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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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질투의 감정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객관적인 조건 같은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혜택 받은 입장이니까 다른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는다든가, 혜택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질투를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건 몸에 생기는 종양처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제멋대로 생겨나서, 이유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자꾸만 넓게 퍼져나가요. 알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거죠. 행복한 사람에게는 종양이 생기지 않는다든가, 불행한 사람에게는 종양이 생기기 쉽다든가, 그런 일은 없잖아요.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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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사상사와 비채 도쿄기담집 번역가 다르고 문사는 양장 비채는 반양장.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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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니까요. 좀더 날카롭게 지적하자면, 옴진리교에 대한 세간의 적대감이 피해자에게로 향하는 겁니다. 피해자까지 `이상한 인간`으로 취급해버리는 셈이죠. 옴진리교를 괘씸하게 여기는 생각이 "그런 걸로 뭘 아직까지 투덜거리느냐"며 피해자 쪽으로 향해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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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절제한 방탕은 자기의 본성에 대한 폭정입니다. 그 때문에 행복한 왕위가 때가 아닌데도 비워졌고, 수많은 왕들이 몰락했습니다.

맥베스는 이제 흔들면 떨어질 정도로 익어버렸소.

그렇다면 거짓말쟁이와 맹세꾼들은 모두 바보들이네요. 맹세하고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그 수가 훨씬 많아서 정직한 사람들을 때려 누여 목매달아 죽일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어머니가 우시겠지요. 우시지 않으면, 내게 곧 새아버지가 생길 좋은 징조겠지요.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나는 누구를 해친 적도 없는데.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나는 이 속세에 살고 있구나. 나쁜 짓이 자주 칭찬을 받으며, 착한 짓이 때로는 위험한 바보짓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온몸에 존엄의 권위를 지닌다 하더라도 제 가슴에 저런 탄식은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흉측한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자연에 어긋나는 행동은 사나운 근심거리를 가져다줍니다. 병든 마음은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베개에다가 그 비밀을 털어놓으려 할 것입니다.

그를 따르는 부하들은 충성스러운 마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이 단지 명을 받아 움직일 뿐이오. 그도 지금은 왕의 칭호가 난쟁이 도적놈이 거인의 옷을 훔쳐 입은 것처럼 몸에 맞지 않고 헐렁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오.

아니면 군주의 꽃에 이슬을 흠뻑 적시어 잡초를 모조리 없애 버리도록 우리의 피를 흠뻑 바칩시다.

그러니 도망치거라, 이 배신자 영주 놈들아, 가서 간소한 재미나 좇는 잉글랜드 놈들과 한패가 되어라. 내가 스스로 다스리는 이 마음과 내가 가진 이 심장은 절대 의심으로 가라앉거나 공포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악마가 네놈을 시커멓게 저주할 것이로다. 이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진 날건달 같으니! 어디서 그따위 거위 상통을 가져왔느냐?

나의 생애도 노년의 메마른 시기에 접어들어 낙엽이 되었구나. 그런데 노년에 따라야 할 명예와 경애와 복종과 많은 친구들은 기대할 수 없어졌다. 대신에 소리는 낮지만 원한 깊은 저주, 아첨, 빈말이 그 자리에 들어섰구나.


그대는 병든 마음에 약을 처방하여,뿌리깊은 근심을 기억에서 뽑아내고,뇌수에 새겨진 고통거리를 지워버리며,게다가 아주 달콤한 망각의 약을 써서라도 왕비의 가슴을 짓누르는 저 사나운 생각들을 그 꽉 막힌 가슴에서 깨끗이 없애 버릴 수는 없소이까?

내일, 내일, 또 내일은 이 옹졸한 발걸음으로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매일매일 기어가고, 우리의 모든 어제들은 어리석은 자들이 먼지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추어왔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인생이란 그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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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모리 고의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을 읽으며 한동안 자극적인 책들에 노출되어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던 내 마음의 파동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스터리로서도 훌륭한 책으로,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갈 때마다 아쉬움이 더해가는 그런 책이었다. 오랜만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나 기분이 좋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3권도 무사히 출간되길 기원하며 조금 뒤에 2권도 마저 주문할까 한다. 얼른 읽고 싶은 마음과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책. 책을 출간해준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다.

