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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평점 :
비혼세, 영노자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퀴어무당 홍칼리 님이 출연하신 에피소드를 수시로 반복해 듣는다. 칼리 님이 쓰신 이 책도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는데, 다른 책들을 먼저 읽느라 못 읽고 있다가 어젯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자기 전에 후루룩 읽었다(이것도 인연, 운명이겠지요...).
책에는 저자가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 사연과 전업 무당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희로애락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저자는 프리랜서 예술가였다. 그러다 임신중지 수술과 애인의 배신이라는 큰 고통을 겪었고, 설상가상으로 사회적 소외감과 단절, 경제적 어려움, 건강 악화 등의 시련이 밀려왔다. 이때 종교에 의지하려고 기독교, 불교 등 여러 종교의 문을 두드렸으나 약자를 배려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실망했고, 유명한 무당에게 내림굿을 받으라는 말을 들었으나 금액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좋은 신 선생님을 만나 무료로 내림굿을 받고 전업 무당이 된 저자는, 무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사람을 치유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점사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똑같이 상관이 많은 사주인데 남자는 출세하고 여자는 이혼을 많이 한다는 식으로 성차별적인 풀이를 하는 해석자가 과거에는 (지금도) 많았다. 저자는 그러한 풀이를 지양하며, 이성애 독점 관계에 갇힌 해석도 하지 않는다. 점사를 보기 전에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먼저 묻고,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대신 '애인'으로 명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동물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노동 착취,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한 자세를 취한다. 이 밖에도 무당에 대해, 무당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이야기가 많다. 칼리 님의 이야기를 좀 더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