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를 맞이해 자기계발 관련 도서를 몇 권인가 읽었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성공도서도 있고, 돈 잘 버는 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도서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 <미운 나>였다. 이 책을 쓴 섀넌 카이저는 대학 졸업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기대한 것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퇴사와 이사,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 불운이 이어지면서 저자는 오랜 지병이었던 섭식 장애와 약물 중독, 임상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과 똑같은 30대 여성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라이프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알려주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다니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마침내 저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증상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고, 오랜 고민과 성찰 끝에 모든 증상의 원인은 단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에게 자기 자신은 고치고 부정해야 할 대상이었지,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한, 긍정적인 존재인 적이 없었다.





저자의 이런 깨달음은 어머니와의 대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말로는 저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어린 시절 저자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면 그만 먹으라고 타일렀고 살을 빼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위협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은연중에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 '사랑받고 싶으면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욕망하는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진짜 '나'로 존재하지 못했던 내가 불쌍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세상에 나를 맞추려고 너무 열심히 애썼기 때문이 아닐까. (24쪽) 


저자뿐 아니라 부모로부터 외모를 지적받고 체중을 관리당하는 딸의 경우는 왕왕 있다. 나의 지인은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체중이 부쩍 늘었다는 이유로 간장 종지에 밥을 담아줬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는 현재 모델 못지않은 날씬한 몸을 지녔지만, 자신이 체중에 강박을 가지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며 그때 품은 원망을 아직까지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체중 외에도 부모로부터 받은 지적이나 훈계, 잔소리 때문에 자기 자신을 폄하하고 멸시하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부모는 자식을 아끼고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자식도 인간이고 상처를 받는다. 더욱이 자식에게 부모는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니라 조물주, 절대자와 같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자식이 있다면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바꿀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는 있다. 저자는 총 3개월에 걸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실험에 도전했다. 첫 번째 달은 몸의 자유를 위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두 번째 달은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실험에 도전했다. 세 번째 달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연습에 도전했다. 자기애 실험을 마친 후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열다섯 가지 원칙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내게는 20년 동안 복권 당첨에 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복권에 당첨되면 새 차를 살 거야." 

"복권에 당첨되면 늘 듣고 싶었던 온라인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결제할 거야."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친구야, 그걸 지금 하는 게 어때? 왜 복권이 네 길을 막고 있는 걸 그냥 놔두는 거야?" (67쪽)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친 대목이다. 한창 시험공부를 하던 시절, 나는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일본 여행도 하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도 실컷 읽고, 은퇴하면 타샤 튜더나 베아트릭스 포터처럼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그것들을 팔며 살 거라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합격 소식은 요원했고, 도망치듯 떠난 일본 여행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나 자신이 되는 자유. 내가 나답게 사는 자유. 


시험공부를 접은 나는 디자인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 은퇴 후에나 하려고 했던 일을 5년 가까이 하고 있고, 해마다 일본 여행을 한두 차례씩 하고 있고, 책은 2천 권 넘게 읽었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벌이도 더 좋고 안정적이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삶이 되었겠지만, 시험을 포기한 대신 얻은 지금의 삶이 나로서는 더욱 마음에 들고 나다워서 좋다. 이따금 시험공부를 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만약 그 시간 없이 바로 취업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후회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자기애 실험 결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욕구, 욕망,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에 솔직하게 되었고 그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저자는 예전에 먹을 때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이로 인해 정량보다 많이 먹고 체중이 늘고 자기 자신을 비관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자기애 실험 이후 저자는 예전처럼 먹을 때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어차피 먹을 음식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자고 생각하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애 실험은 오히려 내가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놓아버리는 데서 시작됐다. 

자기애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솔직한 것이다. (102쪽) 


저자는 또한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을 그만두고 자신의 내면과 잠재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룹 SMAP의 대표곡 중에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한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작은 꽃과 큰 꽃, 무엇 하나 같은 건 없으니 NO.1이 되지 않아도 돼요. 원래 특별한 Only one.' 


꽃이 저마다 다른 씨앗을 품고 다른 꽃잎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품고 다른 삶의 모습을 발현해야 맞지 않을까. 내 안에는 어떤 씨앗이 있을까. 나는 어떤 색을 지닌 꽃잎을 피울까. 나를 미워할 시간에 이런 고민을 한다면 삶이 더욱 생동감 있고 윤택해질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2-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키치 님의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예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인가? 책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리뷰 읽으면서 그 책 생각이 났어요. 자신을 사랑하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키치 2018-02-09 17:28   좋아요 0 | URL
저자의 솔직함에 저 또한 영향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쓴 것 같습니다 ㅎㅎ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참 어려운 일이지만 살면서 꼭 해내야 하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