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 이보다 재미있는 '천문학'은 없었다 - 우주 특강 27
이광식 지음 / 들메나무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의 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열심히 관련 서적을 찾아 읽지만, 막상 밤이 되어 하늘을 쳐다보면 헷갈린다. 별은 항상 그 자리에만 떠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허무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을 발견했다. '이보다 재미있는 천문학은 없었다-우주특강27'이라는 글을 믿고 읽어보게 되었다.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이 책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것도 엄청. '잠 안 오는 밤'에 읽으면 잠자기는 다 글렀다. 웃느라고……. 참고로 저자는 이 책을 잠 안 올 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우주 이야기라는 뜻에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혹은 우주를 읽고 사색하다가 하룻밤 꼴딱 지새운다면, 지구 행성에 태어나서 그보다 뜻 깊은 추억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기분도 담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이광식. 나이 쉰다섯에 "이제부턴 돈벌이 안 한다!"고 결연히 선언한 후, 강화도 산속에 들어가 개인 천문대 하나 지어놓고는 낮에는 텃밭 가꾸며 책 읽고, 밤에는 망원경으로 별 보며 사는 사람. 문과 출신이지만, 10여 년간 천문학, 물리학, 수학 책들을 백 권 이상 읽다가, 재미있는 융합형 천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천문학 콘서트』를 써냈다. 이 책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우수 과학도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모 일간지에 우주 기사, 칼럼 등을 기고하는 한편, 중,고등학교와 사회단체 등을 다니면서 '우주 특강'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우주를 한 바퀴 휘리릭~', 2장 '정말 '별난' 별 이야기', 3장 '우리가 미처 모르는 태양왕조실록', 4장 '까마득한 우주 거리, 어떻게 쟀을까?', 5장 '신비를 넘어 감동으로…'로 나뉜다. 저자는 우주를 알아가는 데 있어 특히 중요한 토픽 27개를 골라서 나름대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은하는 왜 돌까?, 우주는 끝이 있는가?, 우리가 '별 먼지'라고? 등등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재미있게 우주에 대해 읽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관심있는 토픽을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좋고,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읽어나가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지식을 채워주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게도 하며 강약조절을 해줄 것이다. 막연한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교과서에 담겨있는 이론이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저 딱딱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넘어갈수도 있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

 

'별자리는 하늘 번지수'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살펴보면 제목 밑에 프랑스 천문학자 앙드레 브라익의 말 한 마디가 짧지만 강렬하게 실려있다.

맨눈으로 별자리가 일그러지는 것을 보려면 적어도 5만 년을 살아야 한다.

-앙드레 브라익 (프랑스 천문학자)

한 가지만 깊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동서양의 별자리에 대한 설명과 별자리의 역사까지 짚어준다.

고대 그리스에서 별자리가 정해진 이후 지금까지 별자리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별의 위치는 2,000년 정도의 세월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더 오랜 세월, 한 20만 년 정도가 흐르면 하늘의 모든 별자리들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북두칠성은 더 이상 아무것도 퍼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됫박 모양이 될 것이다. (95쪽)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것을 구체화해주는 것이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영향이 컸다. '참고로 우리 은하 별들의 평균 간격은 3광년이다. 이는 지름 1cm 완두콩이 서울-대전 간 거리마다 한 개씩 놓여 있다는 뜻이다. (88쪽)' 처럼 대략 상상이 가능하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당신이 오늘 밤 본 오리온 대성운의 빛은 신라, 백제, 고구려가 아웅다웅하던 삼국 시대에 출발한 빛인 것이다.(94쪽) 라든가, 그러니까 오늘 밤 내가 보는 베텔게우스 별빛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리던 무렵 별에서 출발한 빛인 것이다. (106쪽) 와 같은 표현은 막연히 몇 광년 떨어져있다는 설명을 보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와닿는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모 인터넷 신문에 연재, 독자들로부터 받았던 뜨거운 반응들!'을 볼 수 있다. 다 읽고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과학과 감성의 조화가 환상적인 기사, 완전 짱!

캬~ 필력 보소. 과학 얘기인데 이런 감성을 품을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최고의 책이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조금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보다 재미있는 '천문학'은 없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며 알게 되는 것도 많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어서 책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지식을 채우고 재미도 있어서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별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우주가 달리 보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의 인문학
진중권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시대가 말이 아니다. 우울하고 답답하고 좌절감을 느끼다가도, 더 이상 움츠리지 않고 함께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힘을 얻는다. 그래도 단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아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더 흘러야할까? 이 책《치유의 인문학》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아야 상처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말 때문이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책《치유의 인문학》을 통해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진중권, 서경식, 박노자, 박상훈, 조국, 고혜경, 정희진, 이강서, 황대권, 문요한 등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 10인의 광주트라우마센터 강의를 담은 책이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국가로부터 고문과 폭력을 당한 분들과 그 가족을 치유하는 곳이다. 각종 상담 및 원예, 예술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국가폭력 트라우마 국제회의, 심리치유워크숍 등 국가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인권증진 활동을 해오고 있다.

