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1~5 세트 - 전5권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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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농구 대잔치, NBA,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 농구와 관련된 이벤트와 콘텐츠가 농구 팬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시절 농구 인기의 중심에 만화 <슬램덩크>가 있었다. 농구는커녕 만화도 잘 모르는 아이였던 나조차 슬램덩크를 봤다. 당시 친구네 집 책장에 슬램덩크 전권이 있어서 매일같이 동생이랑 놀러 가서 해가 저물도록 슬램덩크를 봤강백호가 바보짓을 하면 배를 잡고 웃고, 강백호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대견해하고, 시합에서 지거나 안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울었다. 농구의 농 자도 모르는, 어린아이 주제에 말이다. 


그렇게 만화 슬램덩크를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최소 다섯 번은 읽고, TV 만화도 보며(당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휩쓸었던 가수 박상민이 주제가를 불렀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너에게 가고 있어~") 나이를 먹었지만, 슬램덩크에 대한 사랑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린 시절 나와 함께 친구 집에서 만화를 보았던 동생은 성인이 되어 돈을 벌자 제일 먼저 슬램덩크 애장판 세트를 구입했고,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책도 샀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슬램덩크의 배경인 에노시마, 가마쿠라 지역을 일부러 일정에 넣어 만화 속 북산고 학생들이 타고 다니던 전차인 에노덴에 타보기도 하고, 만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만화 <슬램덩크>의 위대함은 나중에 더 많은 만화를 보고 일본 문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슬램덩크의 일본 누계 판매 부수는 무려 1억 2000만 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소년점프'의 빅히트작 <드래곤볼>, <원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후 출간되는 스포츠 만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슬램덩크는 만화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주었다. NBA의 인기와 맞물려 농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일본에 농구 붐을 일으켰으며, 처음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유명인들의 애독서로 거론된다. 


얼마 전 <슬램덩크>가 오리지널 박스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름이 돋았다. 그도 그럴 게, 2001년 완전판 발매와 함께 절판된 오리지널판은 어린 시절 나와 동생이 친구네 집에서 보았던 슬램덩크와 똑같은 형태다. 디지털 편집을 통해 명장면과 대사를 고스란히 살렸다. 완전판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어린 시절에 봤던 슬램덩크와 똑같은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 내심 아쉬웠는데, 이번에 오리지널판으로 나온다고 하니 참 반갑다. 다른 점이 있다면 90년대에 출간된 오리지널판에서 시대 분위기상 삭제될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과 완전판에서 빠졌던 코믹한 컷들을 모두 살렸다는 것. 이 또한 슬램덩크를 오리지널판으로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다시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을 읽으면서 명작은 처음부터 명작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나온 지 20년이 훨씬 지난 작품인데도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연재 초기와 이후의 그림이 확연히 다른 작품이 부지기수인데, 슬램덩크는 작가의 초기작이고 시리즈의 시작 부분인데도 그림이 아주 좋다. 심지어는 나중에 더 좋아진다. 인물 설정이며 대사, 장면 하나하나도 완벽하다. 어설프거나 쓸데없는 것이 없다.  


1권부터 3권까지 후다닥 읽고 든 아쉬움은 단 하나. 나의 최애캐, 불꽃남자 정대만의 에피소드가 아직 안 나왔다는 것(ㅠㅠ)!! 애장판이 있으니 이어서 읽으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리지널판으로 읽는 맛은 다른 것 같다. 오리지널판에 추가되는 장면도 있다고 하고. 올 추석 선물은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으로 할까. 남에게 주는 선물 말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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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9-24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티를 안내려고 했는데 박상민의 슬램덩크 주제가에서 무너지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있어~˝가 막 흥얼거려 지는거예요 ㅎㅎㅎ
저는 티비 만화로만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정말 재밌게 봤던 만화라는 기억이 납니다.
특히 강백호란 이름이 왜 이리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저희 신랑이 저보다 1살 많은데 옛날에 봤던 만화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저도 이 책 사다가 신랑이랑 봐야겠는데 ,, 추석이 끼여서 추석 지나고 봐야할거 같아요 ㅋㅋㅋ
택배아자씨들에게 미안해서 요즘은 알라딘 구매를 자제하고 있어 슬프답니다 ㅎㅎ
무튼 키치님 덕분에 추억도 돋아나고 참 행복해지는 글이였습니다 ^^ 잘 읽었어요

앗 그리고 일본 여행! 정말 부럽습니다.
어릴적 좋아했던 책의 장소를 찾아가 즐기시는 모습!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키치 2015-09-24 19:49   좋아요 0 | URL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있어~ 그 노래 너무 좋죠 ㅎㅎ 저도 종종 흥얼거려요 ㅎㅎ
저도 TV만화로도 보고 애장판으로도 봤는데 맨처음 봤던 오리지널판으로 보니 정말 좋더라구요.
택배 기사님들 너무 고생하셔서 추석 지나고 주문하신다는 마음 씀씀이도 멋지십니다.
남편 분이랑 함께 만화 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좋은 선물 될 것 같습니다.

슬램덩크의 무대인 에노시마, 가마쿠라 지역은 도쿄에서도 가깝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라서 기회 되시면 가보시길 권해드려요 ^^
강백호를 비롯한 북산고 선수들이 타고다니던 기차도 탈 수 있고,
선수들이 훈련하던 바닷가도 볼 수 있답니다 ㅎㅎ 저도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