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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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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쯤인가, 백지연의 <프랙티컬 매스>를 읽었다. 백지연이라는 이름만 믿고 읽은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참 좋았다. 여러 명사들의 성공 스토리가, 백지연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매끄러운 글솜씨로 버무러져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 책에서, 내 기억에도 참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이 바로 김용이다. 당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으로 선출되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로 화제가 되었다. 김용이라는 이름도, 그리고 <프랙티컬 매스>라는 책도 내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을 즈음,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들었다. 그것도 뉴스에서. 무려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었다는 낭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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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는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된 것에 때맞추어, 백지연이 다시 한번 그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을 정리한 책이다. 전작 <프랙티컬 매스>에서 김용 총재님의 부분만 따로 떼어 한층 더 깊게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프랙티컬 매스>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프.매>를 읽으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부분은 새롭게 알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은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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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김용 총재님의 성공 비결과 인생관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통섭' 내지는 '융합'이다. 치과 의사 출신의 아버지와 퇴계 이황의 철학을 공부한 학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용 총재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정치학이나 철학 같은 문과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용적인 공부를 중시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먼저 의학 학위를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학 학위를 받고 의사가 된 것에 만족하여 자기 몫만 챙기며 살았을 것이다. 오로지 의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가 아닌가.

 

그러나 김용 총재의 인생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의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문화인류학 학위에 도전했고, 돈이 되지 않는 제3세계 구호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느낀 어려움이나 한계를 바탕으로 좀 더 큰 조직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세계은행 총재라는 요직에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문과는 문과, 이과는 이과, 오로지 한 전공 내에서 전문성만 높이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학문이나 전공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유연하게 넘나들면 김용 총재같은 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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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무엇이 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번호인지, 지난호인지) 월간 <PAPER>의 김양수 님 웹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초등학생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다들 '의사가 되고 싶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는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다. 몇 십 년 전, 이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꿈을 얘기했을 어른들은 과연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김용 총재의 삶이 감동적이고,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 세계은행 총재가 되겠다는 꿈 이전에, 먼저 김용 총재는 의료를 비롯한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으로서' 의사가 되었고, 문화인류학을 배웠고,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다트머스 총장이 되고, 세계은행 총재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학위를 따고, 높은 자리에 올라도 결코 멈추지 않고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삶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남들처럼 '무엇이 될' 것이라는 꿈이 아닌, '무엇을 할' 것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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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7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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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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