 

'치유의 인문학'은 2013년 7월 박노자 교수의 '타자에 대한 폭력, 우리 안의 폭력' 강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달 이어져 오고 있다. '폭력'과 '치유'라는 주제로 강의하는데, 결국 나와 사회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모든 강좌가 하나로 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치유의 힘은 우리 각자의 내면에, 그리고 우리를 연결하는 공동체에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인문학은 나와 공동체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 공부는 곧 치유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中)

 

직접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강의를 들으며 마음에 드는 내용 앞에서 메모를 하듯, 책을 읽어나가며 마음에 와닿는 내용 앞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저 상처를 망각하게 해 주는 것이 힐링이 아닙니다.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고, 혼자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힐링이요, 멘토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중권 강의 中)

 

10인의 강연자마다 각각의 색깔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준다. 먼저 책을 펼쳐들면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엮었다는 생각이 든다. 슬슬 넘기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앞부터 뒤까지 물 흐르듯 술술 이어가는 이야기에 그대로 시선을 집중하고 읽어나가게 된다. 강의 하나가 끝나면 잠시 쉬어도 되겠지만, 이상하게도 곧바로 다음 장을 들춰보게 되었다.

분노는 인식입니다. 때문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힐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내)마음을 다스린다'? 누구(나)가 누구(나의 마음)의 마음을 다스릴 것인가? 자아의 분열이 올 뿐입니다. 분노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인지 반응입니다. 참거나 시간이 지나면 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분노에 대한 이 시대 멘토들의 조언(?)은 가관입니다. 분노를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멈춰라, 마음을 다잡아라, 마음을 잡고, 분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라, 분노를 조절하라' 등의 비문 非文이 그럴듯하게 횡행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극세속의 언설과 반지성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이것은 억울한 사람들의 분노와 그 분노를 비난하는 기득권 세력에 굴복하는 억울한 이들을 이중으로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207쪽, 정희진 강의 中)

 

그동안 인문학을 세상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다보니 우리 사회의 모습이자 우리 삶 그대로, 그 속에서 치유의 힘을 주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당연시 했던 어떤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다각도로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또한 10인의 강연자들이 풀어내는 강연을 통해 자신만의 인문학적 세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독자의 마음속에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작은 의식 변화를 시작한다. 어렵게 첫걸음을 떼고 함께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mile Week - 오늘 하루, 한 번도 웃지 못한 나를 위한 스마일 테라피
피터 오 지음 / 라온북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우울하고 답답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웃을 일이 없으니 만들어서라도 웃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이 책《스마일 위크》가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웃을 기회를 만들어서 몸과 마음을 끌어올려야할 때이다. 이 책이 웃음의 기회를 주리라 생각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오늘 하루, 한 번도 웃지 못한 나를 위한 스마일 테라피로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내본다.

 

 

 

이 책의 저자는 피터 오. 글과 그림으로 웃음을 전하는 팝 아티스트이다. 2012년부터 웃음을 주제로 한 미술 작업과 글쓰기로 국내외 30여 회 개인초청전시, 상설전용전시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관객과 감성적 고통을 이어왔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페스티벌에 현대미술대표작가 15인에 선정, 2015년에는 대한민국 베스트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피터 오는 세상 모든 생명의 마음속에 끝없이 향기로운 웃음꽃이 피어나길 소망한다. 모두가 웃음을 나누며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오늘도 작업에 매진 중이다.

 

6년 전 어느 날, 저는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힘들고 지쳐 슬픔과 우울로 잔뜩 그늘진 제가 거울 속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고 이렇게 웃지 못하면서, 어떻게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기존 작업과 다르게 '웃음'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8쪽)

 

힘들고 지쳐 슬픔과 우울로 잔뜩 그늘진 모습을 저자만 발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또한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억지로 웃음을 지었지만 아무래도 마음까지 웃음 가득해지지는 않는다. 오늘부터 웃을 일을 만들어서 하루에 한 번씩은 웃겠다고 생각해본다.

 

이 책은 첫째 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웃음'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글을 더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하하하' 웃는 웃음이 아니라 입가에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가 어울리는 그림이다.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에서 머금을 수 있는 웃음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당신을 웃게 하여 그 웃음에 내가 춤을 추는 것입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당신을 웃게 하여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웃음으로써 사랑하고 사랑함으로써 행복해집니다. (43쪽)

 

 

우아! 별이 쏟아진다. 별이!

