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렇지만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모르는군. 그러니까 아는 척하지 말라는 거야. 난 바보라서, 그래서 죽은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 좀처럼 알 수가 없네." -p58
어쨌든. 별로 의심할 줄 모르고 자신은 무조건 옳다고 믿거나, 옳으니 그르니 하는 판단조차 포기한 듯한 사람이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얘기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분명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렇게 배워서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느냐 보지 않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승부와 관련된 얘기이기도 하니까. -72
"당신처럼. 실제로 가오리 씨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지 모르지만, 아까부터 듣자니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걸 전부 남 탓만 하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재능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걸 누군가 부여하는 거야? 인정받지 못하면 똑똑하지 않은 게 되나?" -p107~108
"나도 세상이 바보들 천지라고 생각은 해. 뭐, 당신은 바보가 아닌지도 몰라. 그래서 바보들을 업신여기지. 업신여기는 건 상관없는데, 그렇게 자신까지 옴짝달싹 못하고 있잖아. 전부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 아니야? 좋아서 그러헤 살면서 불평하면 안 되지. 일도 사는 곳도, 먹고살 수 있으면 그걸로 됐잖아. 그릇이라면 지금의 생활이 자신의 그릇에 안 맞는 거 아냐?" -p111
"그러니까 뭐냐, 서로 거리를 둔다고 할까, 타인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아요. 사람은 영리한 놈만 있는 게 아니라 위험한 놈도 있으니까요. 모두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만 하는 거니까.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분명 옥신각신하겠죠. 화내게 하는 것도 싫지만 화내는 것도 귀찮고 짜증 나고 지칠 뿐이에요."
"별로 사람이 싫은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람과 거리를 둔다는 건, 배려라든가 방어라든가 그런 것에 가까지 않을까 생각해요. 능숙하게 거리를 두지 못하는 놈은 그래서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거나 사람이 모인 곳에 가지 않는다거나, 그러겠죠. 등교 거부라든가 은둔형 외톨이라든가, 그런 형태로 절충하는 것뿐이랄까요. 나는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아주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런게 아니고 승부라든가 하는 골치 아픈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거랄까."
"골치 아프죠. 내 쪽이 훌륭하다, 빠르다, 강하다, 그런 건 바보 같아요. 느려서 안 돼, 약해서 안 돼,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시한 걸로 등급을 매기고는 거기에 굴복하지 않으면 시합 포기라잖아요. 애초에 싸울 마음도 없었는데 링에 올려놓고 파이팅이니 기합을 넣으라느니 시끄럽게 잔소리나 하고. 솔직히 '적당히 하시지.'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고요. 착각도 유분수지, 그냥 보통으로 있으면 안 된다는 거 도대체가 이상하지 않아요?"
-p139~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