

 

 

   
 

"넌 그런 놈이야. 너는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건 믿는다니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고지식하게, 뭐랄까 , 그런 걸 믿을 수가 있지?" 

 "믿을 수 있다니 뭘?" 

 "상식이랄까, 이 현실을 말이야. 너는 상식을 우선하기 때문에 그 눈으로 본 것을 의심하는 거잖아?" 

 "그렇게 되나?" 

 "나는 금방 세상을 의심한다고. 어차피 내가 본 것이 아니면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객관이라는 건 없는 거야. 주관을 의심해 버리면 자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해야 하잖아." 

 p42

 
   

   

  이 책에 앞서 <죽지그래>를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뭇 그쪽 라인(?) 같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교고쿠도 라인은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은근 논리적인 면이 있어서 누군가 떠올랐지만 그건 작가 특유의 무언가랄까. 장광설은 아니지만 말이다. :)  (딴소리지만, 교고쿠도 시리즈는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왔다. 예약주문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려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택배 상자 뜯으니 달력과 함께 랩핑 된 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두꺼웠다. 예상은 했지만, 두꺼우니 왠지 더 좋았다. 하지만 두꺼워서 양장일 줄 알았더니, 반양장이라 놀랐다. 좋다 나쁘다 이전에 그냥 놀랐다. 하지만 역시 예쁘다. 선명한 주황색 표지에(사진보다 더 진하다.), 가운데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하드보일드하고 때론 감상적인 내용 등등 여러가지가 기대된다. 달력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뒷 표지의 일러스트와 문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명백한 결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_포스트코뮤니즘 세계로부터의 질문.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사실 거의 읽어보지 않아서, 덥석 수필집(잡문집)을 사도 되는가에 대해 처음에 고민했었다. 소설도 아니고 수필집을 말이다. 이상하게 수필집은 잘 안 넘어가거나 다른 책 읽느라 잠깐 둔 사이, 책꽂이행이 되어버린다. 끝까지 읽은 수필책이 지금까지 없다. 뭐, 어쨌든 그런건 다 좋다. 잡문집 읽고 소설도 하나씩 읽어나가면 되니까. 그나저나 이번엔 다 읽을 수 있을까. 이번에 이 책을 산 것도, 예약주문하면(한정판다음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까..'-') 적립금에 달력 준다고 해서 샀다...() 하지만 지금보니 알사탕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알사탕도 탐난다. *_* 문제는 난 지금사면 4천원 간접적 할인 효과(적립금으로 전환되니까.)를 누릴 수 있다는 거. 어쨌거나, 알사탕 500이면 2천원 쿠폰 바꾸고도 100알 남으니까 이쪽이 더 좋은지도. 사실 분들은 오늘 사시길! 아마 내일되면 알사탕 200개 밖에 안 줄지도 모르고.

 

 +추가 

  방금 막 36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붙인 포스트 잇의 숫자는 5-6개다. 세상에. 차라리 펜을 들고 줄을 그으면서 읽을까? 그렇지만 책에 줄을 그을 수는 없다. 어쩐지 내키질 않는다. (올 해 줄을 그으며 여백에 글까지 쓰며 읽는 책은 카뮈의 <<시지프 신화>>로 마무리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 아저씨 대단하다.  

 

   
 

소설가란 이 세상의 굴튀김에 관해 어디까지나 상세하게 써나가는 인간을 가리킨다. 자기란 뭘까? (-) 그리고 그런 사상, 사물과 자기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방향을 데이터로 축적해간다.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린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가설'의 대략적인 의미다. p23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면 가설은 기본적으로 제 역할을 마친다. (-) 독자는 그 기억을 부분적으로만 간직할 뿐 원래 있던 현실로 되돌아간다. 경우에 따라 예전과 얼마간 빛깔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변함없이 낯익은 현실이다. 그 계속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는 열.려.있.다.p26 

