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안건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서울대학교 뇌과학,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교육학에 관심이 많아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14개월 지내면서 느낀 점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주지하다시피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핀란드로 갔다.

높은 Pisa(학업성취도의 국제비교연구)순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핀란드, 그러나 핀란드의 학생은 행복하지만 한국의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 떠난 것이다.

 

핀란드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린 북유럽에 대해 어느 정도 풍월은 읊지만, 그 행복을 떠받치기 위해 너무도 많은 역사, 문화,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가 쉽다. 또한 행복은 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에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한 배려 시스템에는 무관심하기 쉽다.

 

저자가 14개월간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얻어온 점은 두 가지,

첫째는 의외로 한국에 대한 애정, 두번째는 다양한 가치를 최대한 포용하는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핀란드, 정말 다르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작점이 워낙 다르고 기후, 환경, 문화가 너무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이 세상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한국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가는 곳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것 자체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더 넣어질 것이다" - 21쪽

 

이렇듯 핀란드가 행복지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동경하는 것에 반대하는 저자의 입장은 내 생각과 일치한다.

다만, 우리나라 제도와 시스템에 변화를 줘서 좀 더 나은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실천하지 않는 양심은 곧 악이다"라는 말처럼 반드시 개선하고 노력해야 한다.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행복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 행복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사람들 모두 불행해진다.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성장률, 체감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성과, 낙수효과 없는 성장이 모두의 숨통을 쥐어짠다.

바로 만질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보이는 것, 이러한 체감과 실감의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양극화의 격차를 줄여야 된다. 가진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열심히 산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내용 모두 귀에 닳도록 들어온 내용인 것이기에 전혀 새로울 것 없지만,오히려 인간의 행복은 "혁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실천의 열매가 가져다 준 것은 명약관화일 것이다.

 

 

그럼 핀란드가 3년 연속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뽑힌 이유는 무엇일까?

 

"핀란드는 2018~2020년 3년 연속 World Happiness Report 기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다. 주관적 만족도, 경제력, 사회적 지지, 건강한 기대 수명,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자유, 관용, 그리고 부패 정도를 모두 계산해 반영한 결과다" - 24쪽

 

저자는 고신뢰 사회, 약자 및 소수자 배려,슬로우 라이프, 선택의 자유, 개인공간 중시를 들었다.

수도인 헬싱키에서 지하철을 탈 때 개찰구가 없는 이유, 렌트샵에서 물품을 빌릴 때 보증금을 받지 않는 것 등을 경험하고 나서 이렇게 높은 신뢰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가 총인구 500만명에 불과해 거의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그렇기에 한번 신뢰를 저버린 사람은 다시 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신뢰가 결국 그들의 자본이고 이런 역사가 쌓여 60%에 달하는 세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에 쓰일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인에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문화와 시스템.

그러면서 저자는 한국도 신뢰를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린 어떠한가. 당장 눈앞의 이익, 성공에 매진하고 남을 속이고 밟아야만 내가 승리할 수 있는 경쟁사회다.

또한 정치는 어떠한가. 한국의 정치는 올바른 "정치인"이 있는가? 아무리 정치인은 "3류"에 속한다지만 존경받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반드시 그 사회가 성숙해야 한다.

 

 

두번째는 약자 및 소수자 배려다.

핀란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모님의 모습을 버스(부모와 아이 모두 대중교통 무료), 수업, 전문적인 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이가 울면 그게 어린아이의 일로 생각한다.

한국은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조차 없고, 설령 태운다 하더라도 별난 엄마, 궁상맞은 엄마로 치부한다.

모든 아이는 개인승용차 카시트에 앉아서 이동한다.

장애인도 우린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버스, 학교 수업, 체육관 등에서도 서로 섞이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물론 한국도 많이 배려하는 사회로 발전했다만 우리가 체감하는 사회는 여전히 그들은 음지에 있다.

 

핀란드에는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많다.

언제나 행사를 준비하는 측에서 먼저 참석자에게 먹지 않는 음식이 있는지,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지, 알러지 음식이 있는지, 가장 중요한 질문, 채식주의자인지를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학교와 모든 행사를 할 때마다 이러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부작용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모든 건 우선순위의 문제지.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도 모든 음식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돈과 노력이 들겠지, 하지만 그게 내가 세금을 내는 이유야.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으니까?" - 34쪽

 

이렇듯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시민 의식, 부럽지 않은가? 

 

세번째는 슬로우 라이프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를 예로 든다.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배운다

'길을 건널 때는 좌우를 잘 살피고, 차가 지나가지 않는지 주의한 후 (손을 들고) 건너가세요"

핀란드에서는 이렇게 배우지 않을까?

"운전을 하다 횡단보도가 보이면 좌우를 잘 살피고, 사람이 지나가려 하지 않는지 주의한 후 건너세요" - 35쪽

 

유모차를 많이 태우는 버스나 공공기관, 상점 등에서의 서비스 역시 천천히 한다.

한국인은 어떠할까?

모든 게 시간단축으로 근로자를 쥐어짜는 시스템이다.

익숙해진 소비자는 조금만 늦어지면 참지를 못한다. 화내서 싸우면 무조건 유리해지는 게 소비자다.

잘 생각해보자.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간혹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은가.

