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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경제사, 경제사상에 대해 정리한 개념서 같은 책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보다도 먼저 배치되어 있는 우석훈 님의 해제를 읽으면서 책에 대한 마음을 다잡았다.(?)  

TV에서 떠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수에 대한 낙관적 얘기들은 죄다 정치권과 업자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다. 저축이 없는 국민들, 이제 우리 중에 돈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빚 없으면 부자라고 하는 그런 시대, 지금 평균적인 한국인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경제 문제는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p.5) 

이 말은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집 일이다. 부모님은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전재산을 다 바치고도 모자라 빚까지 진 '하우스푸어'이고, 아버지는 정년퇴직을 얼마 안 남겨둔 '베이비붐 세대'이며, 나와 동생은 가진 것이라곤 달랑 대학 졸업장뿐인 '88만원 세대'다. 왜 나라는 전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집 살림은 돈 한 푼 쥐어볼 여유가 없이 팍팍한 것일까. 우리 가족이 누구처럼 비싼 차를 타고 명품백을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제학 혁명>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경제학의 발전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주류 경제학의 탓으로 돌린다. 정확히는 주류 경제이론을 신화처럼 믿고 따르는 학계와 대중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학교에서만 유효할뿐 더 이상 학계에서도 '쉬쉬하며' 거부하고 있는 이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 '자유시장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보장한다' 등 이미 대중에게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명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해 오해하고 폐단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 수학 등 '이과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논리적으로 주류 경제학에 대해 반박하고, 각광받고 있는 비주류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하였다. 특히 비주류 경제학은 환경경제학, 페미니즘경제학, 행동경제학 등을 포함하는 말인데, 이제는 서점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라서 '비주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점이 없지 않다. 그만큼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 경제학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대중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용어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필요한 것은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학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와 재계, 학계에서 얼만큼 이 같은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책 뒷장의 추천사를 보니 추천자들이 전부 서울대, 삼성경제연구소 등인 것으로 보아 국내 주류 연구기관에서도 이러한 관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관점은 재야 내지는 비주류층만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그리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수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제학 연구가 진행되어 하루빨리 경제정책에도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신간평가단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점이 있다. 바로 이제까지 신간평가단에서 읽은 도서들의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 우선 <GDP는 틀렸다>에서 2009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GDP를 대체할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기획했다는 내용,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에서 니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 이론, 그리고 이번달에 읽은 <퀀트>까지...!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알차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더불어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도서 선정 수준이 높다는 것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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