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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진정한 장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한 달에 대략 2,30권의 책을 읽다보니 장서가 상당하겠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현재 내 책장꼴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층짜리 큰 책장을 가득 메우고도 2층짜리 미니 책장이 세 개나 더 필요했는데(이 정도도 '장서' 소리를 듣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번 읽고 말 책은 중고로 팔고 마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니 이제는 텅 빈 칸도 제법 보인다. 이래가지고는 어디 가서 책 좋아한다는 말도 못 꺼내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에, 마침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부터는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건 양보다 질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지금 내 책장의 질이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서너 번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책들만 따로 골라 정리해 봤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 시리즈, 김중혁, 김연수, 정혜윤, 정여울의 책 정도가 고작이다. (그것도 전권 소장을 하지 못해 이 빠진 곳이 많다.) 누구는 어떤 책을 닳도록 읽었다든가, 누구는 어떤 책의 구절을 암기할 정도라는 말도 듣지만, 나의 경우 아무리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만나도 이미 읽은 책을 읽느라 읽지 못한 책을 경험하는 기회를 포기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아끼는 책의 머리에 먼지가 쌓이거나 누렇게 변색되는 꼴을 참을 수 없다. 책이 내 책장에서 낡느니 세상에 나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실컷 읽히는 편이 낫다, 뭐 그런 마음으로 양보다 질을 외치며 기꺼이 양을 포기하는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그렇다면 진작에 전자책으로 갈아탔을 법도 한데 여태 종이책을 붙들고 있는 까닭은, 역시 책장에 책 들이는 재미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전자책 리더기가 세 대나 있고 전자책으로 읽는 책도 더러 있지만, 그래도 역시 책은 고심 끝에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제한 다음 택배 기사님의 손을 거쳐 전달된 상자를 찍-하고 열어 한권 한권 꺼내 책장에 꽂는 과정을 거친 책이라야지 좋다. 결제하고 바로 전자책 리더기로 읽는 책이라니, 뭔가 빠진 듯한, 아니, '많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러는 걸 보니 나도 여차 했으면 저자처럼 '장서의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장서가가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비록 현실은 남들이 알라딘 책베개를 두세 개씩 사는 동안 침만 흘리며 문상을 모으는 가난한 독서가이지만 말이다. 아아, 단 몇 권이라도 좋으니 '장서의 괴로움' 좀 느끼게, 책 사고 싶다ㅠ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