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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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는 보람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요. 사는 보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 속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p.133)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에서 <주말엔 숲으로>를 가장 좋아한다. 도시를 떠나 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 주말마다 하야카와의 집에 묵으며 일상을 재충전하는 마유미와 세스코. 세 친구가 하야카와의 집에 모여 실컷 먹고 수다를 떤 다음 개운한 기분으로 숲 속을 거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함께 걷고 싶다(제발 저를 끼워주세요!).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 <너의 곁에서>를 읽었다. 7년 사이 하야카와에게는 새 식구가 생겼다. 센스 만점인 남편과 귀여운 초등학생 아들 타로다. 어느 날 타로네 반에 출산 휴가 중인 담임 교사를 대신할 임시 교사 다카기 히나가 온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학교 임시 교사가 된 히나는 사실 어머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도시에 사는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살림에 참견하는 것으로 모자라 틈만 나면 도시에 돌아오라는 둥, 맞선을 보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주말엔 숲으로>가 싱글 여성이 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삶의 대안을 제시했다면, <너의 곁에서>는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가족이란 벽을 그린다. 히나의 벽은 어머니이다. 히나는 원하는 대로 살고 싶고 그럴 능력도 있지만, 그런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어머니 때문에 혼란스럽다. 히나 어머니의 벽은 히나다. 그녀는 일까지 그만두며 키운 딸이 이제 다 컸다고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서운하다. 자식만 보고 살다가 이제 와서 자기만의 삶을 살기도 막막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또 다른 어머니 하야카와는 어떨까. 하야카와는 일곱 살배기 아들 타로를 키우고 있지만 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타로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하야카와가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타로를 두고 혼자서 다녀오기도 한다. 하야카와는 타로 때문에, 타로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참지 않는다. 타로를 자기 인생의 대리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하야카와의 '사는 보람'은 타로가 아니다. 그것은 하야카와가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 찾아낼 것이다.


하야카와는 친절한 나무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체코 교회의 음악회. 모차르트의 곡이 교회 안에 울렸고 그 소리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이 흘렀던 일. 그리고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계에 이별을 고하고 언젠가 죽을 자신이 슬펐던 일. '이 슬픔은 분명 아름다움의 일부겠지.' (pp.137-8)

하야카와는 안다. 슬픔도 아름다움의 일부이며,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도 한때는 한 몸처럼 가까웠어도 때가 되면 거리를 두고 언젠가는 영영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가 괴로울 뿐이라는 것을. 하야카와는 아마도 자연으로부터 이걸 배우지 않았나 싶다. 찬 바람이 불면 나무는 이파리를 떨구지만 그래야 봄이 되면 새 잎이 되고 여름 지나 가을 오면 알찬 열매를 맺는다. 부모와 자식도 서로 간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헤어짐을 겪어야 한다. 


육아 7년 차에 벌써부터 '득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하야카와. 이런 엄마를 둔 아들 타로는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하야카와와 마유미, 세스코, 히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기다려도 되는지 기약은 없지만 부디 다음 이야기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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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공감가는 이야기가 펼쳐질꺼 같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