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김철수 - 사람을 찾습니다
정철 지음, 이소정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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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부터 꼰대가 될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지면? 자식들이 성장하면? 카피라이터 정철의 신간 <꼰대 김철수>에 따르면 꼰대는 '선택'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상사든 부하든, 기혼이든 비혼이든, 남자든 여자든, 생각이 정체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스스로 꼰대 옷을 입는 순간부터 꼰대가 된다. 나이 어린 꼰대, 신입사원 꼰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꼰대가 선택이라는 건 꼰대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꼰대를 치료하는 방법 첫 번째는 세상에서 널리 통용되는 통념에 대해 '아니오'라고 반기를 드는 것이다. 어른들 말씀은 늘 옳다, 누구든 꿈 하나는 있어야 한다, 두리번거리는 개가 길을 잃는다 등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말들에 대해 저자는 하나씩 반박한다. 


어른들 말씀은 늘 옳다는 믿음은 '다수라는 안전지대로 황급히 몸을 옮기는' 못된 관성에서 비롯된다. 꿈은 의무도 아니고 선택도 아니며 그냥 운명 같은 것이다. 꿈은 '피할 도리 없는 기습 같은 것'이니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고 못 찾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두리번거리는 개는 주인 따라 걸을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다리에 없던 힘이 실리고 원하던 길로 스스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두리번거리고 기꺼이 방황해도 된다. 


꼰대를 치료하는 방법 두 번째는 말 조심이다. 꼰대들의 생각과 언어를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살펴 경계하면 인생이 바뀐다. 가령 꼰대들이 자주 쓰는 '왕년'이라는 말은 자신이 한때 잘 나갔음을 부각함으로써 지금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람인지 만천하에 자백하는 효과가 있다(유사품으로 한때, 그때, 옛날에, 소싯적에 등이 있다). '오지랖'을 떠는 사람은 스스로를 멘토라 생각할지 몰라도 그의 오지랖을 들어야 하는 사람 눈엔 그저 꼰대다. 


"책에 실린 글은 내가 나에게 내리는 처방전입니다. 내가 나에게 조금만 천천히 꼰대가 되라고 부탁하는 호소문입니다." 저자는 '꼰대 김철수'가 실은 자기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니 꼰대를 무조건 미워하지만 말고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부탁한다. 


어디 저자뿐이랴. 저자가 그린 '꼰대 김철수'의 모습은 내 안에도 있다. 뭘 하든 효율성을 따지고, 규율이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못 참고,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할 때가 나에게도 있다. 나는 꼰대가 아니다, 꼰대가 될 리 없다는 이분법적 사고와 맹신이야말로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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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8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신문에서 봤는데요, ‘젊은 꼰대’에 관한 보도문을 읽었어요. ‘꼰대’가 나이 든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제 또래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도 ‘꼰대’ 기질이 있습니다. 대학교 학과 생활, 군대 생활에서도 ‘젊은 꼰대’ 유형의 인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도 그런 사람들을 만났고, 어울렸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꼰대짓을 할 수도 있어요.

키치 2017-02-28 15: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대학교 때나 사회 생활 초반에 뭣 모르고 꼰대질 하는 사람들 제법 많습니다. 오히려 나이드신 분들 중에 스스로 꼰대될까 염려하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합니다. 이 책 저자의 말대로 꼰대는 나이가 아니라 선택인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