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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
아렌트 판 담 지음, 알렉스 데 볼프 그림, 유동익 옮김 / 별숲 / 2016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럽 문화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들, 아렌트 판 담과 알렉스 데 볼프는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에 있는 국제 학교들의 초청을 받아 많은 도시들을 방문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축제, 전통 음악과 무용, 음식, 건물과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유럽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담게 된 것이다.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담아내어 현장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을 읽으며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유럽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 직접 유럽 여행을 하며 쓴 책이라는 점에서 피부에 와닿는 강도가 다른 책이다.
글쓴이는 아렌트 판 담. 네덜란드 생. 1983년에 동화《도너츠볼과 불꽃놓이》를 펴내면서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여행을 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다루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주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이야기로 담아낸다고 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동화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린이는 알렉스 데 볼프. 역시 네덜란드 생.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박물관에 자주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으며 만화책 수집광이었다. 1982년부터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에 삽화와 만화를 그리고 있다.
이 책에는 스페인의 인간 탑, 헝가리의 구야시, 프랑스의 성들, 영국의 음악, 오스트리아의 산처럼 자기 나라의 가장 특별한 점을 발견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6쪽)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트, 독일, 라트비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리히덴슈타인, 마케도니아, 모나코, 몬테네그로, 몰도바, 몰타, 바티칸시국, 벨기에, 벨라루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산마리노, 세르비아,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안도라, 알바니아, 에스토니아, 영국,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체코, 코소보, 크로아티아, 터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차례에 실린 국가 이름이다. 솔직히 처음 보는 국가도 있다. 어린 시절, 다양한 국가명을 접해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넓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직접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 나라의 특징에 대해 물으면 아이들이 답변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나라마다 아이들의 답변은 평범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하다. 나라 자체보다도 각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흐리스토는 불가리아의 특징이 뭐냐는 질문에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이라고 했다. 흐리스토는 귀를 기울여 뭔가를 듣고 있었다. 큰 도시의 광장 안 오래된 건물 앞에 서 있는 이 소년은 무엇을 듣고 있을까? 오토바이의 부릉거리는 소리일까? 아니면 버스 브레이크가 삐걱거리는 소리일까? 둘 다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광장 중앙에 있는 분수대의 물소리를 듣고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분수대에서 맑은 물소리가 나고 있으니까. 물방울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시내와 강, 여울과 폭포에 대한 노래처럼 들린다. 불가리아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나라마다 그런 고유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분수대 물소리 위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리스토 뒤편 건물에서 들려오는 합창 소리였다. 고음이 맑게 들렸다. 분수대 물소리처럼 목소리들이 서로 춤을 추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린이 합창단이에요." 노래가 끝나자 흐리스토가 설명했다. (103쪽)
질문을 던지는 어른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이라고 하며 주의를 집중시키는 꼬마 아이가 귀엽게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력 있는 답변을 들으며 여행이 풍부해졌을텐데 왜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루고 있고, 그곳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들 말이다. 각각의 나라에 대한 특징을 그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보는 나라 이름이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아이를 떠올리며 마음에 담아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관심의 시작이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도 키워가고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시야를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라 별로 짤막하게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 유럽 곳곳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와 함께 나눌 대화가 많아질 것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나라 중 어디에 가고 싶은지, 누구의 대답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누군가 한국의 특징이 무엇인가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등등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면, 이 책을 보다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