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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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지털 시대 - Google 회장 에릭 슈미트의 압도적인 통찰과 예측, 개정증보판
에릭 슈미트 & 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 / 알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사회과학자들도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미래의 정치, 사회 변화와 역동성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가의 정치적 아젠다, 혁명, 테러리즘 그리고 국가 간의 갈등 및 전쟁과 같은 권력투쟁 현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관계 속에서 증폭되고, 소멸되고, 다시 생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가 쓴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술, 기계라면 치를 떠는 전형적인 문과생인데다가, 스마트폰도 얼마 전에 겨우 구입했을만큼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디지털 시대', '디지털 혁명' 같은 말을 들어도 감흥이 일지 않는 탓이다. 그런데 서문에서 최연혁 교수가 쓴 추천사를 읽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율이 높아져도 디지털 기술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으며,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 변화가 일으켰거나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프레임이 아닌 사회과학적 프레임이 필요한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실 기업의 CEO가 사회과학에 대한 책을 쓰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에릭 슈미트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뼛속부터' 공학도인 데다가, 그가 이끌고 있는 구글은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이다. 그런 저자가 인권과 국가, 전쟁, 테러리즘 등 사회과학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을 했으며, 자신에게 훨씬 익숙할 공학적인 언어를 버리고 누구나 읽기 쉬운 언어로 디지털 기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게다가 기업 CEO들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예찬적인 글이나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는 글도 거의 없다!) 지난 달에 읽은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업과 공학자들의 관심이 점점 사회과학, 인문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세계 무대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전파가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국가와 기관에 쏠린 권력을 재분배하고 개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돕는 방식일 것이다. 새로운 정보기술은 역사적으로도 종종 왕이건 교회건 엘리트건 상관없이 전통적인 실세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곤 했다. 따라서 정보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참여하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힘을 갖고, 더 강력한 기관과 함께 우리가 삶의 경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p.14)
디지털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여러가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다. 역사적으로 종이의 발명, 인쇄기술의 발달, 라디오와 TV 등 미디어 기기의 발전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엄청난 사회적 변동을 야기했듯이, 디지털 기술 또한 의사소통 방식을 보다 손쉽고 빠르게 바꿈으로써 권력을 재분배하고 개인의 참여를 촉구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가령 과거에는 유권자 수가 많고 영토가 넓다는 한계 때문에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민들의 의사가 행정에 반영되고 이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트위터를 통해 민원사항을 바로 접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고라나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네티즌이 직접 이슈를 제기하고 오피니언의 향방을 바꾸는 일도 왕왕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이 미래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본다.
다른 국가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국가들,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교수들, 국내에서 활동하는 NGO와 기업들은 각자 현실세계 및 가상세계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어느 한 편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 무엇이 양쪽 세상에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현실세계에서의 외교 및 가상세계에서의 외교와 국내 정책들 사이에 존재할지 모르는 모순을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p.201)
이외에도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국가, 테러리즘, 혁명,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그렇지만 기술이 인간을 웃도는 역할을 한다든가, 기술이 모든 일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검증하며 혁명을 촉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갈등이나 분쟁 등을 야기하여 혼란을 일으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문제다. 이미 여러 번 반복된 바 있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포함하여, 블로그나 SNS가 권력기관의 검열 대상이 된다든지, 감시 도구로 변질되는 예가 적지 않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컴퓨터가 내 생활을 감시하고 옥죄는 '빅 브라더'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