 

 하얀등이 어둠 속에서 편안히 자리잡은 작은 선술집 가나리야. 가나리야의 마스터 구도의 매번 다른 맛있는 음식(술안주)와 4가지의 각기 다른 도수의 맥주를 한잔씩 마시며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 또 다른 바의 손님이 되어 느긋하게 미스터리를 하나씩 훔쳐 듣는 이 기분은 그 어떤 여름밤의 피서보다도 즐겁다.

 

 

 이 책의 영향 덕분인지 오랜만에 일상 미스터리들을 잔뜩 읽고 싶어졌다. 일미즐에 검색해보니 적확한 질문과 답이 없어 손수 질문했더니 많은 분들이 답변해주셨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작가 및 작품은 '와카타케 나나미'와 '요네자와 호노부', 그리고 '비블리아 시리즈' 인듯 하다.

 

와카타케 나나미님의 작품으로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셨는 듯하다. 나 역시 구판으로 보았는데, 개정판의 표지와 책도 훌륭해서 한 권 더 소장하고 싶다.

 

그 외에 와카타케 나나미님의 작품으로 '하자키 시리즈',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등을 추천해주셨다.

 

 

 

 

 

 

 

 

 

 

 

 

 '하자키 시리즈'는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으로 3편이 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네탓이야>, <의뢰인은 죽었다>가 있는데 두 작품모두 절판 및 품절.

 

 <네탓이야>는 사둔 기억이 있어 다행이지만, <의뢰인은 죽었다>의 경우 어딘가에 재고가 있어 꼭 수급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적절한 가격에 판매 의사가 있으신 분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두번째로 추천받은 요네자와 호노부님의 일상 미스터리는 '고전부 시리즈'. <빙과>,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쿠드랴프카의 차례>다.

 

<추상오단장>과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도 추천을 받았다. 검색하다보니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도 있는데 품절. 마저 품절 센터에 의뢰해봐야겠다.

 

 

 

 

 

 

 

 

 

 

 

 

 

 

 

 

 

 

 

 

 

 

 

 

 

 

 

 

 

 

그외에 요네자와 호노부님의 책. <덧 없는 양들의 축연>, <부러진 용골>, <인사이트 밀>은 매우 낯익은 제목. 출간작이 제법 되는데 아직 한 번도 이 작가분 책을 본 적 없다는 게 신기 할 정도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일명 '비블리아 시리즈'도 추천을 제법 받았는데, 매대에 진열된 책 표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구매할 생각조차 없었던 책이었다. 

 

 개인적인 기호로 이런 표지는 좋아하지 않는데, 일상 미스터리라고 하니 내용은 또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구매 순위에서는 중하위권.

 

 

 

 

 

 

 

그 외에 추천 받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엠브리오 기담>, <기담수집가>는 재밌게 읽었던 책.

<엠브리오 기담>은 오츠이치의 또다른 필명으로 적었다고 들은 기담집인데 굉장히 재밌다. 섬뜩한 상상력에 치유계도 살짝.

<안구기담>은 체크는 해두었던 책인데 표지가 그다지 마음에 안들어 넘겼는데, 아무래도 내용은 다를지도.

<코>는 호러 단편집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 꼭 봐야겠다.

 

 

 

 

 

 

 

 

 

 

 

 

 

 

 

 

<여름 빛>과 <붉은 눈>은 호러지만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러도 무척이나 좋아해요. <여름빛>은 이 여름 가기 전에 읽어보고 싶다.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는 애드거 앨런 포가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 모양인데, 사실 이런 식으로 다른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아웃. 하지만 보관함에 담아두고. 그보다 애드거 앨런 포 보다는 에도가와 란포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중략) 는 그냥 사족.  

