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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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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거기 그대로 있되 공간은 사라지거나 변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존재를 지탱하던 그 자리를 떠나는 순간 공간도 덧없이 사라진다. (p.67)


대학교 3학년 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정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라는 과제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이라면 그 테마를 '책'으로 정했겠지만 그 때는 지금만큼 '열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 끝에 '공간'을 택했다. 어릴 때부터 이사를 숱하게 다닌 탓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사 다닌 횟수만 열한 번. 하도 여기저기 옮겨 다닌 통에 자라면서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동네나 그 흔한 동네 친구 하나 못 가지고 살았다. 대신 그만큼 공간에 대한 애착이 커서, 지금도 내가 지내는 공간, 살고 있는 공간, 앞으로 살지도 모르는 공간에 관심이 많다.


윤대녕의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는 동안, 비록 세대와 거주한 공간은 다르지만,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향집, 휴게소, 노래방, 영화관 등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수많은 공간에 대한 자전적인 추억과 생각들을 풀어냈다. 부끄럽게도 저자의 글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문장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내향적이고 비사교적인 성격이 걸림돌이 된 적이 많았다고 고백하지만, 나는 그런 성격을 좋아한다.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과도하게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보다는 부담스럽지 않고 대하기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도 그랬다. ​


저자는 집에도 학교에도 정 붙이지 못하는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글을 사랑해서 학교 대표로 백일장에 참가한다는 핑계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기 또래의 문학소년, 소녀들을 만나며 숨통을 텄다, 어떤 집단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이렇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랬다. 학창 시절에는 방송반, 편집부 생활을 하면서 말하고 글 쓰는 데 재미를 붙였고, 20대에는 책을 통해 꿈을 꾸었다. 이제는 그간 거쳐온 동네들만이 아니라 책도 나만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젠가 시간보다는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자 역시 공간은 존재를 떠받치는, 존재와 떨어질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한다. ​이사가 잦아 팍팍했던 내 인생도 책이라는 넓은 공간을 만나 비로소 안정된 것 같다. 언제 그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영 요원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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