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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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며 한국에도 이런 작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마스다 미리를 연상케 하는(또는 뛰어넘는) 한국 작가가 여러 명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의 저자 '도대체'다. 인터넷에 무심코 올린 만화 <행복한 고구마>가 누적 조회 수 500만을 돌파하며 이름을 알린 도대체의 첫 그림 에세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마스다 미리의 일상 만화에 재미 한 스푼과 찌질함 반 스푼을 더한 듯한 맛이 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재미가 약하다, 찌질함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내 입맛엔 딱이다.





이 책은 책상 앞에 앉아서 각 잡고 읽기보다 소파에 기대거나 침대에 누워서 설렁설렁 읽기를 추천한다. 나는 택배 상자를 받고 포장을 뜯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읽고 침대에 누워서 한 번 더 읽었다. 한 번 읽었을 때나 한 번 더 읽었을 때나 웃음이 계속 터져서 혼났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사실 이미 다 했지만 상사가 눈치챌까 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나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떡볶이랑 순대 먹자는 말에 눈을 번쩍 뜨는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나 같은지(인생 뭐 있어? 먹으려고 사는 거지~) ㅋㅋ





'오늘은 정말 그만둔다고 말해야지' 결심했다가도 갑자기 느껴지는 치통에 '치과 견적 먼저 받아보고 결정할까' 고민하는 것도(그놈의 월급과 4대 보험이 뭔지), 작은 모깃소리를 귀신같이 알아듣고 자다가도 눈뜨는 능력을 가진 주제에 정작 모기 잡는 능력은 없어서 밤새 모기와 '혈투'를 벌이는 것도 딱 내 이야기다(이제는 무시하고 이불 덮고 잡니다만). 내가 겪을 때는 답답하고 억울했던 일도 만화로 보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실시간 다큐멘터리'인 삶이 남의 눈에는 흐뭇한 '명랑만화'처럼 보이겠지. 그렇다면 어깨에 힘 좀 덜 넣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실패와 절망의 연속이지만 약간의 성공과 희망을 더하면 살아볼 만하다는 메시지도 마음에 남는다. '하나, 퇴사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면 회사로 택배를 주문하세요. 둘, 슬픈 생각이 들 땐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고 나왔는지 떠올리세요. 셋, 살이 자꾸 찐다면 살면서 뭔가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세요. 넷,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일단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팁은 단연 네 번째다. 인생이 꼬였을 때는 비빔국수를 먹으라. 그러면 인생이 꼬인 사람에서 인생이 꼬였지만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으로 변신할지니(천잰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메뉴는 비빔국수로 정했다(오늘 난 인생이 꼬였지만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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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11-1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리뷰를 올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ㅎㅎ

키치 2017-11-17 20:11   좋아요 1 | URL
서평 쓰며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불금이잖아요 ㅎㅎ 즐거운 불금&주말 보내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