 

 

 

 

 

 

 

 

 

 

 

 

 

 

 

 

<만능감정사의 사건수첩>은 처음에 보고 만화책인 줄 알았다. 혹은 만화가 섞인 책. 왜, 그런 학습 만화들 종종 나오지 않았던가. 본 적도 있다. 내용은 고사하고 일단 진짜 표지때문에 구매 하위권.. 내게 있어서 표지가 이렇게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탈레랑 시리즈>의 경우는 <비블리아 시리즈>와 같은 느낌인 듯. 요즘은 이런 표지의 이야기가 유행인가.

 

 

 

 

 

 

 

 

 

 

 

 

 

 

 가볍고 유머스러운 일상 미스터리 작품보다 평이하면서도 때론 섬뜩한 그런 작품을 보고 싶었는데, 추천 받은 작품 중 범위 안에 드는 작품이 제법 있는 듯해 일단 8월은 부족함 없이 미스터리와 함께!

 

 ps. 사실 장르 구분이 참 애매해서 불가능하겠지만 알라딘에 일상 미스터리나 본격 미스터리 등의 카테고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그가 좀 더 활성화 되어 있어 연관된 책들을 촤르르 볼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을 듯. 연작단편집만 모아놓은 태그라던가.

 

+추가로 추천 받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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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모든 설레는 것들의 노래가 축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진정한 축제의 시간이란 온몸으로 자신을 느끼는 시간을 이름이지. 온몸으로 자신을 느끼는 시간.... 그의 말을 들으며 왠지 행복해졌습니다.

 

화진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나는 동해안의 그 많은 포구들과 해수욕장의 이름들 중 화진을 제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꽃나루인지, 꽃이 다 진 포구인지 잘 모르겠다. 이곳에 오면, 이곳에서만 피어나는, 참으로 아름답고 눈부시고 장엄한 꽃들의 화엄을 만날 수 있다. 꽃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팔짱을 껴고 아무런 쓸쓸함이나 두려움 없이 밀려오고 또 밀려간다. 산산히 부서지고, 하늘까지 다다를 듯 응고하며, 깊고 깊은 포발 속에 선명한 무지개의 가루를 드리운다. 26  

 

지나간 계절은 혹독했고 쓸쓸했으며 위대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나무들의 나신이 뿌리 뽑혔으며 삶의 방황은 끝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 바다에서는 늘 새로운 꽃이 지고 꽃이 핀다. 봄의 냄새가, 밀려오는 꽃향기가 파도의 이랑 하나하나마다 깊게 스며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 축제를 거스릴 힘은 없다. 힘들수록 더 거세게 부딪치고 싶은 열망. 새로운 계절은 지나간 계절의 혹독함을 부드러운 숨결 속에 묻는다. 광기도 고통도 열망도 다 파도의 꽃이파리 속에 따뜻한 두 손을 펼쳐드는 것이다. 겨울꽃은 지고 봄꽃은 찬란히 피어라. 26-67 

 

 

 왜 하필이면 F심 연필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인가 하는 의문이 들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영문을 알 수 없어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리하여 어느 새 F심 연필이 완전히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여행가방에 냉국수용 소면 다발을 열다섯 개나 넣어서 하와이로 날아왔다. 이런 얘긴 어떤 가이드북에도 실려 있지 않을 테지만-아마도 그럴 테지-하와이에서 먹는 냉국수는 정말 일품이다. 하와이에 장기간 체재하실 분은 반드시 냉국수용 소면을 지참하십시오. 95

 

결국 독서란 것이 유일한 신화적 미디어였던 시대가 급속하게 종식되고 만 것이다. 지금의 독서는 다양한 각종 미디어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155

 

 

 

 

 

태양은 페인트가 가장 얇게 칠해진 곳의 점들 사이로도 빛나고 있었어. 방의 오프 화이트 벽에 중국 식당의 야릇한 빨간 불빛을 발하면서 말이야. P.20

