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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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읽은 게 작년 11월이다. 그 때도 지금처럼 독한 감기에 걸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전처럼 두꺼운 책을 순식간에 읽었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그 때 쓴 서평을 찾아보니 마지막 줄에 "아무래도 '해리 홀레 시리즈'에 푹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써 있다. 예감은 현실이 되어 그 동안 국내에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다 읽었고(그래봤자 다섯 권 정도지만),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겼으며, 해리 홀레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 작가가 누누히 '못생겼다'고 강조하는 이 자의 무엇이 나(와 소설 속 여인들)를 홀리는 걸까? 죽지 못해 사는 아웃사이더 경찰일 뿐인데 말이다.

 

 

<네메시스>에서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사건과 옛 여자친구 안나의 죽음이라는 두 개의 사건을 동시에 좇는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뜻의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범인들의 강력한 동기는 복수다. 여기에 전편 <레드 브레스트>에서 살해당한 동료 엘렌에 대한 해리의 복수, 오래 전 은행 강도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해리의 새 동료 베아테의 복수, 나아가 유럽에서 유태인과 함께 오랫동안 박해받아온 민족인 집시 문제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 역사적, 정치적 배경까지 더해져 소설의 전개는 다소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은 죽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 하면 나는 늘 해리 홀레의 지치고 우울한 모습을 떠올린다. 십 여 년 넘게 경찰로 일하면서 몸이 망가진 것은 물론 사랑하는 애인과 동료까지 줄줄이 잃었으니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날 법도 하련만, 오히려 죽음의 냄새를 찾아 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사건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이 항상 애처로우면서도 이상했다. 그런데 <네메시스>를 읽으면서 단순히 미련이나 집착때문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보다 나은 삶의 이유. 그걸 찾아서가 아닐까. <스노우 맨>을 읽었을 때만 해도 한없이 슬퍼 보였던 그의 뒷모습이 <네메시스>의 결말에선 한결 가벼워보여 팬으로서 조금은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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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4-10-2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의 작품을 좋아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품은 다 읽고 소장하고 있어요.

키치 2014-10-27 18:15   좋아요 0 | URL
저도 요 네스뵈 팬이에요! <데블스 스타>가 국내 모 사이트에 연재될 예정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