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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ㅣ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에 어느 책을 읽다가 집권층과 대중이 사용하는 언어의 괴리, 즉 소통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전문 지식을 소유하고 집행 능력을 가진 측과 그저 말없이 그들의 논리를 따라야 하는 측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요근래 경제 전문서를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자들은 대부분 경제학을 전공하고 정부, 금융계, 학계 등에서 다년간 종사해온 전문가이고, 독자들은 그들의 전문적인 통찰과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하지만 경제에 결코 정통하지 않아도 대학에서 다른 학문 대신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을 만큼 관심은 있는 내가 읽기에도 요즘 나오는 경제학들은 지나치게 말이 어렵고 논리가 복잡하다. 정말 이 책들의 내용을 대중히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독자가 경제 전문서를 읽으면서 얻게 되는 것은 단 두 가지로 귀결된다. '잘 모르겠다'는 체념,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는 방관.
지난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를 읽었다.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원인에 대해 규명한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인 조 노세라와 포춘지 기자인 베서니 맥린이라는 두 언론인이 쓴 책 답게 - 다행히도 -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 있어서 좋았다. 제법 두껍고(약 500여 페이지), 등장 인물과 회사수도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지를 연상케 할만큼 많지만 읽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언어의 문제는 책보다도 미국의 경제 현실 속에 있었다. 당시 미국 금융정책의 선봉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시장의 순기능을 맹신했고, 그를 믿고 월가는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양산했다. 여기에 부동산 업체는 부실한 모기지 상품을 만들어 인간의 '집'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채우는 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처럼 가장했고, 이에 질세라 대출 업체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렇게 사회 전반이 열광하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괜찮다'고 말하는 데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파생상품이니 모기지니 하는, 어렵지만 똑똑하게 들리는 말을 할수록 대중은 '나는 모르지만, 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따르거나 방관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르는 자를 속이고, 대중은 모르는 채로 아는 이들의 말을 듣고 따른 잘못은 결국 헤어나오기 힘든 수준의 위기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 알아듣지 못한 - 대중의 몫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들춰보고 언론의 보도를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얘기들이 넘쳐 난다.
여전히 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