 

그들은 살며시 쳐들어왔어.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가득 찬 첫 번째 페인트 통이 윤기 나는 마호가니 문을 낮게 철썩 때리는 소리, 철썩거리는 파도의 자장가처럼 유리에 뿌려지는 페인트 소리, 페인트가 후두두둑 떨어지는 소리, 사납게 떨어지는 빗줄기보다 결코 크지 않은 소리를 내면서 말이야. 우리 집은 즉흥적 분노에 휩싸인 데이글로의 습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훌륭한 프랑스 소스처럼 진하고 맛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 증오로 듬뿍 발린 거였어. 22-23

 

그리고 난, 아무리 지독한 면이 있어도 타인을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여기고 후회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케빈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지, 안 그래? 28

 

'당신'은 구원을 의지의 행위로 봤어. 당신은 고집스럽게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나 같은 사람들-을 폄하했지. 그건 살아있음의 단순함을 끌어안지 못한 채 나약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었으니까. 33

 

 나중에 그 생각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날 괴롭히게 됐지만, 그때만 해도 난 엉킨 실타래를 단단한 껍질의 샘소나이트 가방에 쑤셔 넣는 사람처럼 다루기 힘든 기형의 경험을 잘 정돈된 상자에 집어 넣으려는, 당신의 강박관념을 예측하지 못했던 거야. 난 당신이 활동을 제한하는 것, 셔츠를 접을 때도 엄격한 방식을 고수하는 것, 식이요법을 지키는 걸 귀엽게 여겼어. 하지만 진지한 맥락에서 봤을 땐 말이야, 프랭클린, 난 그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어. 질서 정연함이란 시간과 함께 기꺼이 순종으로 전락하고 마는 성질을 지녔으니까. 34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소모적 전환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암송한다는 거였어. 난 알아야 했어, 내가 매일 나 자신의 이야기에서 도망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이야기가 길을 잃은 충직한 동물처럼 날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이유로 내 어린 자아에서 벗어나게 된 걸 보여주는 한 가지 측면은, 내가 자신에게 해줄 얘기가 별로 없는, 또는 아예 없는 사람들을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다는 거였어. 36

 

돌이켜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던 내 말은, 사랑할 다른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41

 

그러니까 난 내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게 아니라, 보통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거야. 난 내가 부러워할지도 모를 여행을 하고, 미래가 여전히 닻을 올리고 있고 미래의 지도가 아직 그려지지 않은 다른 젊은 탐험가를 위해 출발점 역할이나 하는, 영원히 정지된 닻이 될까 봐 두려웠어. 배낭을 트렁크에 실을 때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키스를 날리는 출입구의 전형적 인물, 추레하고 투실투실항 사람이 되는 게 두랴웠고, 출발하는 배기가스 연기 때문에 헝클어진 앞치마로 눈을 비비는 사람, 쓸쓸하게 자물쇠를 돌리고 천장이 내려앉을 것 같은 적막 속에서 싱크대에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접시들을 설거지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웠던 거야. 난 떠나는 것보다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더 키웠어. 그 무서운 짓을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이 저질렀는지. 저녁 식사 도중 떨어뜨린 바게트 껍질로 당신 발을 묶어버리고,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얼른 올라타 사라져버리는 짓을 말이야. 59-60

 

내가 두려웠던 건 폐쇄되고 돌처럼 차가운 내 본성, 나 자신의 이기심, 관대함의 부족, 내 안에 머물면서 두터워진 억울함의 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과 마주하게 되는 거였어. 내가 아무리 '페이지 넘기기'에 관심이 있다 해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에 가망없이 옭아 매일 거랑 예감은 날 몹시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 60

 

난 아이들이 항상 그렇게 말한다는 걸 알아, 난 네가 싫어, 난 네가 싫어! 눈물을 짜면서 말이야. 하지만 케빈은 열여덟 살이 다 됐고, 그 애 말엔 흔들림이 없었어.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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