하늘을 보고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하니까 밝고 예쁜 별이 얼굴로 쏟아져 내린다. 그지? (149쪽)

 

마지막에는 아트 갤러리. 웃는 하루, 그림으로 피어나다로 마무리된다. 그림과 어우러지는 명언을 들려주며 웃음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웃음은 마음의 치료제일 뿐만 아니라 몸의 미용제이다. 당신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

-칼 조세프 쿠쉘 (181쪽)

 

이 책은 그림과 글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에세이다. 스마일아티스트 피터오의 그림에세이를 보며 마음이 울컥하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왜 그렇게 사는 것이 힘들었을까, 답답하기만 한 일상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힘들고 지쳐 한없이 바닥으로 꺼져가는 듯하다면,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호메로스, 그는 누구인가?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며,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며, 일설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닌 전설이라고.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질문을 던진다.『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의 탄생과 궤적을 추적한 역작이라고 한다. 잘 알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하지만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전설의 저자 호메로스, 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 이야깃속으로 들어가본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감동적이고 영감을 주고 지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애덤 니컬슨은 학교 수업 시간에 그렇게 오랫동안 망각되어온 호메로스가 어째서 평생의 필독서로서 지극히 중요한지를 우아하게 설명한다.

이 작가는 최후의 진정한 박식가 중 하나임에 틀림없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_사이먼 윈체스터,『교수와 광인』저자

 

이 책의 저자는 애덤 니컬슨. 역사, 고전, 바다, 자연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한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영국왕립문학협회 특별회원이다. 북극과 에게 해 여행을 다룬 데뷔작『변경Frontiers』으로 영국작가협회가 해마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내놓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서머싯몸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호메로스가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사한『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선데이 타임스」「이코노미스트」「텔레그래프」『커커스 리뷰』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새뮤얼존슨상 후보에도 올랐다.

나는 서사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던져주는 의의는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14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호메로스를 만나다', 2장 '호메로스를 이해하다', 3장 '호메로스를 사랑하다', 4장 '호메로스를 찾아가다', 5장 '호메로스를 찾다', 6장 '낯선 존재 호메로스', 7장 '호메로스의 실재', 8장 '청동무기의 영웅', 9장 '초원의 호메로스', 10장 '갱과 도시', 11장 '호메로스의 거울', 12장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이어 결론 '찬란한 자취'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서는 호메로스에 대한 저자의 연구 정도로 생각했다. 그저 연구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모아서 엮은, 조금은 난해한 연구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나의 예측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끼며 그가 들려주는 모험담에 귀기울인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전 어느 날 저녁, 영어로 번역된 호메로스를 읽기 시작했다는 문장에서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호메로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그리스어 시간에 호메로스의 시가 나오긴 했지만 마치 그게 무슨 수학의 한 분야이기라도 한 것처럼 배웠기 때문이다. 선생이 초록 칠판에다 기호를 그려놓으면 우리는 한 줄 한 줄, 마치 생선뼈를 발라내듯 그 뜻을 찾아냈다. 고대에 쓰이던 어휘들, 길고 짧은 음절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시구들, 따분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신들. 마치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자세하게 설명하는 전날 꾼 꿈 이야기 같았다. 대체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거기에 무슨 인생이 들어 있단 말인가? (26쪽)

 

고전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는 하찮은 작품으로 생각되더라도 시기만 잘 만나면 인생에서 손꼽을 명작이 되곤 한다. 저자에게도 그때가 바로 그 시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남자인 내게 불현듯 이 시가 그때, 그곳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는 그 목소리를 듣는 이의 마음속 지리를 묘사했고, 구석구석 거대한 은유로 점철되어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27쪽)

 

사실 어떤 책이든 강렬하게 다가올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본다. 고장난 배를 타고 무시무시한 바다에서 항해하며 마흔 시간이 지나서야 사투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그 순간,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이미 접했지만 그때 만난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뒤흔드며 강렬하게 파고들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그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호메로스를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그 이후 방대한 연구를 통해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은 관련 연구자에게만 필요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일반인 누구에게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와 제목, 두께에 약간 겁을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펼쳐들면 저자가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험담을 보는 듯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지식 여행을 하는 듯하다. 낱낱이 짚어보며 분석하는 듯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세세하게 살펴보는 듯하지만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를 한 권에 짚은 것이다. 그의 열정에 함께 동참하며 끌려다니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이라는 설명이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흘려보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금까지 호메로스에 한 번도 공감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선데이 타임스의 추천사도 제법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호메로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옮긴이의 말까지 총 487페이지에 걸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 적어놓은 말을 기억하며 읽어야할 것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서로 연결된 한 쌍의 질문이 놓여있다. 바로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하는 물음이다."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인지, 맹인인지,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세계관 비교, 오역에 관한 이야기 등 방대한 내용을 꼼꼼하게 다룬다.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펼쳐들면 에너지가 느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소식은 한동안 사람들의 이슈가 되었다. 사람들은 떠들썩했고 의견은 분분했으며 승패는 예상 밖이었다. 나또한 예상을 뛰어 넘는 인공지능의 능력을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왓슨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암환자 진료에 나섰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어디까지 진화하고 펼쳐질까. 그렇다면 전문직으로 알려진 인간의 직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서서히 자리를 빼앗기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약국에서 200만 건의 처방을 실수 없이 조제한 로봇약사, 최고위임원에게 경영컨설팅을 하는 IBM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책 뒷표지 中)

