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당신만이 

당신의 글쓰기 공간을 보호할 수 있다. 

당신은 교도소장이고 간수이며 동시에 죄수다. (p.37) 


에릭 메이젤은 20년 넘게 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을 상담, 코치해온 작가이자 심리치료사다. 그의 책 <작가의 공간>은 작가나 작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글쓰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공간에서 어떻게 창작이라는 마법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글쓰기에 필요한 첫 번째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다. 외부의 방해 없이 조용히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작업실을 가지는 것도 좋고, 은은한 커피향 속에서 이따금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카페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작업실을 차리거나 커피값을 치르며 카페에 갈 필요는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후세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의 필수품은 의자와 테이블, 종이와 필기구(요즘은 컴퓨터), 닫힌 문과 창문을 가릴 커튼, 약간의 경외심과 흥분한 두뇌였지, 그 이상이 아니었다. 


작가에게 필요한 공간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다. 누구의 자식, 누구의 부모, 어느 회사의 직원 같은 일상적 자아로부터 벗어날 정신적 공간, 자신의 돌출된 개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간, 창작으로 이어지는 영감을 옥죄는 구속이나 한계로부터 벗어나는 성찰의 공간, 집중을 방해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있는 상상의 공간, 작가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실존의 공간 등이 두루두루 필요하다. 


이름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작가 되기를 꿈꿨으면 작가로 먹고살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의미를 '찾지' 말고 '만들라'고 주문한다. 나를 꿈꾸게 만들고 황홀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잠깐의 자극이나 유혹으로 여기지 말고 평생 가져갈 화두이자 생의 과업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글 쓰는 즐거움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면, 글 쓰지 말아야 할 이유 - 재능이 없다, 밥벌이하기 어렵다 등등 -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할 이유를 찾으라고 충고한다. 가장 좋은 건 지금 당장 쓰는 것이고. 


작가의 공간은 단순히 글을 쓰고 고치는 공간이 아니라, 글쓰기에 처음 매혹되었을 때의 마음가짐과 글을 계속 써나갈 용기를 지킬 성채와도 같다. 그 성문을 굳건히 지킬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성문을 열어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작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내가 머무는 공간들의 상태는 어떤지 찬찬히 점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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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4-1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디자인이 예뻐요. 저는 작가도 아닌데 그냥 하나 사다가 탁자위에 올려 놓고 싶을 정도로 ㅠㅠ

키치 2016-04-19 14:14   좋아요 0 | URL
표지가 단정하니 깔끔하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작가 아닌 사람도 영감을 받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