 계속성의 단절ㅡ그것이 분명 키포인트다. 계속성을 끊어내는 것으로(혹은 계속성으로 무기한 위장해놓는 것으로) 현실은 언뜻 제대로 정합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27 

 그에 비해 우리 소설가들이 제공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대수롭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크기의 신발들을 준비하고, 거기에 실제로 번갈아 발을 넣어보게 할 뿐이다. p29 

 나는 굴튀김이 먹고 싶었고, 그리고 이렇게 여덟개짜리 굴튀김을 음미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짬짬이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 그런 것은 한정된 행복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당신은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최근에 내가 한정되지 않은 행복을 맛본 게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한정되지 않은 것이었을까? p34

 
   

 

 지난 학기 시험에서 '행복'에 관해 논하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그 때 자신이 뭐라고 썼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주제는 너무나 버거웠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행복'에 관해 논하기 전에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아니, 그 문제자체가 행복이 무엇인지 적는 것이지만, 나는 도통 그 행복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어서 논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게 있는 거냐고. 행복이란 건 실재하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실재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또 의문이 생긴다. 실재하는 건 어떤건가. 지각하는 것? 지각은 무엇인가. 인식론으로 이어졌다. 당황스럽다.  

 여튼,좋다. 이런 답변도 좋다. 수업 중에 누군가 먹는게 행복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다소 공감하기 힘들었다. 먹는 건 물론 좋지만, 그게 행복의 연장선상에 있는가? 행복은 아니더라도 '좋다'정도면 나도 수용가능하다. 좋다와 행복하다는 내게서 다르니까. 서로 융합되지 않는,이질적인 것이다. 단어 자체가 다르듯 그것이 가지는 의미도 달랐다. 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러니까 일단 먹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행복'하다는 거겠지. 음식 등으로 한정된 행복이라 해도 행복은 있는거고, '한정되지 않은'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해도 그게 한정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어쩌면 한정되지 않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행복을 말하기에 앞서 한정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하 아저씨 멋지다! 굴튀김으로 행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멋지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행복을 말할 수 있는가. 굴튀김을 좋아하는 하 아저씨가 부러워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E-9 2011-11-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아서 읽기에 돌입했어요. 이런 책은 마음에 드는 부분 부터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그럴 경우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렛 상자 처럼 나중에 가선 맛없는 부부만 남게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LP와 재즈 이야기... 레이먼드 카버랑 이시구로 이야기 읽는데 요기까지만 하고 한계를 두는데도 자꾸 페이지가 넘어가네요. 그렇게 오랜만에 하루키와 제대로 벗하고 있습니다.^ ^

2011-11-23 17:56   좋아요 0 | URL
음, 전 아직 하루키 팬이다! 너무 좋아!라고 할 정도로 하루키 작품을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분명 굉장히 흡인력있고 또 몇 권 안되지만 다 재밌게 읽어서 이번에 신간 나오자마자 사버렸네요. ㅎㅎ 그것도 무려 예약구매 :)
전 일단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어요. 골라 읽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이런 순서에는 나름의 편집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 게다가 헤르메스님 말처럼 정말 나중엔 맛없는 부분만 잔뜩 남을까봐 무섭기도 하고. (<포레스트 검프> 영화 찾아왔는데, 90'라 오래되긴 했지만 재밌어 보여요. 메세지도 엄청나게 희망적이네요.)
'레이먼드 카버'랑 이시구로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LP랑 재즈 이야기는 조금 읽었어요. 재즈는 잘 몰라서, 그냥 읽고 있지만 뭐랄까, 재즈 굉장히 좋아하는구나라는게 느껴져서, 그런 느낌에 대해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장르는 달라도 저 역시 음악 좋아하니까. 그래도 그런 걸 잘 표현해내다니, 역시 작가다 싶기도 하고. :)
저도 얼른 읽어야될텐데, 요즘 시간이 안나네요. 헝헝 ㅠㅠ 기시 유스케 <천사의 속삭임>도 손 대서, 그것부터 얼른 읽고 다시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