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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 문학의 기원, 문명의 효시, 인생의 통찰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호메로스, 그는 누구인가?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며,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며, 일설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사실이 아닌 전설이라고.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질문을 던진다.『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의 탄생과 궤적을 추적한 역작이라고 한다. 잘 알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하지만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전설의 저자 호메로스, 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 이야깃속으로 들어가본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감동적이고 영감을 주고 지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애덤 니컬슨은 학교 수업 시간에 그렇게 오랫동안 망각되어온 호메로스가 어째서 평생의 필독서로서 지극히 중요한지를 우아하게 설명한다.
이 작가는 최후의 진정한 박식가 중 하나임에 틀림없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_사이먼 윈체스터,『교수와 광인』저자
이 책의 저자는 애덤 니컬슨. 역사, 고전, 바다, 자연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한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영국왕립문학협회 특별회원이다. 북극과 에게 해 여행을 다룬 데뷔작『변경Frontiers』으로 영국작가협회가 해마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내놓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서머싯몸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호메로스가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사한『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선데이 타임스」「이코노미스트」「텔레그래프」『커커스 리뷰』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새뮤얼존슨상 후보에도 올랐다.
나는 서사시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던져주는 의의는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14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호메로스를 만나다', 2장 '호메로스를 이해하다', 3장 '호메로스를 사랑하다', 4장 '호메로스를 찾아가다', 5장 '호메로스를 찾다', 6장 '낯선 존재 호메로스', 7장 '호메로스의 실재', 8장 '청동무기의 영웅', 9장 '초원의 호메로스', 10장 '갱과 도시', 11장 '호메로스의 거울', 12장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이어 결론 '찬란한 자취'로 마무리된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서는 호메로스에 대한 저자의 연구 정도로 생각했다. 그저 연구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모아서 엮은, 조금은 난해한 연구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나의 예측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끼며 그가 들려주는 모험담에 귀기울인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전 어느 날 저녁, 영어로 번역된 호메로스를 읽기 시작했다는 문장에서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호메로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그리스어 시간에 호메로스의 시가 나오긴 했지만 마치 그게 무슨 수학의 한 분야이기라도 한 것처럼 배웠기 때문이다. 선생이 초록 칠판에다 기호를 그려놓으면 우리는 한 줄 한 줄, 마치 생선뼈를 발라내듯 그 뜻을 찾아냈다. 고대에 쓰이던 어휘들, 길고 짧은 음절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시구들, 따분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신들. 마치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자세하게 설명하는 전날 꾼 꿈 이야기 같았다. 대체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거기에 무슨 인생이 들어 있단 말인가? (26쪽)
고전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는 하찮은 작품으로 생각되더라도 시기만 잘 만나면 인생에서 손꼽을 명작이 되곤 한다. 저자에게도 그때가 바로 그 시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남자인 내게 불현듯 이 시가 그때, 그곳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는 그 목소리를 듣는 이의 마음속 지리를 묘사했고, 구석구석 거대한 은유로 점철되어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27쪽)
사실 어떤 책이든 강렬하게 다가올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본다. 고장난 배를 타고 무시무시한 바다에서 항해하며 마흔 시간이 지나서야 사투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그 순간,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이미 접했지만 그때 만난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뒤흔드며 강렬하게 파고들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그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호메로스를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그 이후 방대한 연구를 통해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은 관련 연구자에게만 필요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일반인 누구에게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와 제목, 두께에 약간 겁을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펼쳐들면 저자가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험담을 보는 듯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지식 여행을 하는 듯하다. 낱낱이 짚어보며 분석하는 듯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세세하게 살펴보는 듯하지만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를 한 권에 짚은 것이다. 그의 열정에 함께 동참하며 끌려다니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이라는 설명이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흘려보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금까지 호메로스에 한 번도 공감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선데이 타임스의 추천사도 제법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호메로스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옮긴이의 말까지 총 487페이지에 걸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 적어놓은 말을 기억하며 읽어야할 것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서로 연결된 한 쌍의 질문이 놓여있다. 바로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하는 물음이다."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인지, 맹인인지,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세계관 비교, 오역에 관한 이야기 등 방대한 내용을 꼼꼼하게 다룬다.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펼쳐들면 에너지가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