 

"모두가 빠르게 다니는 환경이라면 느린 사람은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두가 빠름을 기대할 때 늦는다는 것은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서비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 37쪽

 

모두가 천천히 한다는 것이 결코 나태와 게으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느릴 때,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이 "관용"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네번째 선택의 자유, 다섯번째 개인공간 중시.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을 해야하고, 쉽게 커리어를 바꾸어도 굶어 죽지 않고, 외모를 어떻게 하든, 성 소수자가 되든, 미주알 고주알 상대의 "오지랖"에 시달려야 한다.

한국은 그 오지랖을 정으로 생각해서 한다지만, 그건 참견이고 폭력이 될 수 있다.

 

 

본문에서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그레타 툰베리의 활약을 이야기하고, 핀란드의 연구실 분위기나 페미니즘, 대학 학비가 공짜이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집은 아주 저렴한 시스템, 경쟁이 없는 학교,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수평적 관계 등.

걔중에는 평소에 알고 있었던 상식도 있었지만, 처음 알았던 소중한 정보도 많았다.

 

 

사실 14개월간의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담기에는 어렵다. 저자도 물론 이 책을 쓰면서 북유럽에 대한 책들이 넘쳐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지 말고 핀란드 나라에 대해서 어떤 특정한 주제를 더 심도있고 경험을 위주로 깊이 파고들었다면 좋았을 껄. 교육학이 주된 관심사이었다면, 핀란드 교육을 이렇게 훌륭하게 이끌어 온 교육학자의 저서를 인용해도 좋을 것이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 뿐만 아니라 핀란드 교육을 받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의 의견 또한 책에 담았으면..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 다음 여정의 발자국을 더 깊이 남기기 위해 모든 땅을 고르게 밟는 과정이라고 본다. 

 

친절한 이메일과 친필 사인책 보내주신 "안건"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더는 공부함으로써 불행해지는 과정을 겪지 않게 지혜를 주시길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안건

 

* 이 리뷰는 저자에게 제공받아 쓴 포스팅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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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범님과 함께 하는 책 읽기
범님은 신정근 교수님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읽고 난 <한나아렌트, 세번의 탈출>을 선택했다.

열심히 읽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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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9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쿠키 님, 즐겁게 그리고 달콤한 휴식이 있는 추석 연휴를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20-10-02 14:5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가예..
오늘 저녁은 독서모임에서 만난 마음맞는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라
넘 좋네요..^^;; 페크님도..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시는 연휴 되시길.!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전 주로 책을 사서 봅니다만
가끔 도서관에서 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읽고 싶은 신간인데 소장까지는 아닌 책
- 교양만화, 역사만화 등 만화책
- 그래픽노블(인문, 소설류)
- 페이지수가 100페이지 미만인데 내용이 충실한 책

이번주말 부터 추석연휴 끝날 때까지
책 읽을 시간이 좀 있을 것 같아 8권 빌렸습니다.
모두 만화책이라 시간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2017년 9일로 가장 길었던 추석연휴때
헤르만헤세의 대표작들 전작한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이웃님들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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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9-26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주엔 추석연휴가 시작인데, 도서관에서 좋은 시기에 책 대여하셨네요.
저 책중에서 다이어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북프리쿠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20-09-28 15:05   좋아요 1 | URL
네 주말에 한나아렌트 꺼 다 읽고,
집에 사놓은 <인간의 조건>,<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래픽 노블의 힘이네요..
다이어터도 지금 1권 반쯤 읽었는데 재미있어요..^^;
서니데이님도 추석연휴 잘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bookholic 2020-09-26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도서관인 것 같아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북프리쿠키 2020-09-28 15:07   좋아요 0 | URL
네 북홀릭님. 집에서 엄청 가까워서 좋고, 만화책도 많아서 좋습니다.ㅎㅎㅎ
추석연휴 잘 보내세요..^^;

2020-09-26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2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역시 사랑받는 책이구나
초반부터 흥미를 확 끈다.
책 보다가 중간에 소리내서 빵터진 게
얼마만인가~
깊이와 흥미, 동기부여 3박자를 고루 갖춘 만화책이 드문데 초반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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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9-2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기 많은 책인가봐요. 보존 도서네요^^

북프리쿠키 2020-09-28 15:12   좋아요 0 | URL
네 한때 인기도서였습니다.
제목은 익히 알았지만 이제야 읽어보네요.
눈에 익은 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ㅎㅎ
참 그리고 보존도서는..인기가 많은게 보존도서로 분류되는건가요..전 몰랐네요..^^;

페크pek0501 2020-09-26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만화 보고 싶군요.

북프리쿠키 2020-09-28 15:28   좋아요 0 | URL
독서가 때론 일이 될때..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han22598 2020-10-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 사랑합니다. ^^

북프리쿠키 2020-10-16 11:23   좋아요 0 | URL
네 남녀노소 다 좋아하더라구요.
운동하는데 새롭게 심기일전하는 계기도 되었구요^^
 

어젯밤 꿈이 싱숭생숭했는데
페크님의 칼럼이 마침
˝사랑˝을 주제로 시작한다.
조금씩, 천천히 곱씹으며
한 챕터씩 읽어야겠다. 슬로우~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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