 

이 책《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를 보여준다. 이 책은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최고 자문역이 30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21세기 전문직 혁명 안내서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인간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는데에 하루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게다가 인간 기억력의 한계도 있지 않은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기자, 교육자…… 인간 전문가는 기술에 맞서 어떻게 도태되고, 어떻게 살아남는가? 이 책이 던져주는 질문에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얼 서스킨드 공저다. 리처드 서스킨드는 강연자이자 작가이며 국제적 전문가기업 및 영국 정부의 독립자문위원이다.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 컬리지에서 법률 및 컴퓨터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률 기술 전문가로서 30여 년간 기술이 전문직에 가져올 변화 양상을 연구해왔다. 대니얼 서스킨드는 2012년 옥스퍼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영국 국무조정실에서 파트타임 선임 정책자문관으로 2년간 일했다. 현재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 칼리지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변화의 물결'에서는 전문직의 변화를 살펴본다. 전문가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현재 상황이 초래하는 문제, 전문직에 관해 다룬 다양한 이론을 살펴보고, 전문직의 변화, 패턴과 추세를 짚어본다. 2부 '변화를 뒷받침하는 이론'에서는 이론에 초점을 맞춘다. 정보와 기술, 지식의 생산과 분배에 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3부 '변화가 미치는 영향'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 전문직 이후에 대해 설명한다. 총 3부 7장을 통해 저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론에서는 '우리 모두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이 책을 펼쳐들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말 어려운 일은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란 사람들의 마음 구석구석까지 뿌리내린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_존 메이너드 케인스

예전과 비교해보면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통신수단만 보아도 그렇다. 집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삐삐를 이용하고, 전국민이 핸드폰을 들고다니는 시대가 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세상은 또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새로운 수단을 생각하고 개발한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필요한 것, 갖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하고 생각을 변화시킨 점일 것이다.

 

일반인으로서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미래의 모습을 뒷받침되는 여러 가지 자료와 연구를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책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두려워하며 읽게 되었다.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논리적으로 뒷받침된 자료를 보면 가능성이 큰 미래이기에 저자들의 통찰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그들의 예상에 의아하기도 했다. 한치 앞만 보며 살던 사람으로서 장기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은 암 진단을 돕고 치료 계획을 제시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을 고안하는 데도 쓰인다. 의사 한 명이 2014년 새로 출간된 의학서적 중 2%만 읽으려 해도 매일 2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의학 관련 논문은 평균 41초마다 하나씩 출간된다. 왓슨은 이 같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탐색해 새로운 출판물의 흐름을 계속 따라잡을 수 있다.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구독자 중 49%가 증거 기반 의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왓슨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단 지연, 누락, 오진율이 10~20%에 이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79쪽)

인공지능 왓슨이 이제 국내에서도 진료를 시작했다. 첫 걸음을 뗀 셈이다. 미래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계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왓슨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저자들의 예측에 시선을 고정한다. 이미 현재가 되어있는 사실들과 눈앞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세상의 변화에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혁해 나갈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저자들은 뛰어난 연구 결과와 유려한 문장을 바탕으로, 해박함과 통찰력이 번뜩이는 이야기를 펼치며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이 책은 기술이 불러온 근본적인 변화에 영향받지 않을 전문직은 없다는 것, 그리고 저항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전례 없는 기회를 얻으리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_의학박사 니컬러스 라루소 교수, 메이요 클리닉 혁신센터 설립자 및 센터장

 

이 책을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양상에 대해 짐작해본다. 저자들의 해박함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각종 자료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서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옮긴이가 잘 소개해주었다.

전문직으로서 일하고 있는 독자라면 내가 그랬듯 이 책 한 장 한 장이 허투루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가 되려 하거나 자녀, 학생에게 전문직을 추천할지 고려하는 사람 역시 심각하게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리고 전문직에 별 관계도 관심도 없는 (잠재적) 독자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와 도전이 전문직 앞에 닥친다면 '비전문직'은 이미 휩쓸린 이후일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원서의 열쇠말인 'profession'은 전문직이 아니라 차라리 '직업'이라고, 따라서 원제인 'The Future of the Professions' 역시 '전문직의 미래'라기보다는 '직업의 미래'라고 새겨 읽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옮긴이의 글 中)

그밖에도 전문직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사람, 직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요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미래이기에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