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카톡 - 읽다 떠들다 가지다
김성신.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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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서평'이라는 기발한 형식의 서평집이 나왔다. 제목은 <북톡카톡>. 공저자 두 사람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카톡) 상에서 나눈 책에 대한 수다를 신조어, 비속어, 줄임말 등을 빼지 않고 백 퍼센트 그대로 책으로 담았다. 저자는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 <개그야>에 출연한 바 있으며 현재는 대한민국 최초의 코미디언 서평가로 활약하고 있는 남정미와 15년 넘게 방송과 신문을 통해 출판평론가로 책을 소개하고 있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편집위원 김성신. 두 사람이 전부터 방송을 통해 호흡을 맞춰서인지 대화 내용이 오랜 친구 사이처럼 가깝고 친근해 읽는 내내 유쾌했다.

 


그렇다고 유쾌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서평이라고 하면 전문적으로 평론을 공부했거나 출판계에 종사하거나 글쓰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누구나 서평을 할 수 있고 어떤 형식이든 책[書]에 대한 평(評)이기만 하면 서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의 경우 전문 서평가라면 내용상 오류가 없는지, 형식상 특징이 무엇인지, 현 사회에 이 책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학문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겠지만, 이 책은 카페에서 본 젊은 여성들이 아리따운 외모가 무색하게 입이 걸져서 당황했다는 일상적인 화제로 시작해 후배가 보낸 문자에서 발견한 오타, 네티즌이 만든 영화 자막파일에서 본 맞춤법 오류 등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로 책 소개를 갈음한다. 그런데도 책이 궁금하고 직접 읽어보고 싶다. 이렇게 이 책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 어필하는 서평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형식만 기발한 것이 아니라 내용에도 깊이가 있다. <장서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수집만 하는 사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책을 읽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비판 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 나온다. '성신 :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 지식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으면 쉽게 오만해져서 결국 신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할 수 있어요. 세상을 크게 어지럽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스탈린도 모두 독서가였어요. 지식이 머리에 고여 썩게 만든 다음, 한꺼번에 잘못 배설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p.120) 서평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책을 예찬하고 책 읽기를 권하지 않고 잘못된 책 읽기를 경계하는 내용도 나오니 좋다. 책이란 저자가 무수한 독자에게 던진 말이기도 하기에 대답이 필요하다. 대답하는 방법으로는 서평이 있고 창작도 있고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또 다른 독자와의 대화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좋으니 저자에게 닿든 닿지 않든 읽었으면 쌓아두지 말고 배설하자.



독서의 효용에 관한 대목도 나온다. '정미 : 저는 이 책에서 "이제 우리는 'expert'가 아닌, 'professional'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던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전기드릴이 잘 팔리는 상황을 보고 '더욱 성능이 뛰어난 드릴을 팔자.' 라고 생각하는 자가 엑스퍼트라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을 뚫는 일이구나.'를 생각하는 자는 프로페셔널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정말 머리에 쏙쏙 박히던데요. 성신 : 그러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인문학적 교양부터 쌓아야 한다는 설명이었지요. 정미 : 맞아요. 주어진 상황에, 주어진 정보만 보고도 즉각적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으려면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통찰력은 책을 읽으면 반드시 생긴다는 이야기였지요.' (<마흔 이후, 인생길> p.264)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확실히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수천 년 전의 사람들 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부터 지혜의 정수를 전해받거나 혼자서 오롯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는 책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이 책이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현대와 고전의 만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가 아닐까. 이러한 기발한 시도가 이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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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는 페이스북에서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처럼 이미지와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는 서평을 본 적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허접하게 만들지 않았어요. 책 속의 핵심 내용을 길지 않게 잘 정리했고, 책에 대한 느낌도 명확하게 썼더라고요. 이러한 서평 형식은 카카오페이지에 올려도 통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지는 시대가 이어질수록 텍스트만 가득한 자료를 몇 분 이상 동안 읽을 수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짧은 글을 읽는 것이 편하게 느껴져서 간략하게 쓴 글을 선호할 것입니다. 조금은 섣부른 생각이지만 서평을 개인방송을 통해서 낭독하는 방식도 나올 것으로 예측해봅니다.

키치 2015-06-20 23:18   좋아요 0 | URL
유튜브 보면 이미 외국 독자들은 영상으로 서평을 공유하거나 자기가 산 책을 소개하고 있더라구요. 국내 유튜버 중엔 아직 없는 것 같은데 조만간 나올 수도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