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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기억이 불완전하고, 심지어 왜곡된다는 것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억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의 연구팀은 <소비자연구저널>에 '팝콘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신제품 팝콘 광고만 보게 했다. 한 쪽은 생생한 이미지 광고였으며, 다른 쪽은 이미지가 없는 텍스트형 광고였다. 1주일 뒤 진행된 신제품에 관한 태도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생생한 이미지 광고를 본 집단은 자신들이 팝콘을 먹었으며 이는 확실하다고 대답했다(실제로 먹지 않았다). 이들은 실제 제품을 먹어본 집단과 동일한 정도의 확신과 호감을 보여주었다." (pp.133-4)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해야만 했던 여성은 빠른 판단이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우수한 자손을 낳기 위해서 훌륭한 남성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성의 뇌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느리지만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한 마디로 듀얼 코어다).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한다는 것은 감정 정보가 어느 뇌에 전달되든 감정 관련 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높은 감정 정보 처리능력으로 여성은 남성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인지능력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들이 전혀 보지 못하는 상품, 매장, 판매원 등의 세밀한 부분(디테일)까지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 여성의 감정의 뇌는 더 많은 자극을 받고 즐거워한다. 여성이 쇼핑 자체를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p.282-3)
녹차보다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아메리카노 커피보다는 프림이나 설탕이 잔뜩 든 인스턴트 커피가 몸에 훨씬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모자라 커피전문점에서는 밥 한 끼 값에 달하는 커피를 사서, 거기에 크림과 시럽을 듬뿍 넣어 마시는 이유는 뭘까? 원가가 몇백 원, 몇천 원 밖에 하지 않는 외국 화장품을 몇만 원, 몇십만 원 주고 사는 이유는 뭘까? 결코 수지나 김태희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사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 마케팅앤컴퍼니 틸리언 컨설팅 그룹 사업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조현준이 쓴 <왜 팔리는가>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비합리, 비이성적인 소비 행위에 주목하는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마케팅에 관해 수많은 연구와 저술 활동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동기, 이유에 관한 설명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은 뇌과학을 이용하여 기존 마케팅 법칙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소비자 행동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소비자가 의식을 이용해 합리적, 이성적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소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를 합리적인 소비 주체,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전제하고 마케팅을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황당한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피땀흘려 번 돈을 꼼꼼히 따져보고 알뜰하게 써도 모자랄 판에,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무의식이라는 녀석이 제멋대로 지갑을 열고 있다니!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마실 때, 큰맘 먹고 큰 돈 들여 화장품 살 때마다 챙겨야 할 것이 지갑만은 아닌 셈이다. (내 의식부터 챙기자!)
좋다면서 사지 않는 소비자, 방금 보고도 어느 제품의 광고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 비싼데도 더 싸다고 말하는 소비자, 브랜드가 곧 차이라고 믿는 소비자, 제품은 사지 않으면서 프로모션, 이벤트 혜택만 누리려고 하는 소비자 등등 수많은 유형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느라 마케터들도 참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애플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할까? (p.26) 그러나 이러한 비합리, 비이성적 소비 행위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은 소비자들 자신이다. 먹어본 적도 없는데 광고의 이미지를 본 것만으로도 먹어봤다고 착각하는 소비자들.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지갑을 여는 그네들이 애처롭다. 뭐, 나라고 다르겠는가? 광고에서 신제품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먹어본 적도 없는 맥주맛이 입에서 맴돌고, 수지가 방긋방긋 웃으며 살랑살랑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본 적도 없는 화장품의 향과 촉감이 느껴지고...... 지갑이 안 열리는 게 이상할 정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업은 소비자들보다 한발 앞서 소비 행태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각 소비자 그룹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가지 전략 중에서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정 정보 처리능력이 높아서 한꺼번에 많은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를 더 즐기고, 물건을 구입할 때도 물건 자체의 기능 외에도 브랜드, 패키지, 매장, 서비스, 스토리텔링 등 부가적인 요소, 즉 디테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기업들이 여성들의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여성으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소비의 노예로 전락하고, 과소비의 그물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팔리는' 물건에 정신은 물론 인생마저 '팔리면' 곤란할테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